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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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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15)
2018년 04월 12일 10시 50분  조회:1277  추천:0  작성자: 김장혁




                         28. 미궁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내리는 동장군이 덮쳐와 대지를 휩쓸었다. 삼라만상이 새하얀 이불과 자오록한 연기를 들쓰고 자취를 감추었다. 흩날리는 눈발 속에 모든 단서가 오리무중에 빠져 헤맸다.
      성호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번 사건이 미궁에 빠진 듯한 감을 느꼈다.
      그는 이모부네 집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이상한 점을 말했다.
       “승호와 은영을 해친 깡패들의 뒤에 뭔가 더 묻어나올 것 같습니다.”
       운룡은 버릇처럼 주먹으로 메부리코를 쓱 씃으며 “뭘?” 하고 물었다.
“하나는 어느 놈이 승호의 귀두를 잘랐을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사건 배후가 궁금합니다. 혹시 주악의 말대로 송파가 시켰는지?”
“문제를 제대로 봤다. 우린 계속 수사하고 있다.”
운룡은 속으로 성호의 예리한 판단에 감탄했다.
“넌 우리 수사대원들을 협조해 은영과 승호한테 접근해 실마리를 찾아 봐라.”
“예.”
순옥은 돼지고기점을 성호 국그릇에 더 떠주면서 대견하게 조카를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텔레비죤방송에서 네가 ‘정의용사패’를 타는 장면을 보고 얼머나 기뻤는지 몰라. 넌 천생 수사대원 감이야.”
그녀는 남편을 보고 성호를 수사대대에 받아들여 달라고 여러번 부탁했다.
열다섯살 난 강호는 “나도 크면 성호 형님처럼 경찰이 될 거야.”라고 하면서 돼지고기국을 쭉 들이켰다.
순옥은 “그래, 우리 강호 장해.”라고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성호는 어깨가 무거워나는 감을 느끼면서 이모네 집을 나섰다.
그가 골목길에 나서자마자 기다린듯이 파랑새 정희가 뛰여나왔다.
“축하해. 정의용사!”
그녀는 들가방에서 신문을 꺼내 보였다.
성호가 신문을 받아보니 그가 “정의용사패”쪽을 받는 사진, 수길과 함께 김광일을 나포한 사적이 큼직하게 실려 있지 않겠는가.
“아버지는 학교에서 신문을 보고 너무 기뻐 집으로 가져 오지 않았겠어. 농민의  아들이지만 아주 전도 있는 청년이라고 했어.”
정희는 걀죽한 얼굴에 홍조를 띄우더니 어린애처럼 애교를 부렸다.
“아버지 또 뭐라고 했는지 알아?”
성호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정희는 골목에 행인들이 없는지라 성호의 팔을 끼고 딱 붙어서서 걸으면서 나직이 말했다.
“오늘 널 우리 집에 데려오라고 하더라.”
“?!”
성호는 저으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매에도 기다린 반가운 소식이 아닌가. 그러나 짐짓 아닌 보살을 떨었다.
“건 왜?”
정희는 성호의 팔을 쥐여 흔들면서 교태섞인 어조로 말했다.
“가보면 알겠지.”
성호는 모든 일이 슬슬 풀리는 것이 속으로 못내 흐뭇했다.
“깡패들을 깊이 파 봐야지.”
정희는 성호에게 바싹 붙어서서 나란히 걸었다.
“공안국에서 널 받겠다더니?”
“아직 몰라.”
정희는 주춤 멈춰서더니 성호를 희망의 빛이 반짝이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전번에 학교에서 퇴근해 집으로 가다가 종수를 만났어. 그 앤 소식공개회에 참가했다더군요.”
“뭐라던?”
“천국장이 너에게 직접 ‘정의용사상패’와 상금을 수여했다더구나. 또 수사대대에 받겠다고까지 했다더구나. 맞지?”
“음-”
“잘 됐어. 우리 부모 얼마나 기뻐하는지 알아? 이젠 우리 집에 가 있으면서 공안국에 출근하렴.”
“결혼하기 전에 가시집에 가 있으면 남들이 뭐라고 하겠느냐? 이모부네 집에 있으면 수시로 이모부한테서 수사재간을 배울 수 있어 좋아.”
“내 언제 너와 한 이불에 든다고 했니?”
“그래도 그렇지. 온 동네에 소문을 놓으라고?”
“별 소릴 다해. 결혼하면 다지. 안 그래?”
“그래도 어쩐지…”
“이모네 집보다 좀 좋아 그래? 로임도 타지 못하면서 언제까지 이모네 집에 얹혀 살 예산이냐?”
“그래도 어찌 결혼 전부터 처가살이를 한단 말이냐? 아직 이모네 집에 있는 것이 편안해.”
“글쎄, 정 그럼 편리할대로 해.”
“감사하다고 전해라. 사돈보기는 취소! 아예 음력설 이튿날 쯤에 결혼해버리자!”
“어머나. 진짜 급하구나. 진짜 우물에 가서 숭늉 달라는 판이군요. 호호호.”
성호는 시무룩이 웃으면서 화제를 돌렸다.
“은영이 참 불쌍해.”
정희는 성호의 아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리해할 것 같았다. 빙장에서 은제비처럼 쌩쌩 나래치던 생기발랄한 처녀대학생이 극악무도한 깡패들에게 무참히 짓밟히지 않았는가.
“문안이라도 해야겠는데. 좀 도와달라.”
“아직도 걜 잊지 못했어?”
“아니, 동정해서 그래. 같은 녀자로서 불쌍하지도 않아?”
“불쌍하죠.”
정희는 혀를 홀랄 내밀면서 성호의 눈치를 살짝 살폈다.
“뭘 사가지고 갈가? 때마침 어제 로임을 탔어.”
“언제까지 네 돈을 쓰겠니? 상금으로 꽃이나 사가지.”
정희는 대뜸 백지장 같던 우유빛얼굴이 새파래났다.
“병문안을 하러 가는데 웬 꽃이냐? 과일이나 사가지.”
성호는 들었는지 마는지
“진달래꽃이 있으면 더 좋겠는데.” 하고 꽃가게에 다가갔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엄동설한에 웬 진달래꽃이냐?”
성호는 고집을 부렸다.
“인조꽃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래?”
그들은 병원 근처에 있는 여러 생화점을 돌아다녔다. 허나 겨울에 진달래꽃이 있을리 만무했다. 더구나 인조진달래꽃도 보이지 않았다.
성호는 맥이 풀려 정희를 데리고 마지막 생화집에서 나오면서 아쉬워했다.
“야, 봄이면 얼마나 좋겠니? 우리 고향 천지꽃산에는 진달래꽃이 많은데.”
생화점 녀주인이 그들을 불러세웠다.
“잠간만요. 우리 집 애들이 병에 꽂아놓은 거라도 사겠어요?”
성호는 정희를 마주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고맙습니다.”
성호와 정희는 끝내 연분홍 진달래꽃을 얻어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진달래꽃에도 가시가 돋혔나?”
정희는 진달래꽃을 두루 살펴보았다.
“진달래꽃에 웬 가시냐?”
정희의 말에 성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시야 뭐 있겠냐? 그러나 진달래꽃에도 분명 가시가 있다고 생각해.”
“호호호. 문학적인 상상일뿐이야.”
성호는 주춤 멈춰서더니 정희에게 진달래꽃을 쥐여주었다.
“네가 가지고 가서 대신 문안해라.”
“왜?”
성호는 정색했다.
“은영은 날 보기 불편해 할 거야. 네가 한가지만 알아봐달라.”
성호는 정희의 귀에 대고 뭐라고 귀속말을 했다.
“알았어요. 친애하는 정의용사동지.”
“이 사건을 끝까지 해명해 깡패무리를 일망타진하지 않고선 승호나 은영이나 한뉘 편안히 살 수 없어.”
“야~ 네 같은 친구를 만난 승호나 은영이 얼마나 행복해?”
“걔들이 언제까지 부모와 경찰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살아야 하니?”
정희는 눈을 살풋이 내리깔며 꽃다발을 내려다 보더니 비장한 마음다짐을 하였다.
정희는 종종 걸음을 쳐 병원으로 향했다.
정희가 꽃다발을 들고 입원실 2층복도로 올라가자 경찰들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었다.
낯선 그녀가 은영이 든 병실에 다가가자 경찰이 막아섰다.
“누굴 찾습니까?”
“최은영을 문안하러 왔어요.”
“어떤 관계입니까?”
경찰은 꼬치꼬치 캐여 물었다.
“대학교 친군데요. 한 침실에서 근 3년이나 지냈어요.”
경찰은 머리를 끄덕였다.
“잠간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경찰은 병실에 들어가더니 이윽해 복도로 나왔다.
“들어가보십시오. 환자 정신상태가 좋지 못하니까. 10분을 초과하지 마십시오.”
정희는 꽃다발을 들고 들어가려고 했다.
“잠간!”
그때 뒤에서 경찰이 불러세웠다. 경찰은 다가와 정희의 손에서 꽃다발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헤쳐보더니 되주었다.
“미안합니다. 들어가십시요.”
정희는 조용히 문을 열고 병실에 들어섰다.
새하얀 병실 문어귀 침대에 녀경찰이 앉아 있었다. 정면 침대에 은영이 누워 있고 그 옆에 어머니가 앉아 있다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은영아, 괜찮니?”
은영은 머리까지 덮었던 이불을 훌렁 내리더니 발딱 일어났다.
“언니!”
은영은 정희가 내민 진달래꽃다발을 받아 향기를 맡더니 탁상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꽃다발에 걸린 글쪽지에 눈길이 갔다.
“하루속히  건강과 행복을 찾기를 바래. 리성호, 엄정희.” 
은영은 정희를 끌어안더니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왕왕 대성통곡쳤다.
정희는 은영이 생각보다 정신상태가 호전된 것 같았다. 그녀는 성호의 부탁을 받았는지라 두루 문안을 둬마디 하고는 인차 관심사부터 물었다.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언제까지 경찰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살아야 하겠니? 깡패놈들을 일망타진하지 않고선 편안한 날이 없어.”
“원쑤는 갚아야죠. 언니, 성호 오빠랑 수사대원들을 도와 강도들을 몽땅 나포했단 말을 들었소.”
“얘, 우리 손잡고 깡패들의 죄상을 몽땅 밝혀내는게 어때?”
“좋죠. 내 할 수 있는 일이 뭐요?”
“승호도 모질 상했는 모양이더라.”
은영은 녀경찰한테 머리를 돌리더니 “잠간 자리를 피해줄 수 없어요?” 하고 물었다.
녀경찰이 나갔다.
“어머니도 자리를 내줘요.”
어머니도 병실을 천천히 나갔다.
정희는 계속해 물었다.
“승호가 병문안을 왔댔느냐?”
은영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며칠 전에 다른 병원으로 가버렸대요.”
“웬 일이냐? 모질 상했는 모양이지. 아, 그날 너희들 련애하러 학교 뒤산에 갔다면서?”
“그랬어요.”
“네가 처음부터 사실 제대로 말했더라면 사건해명을 더 빨리 했을 걸 그랬어.”
“그렇지요.”
은영은 이불을 훌훌 개이면서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승호는 아마 종신병신이 됐을 걸. 그런 개자식은 귀두뿐이겠소? 개XX 같은 걸 썩뚝 잘라버려도 속이 씨원찮아.”
“야, 무슨 소리냐? 너희들은 모두 피해자들인데.”
“그 개놈 새끼!”
은영은 대뜸 눈에서 불찌가 탁탁 튈 지경이였다.
“승호, 그 수캐 같은 놈이 얼마나 많은 처녀들을 짓밟았는지 아오? 경옥이, 홍희. 홍희는 비참하게도 목숨으로 사회에 도덕이 없는 놈을 처벌할 걸 호소했어요. 그러나  승호는 아무런 처분도 받지 않고 뻔뻔스레 살고 있소.”
정희가 한마디 했다.
“승호는 공안국 감옥관리대대에 들어갔다가 쫓겨났다더라.”
정희는 정신이 아주 말쑥한 은영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경옥이나 내나 다 얼마나 고통 속에서 사는지 아는가요? 죽지 못해 억지로 이를 악물고 살아요. 원쑤 갚을 날을 기다리면서. 기실 이번 사건도 우연히 생긴 건 아니예요. 다 승호 때문이죠. 경옥이 사촌오빠들 깡패무리를 시켜 보복한 것 같아요. 자존심이 면도칼날처럼 시퍼런 송파 깡패무리가 승호를 놔둘리 없겠어요? 송파를 놔두는 한 승호나 내나 하루도 편안히 살 수 없어요.”
정희는 성호한테서 들은 말을 했다.
“그런데 주범과 광일은 죽어도 송파가 시킨 일이 아니라고 딱 잡아뗀단다. 오히려 자기넨 네가 시켜서 보복했다고 물고 늘어진단다.”
은영은 쓰거운 비웃음을 입귀로 흘렸다.
“쳇, 내 깡패들을 시켜 나를 강간하게 했단 말이요?”
정희는 말이 나온바하고는 끝까지 나갔다.
“승호의 귀두도 자기네 자른게 아니라고 딱 잡아뗀단다. 오히려 너, 은영이 짓일지 모른다고 했단다. 정말 너와 승호 앞날이 걱정이야. 어쩜 좋아? 호~”
정희가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면서 은영의 반응을 살폈다.
은영은 자꾸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승호, 그 개새끼, 잘 됐소. 그렇찮으면 이제도 얼마나 많은 처녀들이 짓밟힐지 누가 아오? 이 세상에 도덕법정이 없는 것이 한이죠.”
정희도 동감이 갔다.
“약자들인 우리 녀성들은 자기절로 자기를 보호할줄 알아야 해. 진짜 자기를 사랑하는 남자인지 아닌지 잘 판단해야지.”
“정말 후회돼요. 어쩌다 참된 다른 오빠 순진한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고 저런 미친 개를 좋아했던지. 으흐흑, 눈이 멀었지, 멀었어. 으흐흑, 흑흑, 야~ 억울해 못살겠어.”
병실문이 열리면서 어머니와 경찰이 들어왔다.
“됐습니다. 환자의 심리안정에 불리합니다.”
“예, 알았습니다.”
정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은영을 꼭 껴안았다.
“공안국을 믿어라. 강도들은 법망에서 벗어나지 못해.”
은영은 엉~엉~ 서럽게 울었다. 그녀는 이불을 머리까지 훌 뒤집어쓰더니 훌렁  들어누웠다.
정희는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입원실 대문을 나서자 성호가 서성거리다가 마중했다.
“어떻게 됐니?”
정희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조용한데 가서 말하죠.”
그들 둘이 금방 병원 대문을 나설 때였다.
난데없이 종수가 병원으로 들어오다가 그들과 맞띄였다.
그는 사건을 좀 더 알아보려고 승호를 찾아간다고 했다.
“승호는 다른 병원으로 갔대요.”
정희의 말에 종수는 도리머리를 흔들면서 “불시에 어데 가서 그 자식을 찾아?” 하고 성호를 쳐다보았다.
“너희들 어디로 갔댔어?”
“은영 병문안했죠.”
“음, 가자. 한잔 하면서 얘기나 하자.”
성호는 손사래를 쳤다.
“형님, 좀 일이 바쁘오. 전번에 신문에 내줘서 고맙소.”
종수는 성호의 팔소매를 잡아끌었다.
“가자, 금강산구경도 식후라고 하잖았어?”
성호와 정희는 종수한테 끌려 선녀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아니, 정의용사 아냐?”
선화가 마중하면서 아양을 떨었다.
“조용해라.”
성호는 선화를 보고 구석의 조용한 방을 내게 했다.
“이후엔 좀 모르는 척해라. 그래야 널 보호할 수 있어.”
선화는 섬찍해났다.
“아니, 오빠 무슨 죄라도 졌어?”
성호는 자못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깡패들이 나와 친한 걸 알면 큰 일 나.”
선화는 머리를 끄덕였다.
성호는 선화를 안심시켰다.
“공안국이 있는 한 그까짓 깡패들이 어쩌지 못할 거요. 송파 깡패무리들 거동을 살펴주오.”
선화는 머리를 무겁게 끄덕였다.
종수는 자리에 앉자마자 료리메뉴를 들추며 말했다.
“어제 로임 탔는데 한턱 내지.”
“형님한테 얻어먹기만 하는군.”
“형제지간에 사양하지 말기.”
선화가 나가자 종수는 기자의 직업병처럼 성호와 정희한테 물었다.
“은영인 정신상태 어떻소?”
“많이 나아졌어요.”
“그래? 다행이야.”
종수는 캡을 벗어 걸어놓고나서 또 물었다.
“처음에 은영인 책을 보러 뒤산에 갔다고 수사대원들한테 거짓말을 했잖아. 왜 그랬을가?”
“거야 창피해 그랬겠지.”
“아니야, 여기에 뭔가 있어. 승호와 함께 갔다는 걸 말하면 은영한테 뭔가 불리할 수도 있다는 거야. 은영이 얼마나 약삭빠른데 꼭 뭔가 따져가면서 말한 같아.”
“글쎄.”
정희가 끼여들었다.
“제가 금방 병원에 갔을 때 은영이 승호를 대하는 태도가 아주 반상적이더군요. 그들 둘은 피해자가 아니고 뭐예요? 그런데 승호를 저주하고 증오했어요.”
정희는 은영한테서 들은 말을 하다가 못마땅해 하는 성호의 눈길을 보고서야 입을 다물었다.
“바로 그거야!”
종수는 아주 탐정가처럼 추측을 늘여놓았다.
“숱한 처녀들의 정조를 짓밟았는데도 승호를 처벌할 수 없지. 그래서 은영이 보복했다는 생각 들잖니?”
그는 성호를 마주보았다.
“글쎄. 짓밟힌 숱한 처녀들을 대신해 은영이 승호의 귀두를 잘랐을 수도 있소. 그러나 은영이 깡패를 불러다 승호를 치게 했다는 건 성립될 수 없소. 이제 은영이나 승호가 입을 열면 알 것 같소. 그런데 창피해 통 입을 열어야 말이지.”
“고육계를 썼다면?”
종수는 상상 외의 질문을 던졌다.
“고육계?”
성호는 놀랐다.
정희가 도리머리를 흔들며 끼여들었다.
“그럴 순 없어요. 은영이 아무리 악이 난들 깡패들이 자기를 륜간하게 하면서 승호를 해쳤겠어요? 은영은 수술칼로 광일의 허벅지를 찌르고 베고 했다던데요.”
종수는 안주가 들어오자 잔에 술을 부어 성호와 정희에게 권했다.
“자, 한잔 들면서 얘기하자.”
종수와 성호는 한잔씩 굽내고 정희는 입술에 술잔을 대고 홀짝 드네하고 잔을 내려놓았다.
종수의 추측과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흘러나왔다.
“사건혐의는 경옥한테 넘어갔어. 그녀가 이전에도 깡패들을 불러 기숙사에 뛰어들어 은영을 해치려고 들지 않았어? 주악과 주범, 김광일, 이 세 깡패는 송파가 시켰어.”
“지금 추측으로 간단히 결론짓기 어렵소.”
“왜?”
종수는 개고기를 집은 저가락을 입에 가져다가 되내려놓으면서 물었다.
“주악은 송파가 시킨 거라고 승인했소. 그런데 주범과 광일은 딱 잡아떼고 있다오.”
“송파를 잡아다가 심문하면 알 거 아닌가?”
“그렇소.”
종수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또 한잔 권했다.
“야, 성호야, 너희들 잔치술은 언제 마실 수 있니?”
“차차. 청하지.”
“성호야, 넌 정말 복이 넝쿨채로 떨어졌어.”
종수가 정희를 힐끔 훔쳐보면서 춰올렸다.
“농민의 아들인데 교수네 귀공주를 따먹었으니 말이야.”
성호는 역정을 냈다.
“형님, 그런 말 작작 하오. 농민의 아들이 뭐가 모자라오? 어째 지금도 반상이요, 문벌이요, 그런 말 하오?”
종수는 머리를 끄덕였다.
“모르고 하는 소리. 지금 농민과 국장은 천차만별이야. 부부간도 짝이 너무 기울지 말아야 해. 우리 부부를 보면 너 아주머니 한족인데다가 고중 밖에 다니지 못했는데 말이야. 국장네 딸이느라고 어쩌나 턱을 쳐들고 세도를 부리는지. 원, 시집살이 정말 피곤해.”
성호는 정희를 바라보면서 정색했다.
“에이, 난 죽어도 형님처럼 처가집엔 기여들지 않겠소.”
정희는 대뜸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딱 처가살일 못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됐다, 됐어.”
종수는 술잔을 쳐들었다.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자.”
성호는 종수와 갈라져 정희를 데리고 바깥으로 나왔다.
흐리터분한 바깥을 둘러보면서 이번 사건의 실마리가 잡힐듯 말듯 해 골치아팠다.
 
 
 
 
 
 
 
 
 
 
 
 
 
 
 
 
 
 
 
 
 
 
 
 
 
 
 
 
 
 
 
 
 
 
 
                          29. “한뉘 소궁둥이나 칠 놈”
성호는 강운룡 부과장의 지시에 따라 승호를 찾아가 직접 사건정황을 알아보기로 하였다.
그는 먼저 리철갑 과장을 찾아가 자기 의향을 말했다.
리철갑 과장은 이전에는 허송파 깡패무리에 관계되는 사건이라면 대충 얼버무려버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승호가 상해받았기에 송파네 깡패무리를 놔두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 수사사업을 협조해서 감사하오. 전번에 사회치안질서정돈회의에서 시정법위원회 서기 허철군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사회질서를 엄중히 교란하는 깡패무리를 견결히, 철저히 척결하라고 지시했소. 주관부시장 최웅봉은 누가 면목을 봐주면 법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해 지적했소. 시 주요지도자들의 지지가 있는 한 송파 깡패무리는 큰 길에 나선 쥐새끼들로 될 거요. 이 사건에서 수사 중점은  배후 교사범들이오.”
“예~ 알겠습니다.”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이때만큼은 리철갑 과장이 달리 보였다.
“한가지 더 부탁하기오. 송파 일당을 은밀히 감시하오.”
“예, 알겠습니다.”
리철갑과장은 성호한테 다가오더니 뜨거운 물까지 부어주었다.                                                                                                                                                                                                    
“전번에 승호가 말한 적이 있는데. 우리 집 사위를 하면 어떠오?”
성호는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전 이미 결혼날자까지 정한 약혼녀가 있습니다.”
리철갑 과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승호도 압니다. 정희라는 녀동창생입니다.”
성호는 뒤를 달지 못하게 했다.
“오~ 그렇구만. 아까운 사위감을 놓쳤네 그려. 허허.”
리철갑 과장은 실망하면서 속으로 욕했다.
(흥, 한뉘 소 궁둥이나 칠 놈, 주제에 배 부른 타령을 해? 두고 보자.  이 리과장을 모르고 형사정찰대대에 들어오는가? 아무리 정의용사니 떡대가리니 어쩌겠니? 퉤!)
이때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천국장이 신문을 들고 들어와 노발대발했다.
“이게 뭐요?! 온 시내에 이런 삐라가 날아다닌단 말이요. 소식공개회를 열 때면 보도의 신중성을 강조하란 말이요. 엄격한 심열제도를 세워서 절대 우리 수사사업에 저애되는 보도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하오.”
리철갑은 성호를 나가라고 하였다.
성호는 삐라내용이 궁금했지만 복도로 해 공안국 대문 밖으로 나갔다. 
그는 그 길로 상점에 가서 바나나며 사과며 사 들고 승호가 들어 있다는 시병원으로 총총히 갔다.
병실 복도에는 사복경찰이 늘어서서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성호가 다가가자 불러세웠다.
“무슨 일로 찾아왔소?”
“난 승호 친구입니다. 병문안을 하러 왔습니다.”
“오~ 정의용사구만.”
경찰은 들어가라고 병실 문까지 열어주었다.
성호는 병실에 들어가 과일꾸럭을 침대머리 탁상 우에 올려놓으면서 승호를 보고 “어떠냐?” 하고 문안하였다.
승호는 몸이 많이 나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이젠 괜찮아.”
선금은 성호를 보고 알은 체하더니 어색한지 자리를 피했다.
성호는 승호의 옆에 앉으면서 손을 잡고 말했다.
“그날 너와 은영을 상해한 세 강도는 아마 몽땅 총살당할 거야.”
“어, 속이 씨원하다.”
승호는 성호의 손을 꽉 잡고 진정으로 말했다.
“성호야, 뭐니 뭐니 해도 너 같은 친구가 있어 든든하구나. 관건적인 때는 그래도 너야.”
“아니야. 네가 수사에 잘 협조했기 때문이야.”
성호의 말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였다. 승호는 성호나 수사대원들에게는 창피해 말하지 않았지만 아버지한테는 허송파 일당의 많은 단서를 제공했다.
“에이, 이젠 병실에 누워 있기 지긋지긋해.”
성호는 승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한가지 궁금한게 있다. 추측해 보면 이번 사건은 뒤에서 누군가 주악이랑 시킨 것 같아.”
승호는 이불을 훌 걷어치우면서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만약 송파가 시켰다면 이번에 송파네 깡패무리를 일망타진할 수 있겠는데. 그럼 얼마나 좋겠니? 내 언제까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살아야 하니?”
승호는 두팔을 머리뒤로 해 깍지 걸이를 해 끼고 침대머리에 기대앉으면서 분명히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송파새끼 나와 경옥의 일로 앙심을 먹고 시킨 것 같아.”
“그런데 세 흉수의 공술은 달라. 주악은 송파가 시킨 일이라고 했다. 몇번 심문해도 주범은 은영이 시켰다 하고 괄일은 네가 시킨 것이라고 했단다.”
“개새끼들이 누굴 무함해? 주범과 광일은 죽어도 송파를 불지 않을 거야. 송파 눈에 나면 주범이나 광일이 집식구들이 살고 남을 것 같니? 썩어져도 나와 은영을 물고 늘어지지.”
성호는 바나나를 뜯어 승호한테 건넸다.
“나도 짐작했어. 썩어지기 전에 남을 물어뜯는 승냥이지. 그런데 셋이 말이 다  다른데다 주범과 광일이 송파의 교사죄를 승인하지 않는 거야. 이제 송파를 잡아다가 심문하면 알겠는지. 그 놈이 승인하겠니?”
성호는 조용한 틈에 귀속말로 물었다.
“너 귀두는 주악이네 자른 거야?”
승호는 창피해 외면했다.
“그래. 주악이랑 한 짓이야. 뭐, ‘숱한 처녀들의 정조를 해친 놈에 대한 복수’라던가. 한뉘 장가도 가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살게 한다.’는지. 한바탕 개소릴 치더라.”
생각 밖으로 승호는 상세히 얘기했다.
성호는 호주머니에서 노트를 꺼내 뭐라고 적더니 승호 앞에 내밀었다.
“야, 여기에 서명해라.”
승호는 노트를 받아쥐고 들여다보더니 “이건 몽땅 사실이다.” 하고 썩썩썩 서명하고나서
“아직도 견습수사대원질을 하니?”하고 놀라했다.
승호는 성호를 간절한 눈길로 마주보면서 입을 천천히 열었다.
“야, 이젠 귀두문제를 작작 파라. 창피해 못 살겠다. 전번에도 홍희가 자살한 사건 때문에 난 감옥관리대대에서 쫓겨났어. 이제 귀두를 잘린 추문이 온 시내에 퍼지면 어떻게 머리를 들고 사니?”
“사건진상을 조사해 흉수를 징벌하려는 것뿐이야.”
이때 노크소리와 함께 사복경찰이 통화기를 들고 들어왔다.
“성호, 지도부에서 찾소.”
성호는 황급히 통화기를 받아쥐고 복도에 나갔다.
“성호, 급히 사무실로 오오.”
승호 아버지였다.
성호는 황급히 승호와 몇마디 위안의 말을 하고는 부랴부랴 리철갑 과장의 사무실로 달려갔다.
성호가 노크하고 사무실에 들어서자 리철갑 과장은 자못 엄숙한 표정으로 쏘아보았다.
“성호, 이젠 수사에서 손을 떼오.”
“예? 절 수사대대에 받겠다고 하잖았습니까?”
성호는 어깨가 맥없이 축 처졌다.
“수사사업에 도움은커녕 방애작용을 놀고 있단 말이요.”
“예? 무슨 말씀입니까?”
성호는 맥없이 리과장 사무상 맞은 켠의  걸상에 물앉았다.
리과장은 삐라를 들어 흔들어댔다.
“이게 뭐요? 온 시내에 우리 수사비밀을 공개했단 말이요.”
성호는 황급히 신문을 받아 뜯어보았다.
신문에는 성호와 수사대원들의 사진과 함께 이번 사건해명기가 실렸다. 그런데 삐라에는 “피해자 리모의 귀두에 숨겨진 비밀”이란 소제목 아래 숱한 추측이 란무했다. 게다가 공안국 수사대대에서 이번 사건 배후를 파고들어 교사범을 꼭 나포하리라는 것도 씌여 있지 않겠는가.
(이건 진짜 수사비밀을 몽땅 폭로한 것이 아닌가?)
성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종수와 한 말이 사단을 일이켰다는 직감이 들었다.
(자식, 어쩜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그러나 성호는 리지를 상실하지 않고 종수를 물어먹지 않았다.
“이 삐라와 제가 무슨 관계 있습니까?”
“우린 증거를 쥐기 전에 추측해 누가 한 짓이라고 판단을 내리지 않소. 그러나 수사비밀루설은 누가 한 것이라는 걸 대개 알 수 있소.”
리철갑 과장은 안경알 너머 가슴츠레한 눈길로 성호를 마주 보았다.
“…”
“더 추궁하지 않겠소. 수사대원을 하려면 수사비밀을 지켜야 하오. 이후엔 수사에 절대 손을 대지 마오.”
성호는 두손을 맞잡고 공손히 물었다.
“이제부터 주의하면 안되겠습니까?”
리과장은 사무상에 돌아가 앉았다.
“늦었소.”
“리과장님,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모르고 한 일이니까.”
리과장은 도리머리를 흔들었다.
“모든게 끝났소. 설상가상으로 동무는 신분이 너무 로출됐소. 신분이 로출될수록 수사사업에 불리하오. 모든 건 운명이 아니겠소? ”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 사위감이면 몰라도. 농부의 아들놈 주제에 언감 내 딸을 나무려. 배부른 흥정을 해도 유분수지. 흥!)
성호는 비틀거리면서 문 밖에 나섰다.
그는 곧추 복도 건너편에 있는 이모부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때마침 이모부가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모부, 난 경찰대대에 들어오지 못하게 됐습니까?”
“음. 들었다.”
운룡은 성호를 자기 옆의 소파에 앉게 하고 따가운 물까지 따라주었다.
“너무 락심하지 말라. 사람이 사노라면 그런 곡절 쯤은 아무 것도 아니야.”
성호는 따뜻한 물을 받아 말라붙는 목을 축이고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농민의 아들입니다. 그저 자기 밭에 농사나 지어 차례진만큼 먹고 사는 농민의 자식입니다. 아무리 봐도 여긴 제가 있을 곳이 못되는구만요.”
운룡은 눈물을 줄줄 흘리는 성호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
“자식, 사내대장부가 고까짓 일로 눈물을 흘려? 좌절당할수록 허리를 꿋꿋이 펴고 살아야 해. 교훈으로 삼고 이제 천천히 기회를 보자. 계속 이번 사건을 수사해라.”
“아니, 난 수사대원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넌 수사대원을 할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놈이야.”
“아니, 한뉘 소 궁둥이나 치면서 살 놈입니다.”
“못난 놈, 다시 그런 말 했다간 날 찾지도 말라.”
운룡은 사사로이 성호를 계속 견습수사대원으로 쓸 예산을 하고 송파를 감시하라는 임무를 주었다.
성호는 맥이 풀려 이모부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는 결혼을 며칠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좌절을 당하고보니 량가집 부모와 정희를 볼 면목이 없었다.
(시내란 참 더러운 곳이구나. 어디 사람이 살 곳인가? 자칫하면 철직당하고 밥통이 날아나구. 이런 신세에 어떻게 정희와 결혼한단 말인가? 아예 속시원히 정희와 다 털어놓고 태평거촌에 돌아가 쇠나 돼지를 치면서 살자.)
순간 그는 이상하게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는 씨엉씨엉 정희네 집으로 찾아갔다. 그는 엄교수를 볼 면목이 없어 집 부근에서 서성거리며 정희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원쑤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그 골목에서 송파 형제와 딱 마주칠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송파는 우멍눈으로 그를 유심히 쏘아보다가 도리머리를 흔들더니 송호한테 눈짓했다.
순간 성호는 경계심이 들어 주먹을 으스러지게 쥐고 일부러 대학교 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송파와 송호는 성호를 놔두고 정희네 집 뒤 2층집 울안으로 들어가버리는 것이였다.
(쳇, 예전 같으면 다짜고짜 덤벼들 놈들인데 무슨 일일가?)
성호는 수림 속에 숨어 그자들이 들어간 정희네 뒤집을 주시해보았다.
(저게 송파네 집인가?)
성호는 송파를 감시하라던 이모부의 말이 귀전을 아프게 때리는지라 아름드리 비술나무가지를 잡으면서 바라올라갔다. 그는 비술나무아지에 다리를 걸고 나무가지 사이 잎새로 그 2층 집을 유심히 살폈다.
이윽고 땅딸보로, 뚱뚱보로, 꺽다리로 성호의 발 밑으로 지나가 그 2층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였다. 깡패무리는 이상하게도 표나 해놓은 것처럼 몽땅 코수염을 기르지 않았으면 하이칼라머리를 하고 있었다.
(또 무슨 꿍꿍이야?)
땅딸보가 나오더니 정희네 앞집 상점에 가서 술 몇병을 사들고 갔다.
한참 비술나무에서 감시하던 성호는 자전거 방울소리와 함께 정희가 자기 발 밑으로 지나가려고 하는 것을 발견했다.
“정희-”
나지막한 부름소리에 정희는 자전거에서 내려 사처를 두리번거렸다.
자기 머리 우의 비술나무 가지에서 성호가 쭉 미끌어져 내려왔다.
“아이구머니. 간 떨어지겠어.”
정희는 얼굴이 대뜸 새파랗게 질렸다.
“집에 들어가지 않고 나무에 올라가 뭐 해?”
“쉿-”
성호는 식지를 입술에 대고 2층 집을 눈길로 가리키면서 귀속말을 했다.
“저기 저 집에 송파무리가 들어갔어.”
“픽- 난 또 무슨 큰 비밀이나 안다고. 저건 송파네 집이야.’
“그래? 진작 알려줄게지.”
성호는 이모부가 송파를 감시하라고 준 임무를 알려주었다. 순간 그는 수사비밀을 또 루출한 것 같아 말끝을 얼버무렸다.
(진짜 소궁둥이나 치면서 살 놈인가 봐.)
그는 화제를 돌려야 했다. 그런데 정희와 결혼을 그만두자는 말을 하자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성호는 정희의 자전거 방울을 만지작거리면서 머리를 숙이였다.
정희는 성호의 팔을 끼면서
 “집에 들어가자요. 우리 집에서 뒤집을 감시하기 더 쉬울 거예요.” 하고 집 쪽으로 걸어갔다.
“정희, 할 말이 있소.”
정희 성호의 두 눈을 유심히 마주보았다. 마음의 창문이라는 쌍까풀눈에서 무슨 비밀이라도 찾아내려는듯이 뚫어지게 들여다보았다.
“정희, 미안하오. 우리 결혼 그만두자.”
“무슨 소리냐?”
성호는 정희를 교정의 수림 속으로 데리고 들어가 나직이 오전에 있었던 일을 쭉 말했다.
“난 또 큰일 났다고? 그 일로 결혼 그만둬?”
정희는 종주먹으로 성호의 가슴을 쳐댔다.
“나쁜 놈, 수사대원을 못하면 말라지. 취직이야 아무 거나 하면 되지. 우리 아빤  광고회사 김경리하고 교섭 중인데.”
성호는 정색했다.
“난 시내에서 살기 싫어.”
정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앵돌아졌다.
“혹시 아직도 은영일 련민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잊은지도 오래. 은영의 비참한 처지를 동정할뿐 사랑한 건 아니야?”
“그럼 뭐야?”
성호는 정희의 손을 잡고 정중히 말했다.
“나처럼 눈치 도끼등처럼 무디고 안팎이 같은 사람은 시내에서 살기 힘들 거 같아. 아예 고향에 돌아가서 돼지나 소를 치면서 살기보다도 못해.”
“못난 놈, 그 것도 말이라고 해?”
정희는 어처구니 없어 멍든 퍼런 하늘을 쳐다보면서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대학을 어디로 다녔어? 어째 자그마한 곡절을 겪자마자 호박을 쓰고 돼지굴로 들어갈 궁리냐? 너 정말 한뉘 소궁둥이나 치면서 살 놈이란 말이냐? 난 소 똥 구린내 나는 농촌에 가서 못 살아.”
“그러니까. 결혼하지 말자는 거야. 너한테 미안해 어떻게 살아? 난 시내에  엉덩이를 들여놓을만한 집도 없어. 널 괜히 데려다 고생시키자고 결혼해? 난 부모를 모셔야 해.”
정희는 분해서 새파랗게 질린 걀쭉한 얼굴에 눈물을 좔좔 쏟았다.
성호는 멈추지 않았다.
“결혼해도 말썽이 많을 거야. 농부 아들이라고 깔보는 교수님 부부 말이야. 결혼했다가 리혼할 거면 아예 결혼하지 않는게 낫아. 괜히 세상 사람들을 웃기지 말자…”
“말하지 말라니까. 엉~ 엉~”
정희는 한참 서럽게 울더니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네가 어디로 가든 결혼은 포기 못해. 집이 없으면 세집살이를 하지 뭐. 정 안되면 우리 집에 들어와 살아도 돼.”
그녀는 비장한 결의를 다졌다.
“이러자. 농촌에 가 사는가, 시내에서 사는가 하는 건 천천히 토론하자. 어디서 사는게 더 좋으면 어디서 사는 걸로 하자. 허나 결혼은 절대 미루지 못해. 시내서…”
“널 한평생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봐라. 마음 속으로부터 날 아끼고 사랑하고 있잖아. 그 사랑심이면 족해!”
“소똥 구린내 나서 어떻게…”
“소똥 구린내 나는 시골이라도 죽어라고 따라 갈거야.”
“뭘 보고 고생 사서 하려니?”
정희는 성호의 품 속에서 머리를 들더니 눈물이 그윽한 포도알눈으로 성호의 두 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종알거렸다.
“성호야, 요 진정어린 쌍까풀눈이 좋단 말이야. 교활한 빛이 하나도 없는 진정어린 요 눈, 도끼등처럼 무딘 요 눈, 눈치코치 없는 커다란 요 눈 말이야.”
그녀는 성호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면서 조용히 흐르는 노래처럼 종알종알 속삭였다.
“거짓없이 로실한 네 마음이 좋아.”
“마음 하나면 다야? 내 마음 따위 몇푼 간다고? 남들처럼 해줄 힘도 없고 돈 한푼도 없어. 부모를 모셔야지. 너에겐 미안한 일만 생길 것 같아. 이제라도 절대  후회될 일을 하지 말라. 부탁이야.”
허나 정희는 굳은 마음을 보여주는 짙은 사랑의 감정을 토로했다.
“후회라니? 네 사랑을 차지한 것만 해도 행복해. 진정한 사랑이 있는 한 그 어떤 곤난과 곡절도 우리 사랑을 깨뜨릴 순 없어. 정 농촌이 살기 좋으면 널 따라가마. 난 뭐나 자기 능력으로 살려는 네 능력을 믿어.”
성호는 정희가 이 순간처럼 사랑스러운 적이 없었다. 그는 눈물범벅이 된 정희를 꽉 껴안았다.
“사랑해, 정희야, 이 목숨 다 바쳐 변함없이 사랑할 거야.”
“고마워. 성호야, 널 하늘과 땅 끝까지 따라가면서 영원히 사랑할 거야.”
분명 사랑하는 처녀총각의 피끓는 두 심장이 하나로 되여 쿵쾅쿵쾅 높뛰면서 티없이 맑은 순정으로 사랑의 멜로디를 울리고 있지 않는가!
그 사랑의 멜로디는 세상에서 제일 격조 높고 가장 아름다운 선률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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