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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손에 빨간꽃신과 비누곽을 든 손옥란의 몸종애가 같이가자 소리치고는 탈탈거리면서 뒤따라 달려왔다. 주인이 그애보고 래일 시집갈 때 너를 교전비(較前婢)로 데리고갈터이니 그애보고 너는 꽃신에 때가 한꼬치도 없게 깨끝이씻으라했다는 것이다. 어린 통신병과 함께 말 두필을 끌고 마을을 나온 양운파는 옥란의 몸종애까지 데리고 함께 개울로 갔던 것이다.
그들이 말두필을 씻고나서 자신들의 몸도 씻고나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서산을 넘고있었는데 바로 이때였다. 수류탄, 박격포탄이 터지고 작렬하더니 수를 혜아릴수 없는 한떼의 민주련군이 어느결에 북산을 넘어 함성을 지르면서 르면서 마을을 즉쳐들어갔다.
<<이게 무슨일이냐?!>>
깜짝 놀란 양운파는 애처로운 비명을 지르는 계집애를 자기 품에 얼른 끌어안았다. 마을안에 있던 별동대졸병들이 미처 얼마 대항도 못하고 허둥지둥 마을밖으로 쓸러나오더니만 떼를 지어 저기 아래쪽에서 다리를 건너 어디론가 창황히 도망치기기 시작했다. 모든게 뒤죽박죽이였다.
<<덤비지 말고 가만있거라!>>
양운파는 통신병을 향해 이렇게 부르짖고나서 놀래여 지랄치는 말을 타고 도망치려했다. 그러나 마처 어쩔새도 없었다. 마을을 우회하여 내달리던 한패의 민주련군 기마병들이 내가에 말과 사람들이 있는것을 발견하고 사납게 덮쳐들었던 것이다. 다급한 말발짝소리, 고함소리에 겁을 집어먹고 대항도못하고 추격당하는 별동대졸병들의 정망적인 아우성소리가 한데 뒤섞여 사뭇 소란한 속에서 양운파는 통신병, 계집애와 함께 그만 포로되고말았다.
별동대가 쫓겨가고 민주련군독립퇀부(순조선족부대)가 자리잡게 된 이 산자파(山刺坡)는 호수기 무려 3백여호되는 마을이다. 마을 뒤산에 올라가면 동남쪽으로 치우쳐 넓게 트인 개활지대 멀리 끝쪽에 있는 금성을 볼수 있다. 이 산자파(山刺坡) 마을에는 서남쪽의 아르하왜집령의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한가닥의 내물이 지나가고있는데 여기에 이르러 마치 거위모가지처럼 구부러져 동으로 흐르다가 다시 남으로 꺾이어 여러개의 마을을 지나 바로 금성북문을 스치고 흐른다.
민주련군이 진주한 그날부터 마을밖 공지는 련병장으로 정해져서 사뭇들끓고있었다. 박철호퇀장은 매번 전투를 끝내고 나서 다음번 전투를 할 때까지 늘 자신이 직접 부대의 무장정비상태와 전사들의 사기를 알아보았고 훈련을 늦추지 않는것으로써 전투기량을 높이는 한편 앙양된 투지를 보장케했다.
날이 더웠다. 하지만 엔간한 더위는 문제로 치지 않았다. 퇀부에서는 금성공략전투방안을 긴장히 토의했고 전사들은 휴식과 오락을 적당히하면서 훈련을 계속했다.
간밤에 정찰을 갔다가 곤하게 자고있던 금록이는 떠드는 소리에 잠을 깼다.
<<무슨 일이요?>>
<<반장동무, 포차가 빠졌습니다. 나와 창동무가 방금 미역감고 돌아오다가 보았습니다.
리춘성이라는 정찰병이 알려주는 말이였다.
<<우리네 포병들이요? >>
금록이는 인제 잠을 싹 깨고말았다.
<<그렇잖구요. 포병련이 몽땅 여기로 이동해오는것 같습니다.>>
<<여기로 이동해온게 아니라 여기에 들려서 다른데로 가겠지요. 아마 금성을 송두리째 뽑어버릴 작정인것 같습니다.??
함께 미역감으러 갔던 두정찰병은 신이나서 말을 주고받았다.
<<가보기요. 가서 함께 포차를 건져주기오.>>
금록이는 그들과 함께 포차건지러 뛰여갔다. 그러자 다른 정찰병들도 그리로 갔다. 동구밖 나지막한 둔덕아래 회목에서 <<허기영차, 허기ㅡ영! 허기영차, 허기ㅡ영!>>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굴이 우람지게 생기고 몸집이 큰 젊은 포병이 여러 사람들이 달려온것을 보자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팔소매로 쓱 닦고나서 소리쳤다.
<<어ㅡ 이<38식보병> 동무들! 그간 잘 있었소?>>
앞장서 달려가던 금록이가 통쾌하게 인사말을 받았다.
<<오느라고 수고들 했습니다. 그런데 동무, 반반한 길을 놔두고 흙구렁이엔 왜 들어갔다우? 그 대포님이 아마 갈증이 몹사났던 모양이지?.>
<<아마 그런것 같소. 여직 아가리가 쉴새없이 불을 토했으니까.>>
<<허허허! 그럴수 맞아.>>
<<정찰병들은 모두 쾌활하게 웃으면서 흙구덩이에 빠진 포차에 달라붙었다. 힘을 합쳐 윽ㅡ 윽ㅡ 당기니 포차는 쑥 빠져나왔다. 금록이는 말에 메운 포차들을 대견스레 보면서 한마디 더 슬쩍 건늬였다.
<<적들이 제일무서워하는게 아마 동무네 부리는 이 대포장군인것 같습니다. 이건 발언권만 찾으면 꼭마치 성난 사자같이 울부짖거던... 전번에 칠설포마을을 들이칠 때도 우린 원쓰들이 무리죽음다하는걸 보았지요.>>
<<동무들은 정찰병이 아니요?>>
다른 포병이 묻는 말이다. 금록이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포차바퀴에 달라붙은 진흙을 뜯고있던 포병이 얼굴을 들어 금록이를 보다니익살스레 끼여들었다.
<<여보, 동무는 이름이 뭐요? 꼭마치 우리네 포알처럼 여물었구만!>>
모두들 하하하! 웃음을 터쳤다. 다른 포차에 있던 포병이 또 끼여들었다.
<<적들이 더 무서워하는건 정찰병들이라오. 대포야 그저 우격다짐으로 태치고 눌러놓지만은 정찰병들이야 그놈들의 배속까지 들어가 쓸개라도 뜯어내니까말이요.>>
<<동무, 잘모르는 소리요. 배를 짜는데 실북만 드나들구서야 어디 된답니까. 바디질도 맞춰야지요. 아무튼 이렇게 만나고보니 반가운 일입니다. 힘을 합쳐서 금성을 본때있게 들이칩시다. 그래서 함락합시다.>>
금록의 롱담섞인 소탈한 환영사가 포병들의 기분을 한결 상쾌하게 했다.
퇀부에서 회의가 끝났다. 김려홍이 물마시러 행길가에 있는 풍천으로 커다랗게 만든 화식칸에가니 취사병들이 정심준비를 하느라 분주히 돌아쳤다. 그래서 바께쯔(양철물통)를 들고 가까운데있는 우물가로 갔다.
고패를 자아 드레박을 올리고있는데 커다란 밀짚모자를 쓴 죄꼬만 계집애다 손에 물병을 들고 쫑그르르 달려왔다. 뉘 집 앤지 퍽 귀염성스러웠다. 그 계집애는 낯모를 군인이여서 그런지 오도카니 선채 쭈물거렸다.
<<여기루 가까이 오너라, 물을 줄테니. 넌 이름이 뭐냐?>>
려홍이는 자아올린 드레박물을 바께쯔에 부으면서 다정하게 물었다.
<<내 이름은 계화예요.>>
계집애는 앵두알같이 도톰한 입술을 나불거렸다.
<<오, 계화라지. 거이름이 참좋구나. 올해 몇 살이냐?>>
<<여섯살.>>
계집애는 샐쭉웃으며 다가왔다.
려홍이는 그의 손에서 물병을 받아 거기에다 가득채워주고나서 빈드레박을 우물틀우에 놓으며 롱을 걸었다.
<<계화야,그런데 넌 고양이 우장쓴것 같구나. 네 꼭에대기에 있는게 뭐냐?>>
<<초모자지 뭐겠어요?>>
하고 계집애는 시쁘게 대답했다.
려홍이 껄껄 웃었다.
<<모자라구? 하하하, 얘야, 모자라구? 그게 어디 모자냐 양산이지.>>
계집애는 감태같이 반들거리는 까만 눈을 새동그랗게 떴다.
<<아유ㅡ 아저씨두! 보면서두몰라. 이게어디 양산인가요, 초모자지. 난 아버지걸 썻는데 뭐.>>
<<오ㅡ 그렇구나. 그런걸 난 몰랐지. 건데 얘야, 넌 어쩌면 생김새 그 모양이냐?>>
<<내가 어때요?>>
계집애는 눈을 깜박거리면서 당황해하였다.
<<넌 과연 못생겼구나. 이 드레박보다도 못생겼어.>>
려홍이는 일부러 낯까지 찡그려가면서 손으로 물때묻은 오랜 버들고리드레박을 툭 쳤다.
<<아유ㅡ 내가 그렇게두 못났어요? 거짓말쟁이 아저씨!>>
<<정말이다. 어디 내가 한번 네 관상을 말해보라니?>>
<<좋아요, 말해봐요.>>
<<더벅머리 볼록이마, 쌀꺼풀눈, 두더지코, 메사구입, 주걱턱, 너펄귀,두꺼비손 그리구 발은 뭐라 했으면 좋을가?>>
<<어마나! 내가 어디메 그렇게 생겼나요. 모두 날 곱다는데.>>
계집애는 자그마한 어깨를 쏙닥거리다가 까르르 웃었다. 려홍이도 덩달아 즐겁게 웃었다. 이때 포자건지러 갔던 금록이가 찬물마시러 우물가로 달려왔다.
<<아니 무슨일이 좋아 그렇게 웃소?>>
<<좀보라구, 난 오늘 이 꼬마처녀를 사귀게 됐어. 재밋는 계집애야.>>
계집애는 볼우물지으면서 금록이를 유심히 보았다. 그의 귀밑에 가로패인 숭터가 눈에 듸엿던 것이다.
<<얘야, 넌 이 숭터가 보기싫은모양이구나.>>
금록이는 계집애의 설면한 거동을 보자 제 허물자리를 만지면서 시무룩이 웃었다.
<<애 계화야. 저 아저씨 귀밑의건 중앙군놈이 쏜 총알이 지나가면서 살점을 뜯어 생긴 흉터네라.>>
려홍이 이렇게 알려주었더니 계집애는 호기심보다도 겁이 더 나는지 상을 찡그렸다.
<<울아버지 그러는데 여기있던 중앙군은 싹 다 금성에 쫓겨갔대요. 거기가서두 나쁜짓만 할거야. 그놈들이 고해네 아버지랑을 죽였어요.>>
<<저런! 건데 네가 인자말한 고해네 아버지가 누구냐?>>
려홍이가 물으니 계집애는 고해네 아버지가 이 마을의 야장이였다 한다. 죽은 야장에 대한 이야기는 벌써 온 부대가 알 지경이다. 이 산자파마을의 야장은 고지반이란 사람이였는데 부대가 마을에 들어오기 3일전에 죽었었다. 그가 야장간에서 동네사람들한테 민주련군이 조만간에 쳐들어와 중앙군을 몰아내고 가난한 사람들을 번신시켜주리라고 말한것이 새여나가 놈들은 본때를 보인다면서 마차 두 대로 각을 찢어 죽였던 것이다.
<<계화야, 금성에 너네 친척은 없느냐?>>
려홍이 그 계집애에게 슬쩍 이렇게 물었다.
<<있어요. 큰아버지네가 거기서 살아요.>.
<<큰아버지라구. 그래 거기서 뭘한다냐?>>
<<우리 큰아버지도 고해네 아버지처럼 야장질해요.>>
<<오ㅡ 그렇냐. 그래 너네 큰아버진 성이 뭔데?>>
<<아니 그것두몰라요? 큰아버지니 울아버지하고 성이 같고 그러니 나하고도 같죠 뭐.>>
<<참, 그렇지 하하하!... 넌 과연 똑똑한 애로구나. 그래 그래 옳지 옳아. 헌데 얘야, 넌 이름이 계화구 성은 뭐냐? 그걸 나한테 말하지 않았다. >>
<<난 성이 왕가예요.>>
<<오ㅡ 알았다. 그러니까 금성에 있는 왕국산이가 너의 큰아버지겠구나!>>
<<아, 옳아요. 면바로 맞혔어요!>>
계집애는 좋아서 환성까지 올렸다. 려홍이는 금성에 왕국산이라는 야장이 있다는것만 알았지 사실 면목은 없었다. 마참모장께서 금성의 왕국산야장은 광복전에 액4사상이 있어서 항일련군에 칼을 벼려준적이 있고 말과 행동이 온건하여 믿을만하다고 한적이 있는데 이 마을에 왕야장의 동생이 있는줄은 몰랐다. 려홍이는 벙긋이 웃으며 이렇게 물었다
<<애야, 너의 큰아버진 국산인데 아버진 이름이 뭐냐?>>
<<우리 아버진 금산이라 해요.>>
<<음 ㅡ 왕금산이라.>>
려홍이는 그 이름을 되새기면서 한번 만나볼 마음이 생겼다. 하여 물을 담은 바께쯔를 금록이한테 넘겨주고 계집애보고 함께 가보자고 했더니 계집애는 깡충뛰며 좋아했다. 려홍이는 계집애를 앞세우고 그 애의 아버지가 있다는 감자빝쪽으로 향했다.
얼마가지 않아 전번날 아군의 포격에 상처입은 흔적이 뚜렸한 토성이 나졌다. 감자밭은 토성을 나가서 서남쪽 자그마한 둔덕에 있었는데 한참 걸어야했다.
<<왕금산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초면에 겁을 집어 먹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공산당군대는 국민당토비들관 다르다는걸 꼭 알게해야한다....>>
변화된 형세는 긴장한 분위기 속에서 온당하고도 적절한 대적방침을 찾아내게끔 강요하고있었다. 민주련군한테 불의의 습격을 받은 손창유는 아르금산으로 도망하는 길이 차단되자 근근히 반수나 됨직한 졸병 5백여명을 거느리고 금성으로 창황히 들어와버렸다. 하여 사문동이 별동대를 먼저 옛마적굴에 들여보내여 그곳에 자리잡게 하려던 계획은 파탄되고말았다. 토비잔여들이 금성에 몰켜들었다. 사문동은 자신이 친히 거느려 온, 말로는 한 개려라 하지만 실상은 한 개 퇀의 병력밖에 안되는 패잔병에다 그곳 보안단의 2천여명의 인원과 별동대를 합쳐 도합 4천5백명의 별력을 갖고서 민주련군과 결사적으로 해보려들었다. 사문동은 급급히 방어를 다구치고 있었다. 보아하니 이번에는 금성을 꼭 난공불락의 성새로 만들어서 롱성투쟁을 하려는 판인것 같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적들은 방어주비가 더 잘 될것이요 그렇게 되면 또 이쪽은 점점 불리해질것이였다. 그리고 싸움이 붙게 되면 적아쌍방간에 ㄹ희생이 많이생길건 물론이고 더욱이는 무고한 백성들이 혹심한 재난을 당할게 뻔했다. 이같은 형편에서 독립퇀은 새로운 전략적방침을 모색해냈으니 그것은 즉 적진영을 내부로부터 분렬시키는 것이였다.
보향단의 살권자는 다른사람이 아니라 왕복룡이다. 그러니 그만 쟁취하는 날이면 토비를 숙청해버리고 금성을 해방하는 싸움은 쉽사리 해결될것이였다. 그를 돌아서게 하려면, 다시말해서 보안단을 기의시키자면 사람이 그곳으로 공작하러 들어가야 했는데 누가 들어갈 것인가?... 퇀부에서는 연구가 많았다. 이런 처지에서 려홍이는 아무리 따져보아도 왕복룡을 돌려세울 적임자는 자기를 내놓고는 온 부대에 없다고 생각되여 임무를 맡겨달라고 자진해나섰다. 그랬더니 왕정위도 박퇀장도 쾌히 동의해 나서긴 했지만 그다음 문제들에 봉착되였다. 금성은 경계가자못 삼엄했다. 어떤 방법으로 뚫고 들어갈것인가, 들어가면 또 발을 붙일 곳이 있어야했다. 왕국산야장을 사귀여 될수록 그의 협조를 받아야 했는데 그와는 또 어떻게 련계를 달것인가?... 하는것 등등이였다. 때마침 왕야장의 동생이 이 마을에 있다니 다행한 일이였다. 려홍이는 만나볼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니 걸음이 자연 빨라졌다.
<<아저씨 같이 가자요!>>
<<거거참, 너 빨랑빨랑 오너라.>>
<<난 따라가지 못하겠어요.>>
손에 물병쥐고 머다란 초모자까지 쓴 계집애는 탈탈거리며 따라왔다.
<<아 그래, 어서 여기 와. 내가 없어주마.>>
려홍이는 계집애를 등에 업고 성큼성큼 걸었다. 처음에는 업히우지 않겠다고 버둥질이던 계집애가 좋아서 야단이였다.
<<아버지ㅡ 날 좀 봐!>>
멀리서부터 소리쳤다. 왕금산은 감자밭에서 무당벌레를 잡다가 딸애가 웬 낯모를 군인에게 업혀오길래 우두커니 서서 가까이로 올때까지 그냥 의아스레 보기만했다.
<<왕아저씨, 벌레를 잡습니까? 수고하십니다.>>
려홍이는 부접좋게 먼저 말을 건늬면서 업 고 온 계집애를 등에서 내려놓았다. 계집애는 생글생글 웃르면서 아버지께로 다가갔다.
<<이 아저씬 참 좋아. 물도 이 아저씨가 길어준거야!>>
왕금산은 딸애가 주는 물병도 받을 념을 하지 않고 의혹적인 눈으로 자기앞에 나타난 낯모를 군인을 유심히 보기만했다. 려홍이도 싳글싱글 웃으며 왕금산을 깐깐히 띁어보았다. 얼필보아 사십이 되나마나 중년인데 보통키에 얼굴이 동그스럼하고 햇볕에 그을린 살갓이 검실검실항 근엄하게 생긴 사람이였다. 입을 꾹 다물고 은근히 경계하는 품이 말을 쉽게 할 것 같지 않아서 려홍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게 뭡니까, 아니 무당벌레가 이렇게 많이 꾐네다그려! 이놈의 벌렌 가하와 오이도 제버먹는다니까요. 석회를 툭 치면 좋겠늗데... >>
려홍이는 이렇게 말하면서 성큼 밭에 들어가 벌레까지 잡았다.
<<당신이 왕금산이죠?>>
<<그렇소, 내가 왕금산이요. 군인은 저... >>
<<따게 생각마십시오. 전 할 얘기가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인사를 미처 하지 못했는데 서로 알고나 지냅시다. 저는 성이 김가고 이름은 려홍이라고 합니다.... 그 벌레통을 이리주시오. 듣자니 금성에 있는 왕국산야장이 당신의 형닌이라지요?>>
<<그건 왜서 묻는가유?>>
왕금산의 낯에 일순간 불안한 기색이 스쳐지나갔다. 려홍이는 벌레통을 쥐고있는 그의 손이 알릴듯말듯 떨리는것을 재빨리 눈치채고 의연히 붙임성좋은 상냥한 태도로 말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정탐하러 온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부대에 그분을 아는 사람이 있어서 전... >>
<<아, 그런가유!>>
<<듣자니 왕야장은 애국심있고 결바른 좋은분이랍디다.>>
이 말에 왕금산은 가볍게 한숨쉬고나서 혼자말처럼 내뿜었다.
<<사람은 종은 사람인데두 남들은 늘 해치러 하니 원.>>
<<덜된놈들이 언제나 사람을 해치는겁니다. 우린 자기 사람을 절대로 해치지 않급니다.>>
려홍의 이 말은 대방에 부드럽고 뜨겁게 들리였다. <<자기사람>>이 얼마나 친밀한 말인가! 범상한 말 같지만 아무에게나 쓸수 없는 신뢰와 친절의 정감에 젖은 부름이였다. 하기에 왕금산은 저도 모르게 눈굽이 젖어들었다. 려홍의 목소리는 더욱 절절하게 울렸다.
<<우릴 믿으시오. 우리는 사람을 속이면서 재난만 가져다주는 중앙군비도들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자들이야 토비지요. 우리는 바오 그따위 토비들을 숙청하는 민주련군입니다. 백성의 군대란말입니다. 백성의 군대이니만큼 백성을 해방시키기 위해서 싸우는게 첫째가는 입무입니다. 나도 본래는 농군이였습니다. 공부도 못하고 지주집 땅을 소작짓고 사는 가난한 집 자식으로 태여나 쓸개같이 쓰디쓴 생활맛을 맛볼대로 맛보았지요. 저는...>>
이럴때는 한어가 류창한 그를 조선족으로 알 중국사람이 거의없었다.
려홍이는 그한테 자신의 소경력을 쭉 말했다. 나이보다 치러온 경난이 더 많은 더많은 그의 경력은 한담객설이 아니였다. 그건 바로 수천만 로고대중이 겪은 피눈물로 이어진 경력과도 같았다. 하기에 지주의 소작살이로 뼈마디가 굳어진 왕금산에게 무등 호감이 가지 않을수 없었다. 실로 난생처음으로 백성의 질고를 알아주는 진정한 자기편군대를 보는 느낌이였다. 그래서 그는 비도들의 위협공갈과 기편선전만듣다보니 민주련군이 마을에 들어온지 벌써 여러날이 되도록 내처 불안한 심정으로 은근히 경계해온 자기의 불민함을 느끼면서 한결 거쁜해진 시분으로 허심탄회를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왕금산은 자기 형을 안다는 마길준참모장을 직접 찾아뵙겠다고 자진해나섰다.
<<나도 그 악마같은 토비놈들과 싸울테요! 소금이 쉴때까지 해볼테란말이요!>>
이틑날오전에 려홍이는 금성교외에 있는 세 개 큰 마을로 정찰을 갔다온 정찰병들에게서 정황을 보고받고있었다.
<<마을마다 전호를 파고있단말이지? 그러리 놈들이 외선방어를 강화하는 모양이로군. ... 그런데 저건 무슨소리요?>>
이때 밖에서 딸랑딸랑 하는 소리가 울려왔다. 김청송이 씽 나갔다 들어오더니 웬 도부장사가 짐짝을 메고 마을을 싸지른다고 보고했다.
(도부장사가 왔단말이지? 그게 탐정놈이나 아닐가?)
려홍이는 얼마전에 태평진에서 요술쟁이로 가장한 탐정놈을 붙잡았던 일이 피뜩 떠올랐다. 적들은 탐정을 각가지로 분장시켜 아군의 주둔지로 자주 들여보내군했다. 하기에 려홍이는 정찰병 둘을 내보내여 행동을 감시하도록 했다.
려홍이 전련장을 찾아가 정찰정황을 보고하고 돌아오니 아니나다를가 그 도부장사가 마을뒤 포진지쪽으로 가다가 포병들한테 붙잡혔다는 보고가 왔다.
<<붙잡았으면 됐어. 포병들이 조사하겠지.>>
려홍이는 구태여 그것까지 간섭하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지나지 않아서 딸랑딸랑하는 소리가 또 울려났다. 아마 의심되는 점이 없어서 도로 놓아준 모양이였다. 그러나 려홍이는 어쩐지 미적지근항 감을 지을수 없었다. 그래서 앞을 지나가는 도부장사를 문창으로 내다보았다. 도부장사는 남색저고리 팔소매를 걷어붙인 사나인데 한쪽어께에다 그리크지 않은 짐짝을 메고 연신 땡땡이를 딸랑딸랑 소리내였다. 한번 소리를 내고는 마치 물건사러 오는 사람을 찾는것 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오면서 시선이 이쪽으로 돌려졌을 때 려홍이는 그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아니 저게 누군가!... 동무, 저 도부장사를 여게 데려오오.>>
<<옛!>>
1반반장이 지시를 받고 나갔다. 한데 도부장사는 왜 사람을 붙잡느냐고 볼부은 소리를 하였다.
<<붙잡긴 누가 붙잡길래 그렇게 겁내는거냐. 자, 저기루 좀 들어가자구.>>
1반 반장은 거칠어진 음성으로 그를 쌀쌀하게 쏘아보았다. 눈치약은 도부장사는 그냔 뻗댔다. 오히려 불리하리라는 걸 알아채고 짐짝을 다른 어깨에다 바꿔가면서 곰살스레 말을 들었다. 그가 집안에 들어오자 려홍이는 그의 앞에 척 나섰다.
<<넌 아직도 죽지 않고 이렇게 쏘다니는거나냐?>>
<... >>
<<눈을 똑바로뜨고 날 보아라. 그래 모르겠느냐?>.
도부장사는 얄팍하고 해사하게 생긴 얼굴을 들고 려홍이를 보는 순간 얼굴이 백지장이 되었다. 그리고 온몸을 사시나무떨듯 떨었다.
이자는 바로 작년이때 려홍이가 손가장을 탈출해서 아르금시 근처 풀밭에서 말을 먹릴 때 만났던 그 사향쥐처럼 냄새피우던 멋쟁이이녀석이였다.
<<네 이름이 유건이 옳지?>>
<<예?! 아... >>
그자는 비명비슷한 소리를 지르면서 또다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마에는 진땀이 뚝 배였다.
<<상판에 어루러기있던 그 관룡이란 녀석은 죽었느냐 살았느냐? 살았으면 지금 뭘하냐?>>
려홍의 놀랄만큼한 기억력은 심문을 회피해보려던 유건의 어리석은 궁리를 산산히 깨버리고말았다.
<<지, 지금 별동대서 부관노릇릏 합네다.>>
<<허, 못난자식들이 벼슬을 하겠다는지 사(4)고 팔(8)고를 피하겠다는지 떠벌이면서 호룡산으로 가더니만 여직 죽지 않고 꾸역꾸역 살아서 더러운짓들을 하는구나. 그래 네가 이번에 정탐나온 목적음 무었이냐?>>
하고 려홍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따지고들었다. 려홍의 손에 붙들려 가상이 대뜸 까밝혀진 유건은 고양이앞에 쥐새끼모양으로 발발 떨었다. 려홍이는 눈물로는 속죄할수 없으니 관대처분을 받겠거든 물어보는대로 솔직히 탄백하라고 재차 엄하게 말했다. 유건이라는 그 자는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실대러 고해바치기 시작했다. 그를 첩자로 내보낸건 리경광이였다. 리경광은 금성에 들어서자마자 특무계와 수사대를 조직했다고한다. 민주련군의 독립퇀본부가 어디에 있고 포병들은 어디에 있으며 행동방향은 어떻게 변하고있는가 하는것을 알아가는것이 그의 이번 정탐임무라고하였다.
도부장사로 가장한 적탐정을 퇀부에 넘겼다. 정찰패에서는 정찰병들의 정찰자료와 랍치해온 적포로의 진술자료, 적탐정의 심문자료들을 종합하고 대조, 분석, 연구를 빈틈없이 한데서 잠복인원을 파견하고 활동을 시작하는데 유리한 방법들을 찾아낼수 있었다. 3일후에 퇀부에서 려홍이를 지하공작인원으로 금성에 파견하기로 결정지었다. 보향단을 기의시켜야 한다. 적의 소굴로 들어가 발을 붙이고 투쟁을 벌린다는건 그야말로 범의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민것 처럼 목숨을 내바치는 위험한 노릇이기도했다. 하지만 그것은 또 얼마나 보람찬 사업인가!
려홍은 부대를 떠나기전에 혜옥이를 한번 만나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마을밖에 있는 야전병원쪽으로 찾아갔다. 주위를 빙 둘러가면서 갈대와 등심초들이 가득자라고 복판에 꽃핀 수련이 떠있는 늪에서 오리와 거위들이 걀걀고리며 자맥질했고 개활지가 내다보이는 저기 경비막쪽 내가에서는 발가벗은 애들이 미역을 감으면서 즐거이 떠들어대고있었다. 벌림줄을 맨, 누런 방수포로 만든 병원에 가보니 퇀부의 남위생병들만 있고 녀위생병들은 없었다. 아마 상병들의 옷을 씻으러 내가로 나간 모양이다. 려홍이는 가까운 내가에 이르러 붉은 가지색 나비나물꽃이 가득핀 둔덕길을 밟으면서 우로 올라깠다. 얼마멀지 않은 곳에 맑고 깨끗한 내물이 흐르고있는, 자갈과 돌들이 많은 여울목에서 녀위생병들이 빨래하고있는개 보였다.
(내가 부대를 떠난다고 하면 어쩔가? 부질없이 속만 태울거야. 어쨌든 여자니깐. 애당초 그 말은 꺼내지도말자. 스스로 짐작하게스리... )
<<언니. 저걸 봐, 누가 찾아오냐말이야.>>
왈패스런 옥금이 어느새 알아보고 선손을 썼다. 함께 빨래하던 춘자가 까르르 웃었다. 무어라고 혜옥이를 골려주는 모양이다. 혜옥이는 고개를 돌리고 기쁨에 겨운 환한 웃음을 피웠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오셔요?>>
하고 곱게 눈을 흘겼다.
<<마침 오늘은 휴식이지.>>
<<호호, 더러 휴식도 있어야죠뭐.>>
하고 읊조리듯 하는 혜옥의 맑은 음성에는 어딘가 야릇한 그 무엇이 담겨져있는것 같았다.
(이제 보니 여기로 온 담에는 오늘이 첨이구나. 허, 여자란 이렇게도 섬새할가!...)
려홍이는 벙글벙글 사람좋은 웃음을 띠우면서 그리로 다가갔다.
<<참 오빠한테서 편지가 왔어요. 그런걸 제가 먼저뜯어봤는데 량해하세요.>>
혜옥이가 해맑은 고운 얼굴에 웃음을 담고 비누거품이 묻은 손을 닦더니 호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넘겨주었다. 그것은 려홍의 앞으로 온 남천오의 편지였다.
편지에는 기쁜 소식과 함께 약간의 근심사도 씌여져있었다. 손다장에서는 올해 풍작이 보여지고 8,15해방절을 아주 즐겁게 쇠였노라했다. 돼지를 몇 마리 잡았고 온 마을에서 련3일간이나 오락판을 벌렸는데 남녀로소할것 없이 움을 추었다고 한다. 편지에다는 또 신병호며 정지항이며 몇몇잘되는 마을의 동량지재들이 농회를 내오고 잘 꾸려가고있는 정황을 세세히 알렸다. 그리고 정부에서 파견한 공작대가 들어와 장차 토지개혁을 하리라는 말이 있는데 아직 손창유놈을 소멸하지 못한게 무엇보다 근심이라고 덧붙였다. 지주놈을 철저히 타도하지 않고서야 어찌 토지를 나누어가질수 있겠는가. 려홍은 세파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농민들의 세기적 숙망이 이제 곧 실현되리라는 느낌에 가슴이 뜨겁게 설레였고 아직도 극악한 손가놈을 잡지 못했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조바심이 뭉클 솟아올랐다.
혜옥이는 려홍의 검은 눈동자가 긴 살눈섶속에서 움직이지 않고있는 것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사뭇 들먹이는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
<<뭘 그렇게 생각해요? 편지엔 기쁜 소식들이 씌여졌던데요.>>
<<우린 아직도 손가놈을 잡아치우지 못했소. 그래서 마을사람들의 근심을 덜어주지 못했고 화근을 뽑아버리지 못했단 말이요. 악마가 죽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어찌 편안하게 살수있겠소.>>
려홍이는 이글이글 불길이 타넘치는 눈길로 금성쪽을 바라보았다. 혜옥이도 그의 시선을 좇아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름겨운 목소리로 소곤소곤 이야기하였다.
<<손가네는 저기 쫓겨가서 뭘하고있을가요? 우린 언제면 저 금성을 치게 되는가요? 그놈들을 하루라도 빨리 숙청해버려야겠는데말이예요.>>
<<그렇소, 그놈들을 그냥 내버려둘수야 없지. 어서빨리 숙청하고 화근을 뽑아버려야지!.>>
<<옳아요! 어서 그렇게 되어야죠.>>
<<혜옥이, 이제 금성해방전투가 끝나면 동무손으로 회답편지를 써보내우>>
<<아니 동무는 뭘하고요?>>
<<나말이요. 허허! 난 동무가 부대에서 배운 글솜씨도 자랑할 겸 승리했다는 기쁜 소식도 알려주라는거요. 판무식쟁이나 다름없던 동무가 척 편지한걸 오빠가 받아쥐면 오빠는 물론이고 부모님들까지 얼마나 기뻐하겠소. <야 이에 내딸이 쓴게란말인가!> 하면서 입도 다물지 못할거란말이요.>>
<<난 편지에다 동무는 수다쟁이로 되었다고 쓸테야. 호!...>>
혜옥의 가슴속엔 즐거운 환락이 소용돌이쳤고 새별같이 빛나는 두 눈에는 숨길수 없는 행복이 남실거렸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꽃을 찾는 꿀벌들이 윙ㅡ 윙ㅡ 거렸다.
<<호호호!... >>
<<호호호!... >>
옥금이와 춘자가 갑자기 텃뜨린 웃음소리가 꿀벌들을 쫓아버렸다.
<<참! 애들두... >>
혜옥이는 눈을 내리깔며 얼굴을 붉혔다. 익살스런 옥금이와 춘자는 더욱 요란스레 깔깔거렸다.
<<요 심술쟁이들아!>>
귀밑이 빨갛게 익어오른 혜옥이는 돌을 집어 그네들에게 물창을 치고는 둔덕으로 냉큼 올라섰다. 두사람은 나비나물꽃들과 금물초들이 한창 피고있는 둔덕길을 밟으면서 하마터면 잃을번했던 달콤한 시간을 이어갔다.
<<집사람과 마을사람들에게 편지를 쓰자요. 김동무도 쓰고 저도쓰고..>>
노래하듯 하는 혜옥의 말이였다.
<<그런데 아까도 말했지만 저 금성은 언제쯤에나 해방할가요?>>
<<그건 아직 단언하기 어렵소. 놈들은 병력이 우리보담 배가 넘는데다 완고한 별동대까지 합쳐서 생사판가리를 해보자드는 판이니 아마도 가렬처절한 대전을 벌려야할것 같소.>>
<<상망자를 많이 내는 대전을 벌려야 한다구요?>>
줄곧 부상자만 돌보아온 녀위생병의 눈앞에는 순간 가렬처절한 싸움의 광경이 선히 떠올랐다. 이쪽편에서 진공하고 저쪽편에서 방어한다. 포알이 마구 날아들어가 굉음을 내면서 터진다. 여기저기서 연기가 확확 난다. 삼단같은 불길이 치솟으며 집들이 무너진다. 온 금성이 화염에 휩쌓인다. 아우성소리 비명소리 천지간을 메우고 시체들이 사군데 널리고 쌓인다ㅡ 상상속의 금성전투는 이러한것이였다. 피와 죽음, 그것없는 싸움은 예상할수조차 없는 일이나 말대로 그것은 너무나 가혹하였다. 혜옥의 얼굴은 무겁게 흐렸다.
<<왜 몸이 괴롭소?>>
<<아니 그런게 아니예요. 이제 전투가 벌어지면 희생자가 너무많이 너무많이 생겨날가봐 그래요. 더욱이 죄없는 백성들이 나오지도못하고 갇혀서 그 무서운 봉변을 당하겠으니말이예요.>>
<<하기는 그렇소. 우격다짐으로 싸운다면 손실이 많아질건 물론이고 무고한 백성들이 수태상하게 될거요. 얼마남지두않은 그 저주받을 반동씨알머리들 때문에...>>
손가장이 해방될 때의 일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는 혜옥이로서는 별동대련장이였던 자기 오빠가 기의해 넘어오던것에 생각이 미치자 한결 밝아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부르짖다싶이 웨쳤다.
<<아이참, 그 보안단이란걸 우리쪽으로 넘어오게 만들면 얼마나 좋을가요!... 그렇게만 되면 싸움은 퍼그나 쉽게 될게 아닌가요!>>
<<허, 우리 녀군사가가 참 대단하구만! 신통한 작전방법을 연구해냈는걸!>>
려홍이는 환한 얼굴로 마주보며 말하고는 벙긋 웃었다.
<<놀리지 말아요. 내 생각같아선 그렇게 하면 좋을것같아서 그래요.>>
혜옥이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눈을 곱게 흘겼다.
<<놀리는소리 아니요. 어쩌면 그게 내생각과 꼭같으니까 그러오.>>
려홍이는 정겨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자기의 진심을 토로했다.
<<그렇게만 되면 별동대를 쉽게 소탕탕할것은 물론이고 백성들에게도 재난을 적게주게될것이요. 불필요한 희생을 적게 내면서 승전하는게 우리의 욕망이 아니겠소. 안그렇소, 혜옥이!>>
<<정말그래요, 맞아요!>>
혜옥의 입가에도 엷은 웃음이 피여올랐다. 려홍이는 그러한 혜옥이를 홀린듯이 바라보고섰다가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사람의 일이란건 알다가도 모르겠거던. 글쎄, 나하고 함께 감옥생활을 하던 그 친구가 어떻게 돼서 거기서 퇀장질을 한다는구만, 나 원!>>
<<아니 뭐라구요?!>>
혜옥이는 두눈을 동그랗게 떴다.
려홍이는 그와 함께 가지런히 거닐면서 2년간 한감방에 갇혀 고생했던 왕복룡이가 고향에 돌아가자 대지주 조위전의 무장대인 보향단에 들어가 권리를 틀어쥔 패권자로 된 사실을 쭉 말해주었다. 그리고나서 려홍이는 혜옥의 얼굴을 지켜보며 묻는듯한 어조로 이렇게 뒤끝을 달았다.
<<혜옥이, 만약 애가 금성으로 들어간다면... 그렇게 된다면 동무 생각이 어떻겠소? >>
<<아이 거기는 범의굴이나 다름없는데 ?... 너무두 위험해요.>>
혜옥의 눈에는 당황한 기색이 가득 서렸다.
려홍이는 그의 손을 꼭 쥐여주며 다정히, 그러나 드팀없는 굳은 결심을 나타내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어쨌든 희생자를 적게내고... 백성들을 재난에서 구원하는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야잖겠소.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해야지. 않그렇소, 혜옥이?>>
<<글쎄 하긴 그렇지요, 하지만... >>
뒤말을 흐리는 혜옥의 음성은 떨리렸다. 머리를 푹 숙인 그녀의 두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가랑가랑 맺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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