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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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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3권 (35) 김장혁
2022년 08월 26일 11시 23분  조회:1390  추천:1  작성자: 김장혁
     대하소설
                           졸혼
                                   제3권
                                                   김장혁

  
            45. 아버지

       S시 중심에 별을 찌르며 우뚝 솟은 금무호텔에 긴장이 뭉게뭉게 감돌아 피여오른다. 금무호텔을 감돌아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금잔디 은잔디 띠놀고 불빛도 오색령롱한 륜선이 붕- 경적을 울리며 긴장을 꿰뚫고 지나간다. 청춘의 활기로 넘치는 미녀들이 희희락락거리며 별무리와 키스하며 서정시를 쓰고  보름달은 얇은 구름 사이로 은침을 쏟아부으며 강물에서 륜선과 숨박꼭질하며 공포의 꼬리를  하느적거리며 물장구를 친다.
      택시 한대가 금무호텔 앞에 달려와 멈춰섰다. 훤칠한 30대 초반 노랑머리 양아가씨와 양키가 금발남자애 하나 데리고 택시에서 내려 사위를 둘러보더니 호텔 안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호텔 대청 커피숍에서 선글라스를 낀 한 50대 중반 사내가 커피를 후후 불어  마시며 분주히 오가는 손님들을 유심히 참빗질하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낀 그의 시선에 금발애 손을 잡은 양아가씨와 금발양키가 들어왔다. 그들 셋은 문어구에서 건강마를 검사맞히고나서 카운터에 다가가 뭐라고 주고받더니 엘레베터 쪽으로 총총히 걸어가는 것이였다.
사내는 엉거주춤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그들을 따라 엘레베터를 탔다.
양아가씨가 50을 꼭꼭 눌렀다.
사내는 인차 51을 꾹꾹 눌렀다.
엘레베터 번호를 다 누르는 순간 서로 눈길을 보냈다.
사내는  선글라스를 바로 잡아 끼는 척했다.
순간, 이상한 불빛이 번쩍였다.
양아가씨와 양키는 별로 개의치도 않고 50층에 이르자 선글라스를 낀 사내한테 히쭉 웃어보이면서 애 손을 잡고 엘레베터에서 나갔다.
선글라스를 낀 사내는 51층에서 내리자마자 쏜살같이 층계로 달려가 50층으로 뛰여내려갔다.
그는 50층 층계 구석에 고양이처럼 발볌발볌 다가가더니 얼굴을 반쯤 내밀고 복도를 내다보았다.
양키와 양아가씨는 애 손을 잡고 5027호를 지나더니 키로 30호 방 문을 절컥 열고 들어가지 않겠는가.
사내는 급히 외투에 달린 단추미형대화기에 대고 나직이 말했다.
“군철의 새 애인은 양아가씨 맞는데. 양키와 금발애는 뭔가? 방도 바꿨는가?”
선글라스에 메시지가 떴다.
“금방 전송된 사진을 분석중. 좀 기다리세요. 최혜영.”
금방 엘레베터에서 사내는 선글라스를 바로잡아 끼는 척하면서 금발미녀와 양키를 촬영했던 것이다.
사내는 도적고양이처럼 27호 방에 다가가더니 키로 문을 열고 스리슬쩍 들어가 잠적했다.
그 사내가 누군가? 그가 바로 사인정탐가 리성호였다.
성호는 최헤영 국장한테 단추미형대화기로 알렸다.
“금발아가씨 일행 3명 몽땅 30호 방에 들어갔소. 양. 정호는 안 보이오. 방을 바꿨는지 모르겠소.”
“전송사진 분석결과 금발아가씨는 확실히 군철의 애인 애리싸군요. 오빤 이미 폭로됐어요. 30호 방은 당지 경찰에게 맡길게요. 호텔 대청에 돌아가 정호와 나영이 들어오는가 지키세요.”
“알았소.”
사실, 성호는 허병칠을 나포해 수사일군들한테 넘긴 후 최국장과 토론하고 인차 비행기를 타고 S시로 날아왔던 것이다. 그들은 정호가 로씨야로 도망칠 것 같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호와 나영은 허병칠에게 준 손목시계핸드폰 이동위치와는 반대방향으로 도망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또 정호와 황선희 출국비자를 보면 나흘 지나 미국 행으로 일정표가 정해져 있었다.
(아무리 둔해도 정호가 실명려권을 들고 출국하겠는가?)
최혜영과 문걸은 다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그러나 정호는 허허실실로 소문난 자여서 진짜 려권을 들고 미국으로 떠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1프로 그 가능성이라도  있어도 놓쳐서는 안되였다. 또 가능하게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있는 남방 S시로 꼭 올 것 같은 예감도 들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금방 나영이 꼬리를 밟히고 말았다.
사실 나영의 남편 철석은 색시가 애까지 버리고 온다 간단 말도 없이 불시에 실종되자 이튿날로 공안국에 신고했던 것이다. 수사일군들은 철석을 보고 나영한테서 전화 오기만 하면 신고하라고 했다.
금방 철석은 유치원에 애를 데리러 갔다가 아들애와 화상통화하는 나영을 본 후 인차  공안국에 찾아가 신고했다.
그는 수사일군들한테 나영의 위치라도 찾아달라고 애원했다.
수사일군들은 인차 나영의 친구 박지영을 찾아내 나영의 핸드폰번호를 장악한 후 철석을 보고 이제 나영한테서 전화 오면 계속 공안국에 즉시 알리라고 했다.
공안국 제7과에서는 즉시 전자위치추적기로 인차 나영이 S시에 있다는 것을 추적해냈다.
최혜영 국장과 박동묵 국장은 인차 나영은 가능하게 정호와 함께 S시에 있으며 금무호텔 5027호 방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하고 당지 공안국에 수사협조를 요구하였다.
당지 공안국 수사일군들은 정호의 아들이 출근하는 기업소 위치를 찾아냈을뿐만 아니라 군철의 모든 사회관계와 남녀관계, 출퇴근 경로 등까지 세심히 수사해냈다.
최혜영은 시름이 놓이지 않아  사사로이 성호를 보고 금무호텔을 감시하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사실 애리싸는 군철의 부탁을 받고 친오빠와 함께 오빠네 애를 데리고 금무호텔에 와서 수사일군들이 있는가를 두루 냄새를 맡으러 왔던 것이다.
애리싸는 30호 방에 들어가 인차 오빠를 시켜 군철한테 사전 암호대로 위챗으로 “N”자를 보내게 했다. ”N”자는 “NO”의 첫자모로서 군철과 애리싸는 사전에 “금무호텔에 와선 안된다.”는 암호로 정했던 것이다.
사실 정호나 군철은 모두 나영의 전화가 폭로됐는지는 확실하게는 몰랐다. 그러나 군철은 나영이 그 새 전화를 쓰지 않았다고 믿기도 어려웠다.
군철은 나영과 갈라져 가면서 뻐스에서 대포폰을 꺼내 위챗으로 나영이 알려준 정호 대포폰 번호에 문자와 사진을 보냈다.
 
    쫙 벌린 입 사진, 버치 사진, !
금무호텔-”
“대못” 사진, “가지”  사진.
 
교활한 정호는 뭔지도 해리하기 전에 인차 대포폰으로 받은 그 문자와 사진을 복제해 그대로 나영의 대포폰에 보냈다.
그 시각 나영은 군철과 갈라져 택시를 잡아타고 정호를 만나러 공원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부동한 장소에서 정호와 나영은 각기 그 이상한 메시지를 해리하려고 모지럼을 썼다.
그래도 정호가 해리 빨랐다.
(금무호텔에 문제 생겼는가?)
정호는 입을 쫙 벌리고 감탄표를 련상했다.
(“아” 아닌가? 건데 “버치”와 감탄표는 뭐지? 혹시 한데 붙여볼가. “아버치!”, 아- 그래. “아버지!”야. 그럼 군철이 보낸 거구나.)
정호는 놀랍고도 기뻤다.
(대못과 가지는? 대못, 가지. 아니, “대못 가지”, “못 가지” 아닌가.)
그때 군철한테서 또 문자 왔다.
 
국제호텔.
택시 사진.
 
군철은 애리싸한테서 메시지 또 받고 금무호텔에 수사일군들이 늘어서 있다는 것을 알고 정호한테 문자메시를 재차 보냈다.
애리싸는 30호 방에서 수시로 정찰한대로 군철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한참 후 그녀는 오빠와 함께 조카를 데리고 유유히 금무호텔을 떠났다. 성호는 수사일군들과 함께 혹시나 해 계속  금무호텔에서 정호와 나영이 나타나기를 초조히 기다렸다.
밤은 깊어가는데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정호는 급해나 대포폰으로 나영의 대포폰에 문자를 보냈다.
 
금무호텔에 가지 말고 갈라진 곳으로 오라.
 
나영은 자기가 성림한테 전화한게 문제로 됐다는 것을 직감하고 혀를 홀랑 내밀었다.
그녀는 신변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택시를 바꿔 타고 정호와 갈라진 공원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교활한 정호는 공원도 안전한 곳이 아니라고 여기고 트렁크랑 끌고 녀화장실에 들어가 대변실에 들어앉아 기다렸다.
(에이, 참, 진짜 무서운 저승사자들이야. 어떻게 그림자처럼 졸졸 묻어다닐 수 있어? 나영이 꼬리를 밟혔잖았을가? 만약 그렇다면 아쉬운대로 그년 꼬리도 가차없이 잘라버려야지.)
정호의 우멍눈에는 지독한 빛이 번쩍였다.
그때 대포폰이 울렸다.
“오빠, 어딘가요?”
정호는 목소리를 죽여 알려주었다.
“녀자화장실 마지막 변기에 앉아 있어.”
다행히 녀자화장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윽고 나영이 당황망조해 헐레벌떡 달려들어왔다.
똑똑똑.
그녀는 화장실 문을 노크하며 나직이 불렀다.
“김사장님.”
“으흠.”
문이 열렸다.
정호는 손으로 말하려는 나영의 입을 막으며 트렁크를 끌고 황급히 화장실에서 나갔다.
나영은 배낭을 메려고 손을 내밀었다.
정호는 나영의 손을 탁 쳐버렸다.
(네년한테 금은보화배낭을 절대 맡길 수 없어. 흥.)
정호는 큰길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빨리 여길 떠나자!”
“어디로?”
그때 택시가 달려왔다.
정호는 택시를 불러세웠다.
택시에 올라타자 정호는 나직이 한마디 내뱉었다.
“국제호텔로.”
“예.”
택시 운전수는 녀자복장을 입은 정호 목소리가 이상했는지 반사경으로 뒤좌석을 힐끔 곁눈질했다.
정호는 눈치채고 제꺽 선글라스를 끼였다.
어느덧 택시는 복잡한 시내를 쏜살같이 꿰질러 국제호텔 앞에 이르러 멈추려고 스피드를 죽이고 있었다.
“잠간! 한고패 돕시다.”
“네?”
정호는 언성을 높였다.
“사람 찾자고 그래. 참 무더운데.”
“예. 알았습니다.”
택시는 국제호텔 앞에 천천히 다가갔다.
대문 앞에30대 초반 녀자가 서서 초조히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어디라 없이 두리번거렸다.
대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화단에서 한 사내가 돌아서서 흡연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까만 마스크를 껴서 잘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호텔 앞에 서 있는 그 녀성을 찬찬히 여겨보니 어쩐지 좀 눈에 익어보이지 않겠는가.
(아니, 리나?)
정호는 군철의 본처 리나를 발견하고 어정쩡해졌다.
(군철이 보냈을까? 아니야. 걔들은 리혼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혹시 군철이 보내지 않았을가 하는 미련도 남았다.
(리나가 나타난 건 우연한 일이 아니야.)
“가인아, 내려가 봐라. 미색원피스 입은 저 색시 군철의 본처 같아.”
“지금 어쩐지 어데서 우릴 감시하는 거 같은데요.”
“괜찬아. 아무리 귀신이라도 여기까지 따라왔겠니? 빨리 가 봐. 선을 달아야지.”
(항상 날 앞에 내세우고 자기는 뒤로 빠지면서. 흥!)
나영은 속으로 게두덜거리면서 택시에서 내려 리나한테 발뼘발뼘 다가갔다. 그녀의 걸음마다 위험이 독사처럼 혀바닥을 날름거리면서 도사리고 있었다.
그때 저쪽에서 흡연하던 사내가 트렁크를 들고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섰다. 정호가 여겨보니 군철이 아니겠는가.
군철은 나영을 알아보고 택시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택시는 천천히 군철이 쪽으로 미끌어져나가다가 급정거했다.
군철은 택시 문을 열고 트렁크부터 들여놓고 택시에 올라탔다.
“빨리 몰앗!”
군철이 고함치다싶이 했다.
“가인을 데리고 가야 해!”
“저 녀자는 탄로났슴다. 꼬리 밟히기 전에 잘라버리시오.”
“아니야. 세웟!”
택시는 멈춰 섰다.
“죽어도 저 녀자는 데리고 가야 해.”
나영은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녀는 택시에 올라타면서 게두두벌거렸다.
“날 버리고 가려고?”
“그럴리야. 운전수 오해야.”
군철은 택시 운전수를 보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공원으로 몰아.”
“리나는 어쩌니?”
“꼬리 길면 밟힙니다.”
택시는 다시 공원으로 달렸다.
“얘, 공원은 위험해.”
“공원에서 택시 바꿔 탑시다.”
군철의 주도면밀한 말에 정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한참 달리다가 군철은 웬 호텔 앞에서 택시를 멈춰세웠다.
운전수는 이상해 물었다.
“아직 공원에 도착하지 못했는데.”
“공원에 가지 않겠네. 내립시다.”
군철은 택시비를 결산하고 호텔 앞으로 다가가는 척했다.
택시가 멀리 사라진 후 군철은 또 다른 택시를 불러세웠다.
“해변가로.”
“네-“
택시는 차들로 꽉 찬 큰길을 하나하나 지나갔다.
한식경이나 달려 해변가에 이르렀다.
정호는 택시가 떠나가자마자 군철을 와락 끌어안았다.
“군철아, 미안하다. 련루시키지 말아야는데.”
“괜찮아요. 이모부.”
“아니, 이모부? 얘야. 난 네 친아빠야.”
정호는 가래짝 같은 두 손을 뻗쳐 군철의 얼굴을 매만졌다.
군철은 정호 손을 떼면서 말했다.
“이러지 마십시오. 이모부.”
군철은 트렁크에서 방호복을 꺼내 주었다.
“어서 입으십시오. 방역경찰을 누가 막겠습니까? 려권도 여기 있습니다. 이런  려권을 가지고 어디로 간다고 그럽니까?”
정호는 대수로워하지도 않았다.
“근심하지 말라. 내게 묘책이 다 있으니깐. 건강마는 됐니?”
군철은 대포핸드폰 두개를 꺼내주었다.
“이젠 이걸 쓰십시오.”
“아니, 나영이 준 핸드폰도 대포폰인데.”
“안돼요. 이미 아버지와 이분 핸드폰 다 공안국에 로출됐을 수도 있어요. 애리싸가 금무호텔에 가보니 선글라스를 낀 수상한 자가 벌써 냄새를 맡았는지 뒤쫓더랍니다. 내 준 대포폰이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음. 주밀하군.”
정호와 나영은 군철이 준 대포폰을 받아넣었다.
군철은 정호와 나영을 둘러보며 “대포폰에 건강마앱을 장치해놓았습니다. 래일 쯤 핵산검사를 꼭 하십시오.” 하고 당부했다.
나영도 허리 굽히며 인사했다.
“감사해요. 지금 건강마 없인 아무데도 들어갈 수 없어요. 이젠 됐어요.”
군철은 횡설수설했다.
“그래, 지금 엉덩이를 드러내놔선 괜찮아도 입을 드러내면 잡아가죠. ㅋㅋㅋ.”
나영은 청포도쌍까풀눈을 정호한테 곱게 흘겼다. 
(저 놈새끼는 겉은 애비를 닮아도 속은 말수 적은 애비를 닮지 않았구나. 헛소리만 치는 거 봐라. 흥.)  
군철은 뒤잔등에 공안국이란 글자가 박힌 방호복을 입는 정호와 나영을 보고 중얼거렸다.
“참 답답합니다. 도대체 무슨 죄를 졌습니까? 이렇게 상가집 개처럼 쫓겨다니면서? 자수할게지...”
“무슨 말버릇이냐? 아버질 보고. 흥!”
“아버지? 이제야 와서 아버지질 하겠다고? 흥! 손자들 보기도 미안하지 않습니까?”
"손자?"
(그래, 네놈 이젠 속으론 날 애비로 인정하는구나. 그럼 그렇겠지.)
정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하얀 방호복 모자를 쓰면서  우멍눈으로 나영을 힐끔 곁눈질했다.
“인사해라.”
그는 군철의 손을 잡아 나영의 앞에 세웠다.
“나하구 생사고락을 하는 후어머니야.”
“후어머니?”
군철은 어처구니없어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삶은 소대가리 웃다가 꾸러미 터질 소릴! 흥!”
군철은 서너살 어려보이는 생소한 녀자를 어머니라고 부르라는 정호가 제정신인가고 여겨보았다.
“좋다. 글쎄 불시에 입버릇을 고치긴 힘들겠지. 허나, 언젠가는 꼭  엄마라고 부르게 될 거야. 입버릇 꼭 고쳐라.”
군철은 두덜거렸다.
“엄마한테 미안하지 않습니까? 구천에서 엄마 보면 뭐라겠습니까?”
“엄마 구천에서 기뻐할 거야.”
군철은 어처구니없어 우멍눈으로 정호를 쏘아보았다.
정호의 우멍눈에는 이상한 유머가 번쩍였다.
“생각해봐라. 엄마라구 내 홀애비로 살면 좋아하겠니? 구천에서도 대성통곡칠 거야.”
군철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글쎄 두분 지금 어디까지 갔는진 몰라도. 어울린다고 봅니까?”
나영이 끼여들었다.
“어울리고 말고요. 우릴 근심하지도 말아요.”
군철은 정호와 나영을 둘러보며 물었다.
“언제부터 아는 사입니까? 혹시 우리 엄마 생전부터 암암리에 좋아하지 않았습니까? 량심 있습니까?”
정호와 나영은 머리를 숙이고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군철은 정호를 질책했다.
“아버진 엄마한테 영원히 죄인입니다. 엄마 날 임신해서부터 얼마나 고통 속에서 살았겠습니까? 내 커갈수록 문걸 아버지한테 진상이 드러날가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겠습니까? 세간의 눈이 얼마나 두려웠겠습니까? 예?”
군철은 정호 앞에 다가가 불찌 뚝뚝 떨어지는 눈길로 쏘아보며 질책을 거듭했다.
“어째 내 생겼을 때 이모하구 훌 리혼하구 엄마하구 통쾌하게 결혼하지 않았습니까? 예? 엄마를 그래 그저 노리개로만 봤습니까? 네?”
정호는 간신히 머리를 들고 군철을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
“넌 그때 나하구 엄마 처지를 몰라 그래. 됐다, 됐어. 다 지나간 얘기야.”
정호는 군철의 두 팔을 붙잡고 화제를 돌리며 당부했다.
“전번에 부탁한 일 마저 해달라. 련루될 수도 있고 위험한 모험이긴 해. 한번 좀 그럴듯하게 연극 놀아달라.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일 수도 있다.”
      정호는 배낭을 열어제끼고 려권 하나를 꺼내 군철한테 주었다.
"부탁하자."
군철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물었다.
“실명 려권이군요. 출입경검사소에 맨 소경이 들어앉아 있는가 합니까?"
"그래서 네가 시탐해보라는 거잖아."
군철은 려권을 핸드빽에 챙기며 물었다.
"무슨 죽을 죄라도 졌습니까? 꼭 외국에 나가야만 됩니까? 공안국에 가서 자수하라는데.”
“죽을 죄는 아니야. 그러나 자수하면 그날부터 자유를 박탈당해. 난 자유 없인 한시간도 못살아.”
“자유를 좋아하고 있네. 경찰들한테 쫓겨다니는 초가집 개 신세에 무슨 자유!”
정호는 군철의 따귀라도 하나 얼얼하게 갈기고 싶었다. 그러나 용케 참고 대신 나영을 돌아보며 시물시물 웃었다.
“그래. 개처럼 쫓기워도 우린 자유가 좋아.”
나영도 새물새물 웃어보였다.
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뒷말을 이었다.
“다  자손 만대 더 잘 살게 하려고 돈을 긁어모으다가 이렇게 됐다.  애나게 한뉘 번 걸 다 너네 이모한테 물려줬다. 후에 네가 지혜롭게 하나하나 찾아내야 해. 순정은 자식도 없어. 그러나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선 안돼. 너무 무례하게 대하지 말고 효성을 다해 잘 모셔라. 이모도 재산을 물려 줄 사람이 너 밖에 없잖니? 네 효성에 감동 먹으면 이모도 별 수 있니?”
군철은 속으로는 엉큼한 생각을 하면서도 속과는 달리 말했다.
“그 더러운 재산 없어도 난 잘 살 수 있습니다. 이제 당장 부총경리로 올라가면 한해에 년금이 백만원도 넘습니다.”
정호는 또 한번 어깨 넘는 훤칠한 군철을 와락 끌어안았다.
“아들아, 하나 밖에 없는 내 아들아, 네 같은 아들이 있어 정말 자랑스럽다.”
그러나 군철은 두 손으로 정호 가슴을 밀어버렸다.
“어서 살 길이나 찾으십시오. 다신 날 찾지 마십시오.”
정호는 방호모자를 벗고 우멍눈에 눈물이 글썽해 머리를 끄덕였다.
“미안해. 아버지 모자라서. 외국에만 날아가면 다신 시끄러움 끼치지 않을게. 애들을 키우면서 잘 살아라.”
“근심 말아요.”
“한가지 더 있다. 금방 리나 나왔던데. 도대체 복혼할 예산이냐?”
“걱정마십시오. 리나는 애들 봐서 복혼하자고 합디다. 리나는 내 이전 일을 더 묻지 않겠답디다. 오늘 고험하느라고 이모부하구 련계달아달라고 내세웠댔습니다.”
정호는 머리를 끄덕였다.
"어지간하면 송림의 에미를 받아들여라."
"리화 말도 마십시오. 문걸 아버지는 리화라면 딱 질색입니다. 이전에 우리 집에 왔을 때 엄마하구 둘이 설거지까지 시켜먹으면서 어찌나 짜증나게 잔소리를 했는지. 아버지는 리화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문걸이는 문걸이구. 난 달라."
정호는 뭐가 피뜩 생각났는지 눈길이 곱지 않았다.
"이제부터 문걸을 아버지라 말고 이모부라 해라. 네 아버진 여기 있잖니?"
"촌수 개판이구만. 아버지 됐다. 이모부 됐다. 이모부 됐다가 아버지 되구. 세상 웃긴다,"
"그게 운명의 장난이야. 이제부터 넌 전주 리씨 아니구 충주 최씨야."
"전주 리씨 왕가라던데. 이름도 없는 충주 최씨라?"
"아니야. 우린 고려 말기 왕과 궁전을 지켜낸 유명한 장군의  후손이야."
"참 대단하구만. 그래서 제 딸만한 후처도 하구. ㅋㅋ."
정호는 군철을 흘겨보면서도 제꺽 화제를 돌렸다. 
“애리싸는 어쩌구?”
“애리싸는 좋은 녀자죠. 그런데 동서방 문화가 너무 달라서 고려 중입니다. 미국 녀자들 자유와 개성해방 참 납득이 안되는게 많아요. 애리싸도 우리 인생 가치관과 풍속에 항상 도리머리질합니다. 계속 평행선을 달리죠. 언제 화학적으로 진정 하나로 결합되겠는지 모르겠습니다.  ”
“누구하구 살든 넌 애비처럼 살지 말라. 가정을 중히 여기고 안해 되는 사람을 한 마음 한 뜻으로 아끼면서 살아라…”
나영은 정호 입에서도 그런 말 다 나오는가는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 내게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슴까?”
“뭐? 금방 뭐랬니? ‘아버지’라 했어?”
“이모부, 잘 가세요.”
정호는 떠나기 전에 군철을 와락 끌어안고 나직이 말했다.
“얘, 이래 보면 마지막일지도 어떻게 아니? 아버지라고 한번만 불러달라."
나영은 물기어린  까만 포도쌍까풀눈을 동그랗게 뜨고 군철이를 바라보았다.
군철은 마지못해 입을 정호 귀가에 가져다 댔다.
“아버지, 아버지 아니면 제가 오겠습니까? 아버지를 구하려고 아들이 온게 아닙니까? ”
정호는 머리를 끄덕이면서 군철의 잔등을 두드리며 나직이 당부했다.
“그래. 아들아, 넌 꼭 법을 지키면서 가정이 화목하게 살아라. 애비를 봐라. 한뉘 아글타글 해도 법을 어겼기에 청춘은 락화류수요, 인생은 허황한 일장춘몽이구나. 네 말처럼 날마다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니잖니? 법을 지키면서 사는게 젤 자유롭고 행복하다. 알만하니?”
군철은 머리를 끄덕였다.
“아버지, 꼭 명심하겠습니다.”
정호는 “아버지”란 말 한마디만 듣고서도 입이 함박만해 키 넘는 군철을 대견스레 쳐다보았다.
“송림하구 길림이, 손자들을 못 봐서 한이구나.”
“후에 볼 날이 꼭 있겠지요.”
군철은 정호 손을 꽉 잡고 흔들고 나서 나영한테 얼굴을 돌렸다.
“혹시 다른 핸드폰 있는가요?”
“네- 있어요.”
“그 핸드폰도 이리 주십시오.”
“왜?”
“그 핸드폰은 이미 공안국에 로출됐습니다. 이제껏 이걸 썼는가요?”
“아니,”
“다행이군.”
나영은 핸드빽에서 핸드폰을 꺼내 건넸다.
“이걸로 내 수사일군들을 다른 데로 따돌려야겠습니다.”
군철은 나영의 핸드폰을 핸드빽에 챙겨넣으면서 나영을 기대에 찬  눈길로 마주 바라보며 무거운 입을 열었다.
“아버지 만년을 잘 부탁드립니다.”
정호가 끼여들어 한마디 했다.
“무거운 부탁하겠으면 후어머니라고 불러라.”
“녀동생 지예만한 녀자를 어머니라고 불러라고? 아버지, 너무 합니다.”
군철은 나무나도 어이없어 이렇게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럼 떠나갑니다.”
"야, 임마, 후어머니라고 부르기 그러면 계모라고 불러라."
"후엄마나 계모나 뭐 다릅니까? 진짜 촌수 개판이야."
군철은 허리를 굽히며 나영의 손만 잡아주고 성큼성큼 떠나갔다.
나영은 군철을 나무리지 않았다.
(흥. 누가 제 새끼 두고 네 후에미 되자니? 남은 제 새끼 보고파 죽을 거 같은데.)
정호는 떠나가는 군철의 너부죽한 뒤잔등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우멍눈으로부터 주르르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순간, 나영은 성림이 생각나 그리움의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이래서 손바닥이 다르고 손등이 다르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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