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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벗님들의 하늘이 늘 함께 푸르기만을...
2016년 01월 09일 03시 54분  조회:3900  추천:0  작성자: 죽림

박석구 시작법 연재
 

'자, 떠납시다, 시의 여행을''

 

        
* 종이학

 

<대상인식>  
 당신의 아내는 날마다 학을 접습니다. 그래서 큰 병 안에는 날마다 수많은 학들이 쌓여 갑니다. 

 

 '아내는 왜, 학을 접는 걸까요?'

 당신의 의문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오랜 생각 끝에 짧은 이야기 하나를 꾸며 봤습니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 보니, 아내가 접어놓은 학들이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수많은 학들이 어둠 속에서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가슴에 대고 물어 보았습니다.
 '아내는 왜, 날마다 학을 접는 것일까?'
 '학은 얼마나 많은 밤을 저렇게 난 것일까?' 

 그래서 아내의 얼굴을 쳐다봤습니다. 

 피곤한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속을 아프게 파고드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미안함과 부끄러움이었습니다.

 나를 위해 자기를 버리는 아내의 삶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아내가 학을 접는 까닭을 알았습니다.

 내가 나만의 하늘을 날고 싶듯이 아내도 아내만의 하늘을 날고 싶어서 그럴 거라고."

 이것은 종이학을 보고 상상한 이야기입니다.

 

<인식내용 정리>
①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 아내가 접어놓은 학이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② 수많은 학들이 어둠 속에서 하늘을 날고 있었습니다.

③ 아내는 왜, 날마다 학을 접는 것일까요? ④ 학은 얼마나 많은 밤을 난 것일까요?

⑤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⑥ 피곤하게 자고 있는 아내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⑦ 아내도 자신만의 하늘을 날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성>
 ①을 1연, ②를 2연, ③과④를 3연, ⑤와 ⑥을 4연, ⑦을 5연으로 구성해 봅시다.

 연은 생각의 변화, 또는 사건의 변화, 시간의 변화, 장소의 변화 등에 따라 당신의 뜻대로 구분하 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성하기에서도 퇴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
 아내가 접어놓은 
 학들이 하늘을 난다.

 수많은 학들이
 어둠을 속에서 하늘을 난다.

 아내는 왜, 날마다
 학을 접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밤을 
 학은 난 것일까.

 피곤하게 잠이 든 아내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내도 아내만의 하늘을 
 날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상화, 퇴고>
 
 1연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
 아내가 접어놓은 
 학들이 하늘을 난다.

 1행의 '잠'은 어떤 잠일까요? 포근한 잠, 피곤한 잠, 시린 잠 중 어떤 잠입니까? '시린 잠'이 어울리겠지요? 

 당신은 그 '시린 잠 속'에서 어떻게 나왔습니까? '깨어나'를 문맥에 맞게 고치자는 것입니다. 다시 묻습니다. 시린 잠 속에서 어떻게 나왔습니다. 쫓겨 나왔겠지요? 언제나 쫓기듯 사는 시린 삶이니까. 바꿔 보면, '시린 잠 속에 쫓겨 나와'. 

 '보니'를 구체화하여 '눈을 떠보니'로 바꾸면 좋겠지요? 
        

 시린 잠 속에서 쫓겨 나와
 눈을 떠보니
 아내가 접어놓은 
 학들이 하늘을 난다.

 

 2연

 수많은 학들이
 어둠을 속에서 하늘을 난다.

 

 1행의 '수많은 학'이라는 시어는 구체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숫자를 제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수많은'이라는 시어를 구체화하기가 좋은 숫자는 무엇일까요

마리 만 마리나'라고 하면 되겠지요? 이런 때는 정확한 숫자를 제시하면 정감이 감소됩니다.  

 '학'은 1연에도 나오고 '천 마리나 만 마리나'라는 시어에 그 의미가 나타나 있으니까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해 생략합시다.

 

2행에서 '어둠 속에서' 학은 '어둠'을 어떻게 하며 날고 있을까요? 여기에서는 '어둠'은 부정적 현실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둠을 헤치며 하늘을 난다'로 바꿀 수 없을까요?

 천 마리 만 마리나
 어둠을 헤치며 하늘을 난다

 

 3연

 아내는 왜, 날마다
 학을 접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밤을 
 학은 난 것일까.

 

 1행의 '날마다'를 '날이면 날마다'로 반복해 의미를 강조시켜 봅시다. 나머지는 그대로 두어도 좋겠지요?

 

 아내는 왜, 날이면 날마다
 학을 접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밤을
 학은 난 것일까.

 

 4연

 피곤하게 잠이 든 아내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1행의 '피곤하게 잠이 든 아내를 보니'에서 당신은 아내의 어디를 봤습니다? '얼굴'을 봤겠지요? 

 어떤 맘으로 봤습니까? 미안한 마음으로 아내 몰래 아내를 보았지요?

'미안한 마음으로 아내 몰래 아내를 보는 것'은 결국 훔쳐보는 것이지요? 정리해 봅시다.

 '피곤하게 잠이 든 아내의 얼굴을 훔쳐보노라면'. 

 한 행이 너무 긴 것 같지요? 이런 경우에는 시어를 생략하는 방법과 행을 나누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1차적인 것은 시어를 생략하는 것. 우선 '피곤하게'를 생략해 보면 어떨까요? 그렇다면'잠이 든 아내의 얼굴을 훔쳐보노라면'이 되겠지요? 그래도 긴 것 같지요? 이젠 두 행으로 나누어 봅시다.

 잠이 든 아내의 얼굴을
 훔쳐보노라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3행의 '미안한 마음이 든다.'에서 '미안한 마음'은 어째서 가지게 됐습니까? 가난한 살림에 시달리게 해서 그렇겠지요? 당신만의 일을 위해 아내의 희생을 요구해서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마음이 괴롭겠지요? 이 모든 것은 당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겠지요? 이것을 '자책'이라 합니다. 

 이 '자책'을 구체화하면 어떻게 될까요? 자책은 '내가 나를 꾸짖는 것'. 이것을 구체화하면 '내가 나를 물어뜯는다'로 변화를 주어  봅시다. 그렇다면, '나를 물어뜯는 나'로 바꿀 수 있겠지요?   
 

 잠이 든 아내의 얼굴을 
 훔쳐보노라면
 나를 물어뜯는 나

 4연

 아내도 아내만의 하늘을 
 날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에서의 주인공은 '나'인 당신입니다. 아내는 '당신'이 되겠지요? 아내에게 속삭이듯 당신의 생각을 말해 보십시오. 될 수 있는 대로 줄여서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의 생명은 압축에 있는 지도 모르니까.

 당신도 당신만의 
 하늘을 날고 싶겠지.

 이제 하나로 모아 읽어봅시다.

 시린 잠 속에서 쫓겨 
 나와 눈을 떠보니
 아내가 접어놓은 
 학들이 하늘을 난다.

 천 마리나 만 마리나 
 어둠을 헤치며 하늘을 난다.

 아내는 왜, 날이면 날마다
 학을 접는 것일까.
 얼마나 많은 밤을 
 학은 난 것일까.

 잠이 든 아내의 얼굴을 
 훔쳐보노라면
 나를 물어뜯는 나.

 당신도 당신만의 
 하늘을 날고 싶겠지.

 퇴고할 것이 있으면 퇴고해 봅시다. 삶과 마찬가지로 시도 언제나 미완성품입니다. 발표한 후에도 맘에 들지 않으면 고쳐야 합니다. 우리의 삶이 끝나는 날까지. 

 사람들은 저마다의 하늘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만의 하늘을 고집하는데 있습니다. 우리 함께 손을 모아 빌어 봅시다. 당신의 하늘과 내 하늘이 언제나 함께 푸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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