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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사나우면 술장사 망친다
구맹주산(狗猛酒酸)
전국시대 송(宋)나라 사람 중에 술을 파는 자가 있었다. 그는 술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나고 손님들에게 친절하며 항상 양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팔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집보다 술이 잘 팔리지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한 그는 마을 어른 양천에게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양천이 물었다. “자네 집에 개가 있는가?” “있습니다만” “그 개가 사나운가?” “네!” “그래서 술장사가 안 된다네.” “아니 개가 사납다고 술이 안 팔리다니 무슨 이유에서입니까?”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지. 어떤 사람이 어린 자식을 시켜 호리병에 술을 받아 오라고 했는데 술집 개가 덤벼들어 그 아이를 물었소. 그리고 맛은 점점 시큼해지는 거요.”
한비자(韓非子)의 <외저설우(外儲說右)>에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나라를 위해 어진 신하(臣下)가 기용되지 못함을 비유하여 설명한 것이다. 즉, 아무리 옳은 정책을 군주께 아뢰어도 조정안에 사나운 간신배가 있으면 불가능함을 강조한 말이다.
여기서 간신배는 옳지 못한 실세를 의미한다.
요즘 전체 대한민국을 한바탕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이 있다. 이른바 ‘땅콩 리턴’ 사건이다. 이번 사건은 재벌가에서 벌어진 못마땅한 일이라 국민들은 아마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듯싶다.
지난 12월 5일(금) 저녁 뉴욕발 인천행 대한항공 KE086 여객기가 게이트를 떠나 활주로로 향하고 있던 그 시각 VIP좌석에 앉은 한 40세 되는 여인에게 스튜어디스가 땅콩을 건넸는데 그 땅콩 때문에 세계 항공역사에 없는 지구촌을 웃기는, 아니 웃긴다는 표현보다 경악케 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40세 되는 VIP여성은 다름 아닌 대한항공이 소속되어 있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맏딸이자 대한항공 기내식을 관리하는 조현아 부사장이었다. 그녀는 승무원이 땅콩을 접시에 담아 손님에게 건네지 않고 봉치 채로 가져왔다고 한바탕 고함을 질렀다. 곁에 있던 다른 승무원이 저의 불찰이라 말하자 “넌 또 뭐야? 사무장을 불러 와.”고 또 크게 소리쳤다. 사무장한테 영문을 따지니 사무장이 긴장하여 대답이 어눌하자 그녀는 “이 XX야, 기장한테 비행기를 돌리라 하고 넌 내려.”라고 입에 담지 못할 상욕을 해대며 명령을 내렸다. 결국 비행기는 머리를 돌려 게이트로 돌아갔고 사무장이 내리고서야 다시 비행기가 뉴욕공항을 떠났다.
이 간단해 보이는 사건에 얽히고설킨 사연이 많고도 많다. 또 법과 관련된 문제제기가 만만치 않아 대한항공이 후폭풍을 거세게 맞고 있다.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언론은 한겨레였다, 사회적인 여론이 뜨거워지자 대한항공은 8일 저녁 늦은 시간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사과문은 사과가 아니라 사단을 일으킨 조현아 부사장이 당연히 할 일을 했기에 아무 잘못이 없다고 두둔한 내용으로 가득 찼다. 그러니까 사과문이 조현아 부사장을 위해 변명하는 하나의 지극히 옳지 못한 수단이었다. 그래서 이튿날 9일 하루 종일 대한민국이 떠들썩하게 여러 분야에서 대한항공을 공격하고 나섰다.
진중권 진보논객은 “여기가 북조선이냐?”고 발끈했고, 공지영 소설가는 “그 땅콩이 불쌍하다.”고 조현아 부사장의 행실을 꼬집었다. 국내언론들이 메인으로 이 사건을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CNN, 영국 BBC 등 유명 외신들도 한바탕 떠들었고 일본은 만화를 그려 비아냥거리는 식으로 비꼬았다. 어떤 외신은 심지어 “대한항공이 고려항공(북한 국영항공)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말레시아 에아아시아 항공 페르난데스 회장은 “우리 항공사는 땅콩을 봉지채로 승객에게 나눠주겠다.”는 말로 대한항공을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사과문을 발표하지 않은 것보다 못했다. 옳지 못한 사과문은 오히려 국민들의 정서를 건드리고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늘 그래왔듯이 사고는 총수일가가 치고 직원들의 입을 단속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건을 몰고 가려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또 비행기를 돌린 것은 기장과 협의하고 내린 결정이었다느니 앞뒤가 맞지 않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다 여론의 물매를 맞은 9일 저녁 늦게 조현아 부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국제 IOC회의를 마치고 국내에 도착하자마자 인천공항 사무실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사과를 하고 동시에 조현아 씨의 대한항공 부사장 직무를 보직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매일 더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문제는 조현아 부사장이 대한항공 기내식을 관리하는 부사장 직에서 물러났을 뿐 등기이사 자리와 호텔관리직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의 관심은 조현아 싸기 어떤 직에서 물러나고 어떤 직을 유지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사건의 본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은 대통령도 할 수 없는 비행기를 함부로 회항시켰고 비행기 내 책임자인 사무장을 내리게 함으로써 250명 승객의 안전을 우습게 여긴데 대한 사과가 전혀 없다는데 있는 것이다. 요즘 조사에 의하면 이른바 ‘땅콩 사건’은 승무원이 매뉴얼에 따라 했기 때문에 잘못이 전혀 없고 조현아 부사장이 직권을 남용하여 생떼를 써 사단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에 대한 사과도 한 마디 없어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것이다.
테러위협이나 갑자기 생긴 기상악화 등 승객의 안전위험성을 대비해 기장의 판단에 의해 비행기를 돌리는 사례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함부로 비행기를 회항시킬 권리가 없다. 그래서 국토부가 이미 조사에 착수했고 참여연대는 조현아 부사장을 기장만이 갖는 권리를 월권하여 항공법과 항공안전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였다. 만약 위법행위로 판결나면 10년 징역도 가능하다고 한다. 국토부가 12일 조사에 응하는 출두를 하라고 통보하였으나 출두가 곤란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11일 오후 검찰이 대한항공 사무실을 압수수색을 실시하자 조현아 부사장이 12일 출두하겠다는 뜻을 검찰에 전했다.
매일 여론이 뜨겁게 들끓고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워지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큰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과 관련해 12일 오후 1시 30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직접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 회장은 "저의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켜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아버지로서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어 "조현아 전 부사장이 부사장은 물론 계열사 등기이사와 대표 등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이번 사건에 분노하는 것은 재벌가의 고질적인 ‘갑의 횡포’ 때문이다.
조현아 부사장의 남동생인 조원태 부사장도 수년 전 70대 할머니를 밀쳐 넘어뜨려 고소당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갑의 횡포가 단지 대한항공의 총수 일가의 문제일까? 전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수 굴지의 기업문화가 직원들을 종을 부리듯 대하고 언어폭력은 기본이고 정신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총수 일가의 보편적인 횡포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40년 내지 50년 전 정주영 회장시대 부하를 마음대로 발길질 하던 갑의 횡포가 요즘 조금 양식이 바뀌었을 뿐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은 곧바로 양반과 상놈의 문화가 재벌가의 DNA로 전승되어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조현아 부사장에 대한 형사적 책임추구가 결론이 어떻게 나든 대한항공은 그녀의 사납고 못마땅한 실세의 행실에 의해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조현아 씨가 책임지고 추진 중이던 경복궁 부근 7성급 호텔 건설계획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큰 등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측은 삼척동자도 빤히 알고 있는 사안이다. 요즘 재미한인사회에서 대한항공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후폭풍이 심각하다는 증거이다.
이번 사태는 기실 처음부터 잘 대체하였다면 이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 줄 모르고 뻣뻣한 태도를 취하다가 여론의 물매를 맞아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것이다. 요즘 들어 승무원은 폭언, 폭력을 당했다고 하고 조현아 씨는 처음 듣는 소리라고 하여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 한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의 잘못된 대응에 의해 사태는 갈수록 심산이다.
한비자의 개가 사나우면 술장사를 망친다는 ‘구맹주산’ 고사가 마치 조현아 씨의 사나운 행실이 개인 한공사가 아닌 대한민국 얼굴을 대표하는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 사건을 두고 생겨난 것 같아 이 글을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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