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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6권 100 김장혁
2023년 06월 12일 10시 39분  조회:981  추천:0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제6권

                  김장혁

 

    100. 사랑의 오아시스

  

쓸쓸한 달빛은 얼굴을 반토굴에 들이밀고 이리지리 살펴본다. 달밤이 깊어가도 나영과 종호는 누구도 잠들지 못하였다.

나영은 쓸쓸한 가슴을 두 손으로 내리누르며 착잡한 생각에 빠졌다.그녀는 날마다 경찰들에게 쫓기다가 두렁허리처럼 종호네 셋집에 들어와 누운 자기 처지 가련하기만 했다.

(다 정호 그 놈 색마 때문이야. 지금 보면 정호는 나를 사랑했다기보다 풍만한 몸을 탐낸 거야. 뭐? 본댁 순정의 가슴은 비행장 활주로처럼 빤빤하다는가. 그래서 그 놈 항상 내 가슴을 보면 풍만한게 좋다면서 만지고 게걸스레 핥고 빨았지.개놈 새끼.)

나영은 이를 쁘드득 갈았다.

(어떻게 하면 원쑤를 다 갚을가? 그 놈 처음 날 사무실에서 재낄 때 아마도 커피에 수면제를 탄 거 같아. 안 그럼 왜 그날 머리가 아찔해나며 어슴푸레 잠들어버렸겠어?  그 놈 색마 뒤로 달려들어 그러는데도 사지 나른해 버둑거리지도 못했잖아.반항하지도 못하고 당하잖았어.그후부터 날 더러운 탐욕의 구렁텅이에 빠뜨려 놓고 날마다 불러내 올라탔지.나쁜 놈 새끼, 감옥에서 제 명에 죽는가 봐라.흥.)

그녀는 이불을 여미며 살며시 모로 돌아누웠다.

희읍스름한 달빛에 부엌 궤 앞에 맨봉당에 요를 대충 깔고 꾸불뜨리고 모로 돌아누운 종호의 모습이 어슴푸레 보였다.  

(바보야. 기자선생님은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야.누가 그런 책을 본다고 저렇게 고생을 사서 할가? 뭐? 사회 약체군체인 불구자들한테 저 책을 나눠준다는가? 우편료를 십몇만원이라도 남자고 책짐을 메고 귀국하면서 고생하잖는가. 그렇게 애나게 찍어 가져간 책을 공짜로 나눠줘? 진짜 경제의식은 영펼이야.)

나영은 허구푼 웃음을 웃으며 눈을 맥없이 감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종시 잠들 수 없었다.

종호도 마찬가지로 이 불혹의 밤에 잠들지 못하고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그는 눈풍설이 이는 엄동설한에 삼도만 심심산골에 가서 토비숙청전투를 취재하며 겪은 잊지 못할 고행을 떠올렸다.

70년대 말 눈풍설이 기승스레 불어치는 엄동설한에 종호는 안해 류려평이 말리는 것도 마다하고 기어이 가방에 목책과 원주필 두개를 달랑 넣어가지고 삼도만으로 뻐스를 타고 떠났다. 

삼도만공사 당위 사무실에 찾아가니 공사간부는 그를 데리고 한 생산대 마구간에 가서 한 한족마부로인을 소개주었다. 공사 간부는 종호한테 그 한족로인은 해방전 삼도만 토비두목 전소흥 소교의 문서질을 한 적이 있다고 하였다.종호가 삼도만토비숙청전투를 취재하려고 찾아왔다고 하자 그 로인은 또 문화대혁명 때처럼 무슨 꼬리라도 잡아가지고 투쟁하려고 그러는가 해 입을 열지 않았다. 종호는 그 마부로인을 도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작두로 말먹이짚을 산더미처럼 썰어주고 산더미 같은 말먹이를 창고에 안아들여다주기까지 하였다.그러자 종호의 로동에 얼었던 마음이 녹았던지 입을 끝내 열었다. 그 로인은 종호한테 삼도만토비 내부정황과 숙청전투 전반과정을 아주 상세히 이야기해주었다.

"삼도만토비숙청 첫번째 전투는 평강촌에서부터 시작됐네."

종호는 취재를 마칠 때 토비문서로인이 하던 말을 듣고 이튿날에 삼도만에서 30여리 떨어진 뻐스를 타고 평강촌으로 달려갔다. 갈때만 해도 날씨는 바람도 안 불고 활짝 개였댔다.그는 평강촌에 가서 평강촌토비소굴에 들어가 담판하러 왔던 김지도원이 생매장당한 산골짜기 어귀도 돌아보고 평강촌 주위 토비소굴의 지형이며 당시 전투정황이랑 촌민들한테서 일일이 취재하였다.

넋을 놓고 취재하다나니 점심 때도 훨씬 넘었다.그런데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바람에 원래 오후에 돌아가기로 한 평강촌에 왔던 뻐스는 함박눈에 길이 막힐가봐 점심 전에 삼도만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걸 어쩌는가?"

배고파 꼬르륵 소리날 지경이였다.낯선 산골에 와서 무턱대고 점심을 구걸할 수도 없는 일이이였다.그땐 개혁개방 세월도 아니여서 평강촌에는 개인상점도 없었다.

종호는 별 수 없이 꼬르륵거리는 배를 끌어안고 도보로 귀로에 들어섰다.점심을 굶고 30여리 평지길을 걷자고 해도 힘든 일이 아닌가. 그런데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30여리 산골길을 걷는다는 것은 진짜 힘겨웠다.

종호는 너무 배고프면 길가에서 하얀 눈을 한웅큼씩 쥐여 입에 넣고 씹어넘기면서 터벅터벅 걸었다.

토끼 꼬리만한 겨울해가 꼴깍 넘어가자 어두운 수림 여기저기서 굶주린 이리들의 울음소리 공포를 자아내며 들려왔다.

종호는 길가에서 마른 나무가지와 주먹만한 돌멩이를 주어들고 수림을 살피며 걷고 또 걸었다.

그는 혼자 되뇌였다.

"삼도만토비숙청에 참가한 아버지랑 투사들에 비하면 이건 아무 곤난도 아니야. 적어도 삼도만토비숙청전투 때처럼 총알은 날아오지 않찮은가.이리들이 다 뭐냐? 아무리 흉악해도 총을 든 토비들보다 더 흉악하겠는가? 배고픈게 다 뭐냐? 항일렬사들과 토비숙청하러 왔던 민주련군 용사들은 이 보다 더 큰 곤난을 전승하면서도 발톱까지 무장한 일본 놈들을 족치고 토비들을 소멸하지 않았던가.걷자,항일투사들처럼 더 힘차게 걷자.홍군은 기아에 허덕이면서도 설산을 넘고 초지를 건너지 않았던가. 요만한 곤난이 다 뭐냐?"

그는 이렇게 강한 의지를 다지면서 밤도와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무인지경 산골 눈길을 힘겹게 터벅터벅 걸어나갔다.

"난 쓰러지면 안돼. 여기서 얼어죽을 수도 있어. 절대 물앉지 말고 계속 걸어야 한다. 그래, 걸어야 해."

종호는 기아에 기진맥진할 지경이 돼가지고 산골짜기를 따라 걷고 또 걸었다.

그는 몇시간을 걸어 어두운 밤에 산골짜기 저 아래 희미한 전등불빛이 보이자 어찌나 기뻤는지 환성을 질렀다.  

"아, 끝내 삼도만에 이르렀구나.이젠 살았다, 살았어."

그는 삼도만공사 초대소에 이르러 방에 들어서자 맥없이 쿵 쓰러졌다. 그는 동복도 벗지 못한채 까무러쳤다.

이튿날 종호는 정신을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그는 아침을 먹자마자 목숨걸고 취재한 삼도만토비숙청전투 자료를 정리해나갔다.

종호가 그렇게 애나게 취재해 쓴 삼도만토비숙청전투를 글쎄 종호의 대학교 스승이란 한 교수가 자기 이름을 달아 조선족백년사화에 내지 않았겠는가.수개해달라고 보였더니 자기 이름 석자를 번듯이 달아 발표하지 않았겠는가.

종호는 대학교 교수란 작자의 글비리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어쨌든 민주련군의 삼도만도비숙청전투와 력사업적이 사라지지 않고 세상에 남게 된 것으로만 해도 기뻤다.종호는 그 교수와 저작권을 가지고 옴니암니 따지지도 않고 입 밖에 내지도 않았다.

종호는 이 밤에도 삼도만토비숙청 그렇게 애나게 취재해 쓴 우리 민족의 이민사책이 출판돼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한국에서라도 책을 내서 천만다행이야.이제 저 책을 한어와 일어,영어로 번역해 일본과 미국이나 영국에서 출판해야지.)        

종호는 밤이 깊어가도 잠을 이를 수 없었다.

 (취재하기나 책 쓰기도 힘들지만 책을 내긴 어디 쉬운가?)

순간 그는 눈풍설이 이는 날에 책을 내려고 원고묶음을 안고 한국 파주 출판단지에 가서 달아다니던 고행을 떠올렸다.

 지하철을 타고 종호는 파주에서 내려 택시를 잡아타고 눈풍설이 이는 눈길을 달려 파주 출판단지에 이르러 내렸다. 

그가 둘러보니 숱한 층집들이 산골을 따라 길 량켠에 듬성듬성 늘어서 있었다.

"이 많은 출판사 가운데서 내 책을 내줄 출판사가 없겠는가."

종호의 가슴은 책을 낼 희망으로 해 한없이 부풀어오르고 설레였다.

그때 웬 이쁜 30대 중반 돼보이는 이쁜 녀성도 택시에서 금방 내렸다.

종호는 다가가 물었다.

"XX출판사 어떻게 가면 돼요?"

그 녀성은 종호 아래 위를 훑어보더니 새하얀 이 드러나게 생글 웃어보였다.

"저를 따라 가면 돼요.출판할 책 있는가요?"

"예."

"무슨 책인데요? 제가 그 출판사 편집부장인데요."

"하, 귀인을 만났군요."

종호는 아가씨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는 그 녀성을 따라가면서 말했다.

"중국 조선족들의 항일투쟁과 이민사를 보여준 책입니다."

"그래요?"

그 녀성은 주춤 멈춰서며 단통 종호를 바라보며 상을 찡그렸다.

"중국 조선족이민사라? 중국 교포인가 봐요."

"네, 그렇습니다. 중국 신문사 기자출신입니다.부장님, 해외에서 힘겹게 왔는데요. 좀 도와주십시오."

부장아가씨는 털끝만치도 속이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말했다.

"우리 한국과 중국 조선족 이민사 무슨 상관 있는가요? 우리 한국인들은 그런 책 보지도 않아요. 다른 출판사에 가보세요."

말을 마치자 부장아가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씨영씨영 가버렸다.

종호는 뒤따라가면서 말했다.

"한국인들도 아마 이 책을 보면 중국 항일투쟁에 대해 료해할 수 있겠는데요.출판하면 꼭 새로운 책이라고 볼 건데요."

부장녀성은 처음 만났을 때 그 부드러운 표정 가뭇없이 사라지고 청얼음처럼 퍼러뎅뎅한 표정을 지었다.

"됐어요. 그런 책 내면 우리 출판사 부도나요.두말 마세요. 저 아래 출판사 많찮아요? 저리로 가보세요.전 바빠요."

부장녀성은 휑 하니 가버렸다.

(이런 놈의 문전박대라고? 참.)

처음 출판사 부장녀성한테 코를 떼운 종호는 금방 부풀어올랐던 희망에 찬 가슴이이 구멍 뚫려 김빠진 공처럼 돼버렸다. 

그러나 맥을 버릴 수 없었다.

그 아래 출판사에 찾아갔다.그런데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 먼저 문어귀에 걸린 공중전화박스 같은데서 전화로 사연을 말하고 예약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여보세요.책을 내려고 찾아왔는데요."

"무슨 책인데요?"

"전 기자 출신 중국 교포인데요.중국 조선족 항일투쟁과 이민사를 쓴 책인데요."

"그런 책 우리 출판사에선 내지 않아요."

상대방은 전화를 덜컥 놓는다.

"에이참,이 사람들 사람을 보기로."

종호는 사람대접하지 않는 것이 괘씸해 전화를 다시 걸었다.

"여보세요. 전 기자출신인데요. 사람을 뭐로 봅니까? 만나지도 않고 책 내용 보지도 않고 문전박대하겠습니까? 어째 기자들을 부를가요?"

"여보세요. 기자선생님, 기자들 불러와도 그 말인데요.언제라고 그런 책 내요? 중국 조선족이민사와 우리 출판사 무슨 상관 있는가요? 우린 책 한권 잘못 내면 부도나요. 당신 책 내주고 우리 밥통 깨라는가요?왜 중국에서 내지 못하고 시끄럽게 굴어요? 바쁘니깐 다시 찾지 마세요."

십여개 출판사 문을 두드려도 별의별 소리 다 했다.

다.

“누가 지금 그런 책 보자고 해요? 애잡짤한 사랑이야기나 보지. 안 그래요? 남이 보지도 않는 책을 내라고? 참 어이없어.”

“출판비용 엄청 비싼데요. 한 2천만 내면 고려해볼 수도 있는데요.”

"우리 한국에서 왜 빨갱이들이 공산주의를 한 이야기책 내야 하는가요?"

" 우리 한국도 북방사회주의 문화침투를 방지하려고 엄숙한 심열제도 있는데요. 책에 공산주의요, 공산당이요. 뭐 이런 거 한마디만 있어도 내기 힘들어요. 물론 지금은 지난 세기 90년대 이전만 심열제도 좀 느슨해졌지만요.중공 빨갱이들에 원한을 품은 보수세력이 집권할 때면 우리 출판사 문 닫으라고? 그만 둡시다."

“우편료에 세금까지 다 물 각오를 해야 하는데요.”

“우편세도 안아야죠.” 

“짐세를 내세요.” 

“30부 넘으면 세금 내야 해요. 기자선생님, 해관세 내야 한다는 것도 모릅니까?”

여기저기서 듣기 싫은 소리 시끌벅짝하다. 

여기저기서 악어들이 비게덩이를 만났다고 이빨을 다신다.

(오호, 내 무슨 일을 하고 있지? 세상 한국 사람들이 다 리해하지 못할 일을 하는건가?)

마라톤 사나이는 사막으로 달리면서 관문마다 들리는 삐꺽소리, 리속에 어두운 소리에 서글프기만 했다. 

세상만사가 한없이  괴롭기만 했다. 

그는 눈풍설이 이는 경복궁에 가서 조상왕님들의 발자욱을 쓸쓸히 더듬었다.

뒤이어 광화거리에 가서 세종대왕님의 동상을 우러러보며 가슴 치며 한탄했다.

"세종대왕님, 우리 전주 리씨는 500년 조선을 쥐락펴락하던 왕족이 아닙니까? 이게 뭡니까? 조상님들 후손이 책 한권을 내려고 조상님들의 고향으로 찾아왔건만 이게 뭡니까? 별의별 문전박대 다 받았습니다. 이 가난한 선비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세종대왕님 동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종호를 가엽게 쓸쓸히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종호는 반토굴집에 누워서 창문에 비껴드는 쓸쓸한 달빛을 살며시 바라보면서 물었다.

(하느님이여, 그래, 내가 사막에 사랑의 샘물이 퐁퐁 소는 사랑의 오아시스를 가꾸려는 건 헛된 꿈인가요?"   

아니야, 그는 혹시 자유의 녀신 헤라의 현시대 화신인가? 

헤라, 헤라 녀신은 칼을 들 대신 괭이를 들고 올리브를 심어 고대 백성들을 잘 살 수 있게 한 구세주녀신, 헤라는 사랑의 오아시스를 가꾼 녀신, 백성들의 구세주 녀신이 아닌가.

 헤라는 아버지 제우스, 독재자 같은 제우스신과는 판판 다른 녀신이였어. 제우스는 자기를 초월하는 딸 헤라마저 한입에 삼켜버리지 않았는가. 그러나 헤라는 백성들을 위해 칼을 든 것이 아니라 올리브를 심어 올리브란 과일을 따다가 백성들을 살려낸 구세주 녀신이 아니였던가. 헤라는 만백성의 마음 속에 살아 있는 녀신이 아닌가. 

사막으로 책짐을 메고 달리는 사나이, 아니, 민족의 혼을 사명감으로 떠멘 마라토너,  그  마라토너는 그래 헤라처럼 책을 널어놓아 무지한 백성들을 구하려고 저러는건가? 그래. 그는 헤라 녀신처럼 사막과도 같은 야박한 세상에 정신올리브를 심어 돈에 눈이 어두운 창생들의 눈을 뜨게 만들려는거야. 망망한 사막바다에 밝은 등대를 밝혀주려는 것이리라. 
   아닌가? 모래바람이 기승스레 불어치는 사막에 샘물이 퐁퐁 솟고 올리브가 다닥다닥 달린 파란 오아시스를 가꾸려는 것이 아닌가. 

아, 그는 사막에 진달래 만발하는 사랑의 오아시스를 만들고 그 오색령롱한 오아시스에  항일투사들의 기념비를 세워고 민족의 혼이 살아숨쉬는 진달래고향을 건설하려는 것이리라.

그는 확신했다, 자기 책으로 어두워가는 삭막한 사막을 밝히고 말라가는 사막에 한방울의 물이라도 얻어오리라고. 

에이구, 사막에 물을 얼마나 날라다 부으면 말라가는 나무와 풀 뿌리 파랗게 살아날가? 사막에 얼마나 많은 우물을 파면 퐁퐁 솟아나는 샘물에 파란 초목이 무성한 사랑의 오아시를 가꿀 수 있을까? 올리브가 다닥다닥 달린 만무과원을 다룰 수 있을까?

모래바람이 기승스레 불어치는 사막. 모래바람에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힘든 사막, 그 삭막한 사막에서 책짐을 메고 달리는 마라톤 사나이, 아, 바보 같아 너무나도 처량하기만 하다. 

마로톤사나이는   사막의 모래불에 몸을 숨기고 한쪽 눈깔만 내놓고 팬들거리며 길목을 지키는 독사와 전갈이 더없이 미웠다. 높은 책문턱을 지키면서 황금알을 꿀꺽 삼키려는 관문 문지기들, 주산알만 딸깍딸깍 튕기면서 도리머리를 흔드는 수전노들이 한없이 꼴사납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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