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이해교육 국민 참여 확대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이며 재외동포 신분인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이해’, 이해는 인간사회 구성원 사이 화합과 공존을 도모하는 촉매제이며 갈등을 해소하고 없애는 용해제(溶解濟)이다. 중국에서 개혁개방 직후인 1980년대 ‘리제완쑤이!(理解萬歲!)’란 말이 전반사회에 널리 퍼져 유행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가령 술좌석에 말썽이 생기거나 가정불화가 있거나 심지어 시정장사치들끼리 다툼이 생겨도 입버릇처럼 ‘理解萬歲!’를 들먹였는데 전사회적으로 확실히 갈등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한중수교 20년이 넘었고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동포의 수가 6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데 한국사회와 동포사회는 물과 기름처럼 서로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지난 동안에 한국사회, 특히 한국정부는 동포들이 고국을 이해할 것만 강조하는 반면 동포사회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이 일방통행 식으로 흘러와 동포정책이 실패를 거듭 겪어왔고 따라서 한국사회도 동포사회를 곱지 않는 시선으로 보아왔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사회와 동포사회가 화합과 공존을 이루려면 현시점에서 과거 일방통행 식 이해가 아닌 한국사회도 동포사회에 대한 이해가 매우 필수적이다.
<동포사회 이해 키워드를 찾아야>
민족이란 개념은 혈통이 아니라 문화이듯 동포란 개념도 혈통보다 문화가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문화란 한 인간집단의 ‘활법(活法)’이다. 활법이란 삶의 방법, 방식, 양태, 양식이다. 활법은 곧 한 인간집단의 정서이며 결국 문화란 정서이다.
중국조선족의 경우 선조들의 한반도문화와 중국문화가 몸에 배인 이중성문화 소유자이기 때문에 하나의 독립적인 문화공동체로서 한국사회 문화와 같으면서도 다른 문화를 지닌 복잡한 집단이다. 그러므로 조선족은 한국인과 정서가 다른 점이 굉장히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는 사과는 사과이고 배는 배이지 사과배란 것이 없다. 중국조선족의 상징인 연변엔 사과배가 있다. 이북의 북청 사과나무가지를 만주(연길현 로투구진 소기촌)의 돌배나무에 접목시켜 맺은 과일이 곧 사과배인데 사과 맛도 있고 배 맛도 있는 과일이며 중국조선족은 마치 사과배처럼 이 중 ‘맛(문화)’을 지니고 있는 공동체이다.
한국사회는 동포사회가 지니고 있는 사과배와 같은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사회가 주목해야 할 것은 조선족사회는 사과 맛의 비중이 더 크냐, 배의 맛이 더 있냐는 것인데 이것이 곧 조선족사회 정서이며 이 조선족사회 정서를 파악하는 것이 곧 조선족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가 된다. (지난 12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길 가던 한국인 자매가 조선족들이 떠들어댄다고 ‘짱깨’라 욕한 것이 집단폭행사건이 발생하는 발단이 되었다. 경찰서에 가서까지 한국인자매가 끝까지 조선족들을 ‘짱깨’라 욕해 담당경찰을 놀라게 했는데 이럴 경우 한국인이 조선족 몸속에 배인 중국의 시끌벅적 떠드는 문화를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내국인과 동포사회 갈등을 줄이려면 한국인은 동포들의 정서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시급하다.
<조선족이 중국축구를 응원하는 것은 정서문제>
2년 전 강원도에서 조선족이 중국축구를 응원하는 문제를 갖고 한국인과 다투다가 칼부림으로 살인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사건의 발단은 한국인이 중국축구를 응원하는 조선족을 배신자라 욕하고 이 땅을 떠나라는 등 과격하게 밀어붙여 생겨난 일이었다. 이와 같은 불상사가 일어난 주요 원인이 바로 한국인이 동포들의 정서를 모르고 일방적으로 혈통관념에 의해 서운한 감정만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인은 단일민족 의식에 따른 ‘피는 물보다 더 진하다’는 하나의 진리만 알고 있을 뿐 ‘키운 정이 낳은 정보다 더 크다’는 또 다른 하나의 진리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족에게 있어서 키운 정이란 무엇일까?
조선족역사는 한반도인이 미국이나 일본 진출처럼 기성 사회에 편승한 것이 아니라 1세대들이 만주에 이주해 개간한 토지가 한반도 2배 되는데 이는 삶의 터전을 직접 개척했다는 뜻이다. 공산당은 집권 후 조선인과 한 약속을 지켰고 아울러 조선족자치주도 세워주고 소수민족정책을 우월하게 펼쳐 우대해 주었다. 그러므로 조선족이 공산당을 자연스레 따르게 되었고 주인의식을 갖고 생활해오다 보니 중국축구를 응원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로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한국인이 이와 같은 조선족의 역사맥락을 이해한다면 서운한 감정이 많이 해소될 것이다.
<중국소수민족정책과 화교정책 성공은 정서이해를 토대로 이뤄진 것>
중국정부의 소수민족정책은 다수가 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정서로 접근하여 제정하기 때문에 성공할 수밖에 없다.
1980년대 초기 장춘에 있는 대학들에서는 밀가루음식이 위주였고 가끔 강냉이떡을 먹기도 하였다. 한 주 쌀밥은 월, 수, 금, 일 점심 네 끼만 주는데 조선족학생은 쌀밥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입쌀권을 8근 주고 한족은 2근밖에 주지 않아 우리는 남아돌고 한족은 모자라 하는 말이 “니네 조선족은 왜 정부로부터 우대를 받는지 모르겠다.”고 부러워하였다. 또 10위안이면 한 달 생활비로 족할 시절에 소수민족비 4위안을 주어 한족학생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처럼 중국정부는 소수민족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서를 잘 파악하고 상응한 정책을 펼쳐 소수민족들이 중국을 사랑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중국화교정책을 들먹이면 화교들이 해외에서 모두 잘 살고 있기 때문에 좋은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한국인은 반응하는데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1960년대 말기 4~5 만 명에 이르는 화교들이 대거 조국에 밀려들었는데 중국정부는 아무런 거부 반응이 없이 전부 안치하고 대학입시제도가 회복되자 화교자녀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화교자녀 취직문제와 승진문제에 있어서 우대정책을 펴기도 하는 등 우월한 정책을 많이 실시하고 있다. 중국은 일원화 지도체제이기 때문에 국무원 화교사무실에서 제정한 정책이면 교육부를 비롯해 일사분란하게 기층까지 시달되고 있다. 한국은 중국화교사무실에 해당되는 재외동포 전담기구가 없어 출입국은 법무부, 취업은 고용노동부가 관리하여 시어머니가 여럿 있어 복잡하다.
<한국정부의 동포정책 실패는 정서이해가 결여된 구조적인 문제>
1993년 동남아관광 길에 올라 중국 심천에서 홍콩을 경유하는데 뤄후커우안과 홍콩입국장에 ‘회향창구(回鄕窓口)’가 있었다. 하루 10만 명에 달하는 홍콩시민이 대륙을 방문하고 또 돌아가는 출입경(출입국) 창구가 한국처럼 외국인 창구가 아니라 ‘회향창구’였다. 중국은 이렇게 해외 화교들의 심리와 그에 따른 정서를 잘 파악하고 입국창구하나라도 입맛에 맞게 설치하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김포국제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은 코리안드림 20년이 넘어 외국인창구를 이용하다가 2013년에 새누리당 김회선 국회의원의 제의에 의해 인천국제공항에 ‘재외동포창구’가 생겼는데 ‘재외동포창구’보다 ‘회향창구’가 훨씬 정서적으로 다가온다고 본다.
중국은 조선족의 정서를 배려해 연변에서는 신분증에 아버지, 할아버지가 지어준 한글 이름을 버젓이 적고 있는데 할아버지 고향인 한국은 그 이름을 못 쓰게 하고 있다. 이유는 여권에 적힌 영문그대로 따르기 때문이라 하는데 이는 조선족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이 외국인법에 맞춰 그냥 법으로만 밀어붙이기 때문에 조선족을 고국에 대한 감정이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법무부는 법을 집행하는 사법기관으로서 위의 사례와 같이 융통성 없이 따분하게 법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이해된다. 그렇다면 정서를 파악하고 동포들의 입맛에 맞게 동포정책을 펼치게끔 노력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재외동포재단과 학계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론>
재외동포를 이해하고 포용하기 위해서는 교육현장에서 전 세계 흩어져 살고 있는 재외동포들의 역사적 배경과 현실상황을 알아가는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실교육은 재외동포의 정서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한국정부 동포정책이 성공하려면 동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서를 잘 파악하고 제정해야 하며 한국국민들이 동포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역시 동포들의 정서를 살피고 이해해야만이 공존과 화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본문은 지난 1월 28일 <재외동포 이해교육 국민참여확대방안> 주제로 열린 재외동포재단 포럼 토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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