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화는 삼박 사일로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고 회사로 돌아왔다.
“너 중도에 방철이를 버리고 온거 아니냐? 어쩌면 이렇게 빨리 왔어?”
“삼촌도, 어떻게 버려요? 집에서 시부모님들과 이틀밤 보내고 언니집에 가 친정 엄마와 하루밤 잤는데요, 그럼 됐죠뭐.”
“모두 무사하시던? 로인들 엄청 반가워 하셨겠구나. 며칠 더 놀다 올거지.”
“5.1절과 5.4청년절이 다가왔잖아요? 다 내 일인데 소홀이 했다간 애들한테나 사장님한테 매 맞으라구요? 호호호… 삼촌, 이번 5.1절 5.4절을 어떻게 쇨지 바라시는 것이 없으세요? 무슨 계획이나 방안 같은거 말입니다.”
“음, 난 생각 해 둔게 없는데 네가 또 무슨 엉뚱한 궁리를 한 모양이구나.”
“좀 미숙한 생각인데요, 들놀이 갑시다. 애들이 그런걸 좋아 하잖아요?”
“좋아 한다고 어떻게 다 할 수 있겠니? 그 많은 사람이 어데를 어떻게 가고 뭘 할 수 있단말이니? 몇십명이면 아무렇게나 쉽겠는데 몇백명 대군을…”
“정확히 6백 6십명입니다. 그날엔 구락부랑 건설부랑 다 가야거든요. 회사에 경비인원 십명이면 되겠죠? 그러니 6백 5십명으로 칩시다.
“장소는 회사에서 20분 걸어나가면 됩니다. 바로 우리 왕관가원 산등성이로 가요. 제가 한번 돌아 보았는데 너무나 좋은 장소입디다. 먼저 왕관가원 뒤면 산등성이 천메터 길이에 식수를 해요. 한사람이 한그루 꼴로 묘목을 6백 5십그루만 사면 돼요. 잘 살아나는 백양나무나 비슬나무 묘목을 건설부에서 책임지고 사오면 될겁니다. 앞으로 그나무들을 아빠트 구역내에 조경 할 때 쓸것이니 다 건설부의 재산이죠. 건설부에서 이튿날 차로 물통을 싣고 다니면서 나무마다에 들부으라구요.
“그 산등성이에서 오락도 하고 줄다리기도 하고 산꼭대기에 붉은기를 꽂아놓고 진지 점령전도 벌리고, 보배줏기란걸 아세요? 몰라요? 영 재밋거든요. 종이장에 번호를 쓰고 노래 제목이나 표연 종목 같은거 적어둡니다. 장려품까지도 쓸 수 있고요. 그 종이장들을 하나씩 온 산에 감추어 놓고 전체 인원이 함께 찾게 합니다. 그래서 보배 줏기라 하거든요. 번호를 부르면 번호에 맞는 사람이 종이장을 들고나가 사회자에게 보이고 그 보배종이에 쓴대로 표연 합니다. 례를 들어 일번에 “여사장님을 업고 노래 하세요.” 혹은 “여사장님을 노래 시키세요.”라고 썼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건 례를 들어 그렇게 한단 말이고 여사장님을 지목하지 않을 겁니다. 보배종이장에 안 쓴단 말입니다. 그러니 겁내지 마세요.
“고지 점령이나 줄다리기 같은건 각 공단에서 선수를 선발 해야죠. 건설부는 절대 다수가 남성청년들이니 시합 규칙을 잘 해야 할겁니다. 한편 이렇게 함으로서 남녀청년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는거얘요.
“점심식사 후엔 공단별로 활동 하도록 떠맡길 예정입니다. 구락부와 후근인원은 처음부터 사람이 적은 d공단에 가입시켜 함께 하게 할 생각이구요…”
“잠간, 점심 식사는 회사에 와 할거니? 아니면 그많은걸 끓여서 메여 갈거니?”
“아니요, 회사에 와 먹으면 간단 하지만 그러면 들놀이가 아니지요. 사장님께서 돈 좀 내야겠습니다. 주방 인원도 그날엔 일손을 놓고 놀아야지요. 한사람 앞에 빵 두개 사이다 두개 쏘세지 두개 이렇게 6백 6십명분을 사면 돼요. 건설부 자동차로 직접 생산공장에 가 사오면 눅게 사올 수 있을거얘요. 남자들은 술을 조금 마셔야죠. 그러니 흰 술과 맥주는 인원에 따라 정량으로 나누어줍시다.
“상품은 의미적으로 수건이나 치약, 비누, 알사탕, 쏘세지 이런걸로요, 오락이 목적이지 상품 타는거 목적이 아니거든요. 지금 공회경비가 좀 있습디다. 이번에 그걸 쓸까 합니다. 남겨 두어도 소용 없어요. 이러루한 구상인데 어떨까요?”
“생각 많이 했었구나. 들어보니 귀맛 당기는데 생각대로 흥미 있게 조직 할 수 있겠어? 돈 들이고 힘 들이고 시간 들이고 멋 없이 지나면 안 하기만 못 할거야.”
“신심이 있어요, 구체적인건 위원들과 토론 연구 해야죠. 그러면 꼭 돼요.”
“그러구 거 나무 심는다는거 차라리 그만두면 어떨까 생각 되는데. 심어도 줄도
맞지 않고 거리도 맞지 않고 또 얼마나 살아 남을지?”
“삼촌, 절반이나 3분의 일이 살아남아도 성과이고 효익이얘요. 앞으로 구역내에 큰 나무를 많이 옮겨야 할건데요. 이 활동은 경제적 효익보다 정신적 효익이 클거라 생각합니다. 5.1-5.4에 한사람이 한그루라는 주제로 애국심까지는 몰라도 애사심 ㅡ자기의 회사를 사랑하고 자기의 가원을 사랑하자는 정신을 부여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구 불도젤이나 굴착기로 우리땅 경계에 한보습 쭉 그어놓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장비는 아무 곳이건 곧게 갈 수 있잖아요? 거리는 한삽 길이로 하면 딱이얘요. 제가 계산 해봤어요. 물론 이런 것은 왕 한빈 부장님과 청시하고 동의를 얻어야죠. 그분께서 불가능이라 하시면 우리생각을 접어야겠죠. 내 생각은 그렇게 하면 될 듯 싶은데 말입니다. 5월 3일이 토요일이죠. 그날 들놀이 하고 일요일 쉬고 월요일부터 다시 일하면 어떨까 생각 합니다. 오늘이 토요일이니 이제 일주일 남았어요.”
“그러면 너네 위원회에서 잘 토론하고 좀 더 명확한 제의안을 만들어라. 월말 동사회의를 하루 앞당겨 열고 토론하자. 결론이 되면 구체적 준비를 해야 하니깐, 준비 할 시간 3일은 가져야겠지?”
2003년 5월 3일은 신라신 집단의 대 명절이였다.
왕 한빈 부장이 적극으로 지지 해 농기소에가 보습날을 빌어다 땅 경계에 홈을 깊숙이 치고 둬메터 넘는 백양나무 묘목 350그루와 메터반씩 되는 비슬나무 묘목도 350그루 샀다. 4푼짜리 비닐고무관도 천 오백메터나 사서 나무에 물 줄 준비까지 해놓았다. 방 화가 들놀이 총지휜지라 방 화가 써준 품목과 수량대로 점심먹거리와 장려품들도 트럭으로 실어왔다. 점심먹거리는 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사이다를 한병 줄이고 우유와 짠지 한봉다리씩 증가 하였다.
리 영섭과 공 만석은 건설부의 창고에서 전기선을 가져다 아빠트로부터 놀이 장소에까지 늘이고 구락부의 축음기, 록음기, 대형 음향 시설을 실어다 안장하였다.
방화는 건전지나 한박스 사고 작은 마이크나 작은 록음기를 가져다 사용하리라 계획 했었는데 동관촌과 공업단지 전체가 들썽 하도록 만들어 놓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뒷산 등성이에 자리한 그들의 들놀이터는 전체 동관구와 공업단지를 마주한 큰 로천무대와도 같았다. 공업단지의 많은 공인들은 자기 공장마당에서 부러운 눈길로 오래도록 바라보군 하였다. 그래서 신라신의 공인들은 더욱 흥이 나고 어깨가 으쓱 해 졌으며 더욱 잘 진행 되여 나갔다.
방 화는 시 만보 기자 한명과 테레비죤방송국의 기자 한명을 청하였다. 련계 할 수 있는 기자는 많았으나 두사람만 함께 들놀이를 하자며 회사에 와 아침을 먹도록 일찍 도착 하라고 불렀다. 그래야 식수하는 첫절목부터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였다. 그들은 아니나 다를까 식수 활동에 무척이나 호기심을 가졌고 고지 점령 운동에는 자기들도 끼여달라고 하여 만보의 여기자는 정정이 수하로 들어가고 텔레비방송국의 기자는 건설부에 들었다. 등산 선수는 열사람씩이였다. 정정이네 공단에서 붉은기를 뽑아 흰수건 하나씩과 비누 하나 치분 치솔 하나씩을 타고 건설부 청년들이 이등을 하여 흰수건과 비누 하나씩을 탔다.
들놀이는 예상보다 몇배로 잘 되였다.
토요일이라 저녁에 구락부도 초만원이였다.
“오늘 신라신에서는 재미나게 놀데.”
“그러게, 여사장은 청년들 마음을 잘 알아주는 분이란데. 우리 사장은 언제…”
“우리 사장님은 일밖에 몰라, 여사장두 여사장이지만 방부장이란 여자가 그리도 날쌔단다. 여성부부장이구 공회주석인데 이구락부두 그여자 만든게란다.”
“그래? 그런 여자 다 있다니? 그 회사 공인들의 복이구 행운이다.”
“첫 날 깡패 여섯이 쳐들어 왔댔는데 방부장 뽀뵤(경위) 둘이 나타나 몇초 안에 쓸어눕혔단다. 갈비 끊어지구 이빨이 빠지구 아래 종아리 부러지구…”
“야!ㅡ 무술 영화 같구나!”
“하나는 목숨까지 잃었다는데 뭐.”
“그러믄 보스가 잡혀가야재?”
“제칼에 제가 찍혀 죽었는데 누가 누굴 잡아가? 이 미꾸라지야.”
“아룽, 니 너무 분다. 거기서 자살이나 했단 말이야? 제 마치 본 것처럼.”
“본게 아니라 3차간에 후뚤거리는 애 하나 있잖아? 까까머리, 갸 친구가 그날 저녁에 무리에 끼여 왔다가 이빨 세개나…”
“이빨 세개나 빠졌겠구나…”
“쉿! 왔다, 왔어. 저여자 방부장이다. 봐라 얼마나 쌕쌕하게 생겼는가.”
“정말, 야아ㅡ… 손이라도 한번 잡아 봤으믄…”
방 화는 장내를 한바퀴 둘러보고는 곧게 아룽이네를 향해 걸어 와 옆에 앉았다.
“동무네는 어느 회사에서 왔습니까?”
“도요다입니다.”하고 아룽이 낮은 소리로 대답 하였다.
“처음입니까?” 방 화가 다시 물었다.
“아니요, 자주 다닙니다.”
“그런데 왜 춤을 추지 않아요?”
“추고 싶지만 파트너가 없어요.”
“저쪽에 저렇게 많이 앉아 있는데 맘에 드는 처녀 없어요?”
“다 면목 모르는데요?”
“면목 모르니깐 면목 익히려고 온 것이 아닙니까? 만남의 장소 사랑의 자리라고 했거든요. 만나보고 료해하고 사랑을 나누라는 것입니다. 혹시 집에 각시라도…”
“아니, 아닙니다.”
“그럼 동무들은 어진겁니까, 멍청한겁니까?”
“어지고 멍청한거겠지요.”
“엉? 말씀 들어봐선 어지지도 멍청하지도 않은것 같은데요. 사귀고 싶으면 따라 와요, 내 소개시켜 줄게요. 우리회사 친구들이거든요.”
아룡과 “미꾸라지”는 방화를 바싹 따라섰다…
7월 말, 그날도 토요일이였다.
광동이가 저녁식사를 같이 하게 시간 좀 내여달라고 방 화한테 전화를 걸어왔다.
방 화는 광동의 전화를 다시 받고 퇴근하는 길로 왕관술집(王冠酒楼)으로 갔다. 왕관술집은 왕관가원 1호 아빠트 중심, 방 화가 처리한 집을 사서 새로 꾸린 영업이 꽤나 잘 되고 있는 고급스런 음식점이였다. 광동이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방 화를 데리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층은 원래 주택으로 지은 집이라 두집 사이벽에 통로 하나만 내고 모든 벽은 그대로 있었다. 큰 방엔 상 두개씩 놓고 작은 방엔 상 하나씩 놓았다. 하나씩 놓은 상도 방의 크기에 따라 6인 상, 8인 상, 10인 상, 각기 달랐다. 그러니 한집에 상 여덟개씩 이층엔 도합 열여섯 상이다.
일층은 입구 옆에 카운터를 만들었고 뒤쪽으로 3분의 1 되는 곳에 유리벽을 세워 주방으로 하였다. 주방 앞에 정문으로 들어서게 되는 대청엔 상 열네개를 놓았다.
방 화는 광동이를 따라 작은 방에 들어섰다. 방에는 철주, 효리, 정정이 그리고 왕대대장도 와 있었다. 방 화는 왕 부룡에게 경례 하고 악수 하였다.
“왕대장님, 오래간만입니다. 여전하시죠? 헌데 어쩌다가 이렇게 왕림 하셨죠?”
“안녕 하십니까? 하, 이놈들한테 랍취 당했어유. 주말이라 술 한잔 사준다기에 차에 앉았더니 여기까지 끌고 오는거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랍취던 요청이던 반가운 분들을 만나게 되여 기쁨니다.”
방 화는 자연히 왕 부룡 곁에 앉게 되였다. 모두가 제짝이 있으니 말이다. 각종 료리가 푸짐히 올랐다. 술이 둬순배 돌았다. 왕대장과 광동이가 흰술을 하고 철주와 여자들은 포도주를 마셨다. 철주는 원래 주량이 없는데다가 차운전을 해야 했다.
“단순히 술 마시자고 부른것 같진 않은데 모두들 언제까지 딴전을 부릴거죠?”
방 화가 참지 못하고 의문을 던졌다. 그소리에 모두들 하하하…호호호…웃음보를 터뜨렸다. 광동이가 술병을 들고 일어서서 부으려고 하자 방 화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요, 볼라니 나혼자만 따돌리고 꿍꿍이를 꾸민 듯 한데 알고야 마시겠소.”
“녜, 이잔을 붓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실은 꿍꿍이가 아니라 제가 말씀 드리는 책임을 졌는데 술로 담 좀 키워가지고 말씀 드리자고 약속은 했습니다. 다름 아니라
저희들 8.1절을 계기로 결혼 하려고요.”
네 젊은이는 죄진 애들처럼 머리를 숙였다. 방 화도 어느정도 예측 하고 있었다.
“좋아요, 참 좋아요! 드디여 결혼소리가 나왔군요. 나는 저네들이 젊은 기분에 불이라도 지를까봐 얼마나 근심 했는지 아오? 그러구 왕대장님 아셨으면 언녕 말씀 했어야죠. 제가 회사 여성부장이란걸 아시죠? 제가 안주면 각시들을 못데려 가요.”
“하하하…나도 차에 오면서 알았습니다. 죄송하군요… 아니죠, 난 죄가 없는데 왜 죄송합니까? 원래 본인들이 회보해야 하는건데. 방 부장님은 왜 날 탓 합니까?”
“호호호…글쎄요, 원래 이들의 결혼은 상급에서 비준 해야 하는것 아닌가요?”
“물론이죠, 공작의 수요거든요.”
“그럼 언녕 비준 했군요. 자, 젊은 두쌍의 행복을 축원 하면서 한잔 듭시다!”
다같이 한모금 마신 후 광동이가 말 하였다.
“월요일날 혼인등기처에 가게끔 효리하구 정정이한테 소개신 떼주고 하루 청가 주십시요. 옷도 한벌 사야니깐요. 그리구 누님께서 우리 혼례식을 주도 해줘요.”
“응당한 일이요. 밀어버릴 수 없는 직책이지. 어떻게 할 것인가 말해보오.”
“여기 회사의 친구들과 간단히 한끼니 먹고 국에 동료들과 한잔 마시고 그러면 돼요. 그리구 철주넨 매가현에 가서 한번 더 해야 할겁니다. 집체 혼례식이라 할 수 있겠죠? 옛식은 모조리 없애구요, 부부라는 것만 사람들에게 알리면 됩니다. 그리구 왕대장님께서 대표로 이곳 활동에 참가 하실거구요, 누님께서 대표로 저쪽 술좌석에 참가 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축연은 검소하게 하고 우리 자체로 돈을 낼거구요 부조돈은 절대 한푼도 받지 않으렵니다. 두 지도자 분께선 이점을 꼭 도와주세요.”
“그대로 집행 하면 되겠구만뭐. 안그래요? 왕대장님. 아니, 사돈님. 호호호…”
“예, 사돈님. 저희들끼리 작전을 다 짜 놓고 몰아넣는구만. 모는대로 가야죠.”
“연회 값은 본인이 내는 것이 아니고 친구나 단위에서 내야지. 우리더러 주도 하라고 했으니 이런것은 우리가 하라는대로 해야 할 것이요. 그렇죠? 사돈대장님.”
“그럼요. 우리한테도 권력을 좀 줘야지.”
“8월 1일 저녁 우리집에선 직공 화식대로 저녁을 먹고 식을 간단히 하겠습니다. 이런건 원래 정정이가 잘 하는데 큰 일이군요. 실랑집에서는 어느날에 하실런지 날자만 알려줘요. 신부집보다 먼저 하는 법은 없거든요. 1일날 저녁 식이 끝나면 새 각시를 실어갈 수 있어요. 신혼방은 원래 실랑집에서 꾸며주어야 하는건데 아마도 구차한 사위를 맞았으니 신부집에서 선심 써야겠어요. 우리가 영성호텔에 방 두개를 이틀간 맡아주겠습니다. 팔월 1-2일로요. 그러니 사돈집에서도 2일날 저녁에 식을 올리는 것이 편리 할 것 같습니다. 구체문제는 우리 사돈끼리 잘 상의 합시다.”
“수선 애들 가시집에서 신혼방을 안배하신다니 더없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나는 우리 숙소 두칸을 청소 해주려고 생각 했었는데. 쑈양, 2일이믄 무슨 요일이데?”
“토요일입니다, 왕대장님.”
“마침 잘 됐구만, 그럼 실랑집에서는 2일날 저녁에 축연을 여는 것으로 합시다. 장소는, 장소는… 어이, 장소는 어데다 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도 단위 식당에서 안주나 둬가지 놓고 간단하게 한잔씩 마시면 안돼요?”
“쑈양, 그게 무슨 소리야? 결혼이란걸 너무 우숩게 보는거 아니야? 잘 못하면 너 평생 후회 한다, 알어? 저, 방부장 사돈님, 신혼방 어느 호텔이라고요?”
“영성 호텔에 정할 예정입니다, 사돈님.”
“오, 그러면 영성 호텔에서 하는 것이 좋겠구만요. 그리로 합시다.”
“왕대장님, 거긴 너무 비쌀텐데요…”
“입다물어라, 쪽 팔리게 놀지 말고. 우리가 한다고 했잖아?”
혼례식에 관한 토론은 여기에서 끝났다.
“왕대장님, 1일날 저녁 새각시 데리러 몇사람이나 올거얘요?”
방 화는 낮은 소리로 왕 부룡에게 물었다.
“두 실랑에 나 하나, 셋이면 되지요 뭐.”
“동료들 더 안 와요?”
“이튿날 모일텐데 복잡하게 올 필요 없다고 봅니다. 회사에 부담이나 주지요.”
“남자측에서 한사람이 오면 여자측에선 둘이 따라 가고 열이 오면 스물이 따라 갑니다. 먼저 알고 인원을 조직 해둬야거든요. 이게 조선족 구법입니다. 호호호…”
“모르고 많이 가려했더면 큰 일 날번 했군요. 허허허…”
8.1절 전날 방 화는 영성호텔에 가 단단이를 찾았다.
“방언니, 오래간 만이네요! 무사히 보냈어요?”
“그래요, 오래간 만이네요. 홍사장님은 계셔요?”
“녜, 근데 뭘 도와드릴까요?”
“신혼부부 두쌍이 8.1에 결혼 하는데 여기에서 두날 밤 재우려해요.”
“방언니 같은 분은 전화로 예약 하셔도 되는데 친히 오셨어요?”
“방을 보고 고르려고요. 그리고 술상도 예약하고요.”
“그러세요? 그럼 방부터 보실까요?”
단단이를 따라 천원짜리 방에 들어가 보고 천 삼백원짜리 방에도 들어가 보았다. 천 오백원짜리 방에 들어가 보니 단칸방인데 넓직하고 잘 꾸며져 있었다. 그이상은 신혼부부에겐 필요 없이 곁방이 달려 값만 높을 뿐이라고 단단이가 설명하였다.
“언니, 이틀 묵으신다면 하루 값만 내면 돼요. 신혼부부 주연을 이호텔에서 가진다면 주숙방을 무료료 하루밤을 제공 합니다. 원래 제공하는 방은 천원짜리이고 한칸인데 천 오백원짜리에 신혼부부 두쌍이라니 조금 복잡하긴 한데요, 우리 함께 홍사장님 만나뵈면 어떨까요? 시간이 허락 되신다면요.”
“좋아요, 이런 일 없드래도 인사하러 올라가려던 참이였어요.”
그들은 27층으로 올라갔다. 방 화는 방 잡으러 온김에 연회상도 예약 하련다고 왕대장 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섯상이면 된다는 것이다.
“방부장님, 그럼 가신김에 수고 해주시오. 나는 래일쯤 가보려 하였었는데 안 가도 되겠군요. 예약 된 후 전화 쳐주시요.”
단단이는 방 화가 왕대장 한테 전화 칠 때 홍사장한테 전화를 쳤다. 전화를 받은 홍사장은 복도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방언니! 무슨 업무이기에 친히 오셨어요?”
“업무는 무슨, 방 두칸 예약하러 왔다가 홍사장님 보고싶어 올라 왔죠.”
“고마워요! 하시는 일은 잘 되시죠?”
“예, 덕분에요.”
비서가 커피 두잔을 가져 왔다. 기회를 타 문가에 섰던 단단이가 입을 열었다.
“사장님, 실은 방언니 방 두칸을 이틀로 예약 하시는데 두쌍의 신혼부부고 우리 호텔서 음식을 쓴답니다. 우리 우대 정책에 맞추려니 잘 안 맞아서요.”
“안 맞는 점들을 말해보거라.”
“천원짜리 방 하나 하루밤인데 방언니는 천 오백원짜리 방 두개 두밤입니다.”
“오, 차도가 너무 많군요.”
“우대 받으려고 온거 아닙니다. 단단씨가 말 하니 알았지 이런 우대정책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요 뭐. 념려 마시고 제대로 다 받으세요.”
“삼천원 면제하고 절반만 받으면 되겠네요. 섭섭하지 않으시죠?”
“너무나 감사하지요. 생각 밖인데요.”
“결혼 하시는 분 친척이세요? 아니지, 두쌍이라 하셨죠?”
“녜, 친척은 아니구요, 친척 보담 더 가까운 형제 자매들이죠. 한쪽은 우리회사 처녀애들이고 총각은 시공안국 형사경찰들인데 넷이 모두 나를 누나라고 부른대요. 그런데 집은 다 외지에 있지, 누나로서 어쩌겠어요? 신혼방이라고 이름 달아 짧은 이틀이라도 포근히 잠 재우고 싶은걸요.”
“언니, 정말 감동 되네요. 매번 만날 때마다 사람을 감동 시키기입니까? 상세히 묻지나 말았어야 하는건데. 3일간 방 두개를 면비로 드리겠습니다.”
홍 화는 서랍에서 우대카드 두장을 꺼내여 넘겨주었다.
“이거 송구스러워 어쩌죠? 번번히 신세만 지고 갚지 못해서요.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 더 어쩔 수가 없군요. 홍 화사장님!”
“방 화언니, 우린 성은 달라도 이름은 같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닮은것 같아요. 그래서 우대카드란걸 만든거구요. 저, 신혼부부 성명을 여기에 남겨줘요.”
8월 1일 저녁 회사에서는 잔치를 크게 벌렸다. 설아가 애들을 이끌고 식당 벽에 붉은 종이로 오린 커다란 기쁠 희자를 부쳐놓고 마 효리와 양 광동, 양 정정과 조 철주의 결혼을 축하 한다는 프랑카드도 걸어놓았다. 공회에서 돈을 내여 볶음채도 네가지나 더 하였고 포도주도 주량것 마시도록 하였다.
광동이와 철주는 까아만 경복을 반듯하게 입고 가슴에 붉은꽃을 달았으며 흰 장갑까지 끼였다. 정정이와 효리는 땅에 끗기는 드레스 같은 새하얀 례복을 입고 붉은 꽃송이들로 머리를 덮었다. 신랑은 너무도 멋졌고 신부는 너무도 황홀 했다.
저녁을 다 먹자 식탁들을 접어 한쪽 벽에 기대여 세워놓고 가운데에 걸상들을 모아놓고 처녀애들이 앉았다. 걸상을 못 가진 애들은 삼면에 빼곡히 둘러섰다.
처녀애들의 박수와 함성속에서 신랑 신부 네사람은 등장하여 형제자매 동료들을 향해 두 여자는 허리를 깊숙히 굽히고 두남자는 오른손 다섯 손가락을 딱 부치고 곧게 펴 모자채양귀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는 사회자인 정 설아의 지시대로 방향을 바꾸어 앞에 나란히 앉은 왕대장과 여사장에게 같은 식의 경례를 올렸다. 경례를
받고난 여 수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신랑의 손을 하나씩 잡았다.
“우리 사위들 너무나 멋지다. 우리회사의 딸을 데려다 아껴주고 사랑 해주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기를 축복한다!”
여 수군은 두툼한 붉은 봉투 두개를 꺼내여 광동이와 철주의 호주머니에 하나씩
넣어주었다. 사회자는 붉은 봉투를 당금 내놓으라고 호통쳤다. 봉투 두개가 설아의 손에 왔다. 설아는 붉은 봉투속의 붉은색 돈을 꺼내여 헤여보았다. 50장이였다.
“얼마인지 모두 궁금하시죠? 팔천 팔백 팔십 팔원 팔십 팔전입니다. 팔자가 여섯개나 붙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알죠? 자매여러분, 사장님의 축복을 받기 위하여 우리들도 시집 갑시다!”
처녀애들은 박수를 치고 손을 내두르며 함성을 올렸다. 설아는 붉은 봉투를 흰 장갑을 낀 신부들의 손에 하나씩 쥐여주었다.
“두 형부께 의견이 있어요. 장인 되시는 사장님께서 붉은 봉투를 주었으면 그걸 안해님에게 바쳐야 하는 것이지 넣어주는대로 시치미를 뚝 딸래긴가요? 그리고 두 언니도 잘못이 큽니다. 뺏어야 합니다, 주먹을 부르쥐고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고 달려들어 뺏어야 해요. 돈과 남편을 잘 관리하는 안해가 똑똑한 여자랍니다…”
신랑 신부가 입을 맞대고 실에 맨 과자 뜯어먹기랑 두팀이 경색하며 하다보니 더욱 흥나고 재미졌다. 방 화가 축하 발언을 하였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쪽 저쪽 촬영을 하느라 바삐 보냈다. 정 설아는 사회를 너무도 잘 하였다. 저같이 명랑하고 똑똑한 처녀애가 굽은 길로 들어설번 하였다. 방 화는 생각하니 가슴이 뜨끔한다.
방 화는 차문 유리를 내리고 차안에 대고 말 하였다.
“광동이, 철주, 오늘저녁 절대 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살랑 살랑 많이 애무 해 주면서 하오. 성생활도 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이 첫째요. 여자들은 첫날밤이 기대 되면서도 무섭고 아프면서도 흥분되고 그런거요. 그러니 첫날밤을 잘 못하면 심리상에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소. 이것이 영성호텔 우대권이요. 돈을 내지 않고 3일을 있을 수 있소. 카운터에 주면 카드열쇠를 줄거요. 카드의 번호대로 올라가면 되오. 내 무상으로 얻은 것이니 아무런 부담도 가지지 마오. 함께 보내주지 못해서 미안하오. 첫날밤이 즐겁기를 축원하요! 일이 있으면 제때에 전화 하오. 그럼 왕대장님 수고 해주세요, 우린 래일 또 만납시다.”
그들은 방 화와 인사를 나누고 떠났다. 철주가 운전석에 앉고 왕대장이 보조석에 앉았다. 광동이가 뒤좌석 가운데 앉고 두 신부가 량켠에 앉았다. 광동이도 양가이고 정정이도 양가이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오빠 동생 한지가 오래다.
“친누나라도 저렇게 못해준다. 너희들 절대 은공 잊으면 안된다.”
“알아요. 명심 할게요.”
왕대장의 말에 모두들 수긍 하였다.
아홉시쯤 단단이가 방 화한테 전화를 쳐왔다.
“언니, 단단이얘요. 오늘 오기로 한 신혼부부 아직도 안 오네요.”
“오, 대개 반시간이면 도착 할겁니다. 여기서 결혼식을 끝내고 떠난지 한시간이 넘었어요. 그럼 잘 부탁 드려요.”
철주는 차를 잘 몰았다. 영성호텔 정문에 도착 하니 복무생이 문을 열어주었다.
“왕대장님, 방에가 물이라도 한컵 마시고 가세요.”
“그럴까? 신혼방 구경도 하고 싶은데.”
정정이가 효리의 팔을 끼고 남자들의 뒤를 바싹 따랐다. 정정이는 효리보담 한
살 위이지만 언제나 이런 자태였다. 왕대장이 뒤를 따르며 소리쳤다.
“느그네 팔을 잘 못 꼈어. 어서 놔!”
“왜요?”
정정이가 효리의 겨드랑이에서 제꺽 손을 뺐다.
“동성련 같잖아? 앞사람의 팔을 끼던지. 허허허…”
“에이, 아저씨도. 난 또 무슨 큰 일 난 줄 알았잖아요.”
그들이 카운터에 이르니 양복차림을 한 로복무생이 깎듯이 경례 한다. 광동이는 “안녕하세요?”를 부르며 방 화가 시켜준대로 카드 두장을 내놓았다. 복무생은 카드를 받아 훑어 본 후 또 한번 경례하며 “25층으로 올라가세요, 거기에 접대원이 있습니다.” 하고는 그들이 몸을 돌리자 “그들 왔어요.”라고 혼자 말처럼 하였다.
그들 다섯이 25층 승강기 문을 나서니 어여쁜 아가씨가 머리부터 숙이고 말했다.
“우리호텔에 오신 것을 환영 합니다! 양 광동, 조 철주군 맞으세요?”
“예, 그렇습니다.”
“따라 오세요.”
어여쁜 아가씨 단단이가 붉은 주단을 밟으며 앞에서 걷고 그뒤에 효리와 정정이, 그다음 철주와 광동이가 섰다. 왕대장은 맨 뒤에서 한발 떨어져 따랐다. 사민복장을 한 왕 부룡은 이들중 무슨 배역인지 누가 봐도 알 수 없었다. 복도를 따라 너덧메터 나가 오른 켠으로 굽어들자 박수소리가 좁고 길다란 복도에 챙챙이 울리였다. 복도 량켠에 남녀 복무원들이 칠팔메터 줄지어 서서 박수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박수 대오 끝에 방문 두개가 열려져 있었다. 단단은 백 팔십도로 돌아서서 왼손을 번져 보이며 뒤따라온 사람들을 방으로 안내하였다. 다섯은 한칸으로 들어갔다.
제일 먼저 눈에 띄이는 것은 창문에 오려 부쳐놓은 붉은 종이 희자이고 머리를 조금 드니 천정에 가로 세로 걸어놓은 채색 종이테프와 꽃, 고무풍선이였다.
“신혼방 특급이다! 옛날 황제도 이런 호화로운 잠자리를 가져본것 같지 않다.”
“왕대장님 앉으세요, 제가 물 따를게요.”
효리가 급급히 차잔을 번져놓고 보온병 뚜껑을 열었다.
“아니야, 나 가야지. 즐겁게들 보내게. 내일부터 일주일 푹 쉬여. 래일저녁에는 2520번이라 했지? 그럼 래일저녁 2520번에서 만나자.”
이튿날 저녁 방 화는 설아 한사람만 데리고 떠났다. 그들은 신랑 각시를 보고 싶어 일부러 한시간이나 일찍이 떠났던 것이다. 정정이는 방 화가 당금 도착 한다는 전화에 조급해났다. 그들은 전날 밤부터 지금 까지 쵸콜레트로 고픈 배를 달래며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효리네도 그랬다. 몇분이라도 더 살과 살을 맞대고 안고 있고 싶은 때다. 어느 숙사에 신혼방을 꾸렸더면 이렇게 하루종일 안고 뒹굴수 없었을 것다. 그들은 신혼의 첫날 밤낮을 벌거숭이로 너무나도 행복하게 보냈다.
“계집애들, 여직껏 샤워도 안 하고 뭘 했어? 벌거벗는게 그렇게 좋은걸 어떻게 참았을까 모르겠네. 아, 아니야, 설아는 귀 막아. 처녀들 들으라는 말이 아니다.”
광동이는 철주한테로 건너가고 정정이가 건너와 효리와 함께 샤워실로 들어갔다.
“언닌 그래 첫날밤에 옷을 꽁꽁 입고 잤어요? 호호호…”
“벗어도 치사하게 스무시간씩은 안 했다. 밤중에 한번 데꺽 하고 입고 자다가 새벽에 또 달려드니 아래만 벗고 데꺽하곤 안 한것처럼 일어나 밥 했다.호호호…”
“밥? 밥은 어째 해요? 딴 사람들은 뭘 하구요?”
“우리네 민족 습관이 새각시 첫날 아침에 꼭 밥을 지어 시부모님께 챙겨 드려야 하는 법이다. 그렇잖으믄 쫓겨난다. 너네 알기나 하니? 너네처럼 이튿날 저녁까지 붙어 있었으믄 백번두 더 쫓겨났겠다. 너네 아래동네 신혼기 위생 잘 지켜야 한다. 남자여자 저녁마다 씻구자구.”
두 남자가 먼저 옷차림을 다 하고 건너왔다.
“경찰아저씨들, 신혼밤 좋았어요?”
“좋구말구요, 인제야 인생 사는 듯 합니다. 허허허…”
방 화의 묻는 말에 광동이가 대답했다.
“무릎팍 다 벗겨지지 않았어요? 호호호…”
“체, 누님두, 무릎팍만 벗겨져요? 제일 중요한 물건을 홀딱 벗겨놨어요.”
“야, 처녀가 옆에 앉아있는데 말 좀 조심해라.”
광동이가 철주를 짐짓 나무람 하는척 했다. 설아는 얼굴이 발개졌다.
“형부네 참 문젭니다. 친처제 앞이라면 말씀을 삼가 하실거죠?”
정정이가 치장을 마치고 건너오다가 그소리를 들었다.
“야, 어째 형부네하구 큰 소리니?”
“뭔지 몰라두 중기를 언니 홀딱 벗겨놨다잖아요? 후젠 안전모자 꼭 씌우세요.”
예정한 여섯시가 거의 돼오고 있었다. 신랑 신부도 복장 차림을 끝냈다. 방 화와 설아가 신부를 하나씩 앞에 세우고 머리에 꽃도 바로잡아주고 얼굴의 분가루 자국도 지워주었다. 방 화는 손가방에서 자그마한 향수병을 꺼내여 효리와 정정의 어깨에 뿌려주고 신랑들의 팔을 들고 양쪽 자개미에 뿌려주었다.
“저넨 여기서 조금 기다려. 우리둘이 먼저 가서 정찰하고 전화 칠게. 20번 방이 이쪽으로 나가다 왼손켠으로 굽어들어 조금 가면 있으니 전화 치면 나오오.”
방 화와 설아가 왼손켠으로 굽어들면서 바라보니 멀지 않은 곳에 경복을 입은 사람들이 몰켜있고 오가고 북적거리는데 방 화네를 발견한 왕대장이 둬발 다가왔다.
“애들이 다 준비 됐어요?”
“녜. 손님들은 거이 다 오셨어요?”
“예. 그럼 제시간에 시작합시다. 우리는 식도 없고 오락도 없습니다. 그저 희주 한두잔씩 마시고 헤여집니다. 그리고 이것 부조돈인데 모두 이백원씩 쉰 여섯이 냈습니다. 책임지고 결재 해주십시요. 방부장님 한마디 하실거죠?”
“말 할 줄 잘 몰라도 시키면 해야죠. 시키면 30초만 하겠습니다.”
“한상에 열두사람씩 앉게 되였더군요, 열사람 상으로 계산하였댔는데. 그래서
한상에 열사람씩만 앉으라 했습니다. 료리가 절반은 올랐을 겁니다. 시작 합시다.”
방 화는 양 광동에게 전화를 쳤다. 신랑 신부가 문어구에 오기도 전에 왕대장이 앞서 들어가면서 “신랑 신부 입장이요!”하고 소리를 질러 웃음보를 터뜨렸다.
“왜 신부는 없고 신랑 혼자 들어옵니까?”
“신부를 찾아 오시요!”
사람들이 왕대장을 향해 롱담을 던지며 웃고 떠드는 때 신랑 신부가 팔을 끼고 문에 들어섰다. 전장은 기립하여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쳤다. 엊저녁엔 백분의 95가 처녀들이더니만 오늘 저녁엔 백분의 95가 남성들이다.
좌우켠에 상 세개씩 놓았고 가운데 통로엔 붉은 주단을 폈다. 출입구 정면 벽엔 “양 광동과 마 효리, 조 철주와 양 정정의 결혼을 축하한다!”는 프랑카드가 높게 걸려 있고 그아래에 커다란 붉은 희자가 달려있다.
“안된다! 절대로 안돼!”
서넛놈이 팔소매를 걷어부치며 나서서 신랑 신부의 입장을 막고 있었다. 술도 한잔 마시기 전에 장난끼가 터진 것이다. 신랑 신부는 어쩔바를 모르고 서있었다.
“그저 그렇게는 못 지나간다! 내 이름 애꾼이란 말이야.”
“어떻게 하면 지나갑니까?”
광동이가 무서워 하는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업고 가든가…”
“안고 가든가…”
“뽀뽀하며 가든가…”
“아니면 우리를 재끼고 가든가…”
애꾼들은 일시에 격투태세를 취하였다. 신랑들은 자기 신부를 데꺽 걷어 안았다.
“길 비키시오! 우린 갈길이 급한 사람들이오!”
광동이가 소리쳤다. 시키는대로 신부를 안았으니 길을 내주려니 했다.
“아니지, 당신들은 신부를 바꿔 안았구만.” 애꾼은 애꾼이였다. “뽀뽀하면서 저앞까지 나간다면 봐주겠소. 안 그렇습니까? 제군들!”
애꾼은 손을 저으며 선동 하였고 사람들은 “옳소!”하며 재밌다고 박수를 쳤다. 광동이가 뭐라고 소곤거렸는지 효리는 뽀뽀 하려는듯 광동의 목을 끌어안았다.
“자, 미성년자는 눈을 감으시오, 지금부터 뽀뽀 실시입니다.”
애꾼이 승리자의 자태로 거드름을 피웠다.
“철주야, 우리 맥이 다 빠지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내가 엄호 할게 나가라.”
광동이가 효리를 안은채 다리를 저으며 격투 하며 나가려는 듯 왼켠으로 몸을 쏠리자 적들은 그를 막으려고 무의식간에 왼쪽으로 몰켰다. 오른켠에 넓다랗게 길이 열렸다. 철주는 광동이 한마디에 언녕 백메터 고속 달리기를 준비 하고 있었는지라 기회를 놓지지 않고 쉽사리 적들의 봉쇄선을 벗어나 목적지까지 달려갔다. 정정이를 데꺽 내려놓고 돌아서서 적진의 뒤통수를 치려 달려갔다.
“형님, 내가 왔소! 나한테 맡기오!”
철주의 고함소리에 놀라 적들이 머리를 돌리는 순간 광동이는 그대로 밀치며 적진을
뚫고 나갔다. 적들은 투항하고 말았다.
“여러분! 신랑 신부가 승리적으로 입장 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열렬한 박수로 그들의 승리를 축하하고 그들의 결혼을 축하 합시다!”
왕대장이 나서서 호소하자 장내엔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졌다. 신랑 신부는
나란히 서서 하객들에게 경례를 하였다. 앞자리에서 경복을 입은 동료 넷이 일어나 신랑 신부 앞에 가 한손에 소세지 같은 물건을 높이 들고 다른 한손으로 꼬랑지를 잡아당겼다. “펑! 펑!” 소리와 함께 신랑 신부의 머리위에 채색 꽃보라가 날리고 머리 위에 어깨 위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원래는 신랑 신부가 입장 할 때 량켠에서 쏘아 올리려던 것인데 전투가 벌어지고 그걸 구경하다나니 기회를 놓쳤던 것이다.
방 화가 30초 축사를 하고 광동이가 대표로 30초 답사를 하고 왕대장이 술잔을 높이 추켜들고 첫 건배를 선포했다. 두쌍의 부부는 좌우로 갈라져 한상 한상 돌면서 한잔 한잔 술을 권했다. 애꾼들 앞에 가서는 진도가 늦어지고 술도 많이 달아났다. 결혼식 술자리엔 원래 그런 애꾼들이 좀 있어야 흥 나고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들이 생기는 것이다. 방 화는 신랑 신부가 입장 할 때 조금 촬영 하다가 왕대장한테 제지 당하고 말았다. 형사들의 얼굴은 함부로 사진 찍어 안 된다는 것이였다. 그래서 촬영기를 가방에 넣어버리고 말았다. 상과 상 사이에 술병을 들고 서로 오가기 시작 했다. 열기가 좀 오르고 취하지는 않았을 때 이렇게 서로 술 권하기를 많이 한다.
술판이 한창 흥에 끓을 때 홍 화사장이 단단이를 앞세우고 결혼식장에 들어섰다. 어여쁜 두여인이 누군지를 누구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방 화는 출입문을 등지고 맨 앞상에 앉았는지라 그들이 들어오는걸 모르고 있었다. 등뒤에서 울린 “언니!” 하는 귀에 익은 소리에 방 화는 “단단씨!”를 부르며 머리를 돌리고 일어섰다.
“홍사장님! 바쁘실텐데…”
“언니, 제가 영성호텔을 대표하여 신랑 신부께 한잔 올리려고요.”
“감사해요! 제가 소개하지요. 왕대장님, 여러분, 이아가씨는 싱가포르 영성그룹 홍 해심회장님의 딸님이시고 백주영성호텔 사장님이십니다. 그리고 이분은 백주시 공안국 형사경찰대대 왕대대장님이시고…”
첫상에는 왕대장과 신랑 신부, 녀민경 둘, 방 화네까지 아홉사람이 앉아 있었다. 홍 화는 술병을 들고 하객들을 향해 앉은 신랑 신부 옆으로 돌아가 먼저 붓고 다른 사람들께도 부었다. 방 화는 술병을 광동에게 주고 술잔 하나를 효리에게 주었다. 그들이 홍 화에게 한잔 부을 때 방 화는 빈잔을 하나 더주어 정정이에게 넘겨주고는 단단이를 끌어다 자기 곁에 세웠다. 철주와 정정이가 단단이에게 술을 부었다.
“홍사장님, 감사합니다!” 광동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느리다간 말 할 기회를 놓친다는걸 알기에 순서를 따질 겨를이 없었다. “사장님께서 우리에게 고급방까지 무료로 주었다는 것을 압니다. 이렇게 축하의 술잔까지 받고 보니 말문이 막힙니다. 아무튼 이 은공 잊지 않을게요!”
“은공이랄게 없어요. 감사는 이 언니께 드려야 합니다. 전날 방언니는 고급방 예약하러 오셔서 값도 따지지 않고 최고만 찾기에 친척이냐고 물었더니 친척보다도 더 가까운 형제 자매라고 하셨어요. 전 이 한마디에, 그 사랑의 마음에 감동을 받고
선심을 쓰기로 한 것입니다. 삼지사방에서 모이고 민족도 다르잖아요? 말이 너무 기네요. 자, 네분의 결혼을 축하하여, 우의와 사랑을 위하여 잔을 비웁시다!”
잔을 비운 후 홍 화가 말했다.
“왕대장님, 제가 하객들께도 한잔 권하고 싶은데요.”
“감사합니다! 내 소개하지요…”왕대장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형제 여러분! 잠간 조용! 조용! 이 호텔의 사장님께서 한잔 권하시겠답니다. 감사의 박수!ㅡ”
모두가 들었던 술잔과 저가락을 내려놓고 열렬히 박수 쳤다. 벽을 등지고 한상에 하나씩 서있던 복무원 아가씨들이 술을 부었다. 첫상에서는 단단이가 복무원 아가씨 손에서 술병을 받아가지고 부었다.
“하객 여러분! 제이름은 홍 화라고 부릅니다. 만백성의 안녕을 수호하기 위하여 주야로 싸우시는 여러분들께 사랑의 경의를 드립니다! 호텔 전체 직원을 대표하여 신랑 신부와 하객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축원하며 이잔을 올리는바입니다!”…
연회가 끝나고 하객들이 모두 돌아갔다.
방 화는 신랑신부와 함께 하객들을 호텔 문밖까지 바래고 카운터를 거쳐 효리네 방으로 돌아 와 광동이와 철주에게 결재정황을 보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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