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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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조선족 왜 주눅 드나?
2013년 10월 22일 08시 36분  조회:8962  추천:48  작성자: 김정룡

재한조선족 왜 주눅 드나?

 

재한조선족이 60만 명에 육박함에 따라 여러 가지 소재의 글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좋은 일이다. 이른바 조선족 지성인들은 재한조선족의 정체성 문제를 많이 고민하고 있는듯하다. 역시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정체성 문제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아무데나 반창고 붙이듯 갖다 붙이는 것은 현실성이 없어 지나치게 억지스러워 보인다.

요즘 <우리는 우리다, 당당하고 떳떳하라>는 글이 여러 인터넷매체를 달구고 있다. 재한조선족이 당당하지 못하고 떳떳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현상은 잘 짚었다. 그러나 당당하지 못하고 떳떳하지 못한 본질을 짚지 못했다. 본질을 짚지 못하다 보니 그 이유를 심지어 왜곡하고 있다.

저자는 재한조선족이 당당하지 못하고 떳떳하지 못한 이유를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조선족역사’를 몰라서라고 보고 있다. 모르니까 주눅 들어 시든 배추신세로 살아가고 있다는 식으로 풀이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채영춘 선생이 미국에 다녀와 쓴 글 ‘중국인은 뒤로’하는 문장을 보면 중국인이 서양에서 무시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경우 무시당하는 중국인이 “우리 중국은 5천년 찬란한 문화를 지니고 있고 고대에 수많은 발명으로 세계문명에 기여했는데 왜 당신들이 우리를 무시하는가?” 이런 식으로 큰소리친다면 서양인한테 씨알이나 먹힐까?

서양인이 중국인을 무시하는 것은 중국인의 국민소질 때문이다. 마찬가지 도리로 조선족이 한국 땅에서 무시당하는 것 역시 조선족의 소질문제이다. 88서울올림픽 전후 초창기에 한국에 다녀온 조선족은 동정의 대상으로 대접을 받았지 무시당하지 않았다. 그 후 1992년 8월 24일 중한수교를 계기로 코리안드림 바람이 거세게 불어 조선족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특히 2007년 3월 4일 방문취업비자가 생겨남에 따라 30여 만으로 늘었다가 지금은 국적취득자까지 포함하여 60만에 가까운 조선족이 한국에 살고 있다. 이들이 한국인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조선족이 당당하지 못하고 떳떳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인이 조선족을 무시한다고 해서 “우리는 당당한 중국조선족, 과경민족의 자랑,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적극적으로 하였고 국공내전에 적극 참전하고 우리는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는데 왜 당신들이 우리를 무시하는가?”고 호소한다면 정신병 취급받을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자랑스러운 조선족역사’가 한국생활에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늘날 개방된 사회에서 한 집단이 타자(他者)세계에서 무시당하는 것은 그 집단의 과거 역사와 관련이 없다. 미국이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는가? 미국은 뿌리도 없고 ‘잡혈통’들이 모여 세운 나라로서 내세울 자랑스러운 역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이 타자세계에서 대접받는 것은 경제대국이자 국민소질 때문이다. 일본은 얄미운 역사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인이 타자세계에서 대접받고 있는 것은 역시 경제대국이자 일본인개개인의 국민소질 때문이다.

현시대에 있어서 한 집단이 대접받느냐, 무시당하느냐 하는 것은 그 집단이 속한 나라의 경제실력과 국민소질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실력과 국민소질을 말하자면 전자에 비해 후자의 역할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중국경제가 승승장구하고 있고 G2로 부상하였지만 중국인이 타자 세계에서 대접받지 못한 주요 이유가 바로 국민소질이다. 아무데나 낙서하고, 떠들고, 침 뱉고, 휴지를 아무데나 버리고, 교통규칙을 지키지 않는 등등의 낙후된 사회공공질서 의식이 부족하여 외면당하고 심지어 말밥에 오르고 있다.

전에 필자가 밝혔듯이 재일조선족사회는 유학생을 주류로 형성되었다면 재한조선족사회는 노무일군이 주류로 이뤄졌다. 하늘과 땅 차이이다. 노무일군의 출신을 보면 농민이 많고 가령 도시 호구를 갖고 있더라도 사회 밑바닥에서 왔거나 혹은 도시에 진출한 시간이 짧거나 아무튼 예전의 농경사회 낙후된 문화의식과 폐쇄된 언저리문화의식을 갖고 있는 집단인 조선족이 한국에서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한조선족의 본질적인 소질문제란 무엇일까?

우선 조선족은 공공질서의식이 형편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횡단보도를 가로 지르고, 아무데나 침을 뱉고, 전화 통화소리 높고, 공공장소에서 떠들고, 금연택시에서도 기어코 담배를 피워 기사와 싸우고, 택시에서 해바라기 까고, 술 마시고 싸움이 많고, 노상방뇨하고, 쓰레기를 아무렇게 아무데나 버리고, 쓸데없는 일에 경찰과 대들고 싸우고, 일 보러 가선 묻는 말에 대답 잘 안 하고, 인사성이 밝지 못한 것은 더 말할 것 없고,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고집만 세고, 사회주의 큰가마밥 의식 때문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문화에 익숙지 못하고, 이루다 열거하자면 기가 막힐 정도이다. 주말 저녁 대림역 일대를 보면 담배꽁초를 비롯한 온갖 쓰레기들이 난장판을 이루고 술주정에 쌈박질이 많고 택시기사들이 피해 다닐 정도로 난잡하다. 이것이 재한조선족사회 추한 자화상의 축소판이다.

조선족은 자신들의 잘못은 모르고 한다하는 소리가 한국과 한국인이 어떻게 나쁘고 속 좁고 마치 상종할 수 없는 나라나 사람처럼 흉보기 일쑤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토록 한국과 한국인의 흉을 보면서도 정작 가라면 돌아갈 사람이 기본상 없다는 것이다.

한 이주 집단(장기체류 포함)이 타자세계에서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야 한다.

재한조선족사회는 경제적으로 부자는 아니지만 코리안드림 20여 년을 통해 먹고 사는 보릿고개를 이미 넘었다.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중국어로 표현하자면 ‘小康’ 수준에 이르렀다.

둘째 문화적으로 적응이 잘 되어야 한다.

지금 재한조선족사회 가장 큰 문제는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문화에 적응이 어려운 것이다. 문화라면 방대한 개념이지만 간단하게 줄여 말하자면 공공사회질서만 잘 지켜도 초보적으로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재한조선족에게 있어서 심각한 문제이다. 만약 지금의 상태대로 문화적 적응이 어렵다면 재한조선족사회는 희망이 없을 것이다.

셋째 정치참여가 활발해야 한다.

정치참여가 활발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위 두 가지에 비하면 재한조선족발전에 있어서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조선족출신 국회의원이 나오면 마치 재한조선족사회가 천지개벽을 맞아 획기적으로 바뀔 것처럼 떠들고 있는데 필자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재한조선족사회발전은 한두 명의 국회의원 배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의식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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