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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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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진달래 소야곡(50)
2020년 05월 13일 07시 19분  조회:1746  추천:1  작성자: 김장혁







                                          80. 거미어미
      한국은 고향보다 퍽 남쪽이여서 겨울이여도 그리 춥지 않다고 들은 것과는 달리 을씨년스레 아침부터 모래알 같은 눈가루가 흩날려 뺨을 아프게 때렸다.
        성호는 한국 성남시 수진지하철역 출구에서 나왔다. 눈가루가 얼굴을 때리며 목에 슬금슬금 기여들었다.
그가 눈가루를 툭툭 털 때였다.
“성호!”
막내누나 성숙이 유령처럼 나타나 감격적으로 상봉하였다.
“누나, 이게 몇해만이오? 앓지 않고 잘 있었소?”
“응, 그래. 아이유, 우리 막내오라비 진짜 장군처럼 름름하네.”
성숙은 성호를 억지로 끌고 지하철옷상점에 들어갔다.
그녀는 옷상점에 들어가서 두루 살피더니 가죽옷과 양복을 벗겨들고 성호 몸에 이리저리 대보았다.
“맞겠는지 모르겠다.”
“아니, 이러지 마오. 누난 한국에 나와 옷 한벌 사입지 않아가지고 무슨 옷을 사준다고 이러오?”
성숙은 트렁크를 끌고 쥉쥉 달아나려는 성호를 불러세웠다.
“얘, 네가 엄마를 모시고 고생했다고 은자하구 토론하고 사주기로 했다. 누나네 성의를 받아야지.”
성호는 주춤 멈춰서서 망설였다.
“얘, 오라. 훌 가버리면 실례야. 우리 누나네 막내한테 엄마를 맡겨놓고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해 속에 내려가지 않는다.”
성숙은 성호의 손을 마구 잡아 끌고 옷상점으로 들어갔다.
어릴 때부터 성호는 작달막한 막내누나를 항상 깍쨍이라고 놀려주었다. 그러나 성호는 집에 무슨 일이 있으면 춘자나 성숙과 많이 토론했다. 춘자한테서는 가르침받고 성숙한테서는 경제도움을 많이 받아왔다.
성숙은 깍쟁이라는 별명과는 판판 달리 놀았다. 통이 크게 남동생한테 가죽옷과 양복을  사주고도 구슬이 다닥다닥 박힌 가죽허리띠까지 사주었다.
어디 그뿐인가. 24K짜리, 30그람 되는 금반지를 사서 무명지에 끼워주었다.
(얼마나 고생하면서 번 돈이라고 푹푹 줴내서 숱한 거 사주는가.)
성호는 받기 미안해 사양했다.
“얘, 받아라. 이건 네가 부모를 모시면서 고생한다고 우리 부부는 기념으로 사주는 거야!”
성숙 부부는 한국에 나온 후 종래로 새 옷을 사 입은 적이 없었다. 그들은 아빠트단지에 남들이 버린 옷을 밤에 나가 주어 입었고 심지어 남들이 덥다가 버린 이불을 주어다 덮었다. 남들이 버린 이불과 옷은 간병환자 것인지 암병환자 것인지, 아니면 죽은 사람 것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나중에 성숙은 병원에 가서 보였는데 간병에 걸렸다고 했다.
성호는 막내누나가 불쌍해 사 준 옷을 입어보기도 미안했다.
성숙은 “제일 어린 너네 부부 부모 때문에 얼마나 수고했니?” 하고 정희 옷도 사주려고 이것저것 들고 봤다.
“누나, 정희 건 사지 마오. 한나하구 둘이 미국에 갔소.”
“뭐라니? 미국까지 갔어? 전번에 동대문시장 부근에서 보았는데.”
성숙은 성호를 데리고 지하철입구 근처의 한 2층 음식점 문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짐을 들고 어디로 들어가겠소? 누나네 집에 가서 있는대로 먹고 말기오.”
“얘, 은자는 네 오면 잘 대접하라고 돈까지 보냈다. 그 누나 돈은 돌려주자. 은자 한국에 갓나와서 얼마나 애나게 번 돈이냐? 오늘은 깍쟁이누나 어쩌다 한번 오라비를 대접하자.”
마지못해 식당에 들어간 성호는 누나네 성의를 받지 않을 수 없어 미안한대로 사준 옷을 넙쩍넙쩍 받아넣었다.
성숙은 한화로 1만 2천원짜리 삼계탕을 주문했다.
(누나한텐 1만 2천원은 천문수자겠는데.)
성호는 먹기도 미안했다.
성숙네 부부는 한국에 나온지 5,  6년 돼도 이제껏 음식점에 가서 먹은 적이 없다고 했다.
전번에 아들과 며느리 결혼하기 전에 한국에 놀러 왔을 때에는 어쩌겠는가.
그들은 서울 남산탑으로 놀러 갔다. 성숙은 돈이 아까와 아들과 며느리만 탑에 올라가보라 하고 탑 아래에서 홀로 앉아 몇시간이나 기다렸다고 한다.
성호는 목이 꺽 멨지만 성의를 받느라고 억지로 삼계탕을 혈육의 정과 함께 삼켰다.
훈훈한 음식점에서 나오자 서북풍이 사납게 불어쳐 눈보라가 어찌나 기승을 부리는지 눈 앞을 가리기 힘들었다.
설상가상 성남시내 서산 기슭에 자리잡은 누나네 집으로 올라가는 올리막길은 눈덮이고 얼음이 얼어붙은데다가 어찌나 가파로운지 발붙히기도 힘들었다. 그들 오누이는 길옆 아빠트벽을 붙잡으면서 간신히 한발작한발작 악착스레 올라갔다. 커다란 짐을 한개씩 끌고 반질반질한 올리막길을 올라가면서 자꾸 미끌어졌다.
“아직도 머오?”
“그리 멀지 않아. 저기 산중턱까지 올라가면 돼.”
성숙은 짐을 끌고 올라가면서 아츠런 올리막 중턱을 가리켰다. 그때 성숙이 그만 얼음강판 같은 올리막길에서 핸들 넘어져 미끄러져 내려왔다.
“상하지 않았소?”
“아니, 이젠 습관돼서 괜찮아. 이전엔 넘어져서 엉덩이 상해 고생했다. 돈이 아까와 병원에 가잖고 조상이 물려준 오줌약을 바르고 나았어. 억지로 몇달간 견디면서 식당일까지 했댔다.”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식당에서 계속 일했더라면 얼마나 좋겠니? 주방에서 일할 때 한국 아줌마가 주방장을 했지. 한국 아줌마 어떻게 잔소리 많은지 스트레스를 죽게 받았지. 쩍하면 내 해놓은 채를 나무랐지. 그런데 오이랑 파랑 산나물이랑 두루버무려 만든 내 랭채를 손님들이 더 맛있다고 단골이 자주 찾아왔다. 나중에 그 두루무침랭채를 찾은 손님이 점점 많아져 식당은 흥성하게 됐다. 식당 주인은 아예 나보고 주방장을 하라 했어. 한국  아줌마는 자꾸 싸움만 한다고 잘라버렸지. 그런데 그 한국아줌마가 내가  불법체류를 했다고 신고해 경찰이 찾아오지 않았겠어. 다행히 식당 주인이 뒤문으로  피신시켜 강제출국당하지 않았어.”
성숙의 말을 들어보니 조선족들은 진짜 한국에서 눈치를 보면서 쉽잖게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누나, 몇해 전에 왔을 때 단대오거리역 서쪽에 있는 집은 그래도 괜찮은 거 같았는데. 올리막길도 이렇게 가파롭지 않고 지하철입구와도 가까왔잖고 뭐요. 어째 이런데 이사했소?”
성숙은 벽을 짚고 올리막을 한발작, 한발작 옮겨 딛이며 조심조심 올라가면서 대답했다.
“그때는 그 반토굴 같은 세집도 월세15만원 줘야 했어. 지금 집은 10만원 밖에 하지 않아. 한달에 5만원을 남는다는게 어디야. 한해 되면 60만원이나 되잖니? 중국 돈으로 3천원이나 돼.”
성호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누나, 5만원 남자고 이런데 세집 잡소? 올리막을 올라가다가 넘어져 골절이나 당하면 사람이 아픈 고생하는 건 둘째구. 치료비 얼마 들지 생각해봤소?”
성숙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단대오거리역에서 두 정거장이나 더 와야 하니까. 지하철 비용도 더 들게 아니요?”
“급한 일이 없인 우린 종래로 수진역까지 앉지 않아. 항상 둬 역  앞당겨 내려서 걸어서 집에 오지. 그게 차비를 절약하는 묘수야.”
성숙은 올리막길가에서 깡통 두개를 주어들고 보면서 기뻐서 어쩔줄 몰라했다.
“하하, 오늘 막내오라비 오더니 수 붙었구나.”
“뭘?”
“깡통 두개 주었잖니? 하나에 10원씩 해.”
“양?”
“세상에 어디 공짜 있어? 난 쌍둥이를 보고 쉬는 날이면 밤중까지 아빠트단지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무지를 뒤져 깡통이랑 헌 옷이랑 그릇이랑 주어오지. 깡통 백개를 주어봐라. 돈 천원이 생긴다. 천원을 누가 그저 줘?”
성호는 누나한테 미안했다.
(저렇게 아글타글 벌어 아껴 먹고 쓰면서 남은 돈을 오늘 나 때문에 수태 쓰지 않았는가? 몇해 전에 왔을 땐 부모를 모시고 고생한다고 매형과 누나는 38만원이나 주고 금반지까지 사주지 않았던가.)
성호는 생각할수록 성숙의 후더운 인정에 코마루가 시큼해났다.
한 반시간 눈덮인 올리막길과 싱갱이질해 간신히 세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른바 세집은 3층아빠트 옥상 성냥곽 같이 생긴 세집이 아니겠는가.
그들 오누이는 짐을 두개나 나눠 들고 비좁은 아빠트 밖의 눈덮인 층계를 한층계 한층계 간신히 톺아올라가 끝내 3층 옥상 세집에까지 올라갔다.
성호가 둘러보니 말이 집이지 그저 두꺼운 합판을 대충 귀를 맞춰놓고 만든 간이집이였다.
세집 안에 들어가보니 통근 12평방메터나 되나마나한 단칸방이였다. 며칠 사람이 붙어 있지 않았는지 집 안이 춥다못해 개를 달 지경이였다.
성숙은 동생이 왔다고 가스 난방스위치를 눌러놓고 이불을 활활 내리워놓았다.
“야, 추운데 이불 둬개씩 덮고 앉아 얘기하자.”
성호는 솜외투를 벗지도 않고 트렁크에서 명태며 검정귀버섯이며 약이며 꺼냈다.
“숱한 짐을 들고 비행기를 타고 오느라고 얼마나 수고했니? 가져와서 좌우간 잘 먹겠다.”
성숙은 명태를 들고 보더니 “은자한테 가지고 갈 걸 따로 두자.”라고 했다.
그제야 성호는 솜외투를 벗고 이불을 두개나 들고 들어가 앉았다.
“매형은 내 온 걸 아오?”
“이제 좀 있으면 집에 들어설 거야.”
성숙은 쌀궤에서 쌀을 퍼냈다.
“막내동생 몇해만에 왔는데 좋은 쌀을 먹어야지. 저 나그네 지하철을 곧추 타고 오면 진작 왔을 거야. 아마 또 둬 역전 미리 내려서 걸어오는 모양이야.”
몇해 전 여름에 왔을 때 성호는 성숙이 좀이 났다고 남들이 버린 쌀을 주머니채로 주어다 벌레를 주어내고 씻어먹는 것을 보았다.
집이 빈 다음에 쌀궤를 들춰보니 누렇게 변색한 쌀에 벌레가 득실거렸다. 보기만 해도 메쓰꺼웠다. 그런 쌀을 해볕에 대충 쪼여서 먹는 판이였다. 변질한 쌀을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는데도 지금도 뜬 쌀이나 변색한 쌀을 먹었다. 그래서 그들 부부간은 항상 토하고 설사했다. 중하면 위암이나 장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같지 않았다.
오늘만은 남동생이 왔다고 어쩌다가 하얀 입쌀을 쌀을 퍼내 쌀함박에 씻었다.
“아니, 식당에서 비싼 삼계탕을 먹었는데 무슨 쌀을 또 씻소?”
“내일 아침에 먹을 쌀을 미리 씻어놔야지. 저 나그네 새벽 다섯시면 건축현장에 가야 해. 나그네도 굳지만 막내처남이라면 아끼지 않는다. 전번에 준 금반지도 저 나그네 돈을 꺼내 산 거야.”
“오~”
성호는 머리를 무겁게 끄덕였다.
그는 이번에 꾼 돈을 물려고 한국에까지 찾아왔다.
“누나 얻소. 꾼 돈이요.”
성호는 돈묶음 몇개를 내놓았다.
“에이유, 엄마를 모시면서 어떻게 그래도 돈을 벌었니?”
성숙은 돈을 받아쥐고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택시 잘 되는 모양이지?”
“양, 누나네 덕분에 택시 두대에서 한해에 10만여원은 들어오오. 사고만 나지 않으면 괜찮소.”
성숙은 철색얼굴에 환한 웃음꽃을 피웠다.
“그럼 얼마나 좋겠니? 네 고생이다. 엄마를 모실라니 택시를 할라니 처자를 얼리면서 살라니. 그래 단위 일도 잘 되니?”
“양. 우린 정부 해당 부문에 총경리 굉팔을 고발했댔소. 그래서 그 놈이 우릴 단위에서 해고한 건 사업단위 관리규정에 어긋난다고 결론이 났댔소. 후에 이전에 우리 단위에 있던 김범수 총경리가 광고회사에서 쫓겨난 우릴 신문사에 데려갔소. 그분 덕분에에 공직은 떼우지 않았소.”
성호는 한화 50만원을 더 내놓았다.
“이건 뭐냐?”
“감사비요.”
“야, 그만둬. 형제간에 무슨 리자를 받겠니?”
“아니, 누나 이런 세집에 들어 있으면서 애나게 번 돈인데 받소. 감사하오. 남이라도 국가 리자만큼은 줘야 하지 않소? 좋은 제 누나를 주는데 받소.”
성호가 기어이 받으라고 하니 성숙은 돈을 쥐고 궁리하더니 되내밀었다.
“그럼 좋다. 네 성의를 받은 걸로 하고 이렇게 하자. 이걸 엄마 생활비로 보태 써라.”
“아니, 이걸 받지 않으면 이후엔 누나네 돈을 꿔 쓰지 못하겠소.”
성숙은 50만원을 더 꺼내 얹어주면서 당부했다.
“이걸 가지고 가서 엄마한테 맛있는 걸 대접해라.”
“야, 막내누나 돈을 부쳐줘서 셋째누나한테 로임까지 주면서 엄마 보모로 쓰잖소.  일만 해도 감사한데 번마다 이래서 되겠소? 애나게 번 피돈인데.”
“막내동생한테 엄마를 맡겨놓고 못보는 척해서야 되니? 다른 말 말고 어서 받아라.”
“감사하오. 누나. 꼭 이 돈으로 엄마한테 맛있는 걸 대접하겠소.”
성호는 추워서 견디기 힘들면서도 난방가스 스위치를 더 올리라는 말을 못하고 이불을 목까지 올려 쓰고 억지로 참았다. 그래도 누나의 후더운 인심에 마음 속으로 훈훈함을 느꼈다.
성숙은 나그네 허물을 꺼냈다.
“매형은 이전에 애인 해가지고 개지랄 했잖니? 이젠 인연을 끊었다더라. 에이구, 며느리 둘이나 삼았는데 웬 애인이냐? 남자들 이상해. 딱 남과 살아보면 별낳다니?”
성호는 괜히 누나네 부부 사이에 쐐기를 박을가 봐 그저 듣기만 하고 가타부타 말참견하지 않았다.
성숙은 뒤말을 이었다.
“애들 결혼에 우리 얼마나 가보고 싶었겠니? 우리 둘 다 불법체류돼서 가지 못해 네가 대신 그 먼데로 가느라고 수고했다.”
“양. 외삼촌이 멀어서 가지 않겠소?”
성호는 추워 덜덜 떨었다.
“경춘이 결혼 때 안산에 도착하니 새벽 3시 아니겠소? 경춘한테 전화할가 하다가 그만뒀소. 결혼 첫날새벽에 날 마중하러 오라 하기 미안해서 깨우지 않았소.”
“그래 어디 있었댔니?”
“역 대합실에서 벽에 기대서서 세시간 기다려서 전화했댔소.”
“그래? 진짜 외삼촌도 제 새끼 배려하듯 했구나.”
“경춘이 각시 한족이 돼 그렇지. 진짜 곱습데. 어글어글한 쌍까풀눈이 어찌나 고운지. 쯧쯧쯧.”
“외조카며느린것도 그렇게 곱데?”
“그러잖고. 생글방글 웃으면서 ‘외삼촌, 외삼촌’ 하면서 어찌나 친절한지 단번에 정이 푹 듭데.”
“호호호. 피는 물보다 더 짙한 법이지.”
성숙은 쌀을 씻어 전기밥가마에 얹고 새파랗게 얼어든 손을 닦더니 이불을 들고  앉았다.
 “경남이 결혼 땐 영남이 글쎄 불시에 대성통곡쳐서 쓸쓸합데. 아마 부모 생각난 것 같습데.”
성호는 트렁크에서 비디오촬영기를 꺼내 경남과 경춘이 혼례식비디오테프를 돌렸다.
성숙은 애들 혼례식을 구경하면서 눈시울에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렸다. 두 아들 혼례식에도 참가하지 못한 어머니 마음인들 오죽했으랴.”
뒤이어 성호는 비디오촬영기로 성숙과 세집을 돌아가면서 촬영했다.
“야, 야, 어쩌자고 이리 루추한 꼴을 찍니?”
“경남하구 경춘한테 보이겠소. 엄마, 아버지 얼마나 헐망한 세집에서 살면서 애나게 돈을 보냈는가 알게.”
“그만해라. 원래 어미야 거미어민 법이지.”
성숙은 한숨을 후~ 땅이 꺼지게 내쉬였다. 그녀는 오라비를 만나자 구애없이 아들며느리 허물을 했다.
“자식은 품안의 자식이지. 그저 키우는 재미지. 신세를 지려니 하지도 말라. 지난 여름에 경남이 색시를 데리고 결혼 전 려행 삼아 여기 왔댔다. 우린 샘물도 사먹지 않고 빈 샘물병에 수도물을 담아 길로 다니면서 먹었지. 그러자 맏며느리 내 손에서 샘물병을 빼앗아 길바닥에 활 뿌리쳤다. ‘어째 남이 마시는 샘물을 던지는가?’고 물으니 뭐라는지 아니? ‘샘물 한병이 얼마나 한다고 거지처럼 수도물 마시는가요?’ 이래잖겠니? 며느린 제일 비싼 천원짜리 샘물을 몇병 사다가 나눠주더니 단번에 글쎄 천원짜리 샘물을 한병이나 꿀떡꿀떡 다 마셔버리잖겠니?”
성숙은 어이없다는듯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난 큰며느리를 이길 거 같잖아. 둘째며느리는 무남독녀로 곱게 자랐어. 여기 왔을 때 항상 생글방글 웃으면서 ‘엄마, 엄마’ 하면서 내 하자는대로 했다. 그 앤  마구잡이를 하지 않더라. 그런데 둘 다 욕심쟁이야.”
그때 문소리 덜컥 나더니 매형이 들어왔다.
“처남 왔소?”
“양. 오랜만이요.”
성호는 명선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온 처남하구 무슨 며느리 허물부터 하오?”
“허물은 무슨 허물.”
성숙은 전기밥가마에서 김이 몰몰 나는 밥을 퍼서 밥상에 올렸다. 성호가 가져온 마른 명태도 꺼내놓았다.
“얘 글쎄 그 먼데서 이리 희귀한 걸 가져왔소. 오늘 저녁엔 이걸로 에따지우오.”
“처남하구 술이나 한잔 마셔야지.”
성호도 추워서 술생각이 나 이불을 쓴 채 밥상에 마주 앉았다. 그들은 술잔을 마주치고 굽을 낸 후 명태를 찢어먹었다.
성숙도 명태를 찢어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었다.
“며느리 둘 다 욕심이 대단해. 글쎄 시부모 돈을 빼가는 경쟁을 벌인다.”
명선은 술잔을 들었다가 놓았다.
“야, 애들 허물질을 그만하오.”
“남동생인데 뭐라오?”
성숙은 꺼냈던 말을 하지 않겠는가 해서 뒤말을 이었다.
“며느리들은 직접 시부모한테 손을 내밀지 않고 교묘하게 신랑 귀에 대고 베개머리송사를 올려 돈을 빼가지. 벌써 우리 둘이 한 일년 일해 돈이 얼마 있겠다고 추측하고선 이 구실 저 구실 대면서 시부모 돈 빼간다. 집을 사주었지 차를 사주었지. 집 장식비용까지 부쳤는데도 끝이 없다. 또 회사 그닥잖다면서 상점을 차리겠다고 돈을 보내란다. 우리 피땀이 슴밴 돈을 걔들은 샘 솟 듯하는가 하는 모양이야. 경춘인 어쩌겠니? 맏이만 주는가 해서 우리한테 으름장까지 놓는다. ‘어디 엄마 아버지 늙은 다음에 두고 봅시다. 엄마, 아버진 그저 형님만 형님이라면서. 흥, 둘째아들은 아들이 아닙둥? 그래서 둘째두 맏이 못잖게 집도 사주었지. 그러다나니 우리 둘이 일해 번 돈은 몽땅 애들 둘이 좋은 노릇을 했다. 우린 새끼한테 피를 다 빨린 빈털털이 됐어. 진짜 거미어미야.”
성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누나하구 매형 고생한 보람은 나보다 더 있소. 우로는 부모한테 효성했지. 두 아들도 해결했잖소. 난 미국에 간 한나 근심에 잠이 오지 않소. 저러다가 미국에서 양키놈이나 친하면 어쩌오?”
“못된 올케 있는데 설마.”
그들은 밤중까지 부모형제 말에 자식들 말을 하다가 이불을 둬채씩 덮고 다리를 꼬부린 채 새우잠을 잤다.
새벽이 되자 성호는 술기운이 쭉 빠지면서 추워서 견디기 힘들었다. 누나와 매형은 그래도 용하게 코를 드렁드렁 구르면서 잘도 잤다…
공항철도 기차를 타고 인천공항에 나가는데 편리하려고 성호는 홍대입구역 부근 모텔에 짐을 가지고 갔다.
성숙한테서 전화가 왔다.
“얘, 엄마한테 보낼 짐이 있다. 쌍둥이를 보다나니 가져갈새 없구나. 와서 가져가라. 내 전화도 두고 가고.”
좀 있다가 또 전화가 왔다.
“우리 잠실에서 만나자. 네나 내나 잠실역에서 나가지 않고 만나서 들어왔던 역으로 되돌아가 나가면 차비도 들지 않아.”
성호는 성숙한테는 수진에서 잠실까지 왕복차비 2천원은 깡통 200개나 주어야 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천원도 쪼개 쓰는 막내누나가 글쎄 엄마 생활비로 해마다 백만원을 보내지 않았는가.
막내남동생이 엄마를 모시고 수고한다고 매형과 토론하고 백만원 더 주고 24K금반지를 사주지 않았겠는가.
“숱한 걸 줬는데 오늘 또 뭘 보내겠다고 이러오?”
성호는 성숙의 효성에 코마루가 시큼해났다.
성숙은 쌍둥이 애를 보면서 음식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데다가 그 집 할머니한테서 C형간염이 전염되였다.  C형간염을 치료하려면 쌍둥이를 량 무릎에 올려놓고 본 피나는 돈을 몽땅 쓸어넣어도 치료되겠는가도 미심한 형편이였다. 그녀는 치료를 포기하고 말았다. 명선도 대뇌 혈관 세개나 부어올라 언제 하늘에서 벼락이 쏟아질지 모르는 형편이였다. 그들 부부는 어머니에게 효성을 다하고 남동생을 극진히 접대했다.
성호는 누나들의 뜨거운 사랑에 또 한번 감격했다.
은자도 해마다 엄마의 생활비로 백만원씩 보냈고 계절에 따라 엄마 옷을 사서 보냈고 휄체어, 전자레인찌 등을 자주 보냈다. 이번에 성호가 오자 부산에 불러 극진히 대접했다. 그녀는 병원에서 환자간호를 하면 하루에 9만원을 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청가를 맡고 남동생 성호를 데리고 백화상점에 가서 아래웃옷과 속옷에 구두까지 백만원 거의 팔아 사주고도 모자라서 자갈치시장에 가서 펄떡펄떡 뛰는 멜치와 꼼치, 갈치 등을 한꾸러미나 사다 생회를 떠 먹인다, 생선국을 보글보글 끓여 먹인다하면서 정성을 다했다. 갈라질 때도 서울에 올라가 먹을 채도 정성들여 지어서 한꾸레미 보내고 부산역에 나와서 서울행 기차표까지 끊어줘 보냈다.
정말 성호는 누나네 지극한 효성과 형제사랑에 목멜 지경으로 감동을 먹었다.
성호는 식품상점에 가서 과일을 사고 지하철옷상점에서 목수건을 사들고 지하철에 올라 잠실로 달려갔다.
그들 오누이는 잠실역 지하에서 갈아타는 출입구를 사이에 두고 마주섰다.
성숙은 이불짐을 건네주면서 눈물이 글썽해졌다.
“내가 불법체류돼서 엄마 보러 가지 못해 죄송하다. 이불을 가져다 추위라도 막게 엄마한테 덮어줘라.”
“아니, 숱한 돈을 보냈으면 됐지. 집이 따뜻해 이불이 필요없소.”
성숙은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춥든 덥든 엄마한테 덮어줘라. 이 이불을 보면 막내딸을 보는 거 같잖겠니? 짐이 돼서 네가 좀 수고해라.”
막내누나는 어머니에 대한 정을 이불로 전하고 싶어하지 않는가.
“알았소.”
성호는 과일꾸럭과 목수건을 누나한테 주었다.
“누나, 수태 가지기만 하고 미안하오.”
성숙은 막내남동생이 준 목수건을 목에 돌리면서 갖은 풍상고초에 그늘이 진 얼굴에 잠시나나 웃음을 지었다.
“얘, 고맙다. 난 한국에 나온지 5, 6년 되도록 옷 한견지 사 입어 못 봤다. 남동생 덕분에 새 목수건도 다 쳐보게 됐구나.”
성호는 성숙이 즐겨 먹는 과일 두봉지도 건네주고나서 누나의 손을 잡았다. 누나의 손은 고된 로동에 50대 초반 녀성의 손답지 못하게 꺼슬꺼슬했다.
“누나, 이젠 반백이 넘었는데 돈을 너무 아끼지 말고 생신한 과일이랑 드문드문 사서 잡숫소. 변질한 쌀이랑 먹지 마오. 영양부족으로 병나면 어쩌오? 애나게 번 돈을 자식들한테 몽땅 주지 말고 이젠 양로준비나 하오. 누나는 나와는 달리 퇴직금도 없잖고 뭐요? 농민들은 늙으면 양로가 큰 골치거리오.”
성숙은 눈물이 글썽해 말했다.
 “얘, 부모는 애들한테 돈을 주는 게 아깝지 않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쪽 같은 아들이 아니야? 경남이랑 내 어떻게 난 애냐? 지금도 눈풍설이 이는 날에 만삭이 다된 배를 끌어안고 시내로부터 15리 떨어진 고향에 걸어가 걔를 낳던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엄만 배아프게 낳은 아들한테 뭐나 다 주고 싶다. 너도 이제 그렇지 않은가 지내봐라. 한나한테 밸이라도 다 빼주고 싶지 않은가? 부모들은 자식들한테서 보답을 바라고 주는 건 아니야. 그저 귀여워서 즐겁게 준다.”
(자식한테 주는 부모의 사랑은 진짜 대공무사한 모성애지.)
성호와 성숙은 잠실역에서 눈물을 휘뿌려 석별의 정을 나누고나서 떨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리별했다.
“이제 막내오라비와 갈라지면 언제 만날가?”
“누나, 아무쪼록 몸조심하면서 잘 있소.”
이듬해 봄에 성숙은 부랴부랴 심양으로 돌아왔다. 맏며느리가 아들을 낳고 둘때며느리가 딸을 낳아 애들을 보러 황급히 날아왔다.
두 며느리는 불법체류 돼서 두 아들의 결혼식에도 오지 못했던 시어머니가 온것을 보자 서로 자기 집에 오라고 경쟁이라도 하듯 재촉이 성화 같았다.
뭐나 우로부터 내리 씃는다고 성숙은 먼저 맏며느리네 집으로 갔다. 맏며느리는 시부모를 모시겠다고 한데다가 본가집 어머니가 불법체류여서 한번 귀국하면 다시 한국에 나가지 못할가봐 돌아오지 못해 애를 볼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영구에 있는 둘째며느리는  본가집 엄마가 애를 봐주기에 괜찮았다. 뒤이어 시아버지 명선도 손자손녀를 보러 20년만에 귀국했다.
애가 젖을 먹을 때까지 맏며느리는 항상 어글엉글한 쌍까풀눈에 화기를 띠우면서 시부모를 환대했다.
그런데 애 돌생일까지 쇠고나자 맏며느리 태도는 확 바뀌였다.
먼저 아무 쓸데없이 밥축이나 내고 “고급접대”만 받는 시아버지한테 “축출작전”을 개시했다.
어느날 며느리는 위생실을 청소하면서 새된 소리를 질렀다.
“아이구, 이 때를 봐라! 원, 더러워 못 살겠다.”
성숙이 손자를 안고 무슨 일인가 가서 여겨보았다.
맏며느리 순선은 걸레로 위생실 바닥에 널린 국수오리 같은 때를 닦으면서 두덜거렸다.
“이걸 봐요. 목욕하고 때를 제때에 청소해야지. 어쩜 이렇게 더럽게 살아요? 진짜 미치겠어!”
그 소리를 들은 명선은 귀에 거슬렸지만 억지로 꾹 참았다.
그뿐이 아니였다.
명선은 담배를 피우는 고질병이 있었다. 그런데 손자가 담배연기를 먹을가봐 복도에 나가 창문을 열고 창문가에 서서 담배를 풀썩풀썩 피웠다.
그런데 순선은 문을 꽝 닫아버리면서 또 바가지를 긁었다.
“에이구, 담배를 저렇게 지독하게 피워 온 아빠트에 담배연기야. 우리 아가 담배 연기 맡고 지레 페암에 걸려 죽겠어.”
성숙은 듣기 거북해 한마디 했다.
“며느리, 어쩌겠소? 담배 피우는 고질병이 도져 그러는데. 시아버지 있을 때만은 참소.”
순선은 단통 세귀쌍까풀눈을 흘기면서 달려들었다.
“시어머니, 그것도 말이라고 해요? 참는 것도 한정 있죠. 그래 온 겨울 우리 집에만 붙박혀서 담배만 풀석풀썩 피우면 누가 곱다고 해요? 애 페암에 걸려도 말도 못해요? 정말 진저리난다. 이렇겐 못 살겠어요.”
성질이 팩한 성숙도 참을 수 없어 한마디 툭 쏴주었다.
“아니, 그게 며느리 할 말이오? 지금 애를 다 키우니 시부모를 쫓아내려는 게요? 쩍하면 걸고 들긴?”
끝내 터지고 말았다.
순선은 우는 애를 안고 눈물을 텀벙텀벙 쏟아내며 야단쳤다.
“그래요. 난 시부모하고 한 집에서 하루도 더 못 살겠어요.”
“뭐라오?”
성숙은 성이 꼭두까지 치밀었다.
진짜 믿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기분이였다. 그녀는 억이 막혀 입을 하 벌리고 흐리마리한 눈길로 며느리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한식경이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성숙은 맏며느리한테 짯짯하게 말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간신히 입을 열었다.
“맏며느리, 이젠 시부모한테서 빨아낼 걸 다 빨아냈으니 쫓아내려는 게요? 이 집 살 때 제 뭐라고 했소? 한 80평방짜리 사자고 하니 저네 우릴 모시겠다고 해서 이리 큰 걸 사지 않았소? 침실 셋에 객실 한칸짜리 사서 한칸은 부모칸으로 한다고 하지 않았소?”
순선은 벌거벗고 나왔다.
“그땐 부모와 함께 살자고 생각했는데요. 함께 살아보니깐 서로 불편해서 하루도 더 못 살겠어요. 또 이 집이 크다뿐이지. 우린 둘째네보다 부모네 돈을 더 적게 썼어요.”
성숙은 입을 연바하고는 더 말해야 속이 씨원할 것 같았다.
“그땐 집값이 눅어서 그렇게 됐지. 우리 맏며느리넬 섭섭하게 해준 게 뭐요? 우릴 모실 맏며느리라고 차를 사줬지, 상점 차리라고 돈을 줬지. 왜 지금 와서 이러오?”
순선도 지려고 하지 않고 말대구를 했다.
“그만큼 해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어요? 지금 세월에 시부모하구 함께 사는 자식이 있어요?”
그때 명선이 집에 들어서다가 너무나도 억울해 한마디 했다.
“며느리, 그럼 왜 당초에 모시지 못하겠다고 할 게지. 우리 돈을 다 빼가고 이제야 나눕소? 시부모를 사기치는 게 아니고 뭐요?”
“우리 결혼할 때 오지도 않고서도 무슨 할 말이 있는가요? 우리와 함께 살자고? 렴치 있어요?”
그때 경남이 퇴근해 집에 들어섰다.
“어쨌든 시부모와 함께 하루도 더 못 살겠어요.”
경남이 듣다못해 색시한테 호통쳤다.
“아니, 부모와 무슨 말버릇이오?”
“뭐라고? 경남아, 지금 부모편을 들어? 리혼하면 했지. 이렇게 하루도 살지 못해.”
순선은 애를 업고 울며 불며 바깥으로 훌 나가버렸다.
색시가 부모와 행악질해도 저 도리깨아들은 멍해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긴 내내 데리고 사는 안해를, 아들의 어머니를 어떻게 경솔히 대한단 말인가?
“야, 이 도리깨 아들놈아, 너도 내 배아프게 낳은 아들이냐? 녀편네 엄마하구 행악질할 때 어째 콱 패놓지 못하느냐?”
그러자 경남은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
“그래 붙눈 불에 키질하랍니까?”
경남은 어머니를 쏘아보면서 불을 토했다.
“엄마는 할아버지를 잘 모셨습니까? 순선이 보고 엄마를 모시라고 할 자격이 있습니까? 엄마는 외할머니 우리 집에 왔을 때 어떻게 했습니까? 외할머니와 한달도  있지 못해 모셔가지 않았습니까? 어째 자기 허물은 모르고 며느리 허물만 합니까?”
“뭐라니? 아이고, 억울해서 어디 살겠냐. 어떻게 낳은 아들인데? 녀편네 편을 들어? 아이고, 원통하다, 원통해.”
성숙은 원통해 대성통곡쳤다.
진짜 아들은 품 안의 아들이다. 대학교로 보내면 20프로 남이 되고 장가가면 절반 며느리한테 빼앗긴다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성숙은 생각할수록 분하고 억울했다.
경남은 성숙이 눈풍설이 이는 해산 전날에 만삭이 된 배를 부둥켜안고 15리나 걸어서 본가집에 가서 낳은 아들이였다. 첫애를 해산대 떨어뜨려 잃은 후 어떻게 배아프게 낳은 아들인가? 얼마나 금이야 옥이야 하면서 귀하게 키운 아들인가?
그러나 그 아들은 색시를 말리지도 않았다. 아마 자기 색시이고 아들의 어미여서 소홀히 욕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말리는 말이라도 한마디 하지 못하겠는가? 
성숙은 아들이 야속했다.
경남이 쫓아나가면서 말렸지만 순선은 경남의 손을 홱 뿌리치고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성숙은 눈에서 불이 이글거리는 남편을 보고 구들바닥에 물앉아버렸다.
“여보, 우리 나가기오. 둘째네 집에 가든지. 괜히 우리 때문에 애들이 리혼하는 꼴을 보겠소?”
성질이 괴벽하고 팩한 명선은 발질로 탁상을 걷어차 넘겼다.
“이게 무슨 꼴이오? 둘째네라고 함께 있자 하겠소? 한족며느린데.”
“그래도 둘째며느리는 인정스럽잖고 뭐요?”
“애도 하루도 봐주지 않았는데 곱다고 하겠소?”
그들 부부는 눈 앞이 캄캄했다. 진짜 절망에 푹 빠졌다. 속이 타다못해 입에서 연기가 꾸역꾸역 쏟아져나왔다. 비참한 한숨소리가 적막한 객실을 마음 아프게 쓸쓸하게 톱질했다.
한밤중에야 경남이 혼자 집에 들어서더니 손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침실로 들어가 쿵 쓰러졌다.
성숙은 근심돼 따라들어가 물었다.
“얘, 며느린 어쨌니?”
경남은 천천히 일어나 앉더니 한참 후에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
“엄마, 아버지, 아들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스럽습니다. 순선은 애를 업고 호텔에 들어갔습니다. 이 집에 다신 들어오지 않는대요. 본가집 부모 있는 한국에 나갈 소릴 합디다. 흑흑흑, 흑흑흑.”
성숙은 경남의 손을 잡고 나직이 말했다.
“우리 때문에 너넬 리혼시킬 수야 없지.”
“엄마, 다른 생각하지 마십시오. 밸이 내려가면 집으로 들어오겠지요.”
명선은 침실 문께에서 그 소리를 듣고 정신기둥이 와그르르 무너졌다.
며칠 후 명선과 성숙은 보짐을 싸들고 구부정한 허리를 펴지도 못하고 목단강행 렬차에 올랐다. 모진 마음을 먹고 30여년 살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그들은 차창으로 맏아들을 둔 심양을 내다보면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한국에서 번 돈을 두 며느리한테 다 넘겨주고 불법체류한 적이 있어서 이젠 다시 한국에 가기도 힘들게 됐다. 늘그막에 한국에 간들 어떻게 무거운 일을 한단 말인가?  고향에 돌아가도 농사를 짓기 힘든데 이젠 어떻게 양로한단 말인가?
그들의 앞길이 막막하기만 했다.
그럼 둘째아들 집에 갔더라면 어떻게 됐을가?
그들 부부간은 둘째집으로 가도 역시 며느리가 좋아할 리 없다고 생각하고 아예 떠나버렸던 것이다. 괜히 둘째네 집에까지 가정불화의 불씨를 심을 것이 없었고 아들을 한시라도 중간에서 시집살이를 시키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자식에 대한 부모의 피눈물 나는 사랑, 무조건적인 사랑, 지극한 사랑이였다.
그러나 자식들은 부모의 자식사랑을  리용해먹고 나중에 다 파먹은 김치독처럼 내버리는 페단이 있다.
아, 세상에, 하얀 서리내린 머리카락을 흩날리면서 허리를 구부정하고 흑룡강의 눈덮인 설야를 헤매며 돌아가는 늙은 량주가 눈물겹도록 한없이 가엽구나.
성호는 전화로 그간 비극적인 이야기를 듣고 막내누나가 불쌍해 밤중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텔레비죤에서 동물세계프로를 보다가 스르르 눈 앞이 흐릿해지고 아물거리는 감을 느꼈다.
꿈인가, 생시인가.
그가 글쎄 원숭이로 둔갑해 어떤 수림이 우거진 호수가 시내물 가에 이르지 않았겠는가. 그는 버드나무에 바라올라가 나무가지를 가로 타고 앉아 괴상한 장면을 보았다.
출렁출렁 흐르는 시내물가 버드나무 가지에 어미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어미거미의 목에는 새끼거미 두마리가 딱 매달려 거미발로 꼭 끌어안고 독침을 꽂고 어미거미 피를 빨아먹고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어미거미는 피가 랑자한 목에 뻘건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죽기 전에 숨이 붙어있을 때 새끼거미한테 모기 한마리라도 더 잡아먹이려고 모든 아픔을 참고 광풍이 휘몰아쳐 휘청거리는 버드나무에 아득바득 매달려 거미줄을 치느라고 애썼다.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지면 새끼거미 상했는가 여겨보고는 또 나무가지에 매달려 바둥거리면서 거미줄을 쳤다.
나중에 거미어미는 목에 매달린 거미새끼들한테 피를 다 빨리워 맥없이 스르르 죽어갔다. 거미새끼들은 다 죽은 어미거미 목을 깨물고 늘어져 시체에 남은 피까지 몽땅 빨아먹고서야 천천히 떠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거미어미가 죽어가는 수림 속으로 잔잔히 흐르는 시내물에는 숱한 어미련어들이 알을 쓸고 있지 않겠는가.
어미련어들은 숱한 알을 품은 모질게 뚱뚱한 배를 해가지고 바다로부터 천신만고를 겪으면서 시내물을 수백리 거슬러 올라와 알을 쓸기 맞춤한 여기 산골 수림 속 호수가의 잔잔히 흐르는 시내물까지 올라왔던 것이다. 잔 폭포를 만나면 쏟아지는 거센 물결을 몸을 솟구쳐 뛰고 날아 올라왔다.
폭포 우로 날아오르지 못한 어미련어들은 수십번이고 몸을 날리고 또 날렸다. 어떤 어미련어는 폭포 곁에 서서 기다리던 곰의 입에 물려 비참하게 죽었다. 앞 어미련어가 곰에게 먹히면 뒤 어미련어들이 뒤를 이어 계속 폭포 우로 몸을 날려 올라간다.
어미련어들은 끝내 알을 낳을 수림 속 물결이 잔잔한 시내물까지 헤염쳐올라왔다. 이 수림 속 시내물은 그들이 태여난  고향이기도 하였다. 어미련어들은 지친 몸을 가눌 새도 없이 마지막힘을 알을 줄줄 내쓸었다.
어미련어들은 후대번식의 신성한 의무를 다한 후 지친 몸을 바르르 떨며 시내물 속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였다.
알에서 깨여난 련어새끼들은 자기를 낳고 죽어간 어미련어 몸뚱이를 갈기갈기 뜯어먹고 자랐다.
어디 그뿐인가?
저 호수가 수림 속에서 오누이 호랑이새끼를 데리고 사는 어미호랑이를 보아라.
어미호랑이는 사냥을 해야 하겠는데 잔 폭포가에 있는 곰이 새끼를 물어갈가봐 근심되였다.
어미호랑이는 곰이 폭포 우에 뛰여오르는 련어를 나꿔채 잡아먹는 틈을 타서 아들새끼를 풀숲에 물어다 치워놓았다. 먼저 귀여운 딸새끼를 입에 물고 시내물을 저벅저벅 건너 호수에 뛰여들었다. 그는 호수 복판에 있는 자그마한 섬으로 새끼를 물고 가면서도 풀숲에 치워둔 아들새끼를 곰이 물어갈가봐 자꾸 그쪽으로 돌아보군 하였다. 어미호랑이는 딸새끼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호수 복판의 자그마한 섬에 물어다놓자 아들새끼가 근심돼 정신을 잃고 호수물에 뛰여들어 호수가로 헤염쳐갔다. 어미호랑이는 아들새끼도 풀숲에서 찾아내자 기뻐 어쩔줄 모르면서 주둥이에 슬쩍 물고 호수물에 뛰여들었다. 어미호랑이는 호수 복판에 물어다놓은 아들딸새끼가 뛰노는 것을 보고서야 한숨을 후 내쉬였다.
저쪽에서 우둔한 곰이 폭포수를 거슬러 뛰여오르는 련어를 잡아먹느라고 여념없었다. 어미호랑이는 우둔한 곰을 흘끔흘끔 훔쳐보면서 꽃사슴을 사냥하려고 호수 복판에 자그마한 섬에 헤염쳐갔다.
어미호랑이는 꽃사슴한테 접근하면서도 새끼들이 근심돼 곰의 동향을 흘끔흘끔 훔쳐보았다. 어미호랑이는 갈대숲 속으로 어슬렁어슬렁 헤염쳐가서 물을 먹던 꽃사슴 한마리를 덥썩 덮쳐 목을 물었다.
어미호랑이는 꽃사슴을 물고 호수복판 섬으로 헤염쳐갔다. 곰은 어머호랑이 입에 물린 꽃사슴을 발견하자 호수에 뛰여들어 이쪽으로 헤염쳐왔다. 어미호랑이는 황급히 섬에 뛰여올라 꽃사슴을 팽개치고 새끼들을 섬 가운데 물어다놓았다.
어미호랑이는 뭍에 올라오는 곰을 마주나가 생사결판으로 싸웠다. 곰은 힘을 믿고 꽃사슴을 물고 달아나려고 했다.
그때 어미호랑이는 어데서 그런 힘과 용기가 났는지 허망 날아 덮쳐가면서 곰의 입에 물린 사슴의 다리를 앞발로 탁 챘다.
어미호랑이와 곰이 꽃사슴을 물고 서로 당기고 밀고 하다나니 꽃사슴이 절반으로 쭉 째졌다.
그제야 곰은 꽃사슴 반체를 물고 호수에 뛰여들어 도망쳤다.
재수는 없었지만 어미호랑이는 그래도 새끼들한테 꽃사슴고기를 먹일 수 있게 됐다.
애지중지하면서 키운 딸이란 호랑이새끼가 다 크자 불효를 피우기 시작하였다. 그는 어미호랑이를 꽃사슴이 많은 호수가에서 몰아내려고 으르릉거리며 대판 싸움을 걸었다. 늙은 어미호랑이는 송곳이가 다 싹아떨어져서 더는 새끼를 이길 수 없었다.  어미호랑이는 이젠 사냥도 온전히 하지 못해 배가 홀쪽하게 굶어서 걸을 힘마저 없게 됐다. 
(딸새끼와 싸워 뭘 해?)
그는 한마디 으르렁거리지도 않고 머리를 수깃하고 꼬리를 내리더니 딸새끼한테  제일 좋은 사냥터인 호수를 달갑게 물려주고 비틀거리면서 떠나갔다.
그날부터 오누이호랑이는 꽃사슴이랑 줄말이랑 숱한 호수가에 턱 드러누워 으르릉거리면서 욕심을 차렸다.
비틀거리면서 호수가를 떠난 어미호랑이는 굶어서 맥없이 저멀리 털썩 쓰러졌다. 그러나 호랑이새끼들은 찾아가 보지도 않고 꽃사슴고기를 뜯어먹으면서 즐겁게 뛰놀았다.
어머호랑이는 죽어가면서도 퉁방울눈을 맥없이 뜨고 딸새끼가 꽃사슴을 사냥해 배불리 먹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내 새끼들이 얼마나 장한 사냥군이냐. 너희들 잘 사는 걸 보니 이 어미는 이젠 죽어도 원이 없구나.)
어미호랑이는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천천히 퉁방울눈을 맥없이 감아버렸다.
그의 시체는 불효한 아들딸새끼들이 구덩이를 파고 묻어주지도 않아 곰과 사자의 이빨에 사정없이 뜯기웠다.
곰과 사자가 어미호랑이 고기를 배불리 먹고 떠나가자 숱한 독수리들이 날아와 밸을 빼먹고 눈깔을 빼먹었다. 어미호랑이 시체는 앙상한 뼈만 남았다.
불효한 호랑이새끼들은 눈으로 차마 볼 수 없는 참경을 눈깔을 펀히 뜨고 구경하면서도 곰과 독수리들을 쫓지도 않았다.
성호는 그 눈물겨운 처참한 장면을 보면서 가슴을 치면서 통탄했다.
(아, 어쩜 애지중지 기른 새끼들이 저럴 수 있는가?! 동물세계나 인간세상이나 다 불쌍한 거미어미가 있고 도리깨아들이 있구나!)
사실 우리 세대는 효성을 다해 부모를 모신 마지막 세대이자 스스로 양로해야 하는 최초세대가 아닌가.
(어떻게 부모께 효도하고 자식들한테 의지하지 않고 양로해야 하는가?)
      성호는 그렇다할만한 대책이 없어 생각만 해도 머리 아팠다.
      강산은 대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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