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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없는 어버이날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우리는 나라를 국가라고 부르는데 국가란 ‘國’과 ‘家’가 합쳐진 개념으로서 나라를 형성하는 기본세포가 가정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으며 흔히 나라가 바르게 서려면 가정부터 바르게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가정을 매우 중시해왔다.
나라가 바르게 서려면 ‘왕’이 현명하게 바른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권위가 있어야 한다. 가정도 마찬가지로 바르게 서려면 가장인 아버지가 아버지다운 권위가 있어야 한다.
우리 동양 삼국에서는 아버지의 권위를 유교를 통해 수립시켰고 아버지는 가정에서 예수처럼 받들리었다.
필자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가정에서 절대적인 존재였고, 아버지의 말씀이면 모택동 어록처럼 받들었고, 어머님은 귀한 음식이 생기면 아버지에게만 대접시키고 기타 가족들은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아마 우리민족의 절대다수 가정에서는 다 그러했을 것이다.
아버지가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있던 시대에는 이혼율이 극히 낮았고, 자식 교양도 올바르게 되고 있었다. 필자는 아버지 권위를 ‘經’에 비유하고 싶고 ‘經’이란 실사 변에 뿌리 경자가 합쳐진 것으로서 ‘권위’, ‘원칙’, ‘원리’, ‘규칙’, ‘법칙’, ‘기본’, ‘기준’, ‘기둥’ 등등의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유교적인 ‘經’으로 아버지 권위가 섰고 따라서 올바르던 가정문화가 서양의 물질문명과 민주화바람이 스나미처럼 동양을 휩쓸어 동양에서는 전통적인 ‘經’이 사라짐에 따라 아버지가 권위는커녕 아버지 존재마저 찾아보기 힘든 세상으로 변해버렸다.
현재 대다수 가정에서는 아버지가 중심이 아니고 아이가 중심이 되었고 아버지보다 엄마의 목소리가 훨씬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아버지는 출근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승진해야 하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막중한 의무에 시달리면서 집에 와서 편히 축구구경 하려고 해도 TV 채널을 드라마를 보려는 아내에게 혹은 만화를 보려는 아이에게 빼앗기고 허탈하게 한숨만 짓고 있고, 맛 나는 음식이 생기면 애들 몫이고, 간혹 영화구경이나 야외에 놀러가도 마누라와 애들의 의도에 따라야 하고 뭐든지 아버지의 뜻대로 돌아가는 것이 별로 없는 불쌍한 신세에 처해 있다.
여기서 재미나는 얘기를 해보자. 한국에서는 5월 5일을 어린이날,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정했다. 그런데 어린이날은 정부에서 정한 공휴일인데 반해 어버이날은 휴일이 아니다. ‘금고’를 쥐고 있는 여성들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소비하는 자금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유명한 ‘아리랑 갈비탕’ 음식점 사장님의 말에 의하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비슷하게 문전성시이지만 매출을 비하면 어버이날이 어린이날보다 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어린이날에는 한우 등심, 한우 갈비 등 비싼 것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데 반해 어버이날에는 싼 돼지갈비나 갈비탕만 팔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두 날의 매출을 비교하면서 어버이날은 여성들이 형식적으로 대충 넘기려는 경향이 짙어 어버이날에 아버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만약 아버지가 완전히 사라져간다면 가정은 ‘經’이 없어지고 사회는 말세에 접어들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
한국은 이러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5월의 가정의 달을 맞아 방송, 신문매체에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필자는 요즘 매일 KBS아침마당을 보는데 주제가 거의 다 아버지에 관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대다수가 ‘사라진 혹은 사라져가고 있는 아버지를 찾으려는 강의와 토론’으로 가득 찼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가 있는 시대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이는 사회적으로 깊이 있게 숙고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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