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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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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장편《촌부의 사랑》

32. 양 로 원
2013년 05월 09일 08시 41분  조회:1660  추천:0  작성자: 김재진
 32.     
 
 
시공안국과 시민정국에서 향양로원으로 안건조사를 내려왔다. 로인들은 한결같이 갑수동 방사장한테로 보내달라고 청원 하였다. 밥을 짓던 오 룡국 안해와 김 택수의 안해는 남편들이 잡혀가자 로인들만 남겨둔채 어데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몇몇 로인들이 한쪽 구석에 누워 뭉개는데 삐뚝이면서라도 움직인다는 로인들이 대소변을 받아내노라고 헉헉거리고 있었다. 넓은 온돌방 하나에 7-8명 혹은 십여명씩 누워있는데 방마다 오물 냄새가 코를 찌른다. 70세 좌우의 조금 젊다는 안로인들이 힘을 합쳐 50여명의 밥을 짓는데 반찬거리도 없고 쌀도 다 떨어져가고 있었다. 어시 잃은 애들만도 못한 처지이다. 애들이라면 활발히 뛰여 놀 수라도, 소리지르며 웃고 떠들 수라도 있지 않겠는가?
로인들은 조사원 앞에서 격분에차 오 룡국과 김 택수에 대해 공소대회를 하였다. 일년이 다 가도록 돼지고기 한점 얻어먹어보기가 힘들다는 것이고 겨울엔 석탄값을 아끼느라고 불을 적게 때주어 얼어죽을번 하였고 여름엔 쉰밥을 먹어 설사를 하다가 숨진 로인도 있다는 것이다. 금년 겨울에 또 추운고생을 어찌하랴 근심했는데 뒈질 놈들이 마침 잡혀가 죄값을 치르게 되였다는 것이다.
공안국과 민정국에서 왔다는 두 젊은이는 방사장이 누군지 왜 로인들이 한결같이 그이한테로 가려고 하는지를 전혀 몰랐다. 그들은 갑수동이 어느쪽에 붙었는지만을 아는 정도다. 안건조사보담도 로인들의 생계문제가 더 없이 시급함을 그들도 느꼈다. 그들은 자연히 갑수동으로 차바퀴를 돌렸다.
해연이는 방 화가 양로원 원장을 겸하도록 안배 하였다. 소배고 골물위험을 제일 먼저 감지하고 방 화에게 통지 했다던 홍 성자 아주머니를 부원장으로 안배하여 실제 내부 업무는 그가 맡도록 하였다. 강 석범의 안해 김 명자를 주방장으로 설아의 시어머니 왕 계란을 료리사로 안배 하였다. 그러니 김 명자는 주로 김치와 밥, 장국을 책임지고 왕 계란은 면식을 하고 볶음채를 하는 것이다.
돈사에서 일하는 마을분들 중 신체가 튼튼하고 부지런하고 싹싹한 40대 아줌마 두분을 먼저 복무원으로 뽑았다. 이렇게 돈사에서 단번에 다섯 사람이나 빠지다나니 돈사 일군이 모자란지라 아래마을 천동곡에 가서 다섯 사람을 모집 해왔다.
주방의 모든 설비들을 다 갖추었고 보일러 실에서 모욕탕에 뜨거운 물도 보낼 수 있게 되였다. 세척실엔 커다란 세탁기도 두대 사다가 전기 안장까지 끝냈고 오락실엔 장기판으로도 쓸 수 있고 트럼프도 놀 수 있는 탁상을 네개나 사다 놓았고 전기로 돌아가는 기계마작기도 한대 안장 하였다. 일층대청과 활동실엔 커다란 TV도 한대씩 사다놓았다. 침대나 옷장같은 가구를 백20개씩 만들어 와야 하는데 이재 겨우 절반밖에 완성하지 못하였다.
 
공안국과 민정국의 두 젊은이는 갑수동에 이르러 어안이 벙벙 해졌다. 두메산골 산수갑산에 이처럼 층집들이 서있을 줄을 생각지 못 했던 것이다. 그들은 사무청사로 향해 걸어갔다. 정문으로 들어가 현관에서 마주나오는 련길이와 마주쳤다. 련길이는 멀리쯤에서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우리 회사에 오신것을 환영 합니다! 두분께선 누굴 찾으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총경리를 만나고자 합니다. 방씨라고 들었는데요.”
“틀렸습니다. 총경리는 김씨이시고 방씨분은 우리회사의 사장이십니다. 3층에 중심칸입니다. 문패가 걸려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의 두손님은 없었던 기분을 느꼈다. 보지도 못했었고 묻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열정적으로 맞아주고 안내 해주는 산골회사 직원이 너무나도 돋 보였다. 3층 가운데 문에 “동사장 사무실”이란 패쪽이 걸려있었다. 그들은 가볍게 노크 하였다.
“들어오세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비서가 응답 하는 것으로 생각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멋지게 생긴 젊은 여성이 그들을 향해 다가와 “환영합니다!”를 부르며 손을 내민다. 비서라도 여기에 비서는 멋지고 열정적이고 대범하구나, 하고 손님들이 생각 하는데 “여비서”가 또 입을 열었다.
“무슨 용무신지 먼저 자리에 앉으세요. 제가 찻물이나 한잔씩 부을게요.”
“찻물은 됐구요, 근데 방사장님 어데 나가셨어요?”
“녜? 제가 방가인데요. 무슨 일로 오셨죠?”
“오? 그래요? 실례 했으니 용서하세요! 전 방사장이라면 남성분인줄로만 알고…”
“호호호… 괜찮아요. 남자라 생각해주면 더욱 좋지요 뭐 앉으세요.”
 “전 시민정국에서 온 왕 득권이라 합니다. 이동문 공안국의 배동무이구요. 금방 향양로원에 일보러 갔다 오는 길인데요 거기에 로인들이 한결같이 방사장님 계시는 갑수동으로 오시겠다기에 뵈러 왔습니다. 여기에 로인님들 계실 방은 있는겁니까?”
“왕동무, 배동무, 수고 많으십니다. 우리회사에서 양로원을 새로 지었는데 소식이 어떻게 거기에까지 갔는지 모르겠군요. 전엔 로인들을 위문하러 몇번 갔었어요. 근데 그곳 조건이 형편 없더라구요. 개인이 도급 맡은 후론 가보지 않았는데 보나마나 조건은 더욱 악렬 해졌을께 뻔합니다. 그래서 양로원 꾸리는 일을 다그쳤답니다.”
“오, 그러셨군요. 좋은 일 하셨군요. 그곳 형편이 참으로 말이 아닙디다.”
“짐작이 갑니다. 형편이 얼마나 어려우면 나를 다 외웠겠어요?”
“방사장님, 이러고 있을 일이 아닙니다. 양로원 구경 좀 시켜주십시요. 구경한 후 돌아가 령도에게 회보 하겠습니다. 우리가 결정 할 일이 아니니깐요.”
침대 두개씩 놓고 옷장 두개 침대궤 두개씩 놓은 노오란 장판을 편 방은 환하고 따스하였다. 온수난방을 설치한 방바닥은 발바닥을 따뜻하게 하였다. 새 침대 위에 새 담요와 담요보가 반반하게 펴져있고 그위엔 베개와 네모반듯하게 개인 이불이 놓여있었다. 이불 위엔 또 곱게 개인 잠옷 한벌씩 얹혀져 있다. 침대 밑엔 방에서만 신는 끌신 하나씩 놓였고 머리 옆 침대가에 나란히 놓은 침대궤 위엔 보온병 하나와
 
근반짜리 불수강 물컵 두개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손님들은 두눈이 휘둥그래 졌다. 15㎡ 가량이니 호텔방 보다 비좁다 뿐이지 고급호텔 못지 않았다.
그날오후 시민정국 윤국장과 유부시장이 왕 득권등 각 유관부문 수하의 호위하에 천수동으로 왔다. 그들은 방 화도 찾지 않고 왕 득권의 안내하에 먼저 양로원부터 참관하고나서 사무청사로 올라와 방 화를 찾았다.
그들이 방 화의 사무상 앞에 놓인 길다란 탁상을 마주하고 두줄로 앉자 설아가 들어와 커피를 부었다. 유부시장과 윤국장은 전해 회사 개업식에서 만난적이 있었다. 인사를 나눈 후 유부시장이 커피 한모금 마시고나서 말을 떼였다.
“방사장동무 보니깐 수고 많았더구만. 방금 양로원도 둘러보았는데 일류더구만. 우리 짜른 밤에 긴노래 할 것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 하지뭐. 그렇지? 윤국장.”
유부시장이 말머리만 떼고 발언권을 민정국 윤국장에게 넘겼다.
“그럽시다. 방동무도 아마 향 양로원에 대해 다 잘 알고 있을거라 생각 하는데 오늘 우리가 유부시장님을 모시고 오게된건 향양로원의 로인들을 이리로 전이시킬 문제를 토론 하려는 것이요. 오전에 쑈왕도 왔다가고 했으니 짐작은 있었겠는데 수선 방사장동무의 동의가 있어야 할 일이니 태도표시를 할 수 있겠소?”
“우리는 원래 요즘 시TV를 통해 로인들을 받는다는 광고를 낼 예산이였는데 령도에서 먼저 이렇게 안배 해주니 감사 할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령도의 의견을 따르고 로인들의 의사를 존중 할 것입니다. 전 령도의 타산을 좀 들어보고 싶어요.”
“타산이라, 우리네 타산이라…”
윤국장은 말을 떠듬거렸다. 그들은 타산도 토론도 없이 왔다. 로인들을 급히 전이 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무턱대고 찾아온 것이였다.
“타산이란건 이제 구체적으로 토론 해봐야 나오는게 아니겠소? 오늘 우리가 찾아
온건 방사장동무의 의견을 많이 들어보자는 것이요. 들어보고 거게 근거하여 우리의 타산이 나올 것이요. 정책 허용 범위 내에서 우리능력이 닿는 범위 내에서 우리는 다 지지 할 것이라는 것만은 대답 할 수 있소.”
“저는 우리가 일단 접수한 로인들에 대해서는 최고로 모시리라고는 말을 못해도 최선을 다 할 것임을 담보 할 수 있습니다. 저의 타산을 말씀 드리죠. 우리 양로원은 자식이 돈 버는 성시로인이나 본인이 퇴직금이 있는 로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그런분들은 성시에 돈을 많이 받고 돌봐드리는 양로원으로 가셔도 되니깐요. 사회엔 국가 민정부문의 최소 생활보장금으로 살고있는 의지가지 없는 로인들이 계시잖아요, 우린 그런분들만 받으려고 하였습니다. 한달에 얼만가요? 백 칠팔십원? 민정부문의 생활보장금 우대증을 우리한테 맡기고 무자식 로인이라면 우리는 두말 없이 접수 할 것입니다. 우대증이 있고 자식이 있는 로인에 대해선 그 자식이 확실히 부양 능력이 없는가를 심사하고 받을 것이고요. 불쌍한 그로인들도 세상에 태여나서 풍상고초를 다 겪으며 사회를 위해 인류를 위해 무언가는 조금이라도 하신것이 아니겠어요? 그들도 잛은 여생이나마 근심걱정 없이 편안하고 유쾌히게 보내시다 저세상으로 가셔얀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우리네 타산이였는데, 그러면 향양로원엔 여러부류의 로인들이 계실게 아닙니까? 사회보장금으로 들어오신 로인이 아니라면 우리는 받지
 
않겠습니다. 사회보장금 우대증도 없고 퇴직금도 없고 의지 할 곳이 없는 로인이라면 먼저 모실 수 있는데 민정부문에서 속히 무휼증을 발급 해야 할겁니다. 저의 뜻을 명백히 말씀 드렸는가 모르겠습니다. 량해를 구합니다.”
“에ㅡ 그 뜻을 잘 알겠는데 아뭏든 좋은 마음을 가지고 시작 한건 사실인데 당면
급촉한 상황하에서 좀 윤활하게 처사 하는게 좋을것 같으고, 에ㅡ 정부에서 투자를 좀 하고 이 양로원을 련합으로 경영하는 그런쪽으로 나가면 어떨까?”
유부시장의 의견이였다. 투자를 좀 하고 자기네 맘대로 하려는 심산이다.
“투자를 좀 한다는게 얼맙니까? 그런의향과 돈이 있었다면 언녕 향양로원 로인들 생활 환경을 개선 했어야죠. 급촉한 상황을 누가 초래 한겁니까? 접니까?”
방 화는 격정을 눅잦히느라 애를 썼다. 한마디만 더 해도 큰 소리가 나갈것 같아 말을 뚝 멈추었다. 누가 누구더러 윤활하게 처리하라고 한단 말인가?!하는 생각이다.
유부시장은 무슨수로 방 화로하여금 자기말을 듣게 할지 방법이 서지 않았고 왜 돈을 벌려하지 않는지 리해도 가지 않았다. 돈을 내고 들어오려는 로인을 많이 받고 저만큼한 조건이면 돈도 비싸게 받을 수 있을텐데 돈 안 내는 로인네만 받겠다고 꺼꾸로 달려드니 알 수가 없다. 그는 커피를 또 한모금 마셨다.
“방사장동무, 저 양로원에 투자를 얼마 했소? 정부에서 절반 보조 해줄께. 련합 경영도 요구치 않고 정부의 급한 사정만 들어주면 되겠소.”
“지금 정부의 급한 사정은 여기에서 누구를 설득 하려 들 것이 아니라 쌀주머니 들고 향양로원에 가서 로인들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양로원에 투자한건 많지 않습니다. 집이 1500㎡이니 백 50만원으로 치고 내부시설이 50만원입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백만원을 주고 급한 사정을 말 할 것이 아니라 어느 호텔에 가서도 그만한 돈이면 로인들을 모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일찍이 양로원 건설 대부금 신청을 하였었습니다. 일년이 넘도록 일언반구의 소식도 없구만요. 그런데 지금…”
 “잘 알겠소. 한마디 충고하고 싶은데 방사장동무 너무 소고집만 부리다간 언제든 손해 볼 수도 있소. 참작하고 일마다 윤활하게 회사를 잘 운영 해나가기를 바라오.”
“감사합니다. 정책에 어긋나지 않고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보호를 받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꼭 법대로 정책대로 하렵니다.”
시정부와 민정국 사람들은 향양로원으로 시찰을 갔다. 말만 들어선 상상도 못 할 참아 눈뜨고 볼 수조차 없는 정경이였다. 간부들은 칸마다 들어갔다가는 일분도 못 서있고 코를 싸쥐고 나와버리군 하였다.
유부시장이 방 화에게 충고 할 때 생각은 사회보장금을 타는 로인까지 하나도 방 화한테 보내지 않고 다른 양로원에 안배 하든가 향양로원을 수건 하여 그대로 있게 하든가 하여 방 화네의 양로원이 빈집으로 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 했었는데 지금 보니 그런 밸싸움을 할 경황이 못되였다.
“어이, 윤국장동무, 여기 사무실이 없소? ...사무실에 당안재료가 있을게 아니요? 빨리 그걸 찾아오라니깐. 젠장 통 말이 아니군.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돼지굴도 이보담 나을거다. 민정민정 민정(民情)을 전혀 돌보지 않고 뭤들 했단말인가? 윤국장, 뭐 감촉 되는거라도 없소? 이마당에 어느 로인이 운명이라도 해보오, 로인들은 물론
 
전향 전시 인민들이 우릴 가만 두겠소? 어쩌다 이지경이 됐단 말이요? 이지경인데도 모르고 있었단 말이요? 민정국이요? 관료국이요?”
유부시장은 부아가 났다. 방 화에 대한 불쾌감은 가뭇 없이 사라지고 윤국장만 꾸짖어댔다. 욕을 먹어도 윤국장은 한마디 대꾸 할 말이 없었다. 상황을 이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잡혀간 남 영식을 속으로 욕 해댈 뿐이였다.
마침 로인들 등록부를 찾을 수 있었다. 도합 55명인데 사회보장금으로 입주 한 로인은42명이였다. 유부시장은 시객운공사에 전화를 걸어 큰 뻐스 한대와 작은 뻐스 한대를 급히 보내라고 지시 하였다. 그다음 방 화한테 당금 로인들을 보내니 맞이 할 준비를 하라고 전화를 쳐야했다. 헌데 전화번호가 없었다. 누구도 모른다. 114번 자문 전화를 쳤다. 114번도 흥농실업 회사란 등록 하지 않았기에 전화번호를 알 수 없다고 하였다. 향당위 사무실에 전화를 쳐 물어보았다. 그들도 역시 모른다고 한다.
“젠장, 일들을 어떻게 하는거야? 그만큼 큰 기업이 자기네 코등에서 일떠서고 있는데 전화번호조차 모르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가 말이오? 이러니 향의 경제가 언제나 일떠서겠소? 자기네 주머니만 채우느라 혈안이 돼 돌고. 아래에 내려 와 보면 정말 말이 아니란 말이요! 어이, 쑈찐! 제가 차를 몰고 갔다와야겠소. 그렇지 윤국장, 당신이 직접 가서 방사장한테 통지 하오. 곧 간다고. 42명이요, 방사장 요구대로 사회생활 보장금을 타는 로인들만 간다고 하오.”
로인들은 마당에서 유부시장네가 사무 보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방사장한테로 보낸다는 것을 알아들은 로인들의 심정은 어른들을 따라 놀이터나 들놀이를 나가는 어린애들 같으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이불짐을 쌌다.
“인젠 살았수. 양령감, 우리 인젠 살았다니깐!”
“진장 보내줄 것이지 저들이 땃땃한 집에서 배때기 부르니 늙은이들 살편을 전혀 안 본다니깐. 내 십년만 젊었어두 향이구 시구 싹 가서 들부셔 놓겠어, 개자식들!”
양 병찬로인은 80세인데 조선전쟁시기 정찰병질을 했었다는 로전사이다. 그는 아직도 사지가 활달하고 의식이 맑았다. 모병이라면 저녁마다 밤중이면 이불을 차고 일어나 “돌격! 사격!”하고 고함지르며 마당으로 뛰쳐나가 둬바퀴씩 돌다가는 다시 들어와 잠자리에 눕는다. 그가 “돌격”을 부를 때면 한방의 열몇 로인 “전사”들이 다 깨여나 앉았다가 “에그으ㅡ”를 부르고는 다시 누워야 했다. 아마도 이로전사는 “돌격”을 부르며 저세상으로 가야 할 듯 싶다.
로전사는 자식이 없었다. 5년전 할머니가 세상 뜬 후 일년간 자립 하다가 여기에 왔다. 로인들은 그를 우러러보며 그를 따랐다. 년세가 높은데다가 말마다 도리 있고 호소력이 있었다. 정부에서 관할하던 양로원을 개인한테 넘긴다는 소리가 났을 때 그는 로인들을 선동 해보았고 유관부문을 찾아가 말도 해보았었다. 허지만 그는 성공하지 못하고 말았다. 손자벌이나 될 남 영식이 손을 내저으며 “전투나 했다고 큰 소리 치지 마요! 누군 군대 안 갔었어요?” 할 때 한주먹에 쳐 눕히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양 병찬로인은 자리를 옮기려고 생각 했다가 주저앉았다. 자기가 떠나고 없으면 불쌍한 늙은이들이 당하기만 할 것 같아서였다. 사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임에도 자기가 로인들을 위해 앞장서고 “돌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방 화가 부식품을 싣고 로인들을 위문하러 둬번 왔었고 장만이를 시켜 둬번 왔고 로 길봉이도 둬번 왔었다. 회사에서 돼지 잡을 때면 위문 오는 것이니깐 부식품이란
돼지고기 한덩어리와 당면 한토리였다. 몇푼 안되는 물건이지만 로인들에게 있어서는 더 말 할 나위도 없는 혜택이고 위로였다. 흥농에서 위문 갈 때마다 앞서서 맞아주고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는 로인 한분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양 병찬 돌격전사였다.
방 화는 윤국장이 전하는 통지를 듣고 놀랐다. 로인들이 오기를 너무도 바랬지만 이렇게 불시로 들이닥칠 줄을 몰랐다. 허지만 그는 놀라는 기색을 내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윤국장님. 반가운 소식이네요. 만단의 준비가 다 됐으니 근심 없이 모셔오세요. 아까 제가 부시장님하고 좀 격동 했었는데 윤국장님 리해 해주세요.”
“미안하오, 다 내가 일을 잘 못 봐 동무같은 사업가나 자선가들에게 불편을 주게 된거요. 유부시장이 민영기업과 민정탈을 맡았지뭐요. 그도 잘 해보자는 의도니 량해 하기바라오. 로인들을 잘 부탁하겠소. 내 능력 범위내에서 많이 힘 쓸거요.”
“감사합니다. 윤국장님! 전화로 통지해도 될 일을 친히 오셔셔 말씀 해주니 저는 전력을 다 해야겠죠? 이것 저의 전화번호 입니다.”
방 화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명함장 하나를 꺼내여 윤국장에게 넘겼다. 명함장을 만들어 일년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내밀어본다. 민정국에서 관할하는 로인들을 모시는 양로원 원장으로 되였으니 민정국 국장에겐 자기의 전화번호를 알려야겠다고 여겼다.
유부시장은 등록부에 비추어 42명의 등기표도 따로 골라 냈다. 그리고는 뻐스가 도착하자 이름을 불러 큰 뻐스에 태웠다. 그중에서 세로인은 자립 할 수 없는 환자라 유부시장은 한동안 망설이다가 수선 그들을 시립병원으로 실어가기로 결정하고 작은 뻐스에 들어올렸다. 나머지 돈을 내고 입원한 로인들은 시정부 초대소에 하루 이틀 묵게 하면서 갈 곳을 찾을 예산이였다. 양 병찬로인도 나머지 부류에 속해있었다.
“윤국장어른, 나도 방사장한테로 갈라우. 다른 곳으론 죽인다해도 안 갈거요!”
“옳소, 양영감 우리네와 함께 가야하우! 그렇잖으면 우리도 안 갈거구만.”
양 병찬로인이 작은 뻐스에서 내려 소리 지르며 큰 뻐스에 올랐고 큰 뻐스에 탄 늙은이들도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 윤국장은 그를 억지로 밀어 내릴 수도 싣고 갈 수도 없어 난처한판인데 작은 뻐스가 먼저 경적을 울리며 떠나고 유부시장네가 앉은 까아만 “오디” 두대가 그뒤를 바싹 따랐다. 눈치를 채는 날이면 “나머지” 로인들도 모두 큰 뻐스에 오르려고 할 것이 뻔하므로 유부시장은 양로인을 념려 할 겨를이 없이 급급히 작은 뻐스를 먼저 떠나보낸 것이였다.
윤국장이 뻐스 앞자리에 앉아 40명 로인들을 모시고 갑수동으로 가고있다.
“내말들 들어라, 이 쫑때 빠진 놈들하구 하다망할 할망구들! 우리 지금 방사장의 전사로 당선되여 그리로 가고 있으니 가면 방사장한테 인사 곱게하구 누구든 방사장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방사장이 총사령관 하구 내가 부사령관 할테니 누가 사령관의 말을 거역 한다면 내가 총살 할 것이다. 내가 이렇게 포고를 내렸으니 뒷말 없기다. 그리구 무슨 적정이 나타나면 나하구 먼저 말해. 가능한 것이면 우리가 단합하여 자체로 무찌르고 나아가야 한다. 사업이 다망한 총사령을 일마다 찾아 시끄럽게 굴면 안 된다. 총사령관을 돌보고 보위하고 그의 지휘를 따르는 것이 전사들의 직책이다!
 
자, 내말에 동감인 자는 손을 들어봐… 두손 다 들엇! …만세 부르는것 몰라?”
양 병찬로인이 롱담 절반 진담 절반 전전 동원을 했다. 오글 쪼글 주름이 간 얼굴들에 지금처럼 즐거운 웃음꽃이 피여보기는 처음다.
갑수동엔 난리가 났다. 로인들이 온다고 하니 마치 자기를 낳아 키워준 친부모나 오는듯 환희로 들떴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공들을 제외하고는 하나도 빠짐 없이 몽땅 나와 일손을 돕고 일거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마당에 늘어서서 로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던 뻐스가 도착하였다.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윤국장이 먼저 내리고 양 병찬로인이 내렸다. 방 화가 달려가 양 병찬의 보꾸러미를 받아 들었다. 기다리고 섰던 사람들이 달려가 보짐을 받아 들고 한사람씩 부축하였다.
출입문가에서 해연이와 길봉이가 이름을 물어 종이에 적어주면 부축하고 들어선 직원이 이름쪽지를 짐속에 넣고 오른켠에 있는 세탁실로 가져가고 로인은 왼손켠에 있는 식당으로 들여 보냈다. 어질어질 하는 로인들은 직원들이 이끄는 대로 따랐다.
식탁 여섯개에 저녁상이 차려졌다. 이밥과 돼지고기 당면국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피여 오르고 있었다. 한켠에 네사람씩 여덟이 마주 앉아 식사 할 수 있는 2메터짜리 긴 밥상이였다. 밥상 가운데엔 김치 두접시와 돼지고기 건두부 볶음 두그릇씩 놓여져 있었다. 네사람이 한그릇씩 없애라는 것이다. 밥그릇 옆엔 갑수동 흥농표 약수물도 한병씩 세워져 있었다. 로인들의 식사를 거들어 드리려고 직원 한명씩 자각적으로 밥상가에 가 섰다. 누구도 수저를 들지않고 있었다.
“여러 어르신님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방 화입니다. 앞으로 방 화야! 하고 부르면 됩니다. 모두들 시장하실텐데 지금부터 제가 하자는 대로 하십시다. 먼저 물병을 따고 물을 한모금씩 마시세요. 그래야 체하시지 않거든요. 맛이 없어도 맛 좋은 반짓술이다 생각하고 마시세요. 우리공장에서 생산한 영양 좋은 물이랍니다. 자, 마셨으면 인젠 식사 하세요. 모두 수저를 들어요. 식사 하시면서 저의 이야기 들어요. 이시각 부턴 어르신님들께선… 국이 다 식겠네요. 식사가 끝나면 이야기 합시다.”
너무도 배가 고팠으련만 로인들은 수가락을 들고 방 화의 입만 쳐다보며 식사 할 념을 하지 않았다. 빈속에 마른 목구멍에 탈이 날까봐 물 한모금씩 먼저 마시게 했던 것이다. 식사하는 사이 인사말이나 몇마디 하려 했는데 방 화는 기다려서 해야 했다.
방 화는 윤국장을 식탁으로 불렀다. 그들까지 고려하여 여섯상을 차렸던 것이다.
“아니요, 빨리 가 봐야겠소. 자 이건 여기에 온 로인들 등록부와 등기표인데 양 병찬이라 부르는 로인의 등록이 빠졌을거요, 후제 보충하기요. 그리구 다른 문제가 있으면 후에 다시 토론하고. 그럼 수고 하오.”
윤국장은 악수를 남기고 급급히 달려나가 뻐스에 올랐다.
모셔온 로인은 40명인데 등기표는 서른아홉장이고 등록부에도 42명을 썼다가 세사람을 지웠다.
“밥이나 국을 더 드실분은 직접 가셔 떠다 드시거나 주방 아줌마를 부르세요.”
로인들은 더는 방 화의 입을 쳐다보지 않고 말없이 식사를 하였다.
“앞으로 회사 80여명 직원들 모두가 어르신님들의 아들 딸이고 손자 손녑니다. 인제는 자식이 없는 고독한 로인이 아니라 세상에서 자녀가 제일 많은 자식부자로
 
되셨습니다. 우리들도 세상에서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가 제일 많은 행복한 자식으로 되였고요. 앞으로 무슨 어려운 일이나 수요 되신 것이 있으시면 꼭 우리 자식들에게 제때에 알려주십시오. 우리들은 최선을 다해 어르신님들을 모실겁니다. 그리구 방금 어르신님들의 짐을 세탁소에 들여다 놓았는데 한분한분 세탁하는 족족 가져다 드릴겁니다. 짐속에 현금이나 보물단지가 들었대도 분실되지 않을 것이지만 모르고 함께 세탁기에 들어갈 수 있으니 말씀하시든지, 꺼내가시든지 하세요. 그리고 지금부터 침실 번호를 불러드리겠습니다. 모두들 일이삼사 아시죠? …예, 오늘 림시로 안배하 하는 것이니 불편한점이 있으신 분들께선 래일 제출하셔 조절 하도록 합시다. 제가 번호를 부르면 이층에 올라가 그번호를 찾아 들어가세요. 찾지 못 할 때에는 복무원과 물어보면 돼요. 방에 들어가 이불 위에 얹어놓은 잠옷을 갈아 입고 침대 밑에 있는 끌신을 신고 다시 내려와 저어ㅡ쪽 끝에 있는 목욕탕으로 가세요. 뜨끈 뜨끈한 물에 몸을 담구면 피로가 싹 풀리고 시원한 랭수에 몸을 담구면 정신이 바짝 날겁니다. 끌신과 잠옷은 침실 번호와 같은 함 속에 넣어두고 목욕하면 됩니다. 그러니 항상 침실 번호만은 기억 하셔야 합니다. 오른쪽이 할머님네 칸이고 왼쪽이 할아버지네 모욕탕입니다. 남좌녀우라지 않습니까? 틀리게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목욕을 깨끗이 하신후 잠옷을 입고 끌신을 신고 나오셔 텔레비죤을 보시든가 당신의 침실에 올라가 쉬시든가 하면 오늘 하루는 끝나는 거얘요. 기억 하셨어요? …예, 그럼 지금부터 두분씩 명함을 부르고 침실번호를 불러드릴테니 제가 명함을 부르는 족족 저문으로 나가 이층에 올라가세요. 최 분녀, 김 순녀, 최 분녀와 김 순녀 나오세요. 두분은 201번입니다. 문 복자, 조 영자 할머니, 두분은 202번입니다…”
방 화와 해연이 여나무명 녀직원들도 옷을 벗고 목욕탕에 들어왔다. 뜨거운 물에 한참씩 몸을 담그고 나온 할머니를 하나씩 잡고 다짜고짜로 등을 밀었다. 방 화도 한 할머니를 잡았다. 그는 로인을 쪽걸상에 앉히고 자기도 쪽걸상을 가져다 놓고 뒤에 앉았다. 륵골과 척추뼈가 앙상하게 도드라진 빼빼 마른 자그마한 체구였다.
“할머니, 성함 뭐라고 하셨죠?”
“최 분녀요.”
“몸이 꽤 많이 말랐어요, 식사 좀 많씩 하셔야겠어요. 여기에서 공급하는 음식들 빼놓지 말고 다 받아 드세요. 이제부터 호광 좀 시켜 드리려는데 몸이 좋으셔야죠.”
“고맙소, 방사장. 이런 호광 받을 줄을 누가 꿈이나 꾸었겠소.”
최 분녀할머니는 몸을 돌려 방 화를 쳐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한손으로 가죽만 남은 쪼글쪼글한 자기의 젖주머니를 주무르고 앙상한 다른 한손으론 방 화의 풍만하고 아름다운 젖 가슴을 만지며 혀를 끌끌 찼다.
“쯧쯧쯧…세상에 이쁘기도 해라…이렇게 착하고 고운 딸 키운 부모 복 받을겨.”
“할머님들! 오늘은 첫날이니 우리가 밀어드리는 겁니다. 앞으로는 한방에 계시는 두분이 함께 오셔서 서로 엇바꾸어 등거리 밀어드리기를 하셔야 합니다. 매주 토요일
하루씩만 뜨거운 물을 보내니 잊지 마시고 일주일에 한번씩 꼭꼭 오셔야 합니다.”
방 화는 소리 높여 말 하였다. 등을 맡긴 할머니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감격의 눈물이고 행복의 눈물이였다. 옆칸 목욕탕에서도 장만이 길봉이 등 댓 사람이
 
할아버지들을 눈물 흘리게 하고 있었다.
로인들은 지옥에서 천당으로 온 기분이였다. 대부분 안로인들은 일찍이 올라가 잠자리에 들었고 일부분 로인들은 대청에 놓은 쏘파에 앉아 오래도록 TV를 보았고 몇몇 남성로인들은 늦도록 장기를 두었다. 밤 열두시가 지났는데 두로인은 잠자리에 들념을 않고 쏘파에 앉은대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홍 성자부원장이 그들을 흔들어 깨워 이층으로 올려보냈다. 그리곤 자기가 대신 쏘파에 누웠다. 그는 이층에 올라가 침대에서 자도 되고 아래집에 가 남편의 팔을 베고 자도 된다. 헌데 첫날 밤이여서 로인들이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봐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어렴풋이 잠들고 있는데 비몽사몽간 요란한 돌격소리가 어데선가 들려오고 천군만마의 요란한 발자국 소리가 천지를 진동 했다.
양 병찬로인의 전투가 시작 된 것이다. 홍 성자는 와뜰 놀라며 깨여나 이층으로 돌격해 올라갔다. 백발이 성성한 건장한 로인이 흰 잠옷에 맨발 바람으로 복도 이쪽 한끝에서 다른 한끝으로 기관총을 안고 갈기는 것처럼 빈 두팔을 반쯤 들고 소리 지르며 달리고 있었다. 안로인들이 동쪽 1번 방부터 들었고 밖같로인들이 30번, 29번, 28번 이렇게 꺼꾸로 서쪽에 들었다. 돌격전사는 동쪽벽에 다아 길이 막혀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돌격도 부르지 않고 사격도 부르지 않고 두팔을 드리우고 돌아서서 걸었다. 복도 량켠의 방문들이 열리며 로인들의 흰 머리가 하나 둘 밖으로 나왔다. 양 병찬로인은 빠른 걸음으로 복도 량켠에 굽석이며 “너무 죄송하우”를 련속 불렀다. 향양로원에 있을 때엔 함께 자는 한방의 로인들만 “돌격”에 가담 시켰었는데 인젠 한층 혹은 두세층 전체를 다 깨울판이다. 그렇다고해서 어느로인 하나 그 돌격전사를 나무람 하지 않았고 죽어야만 끝날 그 돌격의 신세를 가엽게 여길 뿐이였다.
여섯시면 로인들의 기상 시간이였다. 복도에서 전기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할아버지 할머니 여러분, 안녕히 주무셨어요? 지금 바로 침대궤 위의 물컵을 들고 식당으로 내려오세요. 뜨끈뜨끈하고 달콤하고 구수한 공물을 드립니다. 여섯시 십분전으로 내려오셔야 합니다. 여섯시 십분입니다. 콩물을 먼저 마시고 세수 하도록 하세요. 다시한번 말씀 드립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여러분, 지금바로…”
기상벨소리가 멎자 스피커에서 홍 성자의 고운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50세 먹은 아줌마의 목소리 같지 않게 챙챙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로인들은 불수강 물컵을 들고 식당으로 내려왔다. 자연히 줄을지어 주방 창구 앞으로 지나가는데 제일 앞에서 홍 성자가 컵에 계란을 하나씩 깨서 넣어주면 뒤에서 김 명자가 사탕가루 한숫가락씩 듬뿍 떠서는 담아주고 숫가락을 하나씩 쥐여준다. 마지막에 왕 계란이 불렁불렁 끓고 있는 콩물을 일여덟량씩 떠서 컵에 부어준다.
“부사령원동지, 어젯밤 몇놈이나 쓸어눕혔수? 호호호…”
문 복자 할머니가 활짝 웃는 얼굴로 식탁 맞은켠에 와 앉는 양 병찬 돌격전사와 롱담을 건다. 그들은 딸까닥 딸까닥 숫가락으로 컵안의 콩물과 계란을 휘저으며 마주
앉은 것이다. 처음에는 열두살 어린 복자 할머니는 이런 롱담을 감히 할 수 없었고 돌격전사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허지만 이미 4-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모두가 오빠 동생하고 여보 당신 하면서 롱담을 주고 받는 사이들이다.
 
“허참 이상한게다. 저녁마다 한개패씩 쓸어눕히는데 놈들은 왜 끝이 없는거야? 야, 복자야, 오빠 다 못 잡고 죽으믄 니가 마저 잡아줄래? 하하하…”
“응? 아니지. 오늘밤부턴 나도 총 들고 나간다. 오빠 한패 내 한패 두패씩 쓸어 눕히믄 퍼그나 빠를거다. 호호호…”
“야, 복자야, 전날 까지는 놈들이 나를 동그랗게 포위 하고 총을 쏘더니 엊저녁엔 전술을 바꿔서 한줄로 줄쳐 들어오면서 공격 하더라. 그래서 나도 곧게 달려가면서 갈겼다. 싹 쓸어 눕히고 돌아 서니 정신이 들더라. 휴ㅡ 정말 이병 떼주는 의사 있으믄 내 큰 절 올리구 등에 태우구 기여 다니겠다.”
“오빠야, 너무 근심 마라, 그건 전쟁터에서 걸린 영광의 병이 아니니? 그저 그렇게 싸우며 사는게 인생이지 뭐야. 그렇게 싸웠어도 통일도 못 시키고. 오빠는 남북 통일이 될 때까지 돌격 할게다. 힘들어 어쩌겠니 우리 오빠!”
“됐다, 말 그만 하구 빨리 마셔라. 식으믄 맛 없다.”
“오빤 이런거 마셔봤어?”
“그래, 노친네 생전에 내 기 약해 헷뜬다구, 몸보신 시키느라 얼매나 애썼다구. 좋다는건 다 먹어보구, 노친네를 고생만 시켰니라…”
 “할머니 할아버지 여러분, 숫가락은 우리가 씻게 여기 물통에 놓고 가시고 컵은 가지고가 화장실에서 가시세요. 못 다 드시는 분은 이쪽 통에 버리고 가세요. 가셔서 세수 하시고 양치 하시고 밖에 나가 시원한 공기 마시면서 산책 하세요. 운동도 하시고요. 감기에 걸리지 않게 꼭 조심 하세요. 그리고 일곱시 반에 아침 식사 시작하니 제때에 오셔야 합니다. 한상에 여덟분씩 앉으니 늦어지면 다른 분들이 기다리셔야 하고 반찬도 식어 맛이 없거든요.”
홍 성자는 부원장 일을 직심으로 잘하고 있었다. 간밤에 돌격소리에 놀란 후로 잠도 제대로 자지 못 했지만 이른 새벽부터 분주히 돌고 있었다. 문 복자, 최 분녀등 몇몇 안로인들이 도울 일이 있으면 시켜달라고 홍 성자를 둘러쌌다. 홍 성자는 김 명자를 불러놓고 몸을 뺐다.
“오늘은 하실 일 없어요. 도움 받을 일이 있으면 어연히 청들지 않을라구요.”
김 명자는 로인들을 설득시켜 보냈다.
방 화는 산책하는 로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양로원 주방에까지 왔다.
“방사장님 일찍 합니다.”
김 명자가 먼저 인사를 건늬였다.
“주방장님 수고 하십니다. 근데 아주머님, 이일 어쩌면 좋아요?”
“왜요? 뭔 일 생겼어요?”
“오늘 생일 할머니 한분 계신단 말이얘요. 하필이면 오늘에요.”
“괘찮아요, 있는 것만큼 챙기고 말씀 잘 드리면 되죠뭐. 첫날이라 준비 없는걸 다
아실텐데뭐. 그할머니 본신도 생일날 모를지도 몰라요. 그러니 말씀만 드려도 반가워 하실겁니다. 가서 일보시고 일곱시반에 다시 오세요. 원장님 축하의 말씀 한마디면 진수성찬 다 필요 없어요. 오, 부원장님 오시네요. 우리 토론해서 처사 할께요.”
주방장 김 명자도 자기의 직책을 다 하여 방 화의 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자기네에게 일전 한푼 받지 않고 새집을 지어주고 사회보험비를 물어 주어 늙으면 로임이 나오게 한다지 이번엔 주방장을 시켜 로임도 올랐지, 힘을 아낄 리유라곤 없었다. 방 화보담 여러해 선배인 그들은 대혁명 후 고등학교까지 제대로 졸업한 먹물 먹은 여성들이라 사유가 넓고 올바랐으며 주관성과 결단성도 있었다. 개천에서 룡이 나고 산골에서 봉황이 난다고 했다. 적잖은 봉황들이 산골에 숨어 있다가 방 화의 부름에 날개를 펼치게 된 것이다.
우수한 지도자란 인재를 발굴하고 중용하는 것이다.
방 화와 홍 성자, 김 명자, 왕 계란은 아침준비를 하면서 토론하고 토론 하면서 생일상을 만들었다. 중식료리에 대해선 왕 계란도 고급 수준이였다. 당면을 기름에 튀겨 큰 그릇에 담고 손바닥으로 쿡쿡 누르니 길고 짧게 바싹 바싹 소리를 내며 부셔졌다. 그것을 여섯 접시에 나눠 담고 토장과 양념을 기름에 볶아 부서진 튀긴 당면위에 한국자씩 둘러놓았다. 그것을 자기네 산촌에선 구더기 범벅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듣고보니 아니나 다를까 소똥 웃것을 들면 우글대는 새하얀 구더기를 보는 것만 같았다. 하기에 맛 보기전엔 절대로 료리명을 공개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김 명자는 허 미옥에게 급히 전화를 쳐 사연을 말하고 좋은 요리 한가지를 다섯 그릇만 해달라고 부탁 하였다. 허 미옥은 잠깐 생각하더니 “탕초잉어”가 어떠냐고 물었다.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였다. 왕 계란은 다섯메터짜리 장수면도 만들었다. 허 미옥은 사람을 시켜 “탕초잉어” 다섯개와 포도주 다섯병을 보내왔다.
일곱시 반이 되자 로인들은 자각적으로 서로 불러가지고 함께 식당에 들어섰다. 로인들은 식탁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섯가지 반찬이니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들로서는 본적이 없는 것이였다. 거기에 생각지도 못 할 길다란 포도주 병사리까지 하나씩 세워져 있고 한상에 새하얀 이밥 여덟그릇과 새하얀 모두부 여덟 그릇이 노여져 있다. 로인들이 자리를 찾아 앉은 후 주방장 김 명자가 말하였다.
“로인님들께서 밥을 다 드시구 더 드시세요. 두부두요. 초두부도 남겨놨으니 초두부 드실분은 여기에 오셔 떠가세요. 우리마을 약수물이 좋아 두부도 좋고 초물도 구수 하대요. 식사하시기 전에 방사장님 한마디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박수ㅡ”
로인들은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계란 콩물을 한컵씩 마신 그들은 식사가 급하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밥상을 차려준 방사장을 위해 박수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수 소리에 방 화는 얼굴이 붉어지며 두손을 가로저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여러분, 한집식구끼리 이담부턴 박수 치는 법 없애요. 그리고 조 영자 할머니 어느분이세요? 잠간 일어서 주시겠어요?”
“예, 내꾸마. 헤헤헤…”
“처음이니 면목 잘 몰라 정말 죄송해요. 할머니 금년에 춘추가 어떻게 되시죠?”
“춘추라기보다는 먹은게 나이밖에 없으꾸마 한게, 일흔 넷이꾸마.”
 “오늘 무슨 날인지 아시겠어요?”
“예? 오늘이 저기… 며칠인가? 이보오, 강노치, 오늘이 며칠이요?”
“오늘 시월 이십칠일, 음력으론 구월 초엿새입니다.”
방 화가 날자를 알려주었다. 조 영자는 텅 빈 앞이를 보이며 손뼉 치며 웃었다.
 
“예? 해해해… 오늘이 내 귀빠진 날이꾸마. 우리사 날 가는 줄도 모르고 사는게 언제 생일날을 알겠슴둥. 9월 6일이믄 오리노나 꺼꾸로 노나 다 9월 6일이 되꾸마,
그래서 그거는 기억 잘 하는데 언제 지나가는지 그냥 모르잼둥. 해해해… 기차기두.”
왕 계란은 “장수면”을 조 영자 할머니 앞에 가져다 놓았다. 방 화는 술병을 따서 조 영자할머니 잔에부터 술을 부었다. 40명을 차례로 다 부으려면 너무 오랠 것이라 홍 성자와 김 명자도 함께 부었다. 그리고는 셋이 나란이 서서 “오늘은 온집안이 기쁨이 넘치는 날…”하고 손뼉 치며 “어머니 오래오래 앉으세요”를 불렀다. 로인들도 손뼉 치며 함께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방 화가 축배를 들었다.
“조 영자할머니, 생신을 축하합니다! 조 영자할머니를 비롯하여 여러 할아버지 할머니 다 같이 건강하시고 유쾌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를 축원합니다! 하필 첫날이 생신이다보니 미처 준비를 못했어요. 홍원장님과 김주방장님 왕료리사님 수고 많이 하셨는데요 수수한 음식이나마 맛있게 많이 드시고 즐거운 하루를 보내시기 바래요! 다 같이 이잔을 건배 합시다.”
로인들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며 술을 마셨다.
홍 성자는 간밤에 본 양 병찬로인의 “전투”이야기를 방 화에게 회보했다. 조치를 대지 않으면 여러 로인들의 휴식에 영향이 있을 뿐더러 양 병찬로인이 상하기라도 할까 두려운 일이라고 그들은 생각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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