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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조선족문제에 대한 논과 쟁
1. 사십대의 조선족‘노인층’, 인생설계 다시 해야
김정룡 재한 조선족칼럼니스트
1889년, 프로시아를 통일했던 비스마르크 총리는 당시 독일인의 평균수명이 60세가 되나마나 한데도 '65세 정년퇴직 법'을 제정했다. 이에 비해 현재 조선족은 평균수명이 75세가 넘는데도 45세이면 노인으로 취급되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실로 조선족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 구체적인 사례를 보자.
가. 1990년대 중반부터 연변에서는 은행을 비롯한 일부 공공기관에서 45세 기준으로 직원을 퇴직시키는 바람이 불었다.
나. 연길 시에는 골목마다 노인활동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데(총 1000여 곳), 간판을 보면 노인들이 모이는 곳이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남여젊은이(노인이10% 정도)들이 모여 마작을 노는 장소이다. 이런‘풍경’은 용정, 도문 등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아마 전 세계에서도 연변이 가장 진풍경일 것이다.
노인활동실에 모이는 사람들은 돈내기를 하는데 가끔 경찰에 신고를 당할 때가 있다. 경찰은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한다. 만일 45세 이상이면 그 자리에서 풀어주고 45세 이하이면 연행해서 자료도 씌우고 50위안의 벌금을 안긴다. 뜻인즉 45세이면 노인활동실에 출입할 자격이 된다는 것이다.
다. 연길시내 도로변에는 장기판을 벌려놓고 '장군, 멍군'하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런 장소에도 45세 중장년들이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라. 연길시 근교에 개인 양로원이 많이 섰다. 헌데 양로원에 노인들만 가는 것이 아니라 부인이 한국 간 45세 이상의 남자들도 한 달에 500원을 내면 양로원에 갈 수 있다고 한다.
위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조선족은 45세가 되면 노인 취급당하고 있다. 이런 비극이 생겨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객관적으로, 시베리아 한파처럼 불어 닥친 구조조정에 의해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 데 있고, 재 창업이 마땅치 않아 적지 않은 이들이 할 일을 포기한데 있다.
주관적 원인은, 개혁개방 후 조선족들이 무작정 도시에 밀려들거나 한국 등 외국에 가서 돈을 벌어 와서는 도시에다 집을 사놓고는 할 일이 없어 '노인' 노릇을 하게 된 데 있다. 큰일은 못하고 작은 일은 시시하게 여기며, '새우벌이'는 우습게 여기고 덕대(한국어로는 선반이라고 함)돈만 바라보고, 없어도 폼을 잡만 잡고 오늘이랴 내일이랴 허망하게 한국행을 꿈꾸고 있는 데 있다. 근래에는 재입국으로 머물면서 놀고 있는 등 하도 놀고 있는 사람이 많아(중국 각 지방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평균 실업율이 3~4%이지만 조선족의 실제 실업률은 평균수치의 10배도 될 것이다.) 아예 45세가 되면 노인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원래 근면하고 부지런하기로 소문났던 조선족들이 반은 놀부가 되고, 45세이면 노인취급당하는 현상은 이제 크나큰 비극이고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조선족의 평균수명은 근 80세, 45세이면 겨우 인생 반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공자님은 40대면 불혹(不惑-2~30대에 닦아놓은 토대위에서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살아간다는 뜻)이라고 했는데, 조선족사회 40대는 불혹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게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40대이면 아래로는 자식이 커가고 위로는 부모를 모셔야 하는 등 어깨가 무겁고 의무가 막중하며, 지나간 세월을 총화하고 앞날을 보람 있게 보낼 계획을 해야 할 연령대이다. 설령 퇴직을 했다고 해도 제2의 인생에 도전해야 마땅한 것이다. 허나 적지 않은 조선족 40대는 자식과 부모를 책임질 의무와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제2의 인생도약에 전념하지 않고 허황하게 세월을 보낸다. 조선족사회 이혼율이 급증하는 데는 40대 남자들이 제 노릇을 못하는 원인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참'한 처지를 타개해 보려고 외국으로 떠나는 40대 조선족도 많다. 물론일부는 외국에 나가 피와 땀으로 열심히 돈도 벌고 선진문화도 배우면서 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40대의 조선족은 한국에 와서도 열심히 일하지 않고 마작이나 경마, 다단계 판매 등에 빠져 자신의 신세를 망치고 있다. 또 한국에 온 일부 40대 지식인과 공무원출신의 조선족들은 묵은 터에서 이밥 먹던 흥타령이나 하면서 자존심만 내세우고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환상만 갖고 살아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40대는 우리 조선족사회의 기둥이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자기의 역할을 못한 채 노인 아닌 '노인'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40대여, 인생은 이제 막 시작이란 것을, 당신의 경험과 지식이 새로운 인생의황금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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