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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조선족 동포 때리기' 이제 그만
2008년 06월 24일 14시 08분  조회:6340  추천:104  작성자: 김정룡

한국 언론 '조선족 동포 때리기' 이제 그만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한국 내 조선족 체류자가 30만을 훌쩍 넘어 도박, 살인, 마약 등 중대범죄 사례가 증가되고 있으니 재한조선족사회가 시끌벅적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대하는 일부 한국 언론들이 사실을 부풀려서 마치 조선족은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거대한 악의 조직이라도 된 것처럼 요란하게 떠들고 있어서 조선족 동포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사례 1]
   
1년 전에 한 조선족이 구로구 가리봉동 남구로역 부근에서 술을 마시고 칼로 한국인을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고, 같은 시기에 조선족끼리 가리봉시장에서 싸우다 수십 명이 검거된 일이 있자 일부한국 언론들이 조선족들이 몸에 칼을 지니고 다니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언론들이 이렇게 개별적인 사실을 보편화시키면 조선족동포들은 위험한 인간 취급을 당하게 된다. 당시 00방송국 기자도 필자를 찾아왔었다. 나더러 조선족들이 일상적으로 칼을 갖고 다니는 행위를 인터뷰하겠다고 했다.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내가 알기로는 칼을 갖고 다니는 조선족 동포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었다.

당시 언론보도에 의하면 “가리봉일대 상인들이 ‘연변 흑사파’들이 도끼와 칼을 차고 설치고 다니면서 돈을 뜯어내고 있어 언제 당할지 모를 두려움 때문에 방검복을 입고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가리봉시장 일대에서 여러 해 살다보니 노래방과 음식점 주인들을 두루 알고 있어 그들에게 물었더니 처음 듣는 소리라면서 마치 내가 아라비안나이트를 꾸며대는 듯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이었다. 물론 유사한 사건들이 한두 건 있었을 수는 있겠으나 마치 가리봉일대 상인들이 모두 ‘연변흑사파’ 때문에 공포의 분위기에 휩싸여 살아가는 듯 보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때부터 네이버에는 ‘연변흑사파’라는 블로그가 생겨났고, 일부 한국 언론들은 재한조선족사회 범죄사실이 발생하면 곧 ‘연변흑사회’와 연관시켜 보도하곤 했다.

[사례 2]
얼마 전에 일부 한국 여러 일급 일간지들에서 일제히 “中 최대 범죄조직 ‘흑사회’, 강남까지 세력확장”이란 제목으로 ‘중국인’의 범죄사실을 폭로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발표했다. 이 기사는, <kbs뉴스 앵커 맨트>, <리포트>, <녹취>, <인터뷰> 등으로 나뉘어졌는데 제목이 굉장히 거창한데 비해 내용은 빈약해 주로 조선족 범죄 사실을 다루었다. 이를테면, "kbs뉴스 앵커 맨트: 흑사회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암흑세계를 다룬 영화제목 같이 들리는데, 말 그대로 중국에 근거를 둔 범죄조직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들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집단폭력은 물론 도박, 마약, 보이스핑 등 신종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합니다. 외국인 밀집지역을 근거로 하는 이들 범죄조직은 서울 강남 유흥가 등으로 활동 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암흑가에서 날로 확산되고 있는 이들의 범죄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기사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들이 식당, 다방 등을 위장하여 도박을 한다는 것, 둘째 기계마작을 논다는 것, 셋째 마약장사를 하던 탈북자 부부와 한 조선족이 기계마작을 하는 도박장에서 검거되었다는 것, 넷째 30명이 넘는 중국인이 밀입국하다 붙잡혔다는 것, 다섯째 조선족들이 전화금융사기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 여섯째 연변흑사파로 불리는 이들이 30여 명 검거되었다는 것, 일곱째 국정원 수사관의 말에 의하면 최근에는 중국 흑사회 조직이 직접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해오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고 불법체류자와 일부 조선족들이 국제특송- 배나 항공기 편으로 몸에 지니고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 등등이다.

위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우선, 한국 언론들이 ‘흑사회’에 대한 개념을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흑사회(黑社會)’는 중국에서 하나의 조직이 아니라 이른바 깡패사회를 일컫는 총칭이다. 예를 들어 대륙의 유명했던 청방과 홍방, 홍콩의 삼합회, 유럽의 마피아 등은 하나의 조직이며 그들을 총칭하여 ‘흑사회’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중국 최대 범죄조직 흑사회’라는 표현은 성립되지 않는다.

다음 기사 제목과 내용이 거리가 십만팔천리나 된다. 제목은 거창하게 중국 최대 범죄조직 ‘흑사회’를 밝혔으나 내용을 보면 이와 관련된 근거가 전혀 없이 조선족들의 범죄사실을 열거만 하고 있다. 한국 내에서 식당과 다방 등을 위장하여 도박장을 벌이거나 기계마작실을 운영하는 조선족들은 대다수가 깡패도 아니고 건달도 아니며 더욱이 ‘흑사회’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인데 ‘흑사회’와 연관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약판매와 전화금융사기에 가담한 사람들은 깡패조직과 연계시킬 수 있겠으나 중국 최대 범죄조직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다.

때문에 한국 언론은 국내 조선족에 대해 보다 진정성이 있는 기사를 발표해야 한다. 필자는 재한조선족사회에 각종 범죄사건이 불어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일부 국내 언론들이 이를 부풀려서 중국 최대 범죄조직과 연관시키는 잘못된 보도 태도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지적할 것은 재한조선족 50만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언론들은 조선족 동포와 내국인의 문화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이 사명감을 갖고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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