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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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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졸혼 제4권 (59) 김장혁
2022년 11월 10일 11시 35분  조회:1466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졸혼 제4
 
        69. 말로

 
     나영은 쪽방촌 월세집에서 착잡한 생각에 잠겼다.
     (졸혼하고 정호를 따라나선 거 후회돼. 육체욕망을 채우려고 애를 다 버리고 이게 무슨 개 고생이냐?. 일본과  한국까지 도망쳐도 초상집 개처럼 쫗겨다니지 않았던가?)
     그녀는 자기 하루살이 신세에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였다.
     (정호는 나는 놈이긴 나는 놈이야. 어쩜 일본에서 한국 기생년 미희를 다 친해서 배를 타고 한국으로 다 도망칠 수 있단 말인가.)
     사실, 정호와 나영은 황선희가 자취를 감춘 후 일본에 더 눌러 있다간 나포될 위험이 많다고 여겼다.
     정호는 번개같이 도망칠 궁리를 돌렸다.
     (이젠 딸라도 다 떨어져가지. 황선희는 공항의 딸라와 금은보화를 찾아주지 못하지. 어떻게 산단 말인가? 한국에 도망치자. 그런데 공항으로 도망치기는 다 글렀어. 경찰들이 나하구 나영이 공항에 나타나길 기다릴텐데. 배를 타고 도망치자고 해도 내밀게 있어야 도망치지. 이젠 일본에 더 있지 못해. 전번에 얼마나 위험했는가? 글쎄 성호란 놈이 어떻게 오사까 기생거리에까지 쫓아왔어? 말로는 친구이기에 자수하라고 권고하러 왔다고? 그 놈새끼, 참 묘한 놈이야. 아마 내 기생놀이를 잘 하는 습관을 알고 기생거리에 잠복해 날 기다린 거 같아. 그래서 자리를 옮겨 교토 일지화거리 근처 기생거리에 갔댔는데 그 새끼 어떻게 돼 거기까지 쫓아왔어. 하도 내 주먹이 셌기에 그 개새끼한테 붙잡히지 않았지. 하마트면 손목에 쇠고랑이를 찰 번 했잖아.)
      정호는 습관처럼 번대머리에 몇대 안되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며 량미간을 찌프렸다. 한참 후 그는 무릎을 탁 치고 일어났다.
      “그래. 사쿠라와 미희를 찾아가야지.”
      정호는 성호가 나타날가 봐 두리번거리면서 교토 기생거리에 가서 먼저 일본 기생 사쿠라를 찾아갔다. 전번에 싸울 때 보니 정호는 진짜 사내였다. 게다가 정호가 후에 자주 사쿠라를 찾아가 데리고 놀면서 딸라를 아끼지 않고 푹푹 쥐여주면서 정을 쌓았던 것이다.  그는 사쿠라를 보자 두툼한 딸라를 쥐어주면서 부탁했다.
      "삯전을 푼푼히 줄테니 대마도 앞바다에 실어다 줄 어선을 구해달라."
사쿠라는 돈 밖에 모르는 기생이어서 두툼한 딸라를 받아쥐자 선선히 대답했다.
      "저의 오빠가 소형유람선 선장인데 도와달라고 부탁할게요."
.     정호는 사쿠라를 안아 한바퀴 빙 돌려주었다.
      뒤이어 정호는 옆방의 한국 기생 미희를 만나 두툼한 딸라를 쥐어주고 또 도움을 청했다. 다행히 미희는 정호가 이전에 자기 몸에 손 하나 대보지도 않고 200딸라나 주던 “선심”을 높으게 샀던 것이다.
      그녀는 정호를 정인군자로 여기고 한국 부산 어촌에 있는 오빠한테 뭉치돈을 주기로 하고 어선을 부탁했다. 미리 정한 도주날자에 미희의 오빠는 대마도 앞 공해에 어선을 몰고 와서 대기하였다. 정호는 대마도에서 사쿠라 오빠 선장한테 뭉치딸라를 쥐여주고 나영과 미희를 데리고 어선에 올랐다. 그들은  대마도 앞 공해에 나가 핸드폰으로 련락해 아주 순조롭게 미희 오빠 어선을 갈아타고 한국 령해에 들어섰던 것이다.
      (말로야, 말로! 아무리 한국에 온들 누가 공밥을 주겠는가. 정호가 아무리 황선희랑 하영이랑 위협하면서 돈을 보내달라고 해도 누가 뜨끔해하는가? 그래도 인사과장과 재무과장은 의리 좀 있어. 자기들 죄행이 드러날가 봐 정호 남동생 정철한테 뭉치돈을 부쳤지. 그것도 림시구급이지. 아무 일도 할 예산은 없고 위협공갈로 살자는 정호를 믿고 어떻게 살아? 괜히 협잡군 공범이 돼 죄나 커질게 아닌가? 아무리 정호가 손오공이라도 아무 때건 꼭 체포돼 감옥살이를 하게 될 거야. 이젠 손에 쥔 돈도 없지.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이젠 내 음식점에라도 가서 일하지 않으면 당장 입에 풀칠도 하지 못하잖겠는가.)
      그녀는 빨래를 세탁기에서 꺼내 옥상에 올라갔다.
      하늘에서는 절망의 시허연 눈이 푸실푸실 흩날려내렸다.
      나영은 퍼렇게 얼어드는 손으로 빨래를 옥상 바줄에 널면서 두덜거렸다.
      (이젠 정호 성학대에 신물이 나. 번대머리를 믿고 따라 나선게 잘못이지. 육욕에 눈이 어두워 저런 색마를 따라 나선게 잘못이지. 글쎄 탐오만 하지 않았으면 왜 애를 다 버리고 저 색마를 따라 여기까지 왔겠어. 미쳤어, 미쳐.  남들은 졸혼하니깐. 뭐 자유로워서 좋다더니만. 흥!  자기만의 삶을 살아서 좋다는지, 남편을 떼버리고 제멋대로 살기에 좋다는지 별 소릴 다 하더구만. 흥! 탐오죄를 범하고서야 뭐가 자유로울 새 있는가? 맨날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니는 신세에. 처음에는 그래도 병신처럼 그게 어쩌지 못하는 반편 남편을 훌 버리고 정호를 따라와 진짜 사내 맛을 본 거 같아 좋았는데. 한 반년 지나니 그것도 이젠 싫어.)
      나영은 아들 성림이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빨래를 손으로 탁탁 치며 두덜거렸다.
“그렇다고 집에 돌아갈 수도 없어. 무슨 낯으로 남편을  봐? 진짜 남자 맛을 본 담엔 병신 같은 철석과는 이젠 못 살아. 아무리 탐오한 걸 다 게우고 자수해도 감옥살이는 면치 못해. 공적도 다 떼우고 뭘 먹고 산단 말인가? 범죄전과가 있으면 한국에 들어오는 비자도 내지 못한다고 하잖아? 이럴줄 알았더라면 내 왜 전람관 재건비용에 손을 댔겠는가. 사람이란 법을 지키고 자기한테 차례진 거나 먹고 부유하진 못해도 만족하면서 사는게 젤 행복해. 이담 성림이 보고 아무리 없이 살아도 절대 법을 어기지 말고 살아라고 당부해야지. 내 아들은 엄마처럼 살지 말라고. ”
      그녀는 눈 내리는 옥상옥(屋上屋)에서 쪽방촌의 게딱지처럼  올망졸망하게 들어앉은 초라한 집들을 내려다보며 자기 신세를 한탄했다.
“어쩜 대학졸업생이 이런 신세 됐어? 옷을 널 데도 없어 눈 내리는 날에 바깥에 널어야 하지 않는가.”
저 멀리 남산 위에 우뚝 솟은 서울 탑과 푹 깔아앉은 골짜기 쪽방촌 집들은 눈 내리는 하늘 아래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쪽방촌으로 들어오는 어귀 2층 양옥이 도고하게 앉아 쪽방촌 사람들을 비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양옥에는 미국에서 갓 돌아온 조선족아줌마가 세를 맡고 들어 살고 있었다.
      (저만한 양옥에서라도 살면 얼마나 좋겠어? 옛날 최국장이 아니야. 미국에서 온 아줌마는 60대 초반인 것도 저런 양옥에서 사는데. 그물을 손질하는 거 보면 남편은 고기잡이하는 어부인가? 어부네 안해도 저런 양옥을 다 세맡고 사는데. 문화국 국장의 애인이라는게 이게 무슨 꼴이람. 흥! 어쩜 30대 중반 새파란 애인을  이런데다 날 처박아두려고 해? 말로는 호텔이나 양옥에 들어 살면 경찰한테 들키기 쉽다고 거지처럼 가장해 이런데서 산다는가? 그 주제에 자존심만은 시퍼렇게 살았어? 쪽방촌에서 엄동설한에 연탄을 날라다가 난로를 피우고 산다게 말이나 돼? 기막혀! 내 신세야! 내 팔자야!. 흥! 하루도 더 못 살아.)
      나영은 피뜩 고향에서 남편과 함께 살던 3층 아파트 생각났다.
(그때는 남보다 없이 살아도 난방설비까지 있는 아파트에서 따뜻하게 살았지. 물론 남편이 제 구실은 못해도 이 지경으로 째지게 살진 않았어.)
그녀는 피뜩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그러나 인차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그네새끼, 내 정호한테 붙어다니는 거 아는가? 뭐? 정호가 날 심계국에 고발했다고? 심계국에서 한자리 하는 자기 외사촌형님한테서 들었다고? 픽! 변강쇠는 핥을 상 하며 날 하루도 떨어지지 못하는데.  그럴 수 있어?)
그녀는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분명 정호한테서 날 떼놓으려고 리간을 노는 거야.”
      그러나 한편으로 미심쩍기도 했다.
      (저 나그네 요즘 노는 꼬락서니를 봐라. 얼마나 음흉한가. 그렇게 죽자살자 하며 한바지를 입고 꿍꿍이를 꾸미던 문화국 재무과장하구 인사과장한테 돈을 부치라고  협박전화를 하지 않는가. 돈을 부치지 않는 날엔   경제공동체를 차려서 해먹은 탐오죄를 다 불어버리겠다는지, 보아라공을 하던 놈이 돈을 먹이구 인사과장으로 제발됐다는 걸 만천하에 다 불어버리겠다구  협박하짆는가. 하영한테는 자기한테 엉덩이를 들이대고 가무단 부단장으로 됐다고 만천하에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돈을 부치라고 을러메지 않았는가. 얼마나 음흉한 놈인가?”
어쩐지 번대머리 음흉한 눈길이 자기를 쏘아보며 음흉한 간계를 부린 것 같아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맞아. 내 일은 심계국으로부터 터져서 수사받았지. 때지 않은 꿀뚝에서 연기가 나올가.)
순간 그녀는 이전에 정호가 자기하테 “무슨 돈을 얼마나 해먹었는가?”고 묻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저 번대머리를 믿고 어망간에 전람관 재건비용에서 5만원을 해먹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번대머리 수작인 거 같은데. 참, 너무나도 무서운 일이야. 너무너무 참혹한 일이야.)
무심결에 쪽방촌을 내려다보다가 번대머리가 가발을 쓴 채 스적스적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눈에 띠였다.
정호는 밤이면 사처에 위협공갈전화를 치고 낮에는 동생 정철한테 가서 돈이 들어온게 있는가 알아보는 일 밖에 하는 노릇이 없었다. 뭉치돈이 들어온 날에는 청량리역 부근에 가서 기생놀이를 질탕하게 놀고 돌아오군 했다.
정호는 오늘도 청량리역 부근 기생거리에 가 놀면서  놀랐다. 이전에는 연분홍거리에 촘촘히 들어앉은 기생집  커다란 유리창마다 미끈미끈한 반라체 기생들이 백화점 비단진렬대 비단필처럼 늘어섰댔다. 진짜 이쁜 기생들이 어찌나 많은지 너무나도 눈이 부셔서 어느 기생을 고를지 모를 지경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기생거리도 썰렁했다. 쪽방촌 판자집 같은 기생집도 몇집이 남지 않았다. 말로는 코로나 방역지침 때문에 손님이 없어 다 망했다고 했다. 몇집 안되는 기생집이라도 변강쇠 본능적인 욕구를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변강쇠가 쪽방촌에 돌아올 때 나영은 옥상옥에 들어와 점심상을 갖추면서 망망한 고민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저 놈과 삼조대면해야지. 진짜 심계국에 고발했으면 가만 놔두는가 봐라. 네 놈은 내 손에 죽는다, 죽어.)
그녀는 정호가 경계심을 갖지 말게 하려고 오늘 따라 술상까지 잘 차려놓았다. 돼지고기장국도 술상에 올리고 정호가 좋아하는 조개살료리도 한접시 푸짐히 올렸다.
“하, 오늘 무슨 바람이 불어 술상까지 차려놓았어?”
정호는 가발을 훌렁 벗어 던지고 술상에 마주 앉으면서 번대머리를 쳐들어 보았다.
(이 놈아, 마지막 만찬이야.)
나영은 수저를 들고 다가오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였다.
“최국장님, 한국에 온 후 우리 어디 술 한잔이라도 마셔봤는가요?”
“그래. 허허허. 나영이 점점 살갑게 구는데. 참 살맛이 난다. 자, 오늘 돈도 많이 들어왔는데 한잔 들자.”
정호는 수척한 나영의 얼굴에 옴폭 파이는 볼우물에 뽀뽀를 쪽 해주며 횡설수설했다.
“요 볼오물 얼마나 매력있어? 풍덩 뛰여들어 목욕하고 싶구나.”
나영은 그저 피씩 웃었다.
“하참, 재수 없어. 황선희 그년 공항 딸라를 꿀꺽 했잖았는지 모르겠어. 류학 때 도사 교수한테 부탁하면 파악 있는 소릴 하던게. 일전한푼도 찾지 못했다고 딱 잡아 떼잖겠어. 5만딸라 적어? 금은보화도 몇십만원 어치나 되는데. 오늘 한바탕 위협전화를 했는데 일전한푼도 보내지 않았어.”
정호는 나영과 맥주잔을 부딪치고 나서 조개살를 집어 우물우물 씹으며 욕설을 퍼부었다.
“돈을 부치지 않는 개새끼들을 몽땅 저승사자  최혜영 국장한테 고발해 버릴테야. 립공속죄도 하구 돈두 짜내고 일거량득하는게 좀 좋아?”
나영은 듣다 못해 화제를 돌렸다.
 “졸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요?”
번대머리는 우멍눈을 가슴츠레 치켜뜨며 나영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횡설수설했다.
     “졸혼하고 좀 좋아? 보라구. 난 몇십년 애도 못 낳으면서 마른 방아를 찧었지.그러나 순정과 졸혼하고 얼마나 자유롭게 살아? 새파란 미녀 나영과 함께 날마다 얼마나 깨알이 쏟아지게 사는가? 안 그래?”
     픽!
     나영의 입귀에 바람 새는 소리 들렸다.
     “졸혼하구 숱한 애인들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어 좋았겠지요. 최국장은 성자유, 성개방, 그런  자유 세상이 꿈이 아닌가요?”
번대머리는 색마의 본심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래. 그게 내 평생 꿈이야. 허허허.”
“저를 사랑하는가요?”
     돌연적인 질문에 번대머리는 우멍눈을 슴벅이며 또 감언리설로 쇼를 놀기 시작했다.
“사랑하구 말구. 널 얼마나 사랑해? 숱한 애인들을 다 떼버려도 나영만은 아까와 여기까지 데리고 오잖았어?”
“흥!”
나영은 정호를 쏘아보았다.
(아직도 쇼를 놀겟어? 이날 이때까지 얼리워 따라다닌게 바보지. 변강쇠와 짐승처럼 본능적인 성애를 한게 머저리지. 색마 같은 네놈을 좋아 따라다녔는가 해?)
나영은 속으로 되뇌이며 물었다.
“최국장, 이때까지 저의 뭘 사랑했는가요?”
번대머리는 우멍눈을 가슴츠레 뜨고 오늘 따라 물음이 많아진 나영을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뭐니 뭐니 해도 나영이 착한 마음을 사랑했어. 내 쫓겨다니면서 젤 어려울 때 날 따라 온 나영이 참 고마웠어.”
(쳇, 발라 맞추긴. 넌 짐승처럼 본능적인 욕구를 말리려고 새파란 녀체를  사랑했을뿐이야.)
나영은 까만 쌍까풀포도눈으로 아닌 보살을 떠는 번대머리를 바라보며 맥주잔을 들어 쭉 기울였다. 드디여 그녀는 용기를 내 물어보았다.
“어떤 사람의 말에 의하면, 최국장이 내 탐오죄를 심계국에 고발했다던데요. 그런 일 있습니까? 없습니까?”
가슴츠레한 우멍눈이 힐끔 나영을 곁눈질해 보는 것이였다. 번대머리는 속이 꿈틀해났다. 그는 저으기 놀란 내심을 보이지 않으려고 우멍눈을 지긋이 감아버리며 외면해버렸다.
(다 알아챘는가? 조국장이 그래 내 신고한 걸 루설했단 말인가? 절대 그럴 수 없어. 그럼 썰매뛰기를 하는가? 나영아, 그걸 승인할 바보 어디 있느냐? 흥!)
나영은 우멍눈에서 까만 포도눈을 떼지 않고 쏘아보았다.
한참 후에야 번대머리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내 그래 그런 사람인 거 같아? 얼마나 널 사랑하는데. 차마 그런 짓 했겠어? 그때 난 널 고향에 두고 혼자 도망할 수 없었어. 널 꼭 데리고 온 세상을 다 돌아보고 싶었어. 그만큼 널 사랑해.”
그러나 속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나영아, 미안해, 난 널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 심계국에 고발하지 않았던들 네가 날 따라 이런데까지 왔겠느냐?)
나영은 그런 속내가 짚였을가?
그저 머리를 끄덕이며 잔을 들어 권했다.
“자, 한잔 듭시다. 최국장님,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그래, 우리 영원한 로맨틱한 사랑 위해 들자. 우리 서로 좋은 로맨틱한 추억만 기억해두자. 사무실에서 열렬하게 사랑을 나누던 일로, 미국 로스안젤레스에서 흑인강도를 쳐눕히고 널 구해낸 일로. 이런 핫한 스토리만 기억하고 나쁜 기억은 싹 다 잊어버리자. 넌 영원한 내 사랑, 애인이야. ”
나영은 감격은커녕 모든 걸 짐작하고 다른 궁리를 했다.
(번대머리한테 모든 걸 물어본들 승인하겠는가? 위선자, 정인군자, 배신자! 역적!"
나영은 잔을 들어 굽냈다. 그녀는 종이로 입을 쓱 닦으며 속으로는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개놈새끼, 네놈 때문에 네놈  사무실에서 네놈한테 강간당했다. 가정을 깨고 이날 이때까지 초상집 개처럼 쫓겨다니면서 살지 않았느냐? 어디 죽어봐라.)
나영은 번대머리를 죽여치우고 싶었다. 그러나 주먹이 센 번대머리를 이길 수 없었다. 밥에 독약을 풀어 먹여서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살인범은 되고 싶지 않았다.
번대머리는 왕청 같이 화제를 돌렸다.
“이담 우리 둘이 운남에 놀러 가자. 운남 서북부에 마사족(摩梭族)이라는 소수민족이 있는데 혼인풍속이 정말 독특해.”
나영이 듣건 말건 번대머리는 혼자 옛말처럼 중얼거렸다.
“마사족은 처녀총각이 서로 마음에 들면 결혼할 필요도 없어. 그저 총각이 밤에 마음에 드는 처녀네 다락집 밑에 가서 주먹으로 판자벽을 딱딱 치면서 처녀 이름을 부르지. 만약 처녀가 마음에 들면 되창문을 열어준대. 그럼 총각은 되창문으로 들어가 처녀와 동침한다오. 날이 밝기 전에 처녀 집을 떠나면 된다네.”
나영은 점점 솔깃해졌다.
“그러다가 애 생기면 어쩐답니까?”
부지중 묻는 말에 정호는 말할 사기났다.
“애를 낳으면 녀자가 도맡아 기른다네. 남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네. 남자는 그 녀자 마음에 안드면 또 다른 녀자한테 찾아가 동침할 수 있다네. 녀자는 시집 가지 않고 본가집에서 살면서 날마다 밤에 다른 남자와 동침할 수도 있다네. 마사족은 모계씨족 사회라네. 마사족의 혼인풍속은 얼마나 남녀가 다 자유로운가?”
번대머리는 말로에 들어서서도 마사족의 엉뚱한 혼인풍속을 흡모하고 있었다.
“최국장은 마사족마을에 가 살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밤마다  수캐처럼 온 동네 녀자들을 다 찾아가 창문을 타고 넘어가서 성자유를 누릴 수 있겠는데. 좀 좋아서.”
나영의 비꼬는 말에 번대머리는 희죽이 웃으며 잔을 들었다.
"그런 자유로운 세상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허허허."
     (에라, 똥이 무서워 피하느냐? 더러워서 피하지. 삼십륙계 줄행랑이 생책이라잖는가.)
나영은 오후에 번대머리가 바깥에 나간 틈을 타 옷가지 몇벌 배낭에 넣어 메고 곰팡이 내나는 옥상옥에서 나와 버렸다.
     그녀는 홍대입구 부근 모텔에 깜쪽 같이 잠적해 버렸다. 번대머리한테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하자 저도 몰래 성림이 보고 싶어졌다.
     (철석한테 전화할가?)
     그런데  뭔가.
     그녀는 자꾸 메슥메슥해나며 뭐가 가슴과 목에까지 울컥거렸다.
    나영은 황급히 화장실에 달려들어가 변기에 마주 앉아 왝, 왝 토해냈다. 그러나 토할 것도 없이 마구 꽥질이 났다.
    (혹시 임신됐잖아?)
나영은 절망에 찬 포도눈으로 천정을 쳐다보았다.
    왝, 왝, 왝.
    "임신했는가? 아이고, 개새끼, 날마다 한동이씩 싸넣던게. 이 일을 어쩌는가? 절대 색마 애를 가질 순 없어."
   
그러나 손에 쥔 돈도 몇푼 없어 애를 지우러 병원에 당장 갈 수도 없었다.
     "아차, 돈이 있어도 한국에선 마음대로 락태할 수 없잖은가? 뭐? 락태죄라는게 있다는가. 아이고,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그녀는 발딱 일어났다. 눈 앞이 깜깜해나 발을 동동 구르며 모텔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 중국에 돌아가야 락태하겠는데. 귀국하는 날이자 철창 속에 갇히지 않을가? 아이고,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아이고 내 개팔자야.) 
     
나영은 격분해 입술을 깨물었다.
(남편한테 전화할가? 최혜영 국장한테 색마 위치를 알려주라고 해야지.)
나영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번호를 누르던 손가락을 주춤 멈추더니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야, 그 놈과 안 살면 그만이지. 원쑤까지 맺을 필요는 없어.”
그녀는 자비심에서 그렇게 생각했을가?
피뜩 한국 기생 미희가 떠올랐다. 미희는 정호와 나영을 데리고 일본 기생 사쿠라 오빠가 모는 쾌속정을 타고 대마도 앞 공해까지 와서 미희 오빠 배를 바꿔타고 그들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그런데 미희는 정호한테서 떨어지지 않고 죽자살자하는 판이 아닌가.
순간 나영은 인차 생각이 바뀌였다.
(미희, 그 기생년한테 반해버렸어. 변강쇠, 그 개놈은 개똥 먹는 개버릇을 고치지 못해. 이제도 얼마나 많은 나약한 녀자들을 해칠지 모른다. 그 놈은 하늘 땅도 용서치 못할 색마야. 안팎이 다른 음험한 음모가야. 독사야, 독사! 천번만번 죽어도 마땅한 악마야!)
    그녀는 이를 옥물고 핸드폰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인터폴은 무서운 법망이였다. 최혜영 국장은 상부 해당 부문에 련락해 한국 인터폴에 련락했다.
   허연 눈이 푸실푸실 흩날리는 그날 저녁,  정호는 가발을 꾹 눌러쓰고 눈덮인 쪽방촌 골목에서 공포의 어둠을 빠드득빠드득 밟으며 옥상옥 쪽으로 걸어갔다.
    2층 양옥 밑에서 굽인돌이를 돌 때다.
    갑자기 2층 양옥 베란다에서 커다란 그물이 날아내려와 정호를 덮쳤다. 
    “얏!”
     절망에 찬 비명소리! 
     찰나, 2층 양옥에서 웬 검은 그림자가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날아내렸다.
     검은 그림자는 두 발로 밟고 그물을 꽉 밟고 서서 호통쳤다.
     “꼼짝 말엇!”
      그물 안에서 가발이 벗겨지고 번대머리가 훌렁 드러났다.
     번대머리 절망에 찬 우멍눈에 낯익은 세귀눈이 피뜩 띠였다.
     "아니, 성호! 여기까지 쫓아 왔어?!"
     최혜영 국장은 며칠 전에 나영한테서 정호 신변위치 제보를 받고 성호를 진작 한국에 파견했던 것이다. 성호는 정희 맡은 세집아파트에 잠복해 나포할 기회를 노렸던 것이다.
     "잔말 말라. 자수해랄 때 왜 안 했어?"
     번대머리는 후회막급.
     저쪽 옥상옥 쪽에서 두리모자 둘이 눈 덮인 골목길로 뛰여오는 것이 보였다. 번대머리는 흘끔 곁눈질해보았다. 나영도 잡혔는가 여겨보았지만 옥상옥 쪽에 나영이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번대머리는 허무맹랑하게 붙잡히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영이 끝내 물어먹었는가?)
     정호는 반정탐능력에 의해 국내에서도 숱한 경찰들의 수사를 묘하게 피했다. 숱한 성과 도시, 공항까지 빠져나가 일본에 도망쳤다. 또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한국에까지 도망쳤다. 하지만 결국 애인 나영의 배신과 사인정탐가 성호한테 걸려 쇠고랑이를 차고 말았다.  
     인터폴 그물은 천애지각에까지 뻗쳐 있었다. 
     거의 같은 시각에 로씨야에 도망쳤던 오정룡도 로씨야 경찰들한테 나포돼 국내로 인도되였다.
     아무리 교활하고 날고 뛰는 악마들이라고 해도  싯허연 대낮에 큰 길에 나선 쥐새끼들처럼 언제 어느 몽둥이에 맞아 쓰러질지도 모를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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