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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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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조선족 시인 허옥진 篇
2024년 08월 23일 06시 20분  조회:791  추천:0  작성자: 죽림
[시] 얼굴 (외 7수) ♦허옥진
2021년 05월 24일 09시 46분  작성자: 문학닷컴
얼굴
 
허옥진
 
시작도 끝도 없이 생겨나는 즙의 맛으로
우리는 맛의 빙점에 와있다
 
착즙기의 즙은 흘러넘치고
나는 당신의 빈방의 열쇠를 갖고 있다
 
당신은 끝없이 흘러내리고
이젠 나는 각종 맛을 인내할 수 있는  강아지의 여유로운 혀로 당신을 맘대로 핥아낼 수가 있다.
 
방의 축음기는 돌아가고
 
이 슬리퍼는 참으로 오래된 것인데
 
나는 슬리퍼를 벗어내치고 물이 떨어지는 수도꼭지를 닫는다
 
아,  멈출 수가 없어요
전 겨울이 싫어요
절 멈추게 한 지혜는 저  창밖에서  
탕후루糖葫芦 파는 늙은이의 호주머니에 있어요
 
나는 장농 안에서 그의 오래된 기억들을 꺼내본다
 
밖에서 새들이 지저귀고 있어요
저의 빛의 부스레기들을
저 새들이 쪼아간 지 오래돼요
아, 병치된 언저리에
피여나는 해바라기, 해바라기
명도明度에 잘린
해바라기 속 해바라기
 
여전히 축음기는 돌아가고
나는 담배를 피워문다
 
절 태우지 말아주세요
저의 령혼을 흡입하면 당신은 나의 령혼 속에 살게 될 거예요
 
빈방에서 당신의 냄새로 가득한 빈 침대에서   
나는 길게 누워 잠재울 수 없는  당신을 손가락으로 다독이며
당신의 카텐을 내리우고
다시 일어나서 
랭수 한컵 들이켜고....
 
2019. 12. 4
 
 
해바라기
 
허옥진
 
나를 따르는 그림자가 있지
자주 이런 꿈을 꾸게 돼
이건 요람이야
외마디 부르짖고
한층 기여 오르고
아니 이 분지는 넘 고요하고 
스스로 분출될 우려를 갖고 있기도 해
 
꽉 껴안은 이 팔은 넝쿨같기도 하고
그 창턱을 기억해?
스스로 기어 오르다 
꽃이 피고 지었던 질긴 틈 
말라간 사이로 이빨이 생겼던 게야
지칠 줄 모르고
까고까고 까고
 
이 분수는 분출을 멈추지 않아
텅 비였던 광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을 때 
이건 피난이야
비비고 들어선 건
너의 앞니였지
 
미소한 전률은 송수신되지 못한 수집된 기록일 뿐이야
 
오래 동안 광장은 넓고
외다리로 길어져 목 떨구고 
하루종일 침묵을 보이고
고드름이  길게 발 아래로 내려가 
길고 긴 엿의 맛을 내지
 
책 속의 이야기는 우리한테 혼란을 가져와
가방 속에 한줌 넣고 가 까고 까고 까고
공연히 방향판 속에 헛돌게 해
 
난 이 화판우의 그림을 찢고 
다시 그려야 해
 
까맣게 타들어간 
어두운 한줄기
둥 뜬 표정
 
2020. 3. 17
 
 
신발
 
허옥진
 
신발을 바꿔 신고
사시斜视의 방향으로 가 보았습니다
어긋났던 발걸음들이 기러기가 되여 한일자로 날고 있었습니다
벌어졌던 입을 모으는 순간이였습니다
 
내 안으로 후두둑 새떼들이 지퍼처럼 날아들며 우짖고 있었습니다
 
저리도 긴 세기의 줄을 흔들 수 있었을가
허나 줄넘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습니다
 
고여서 흐르는 먼 길의 진물들은 
온몸을 화끈화끈 지지고 있었습니다
뼈의 락인이 된 아집들은 단단한 거였습니다
 
골수에 닿아 전파된  배와 노의 옆에는
노란 여우의 노린내가 십킬로메터를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코와 신발이 맞닿는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신, 그래도 그런 롱담이 좋은 거였습니다
슬그머니 밑바닥부터 꽉 껴안는 그런 느낌이 
 
반쪽의 이야기는 
듣는 사람이 없습니다
난 반쪽이 됐습니다
더 높아질 수 없다면 땅이 높아지길 바랬습니다
 
작은 것이 좋다는 건 페허가 된 육중한 몸뚱이에서 처음 느꼈습니다
 
키의 축소판이 된 발자욱은 평생을 따라왔습니다
발가락은 여섯개의 혐의를 버리고 신발 안에서 꽁꽁 고부린 채 옹송그린 발톱의 넓다란 기슭을 허비고 있었습니다
 
얘야 더 판다면 쥐굴이란다
그럼  대신 새줄을 내려주세요
 
수많은 발가락들의 피아노 소리가 신발 안에서 울려나왔습니다
발가락들 발레가 시작되는 오후였습니다
 
2020. 1. 24
 
 
빨래 
 
허옥진
 
우리들의 교는 씻겨지는 것이지요
수많은 옷들이 쌓여지고 있어요
보디가드 같은  단추들을 벗어난 일상들은 헐렁해져 있습니다
버티던 관절들은 사라지고
경직된 울타리들을 벗어난 
하염없이 연연한 그리움 같습니다
 
우리가 씻길 수 있는 것은
단추와 같은 당신과
단추구멍 같은 내가 서로를 놓아버렸기 때문입니다
 
겨울의 잠은 깊습니다
 
때 먼지 속에 사라져간 아이가 있어요
꾀죄죄한 그 아이는 먼지처럼 작아졌지요
공기 속에 존재하고 있는 그 아이는 
유령 같은 존재였습니다
익힌 발음 하나 구명의처럼 떠가고 있어요
비누물이 구름처럼 내 주위를 감싸죠.
 
오늘도 비눗물의 세례로 아침을 시작하지요
한알 두알 사탕처럼 모아둔 것들 녹고 있어요
발밑에도 흰 구름이 떠 있군요
우리는 거품처럼 사라지는 건가요
 
정오의 빛이  마술사의 금박 지팡이가 될 때까지 솟구치는 분수는 정수리 뒤에서
날개 가진 천사로 착각하게 만들죠
 
먹먹하게 그리움에 말리워 들어가면
또 한층 색 바래여 나와서는 
우리는 건조증으로  
가려움에 불타다가
또다시 씻겨지는 겁니다
 
말쑥한 세상에서
우리의 외로움은 때묻지않은 것이였습니다
 
2019. 10. 24
 
 
울타리
 
허옥진
 
륵골을 들어올려 우리는 가출하는 당신을 
기러기, 해당화, 민들레, 맨드라미, 개똥벌레, 참나리로
한데 묶어 보았습니다
 
당신은 흔들리는 풍경입니다
 
흐르려는 당신을 우리는 고요히 품어줘야 합니다
 
응고된 고집은 
반맹증의 의혹을 갖게 할 테지만
다시 겹쓰기를 한다 해도 우리는 고집할 것입니다
 
몇번 흔들렸지만 박힌 교훈으로 더 든든해진 우리는 어깨 결은 사이좋은 자매입니다
 
이음새에 피는 벚꽃은
당신의 필사본에
늘어나지 않는 저금통장에
당신이 구겨서 던진 에이포용지에 송이송이 무럭무럭 핍니다
 
늘 순간에 멈춰서서 버텨내는 지정학적 교훈은
거세당한 척박한 땅에서 기름진 꿈입니다
 
우리는 개연성 근원의 모서리에서 탄생한 것 같은 자아 환각에 빠졌나 봅니다
 
한번 쯤 당신을 껴안고 왈쯔라도 신나게 춘다면 와인과도 같은 이 밤은 
우리의 등을 너무나 어둡게 지지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는 늘 한자리에 멈춰있는데
당신이든 나든 몰락의 순간에 
서로를 버텨낼 수 있는
끈끈함입니다
 
 
모래
 
이 세상을 가장 깊이 알게 된 후로
우리 가슴 한켠에 모래가 쌓이기 시작했다
모래바람이 한껏 불고 난 후로
움켜쥔 손바닥에서 흘러내리는 한줌의 모래 만큼이나 우리는 서로가 모래임을 쑥스럽게 생각했다
흙에 묻힌 얼굴을 씻고 볼 일이다
기대려 하던 바보스러움과
서로가 상대방에게 스며들 수 없는 존재란 걸 알게 된 후로
우리는 서걱이는 몸의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우리는 갈증에 타는 목으로 사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였다
하나의 군체로 모임이 필요했을 뿐
더 이상 풀을 재래울 수 있는 흙인 척 꾸미지 않기로 했다.
그러자 우리는 더는 씻을 필요 없는 얼굴이.되였다.
탁자에서 굴러내리는 콩알 만큼
불어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님을 확인한 후로 
불어서 터져죽을 사랑도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날 누군가의 젖은 바지가랭이에 묻어가는 우리일진 모르지만  말라서 털리우면 우리는 또  완전한 개체임을  수시로 깨쳐야만 했다
불도를 얻으러갔던 약속이란 단어마저  지우기로 했다.
해변가의 모래성답게 없는 것을 굳이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의 자尺안에 들어갈 만큼 큰 존재가 아니므로, 모래일 뿐이므로
한없이 바다가 그리웠다.
 
해빛 속에 반짝이고 
물속에 부드러워지는 
우리는 우리 대로의 고요함을 깨치기 위한 것일 뿐
황사마저도 바다로 가기 위한 몸부림인 것을 알았다
바다를 잉태하기 위한 련어의 억센 거스르기임을 알았다 
모래 만큼이나 개인주의자의 껄끄러움을 감수하는 것이 종내는 맑아지는 것임을 알았다
 
 
꿈에 대하여
                                   
그것은 불타버린 여름의 내장
주체못 할 가을비의 설사
동면의 깊은 곬으로 흘러 나오는 빛의 여울
푸르름으로 늘어 가는 흙의 사설
지평의 혼솔기를 마선질 하는 분침의 재봉틀
흑색의 칠판위에 하얗게 움트는 아지랑이들
비닐안의 끝없는 속삭임으로 눈 뜨는 부풀림
신용을 어긴 신용 불랑자의 낙언
벼락을 향해 솟구치는 피뢰침
백만광년의 집착으로 시공을 뚫는 별의 송곳
수거함에 분리되는 계절의 배설물들로 알찬 열매들
그것은 초원, 뭉게구름 노트북, 일기장.....
무수한 변신을 꿈꾸는 너와 나 
그런 우리들.. . 
한곳에 모여 함께 광장의 꿈에 대해 이야기 하네
함께 노래하네
합창의 우렁참은 극단의 기둥을 타고 높은 지붕을 떠이고 불멸의 흐름을 예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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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파쏠라시
솜사탕처럼 늘어져야 지
풀무가 돌아가는 한 우리의  부피
뜯어간다 그래도 우리는 달디단 맛       
 
2018. 7. 23 9시
 
 
진눈까비의 복허수에 대하여
  
너에게로 날아든다
새나 나비처럼
근대성 가까이 
어둡게 너한테 침몰 되는 중
나는 나라고 말 할 수 없어
사라지기 위해
네가 나를 위한 생리대는 
일년에 두번쯤은 족 해
 
복식의 방안으로 
복허수复虚数의 실수는
나의 이중성을 떠나는
첫번째 계절이 되였다
 
자기 카드에 인출된 수량만큼
형태소形态素를 나타냈을 뿐
너의 류배지에서 
채 해동되지 못한 표절된 허두가
나의 첫 음성으로 
너에게로 반환되여 사라지는 중
 
설맹雪盲으로 지양 되지 못한 여백에
공명으로 슴슴해 진 언어의 혈액형들
더는 낭설로 너의 밑바닥까지 적시진 않아
 
잠언으로 환원되지 못한 계절의 쪼각들
환절의 어설픈 주성走性으로 
너에 향한 회귀성은 
겨울을 견딜 수 있는 
푸르른 땅에 대한 그리움으로 될 수 있었다



[허옥진 략력]
 
화룡시 출생
연변작가협회 리사
 
수상경력:
제15회 정지용문학상 수상
2017년 연변문학 문학상 수상
중국 조선족 청년작가 수필 우수상
두만강 여울소리 시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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