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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조선족 우화시인 허두남 篇
2024년 08월 29일 03시 27분  조회:360  추천:0  작성자: 죽림
조선족문단 우화시의 개척자-허두남
 
조선족문단 우화시의 개척자-허두남

                 최룡관
                                


세계적으로도 일생동안 심혈을 몰부어 우화와 우화시를 연구하는 작가는 아마 많지 않을것이다. 그런데 우리 연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일찍 이십대에 자신의 첫 우화시집이자 중국조선족문단의 첫 우화책을 펴내서부터 40년동안 우화와 우화시 창작에 몸을 담그어온 허두남이다.
    1979년  첫 우화시집 “개미와 코끼리”로 우화책이 없던 우리 문단의 공백을 메꾼 허두남은 지금까지 8권의 우화책을 출판했는데 산문으로 쓴것이 2권, 시로 쓴것이 6권이다. 허두남은 산문으로 된 우화보다 우화시 창작에 더 많은 심혈을 쏟아붓고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허두남이 창작한 6권의 우화시집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고저 한다.
일찍 맏형님의 영양을 받아 소학교시절부터 우화시를 습작해오던 허두남은 1979년 처녀작 우화시집《개미와 코끼리》를 세상에 내놓았다. 우화시 25수가 수록되여있는 이 책은 정영석의 중편소설 “제2호순라선에서”와 더불어 문화대혁명후 제일 먼저 출판된 개인아동문학서적이다. 책장을 열면 집채만한 코끼리로부터 입쌀알만한 개미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동물들이 살아움직이는데 대뜸 아이들의 눈길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작품집중의 “잣새의 계획”은 국경30돐창작상을 받아안는 영예를 지녔고  소학교교과서에도 번듯이 올랐다.
작품집에 호구를 올린 우화시들은 거개 이야기가 흥미롭고 주제가 뚜렷하다. “잣새의 계획”은 조건타령을 하며 일을 미루다간 랑패볼수 있다는 도리 ,”사슴의 후회”는 작은 흠집도 제때에 고치지 않으면 큰 흠집이 될수 있다는 도리, “고양이건축기사”는 일을 첫시작부터 착실히 하지 않다간 망쳐버릴수 있다는 도리, “알깔줄 모르는 소쩍새”는 부질없는 자존심을 부려서는 배울것도 못배우게 된다는 도리를 재미있는 이야기속에 재치있게 집어넣었다.
그밖에 우화시 “뽐내던 원숭이”, “퇴박맞은 담비”, “여우의 선물” 같은 작품들은  풍자성과 유머감이 아주 짙다.
책에는 많은 장점이 있는 반면 부족점도 적지 않다.
첫째: 산문화경향이 심한것이다. 우화시에선 산문화를 허용한다고는 하나 허용한다는 것은 좋다는 말과는 다르다. 이야기를 담자면 산문화를 피면하기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너무나 산문화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 작품집의 많은 우화시들은 시행을 붙여놓으면 산문이 된다.
둘째: 편폭이 너무 길다. 우화시라면 무조건 꼭 짧아야 한다는 도리는 없지만 어느 작품이나 다 기니 문제인것이다.
우화시 “민들레씨의 이사”는 주견 없는 민들레씨가 좋은 고장으로 이사가려다가 가지 못하는 이야기를 생동하게 그려낸 작품인데 내용은 매우 좋으나  산문화되고
편폭이 너무 길다. 무려 58행이나 된다. 주인공 민들레씨가 네 인물-동풍, 서풍, 남
풍,북풍과 대화를 주고받은것을  직접담화법의 수법으로 옮겼으니 그렇게 길어질수
밖에 없는것이다. 전반 시도 길고 시행도 늘차니 좀 숨이 찬감이 난다.
허두남의 우화시집《승냥이와 범》은 첫 작품집이 출판되여서부터 5년뒤인 1984
년에 료녕인민출판사에서 출판되였다.
이 책엔 31수의 신작이 수록되여있는데 책을 읽어보면 작자가 첫 작품집에서 나
타난 약점을 미봉하려고 모대긴 흔적을 “함축”이라는 두 글자로 함축할수 있다. 이 책에도 좋은 우화시들이 적잖게 있다. 첫 작품집에서 나타났던 시가 너무 긴  페단을 극복하고 완정한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간결하게 쓴 우화시들이 여러편이다. “범나비”,
“도마뱀의 재간”, “대충의 대화””후회만 하는 염소” 등은 아주 풍자적이고 재미 있다.
우화시 “범나비”를 살펴보기로 하자.
 
풀이슬에 날개 젖은 친 범나비/큰길에 앉아 볕쪼임하는데/ 꼬꼬수탉 한마리/모
이 찾아 기웃기웃 다가왔다// “거기 오는 수탉놈아/ 냉큼 제자리에 서지 못할가?/
내가 누구라고 / 감히 내앞으로 지나가려하는거냐?/ 그 말 들었는지 말았는지/ 그냥
다가오는 꼬꼬수탉// 범나비는 가장 위엄있게/ 목청을 가다듬어 꾸짖었다./ “이 버릇
없는 수탉놈아/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하느냐?/ 내 이름을 들으면 넌 기절할게다./ 이
어른이 바로 범나비란말이다.// 여진히 못들은듯/ 기웃기웃 다가오는 꼬꼬수탉// 범
나비는 날개를 퍼덕이며/ 고래고래 욕설 퍼부었다./ “이 되지 못한 수탉놈아/ 하루강
아지 범 부서운줄 모른다더니/  내 이름 듣고도 그냥 다가와?/ 범나비란 나는 범이란
말이다./ 네놈이 뛰는 범 무서운줄 알면서/ 나는 범 무서운줄 모르다니…”// 그제야 범나비를 발견한 꼬꼬수탉/ 씽 달려가 뚝 찍어먹었다.
이 우화시를 보면 웃음을 금할수 없다. 범나비야말로 풍자의 대상이고 우습광스
러운 우화적 인물이다. 이름보다 실속이 중요하고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것을 반면적으로 일러주고있다.
그런데 작품은 내용은 재미 있지만 표현수법은 별루인감이 든다. 전반 시는 29
행으로 첫번째 우화집에 실렸던 대다수의 우화시들보다 절반가량의 편폭이다. 그런데
도 여전히 함축미가 결여한 느낌이 드는것은 무엇때문인가? 그 원인은  작품구상이 산문적으로 되였기 때문이다. 이 우화시는 비록 편폭은 많이 줄어들었으나 첫번째 책
에 수록된 우화시들과 똑 같은 수법으로 창작되였다. 사건발전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서술했는바 붙여놓으면 산문이 된다.
이 작품집에 실린 많은 우화시들이 이런 공통적인 단점을 갖고있다. 편폭은 줄이
려고 애썼으나 다양한 수법을 동원하여 재치 있게 예술적으로 표현하지 못했기에 단
조롭고 딱딱하며 매력이 모자란다.
우화시를 보다 짧고 감칠맛 있게 쓰려면 고운 시어를 고르고 조화롭게 다듬는것
도 중요하지만  구상할때 “시적”으로 구상하는것이 자못 중요하다. 줄글의 구성과 시
의 구성은 서로 다른 특점을 갖고있는것이다. 
우화제재를 찾기가 그처럼 어려운데 마음 드는 제재를 손에 넣었다면 매 한편의 작품마다 제재를 찾는것만큼 그 형식에도 고심해야 할것이다.
1995년에 출판된 세번째우화시집 《춰주는 바람에》(우화시 64수)에서는 작자가 시도한 개혁이 보다 폭이 크다
앞의 두책에서는 이야기과정을 전개했지면 세번째책에서는 과정을 전개하지 않고있다. 따라서  산문적이던 구성도 시적으로 해결되였다   
우화시 “떨어져버린 록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따스한 새 봄/ 꽃사슴 머리에 돋아났어요/ 솜털 보시시한 “록용나무”가// 귀한 보약이라/ 만나는 짐승마다/ 간청 했어요, 록용 팔라고// (어쩔가, 팔가?/ 안야/ 두고 두고 자랑거리 삼을테야!)// 꽃사슴 고개 건뜩/ 어깨를 으쓱/ ㅡ나의 보밴 한평생 안 판다 안 팔아// 가을 되니 보배 록용/ 뼈처럼 땅땅/ 이듬해 봄 되자 떨어져버렸어요
 
이왕에 쓴 우화시같으면 또 독자가 다 내다본 과정을 지루하게 서술했을것이다. 례컨대 곰할아버지가 록용을 팔라고 청들었지만 도리머리를 저으며 안 팔았다, 노루아저씨가 사정했지만 또 밀막아버렸다, 토끼아우가 간청했지만 그것도 외면해버렸다….그렇게 전개했더라면 그 편폭이 “민들레씨의 이사”와 거의 비슷하게 되였을것이다. 하지만 작자는 이 작품에서 과정을 일일이 기록하지 않고 내용을 집중,개괄하여 표현했기에 편폭이 절반나마 줄어들었다.
이 작품집에 수록된 대다수의 우화시가 이 우화시처럼 이야기를 씀에 있어서  사건을 따라가며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한 시점에 서서 그려냈다. 
역시 우화시 64수가 수록된 네번째 우화시집《세수해선 뭘해, 또 때가 낄텐데》 (동북3성교육출판사,2002년년)는 많은 새로운 특점이 있다.
첫째: 동식물을 쓰던데로부터 아이들을 쓰는것으로 개혁을 가져왔다.   64수가운데56편이 아이들을 쓰고있다. 이른바 “랑만주의우화시”로부터  “사실주의우
화시”로 바뀐것이다.
둘째: 시어가 한층 세련된 것이다 
우화시 곤충채집은 다음과 같이 쓰고있다.
 
돌쇠하고 누나하고/ 곤충채집 간다야// 누나는야 맨손이지만/ 돌쇠에겐 포충망// 나풀나풀 꽃나비/ 또로록또로록 베짱이// 나무잎우에 앉아/ 그네뛰는 매미// 쑥초리끝에서 파르르/ 발레추는 잠자리// 누나는야 살금살금/ 발꿈치 살짝 매미 한놈// 돌쇠는야 우쭐우쭐/ 포충망 휙 잠자리 한놈// 누나는야 한나절에/ 열마리 잡았는데// 돌쇠는야 웬 일일가/ 살펴보면 빈 포충망// 포충망에 포충망에/ 구멍난줄 몰랐네.
 
이 우화시는 허두남에게서 늘 나타나는 산문화가 가장 잘 극복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제를 볼 때 전혀 새롭지 않다 가능하게 “구멍난 독에 물 퍼붓기”란 속담에서부터 구상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시어가 아주 잘 짜였다.  “그네 뛰는 매미”,  “발레추는  잠자리” 등 구절들은 매우 생동하며 운률도 성공적이다.  전반 작품이 이른바 산문적으로가 아니라 시적으로 언어구사가 이루어졌다.
셋째: 유머감이 한층 진해졌다. 
우화시 우화시 “약 먹을 때”를 살펴보자.
 
파리가 썰매 탈지경/ 윤기 반들 대머리 만지며/ 의사 선생님/ 한 눈 찡긋 일러준 말//ㅡ꼬마아가씨/ 이 약 먹을때/ 물 마시면 절대 안돼/ 물 마시는 날엔/ 이 할아버지처럼 대머리가 돼// 의사 선생님의 대머리/ 참기름이라도 칠했나/ 내 눈길도 미끄러져 떨어지는듯/ 몸이 오싹// (어마나! 롱구공 같네요/ 내 머리가 대머리 되면/ 작은 배구공 같을거야!)/ 머리가 대머리 될가봐/ 작은 배구공 될가봐/ 갈증이 나도/ 물 한모금 마시지 않았어요//해님이라도 삼킨듯/ 너무너무 목이 탈때면/ 한꺼번에/ 얼음과자 열대 먹었을뿐
 
이 작품은 풍자와 유머가 강할뿐 아니라 표현도 아주 훌륭하다. “파리가 썰매탈지경 윤기 반들 대머리”, “의사선생님의 대머리 참기름이라도 칠했나 내 눈길로 미끌어떨어지는듯”, “어마나! 롱구공 같네요. 내 머리가 대머리 되는 날엔 작은 배구공 같을거야!”. 해님이라도 삼킨듯 너무너무 목이 탈때면” 등 표현들은  극히 성공적이다. 이렇듯 작품의 언어가 갓난아기처럼 귀한 주요원인은 아이들의 시각으로 사물을 보고 천진란만한 동심에 비쳐진 사물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냈기때문이다.
 
 
춰주면 좋아하는 아이/ 코흘리개는/ 숱한 애들이 앞다투어/ 너 참 힘세다 춰주니/ 너무 좋아 코를 풀쩍풀쩍/ -그래 너희들 말이 맞다/ 나 진짜 힘장사야/ 얼마나 센지 보련?/ 커다란 돌 척 들고서/ 다들 보라는듯 우쭐우쭐/ 국수오리 같은 코물이/ 발등까지 드리운줄도 몰랐대요
 
이는 우화시 “코흘리개”의 전문이다.
이 글의 주제는 “칭찬받기 좋아하는 사람은 나쁜놈에게 쉽게 리용된다.”로 될것이다. 이 주제를 표현하자면 “큰 인물”의 “큰 사건”을 가지고 “큰소리”를 치는 페단이 생길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작자는 그와는 정반대로 코를 많이 흘리는 한 아이를 통해 그것을 생동한 만화처럼 잘 보여줬다. 자칫 꽛꽛하게 만들수 있는 문제를  작고 재미있는 해학으로 원만히 표현하였다   앞으로 이러루한 제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작자는 이 책에서 학교생활과 공부에 대한 내용을 많이 취급했다.  흔히 아이들을 쓴 작품들에 학굫생활, 특히 공부에 대해 쓴것이 적다 그만큼 중요하고 가장 일반적인 것일수록 쓰기 힘들다는 말이 되겠다 그런데 이 책에는 학교생활, 공부를 두고 쓴 우화시가 상당한 수를 차지한다.  “성급한 아이”, “사내애가 그럼 못써”, “구멍난 책장”,   “”그런 로봇”, “락제생된 사연”, “두고보자”, “책을 많이 읽을테야”,  “빵점”,  “꾀보→“울보”,  “지각대장” 등이다 
작자의 다섯번째 우화시집 《사탕을 좋아하는 애》(우화시 80수)는 2006년 한국에서 출판되였다. 이 책에는 네번째 책의 우화가 절반 넘게 들어있다 하지만 그대로 실은 우화는 기본상 없고 다시 손본것들이다 작자는 이 책에서 우화시의 언어를 많이 “미용”했을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식을 창조하려고 품을 넣었다.
우화시 “뚝쇠의 자존심”을 보기로 하자
 
아이참, 저 뚝쇠/ 머리는 뚝 막혀가지고/ 자존심은 쇠처럼 강해서/ 이름도/ 뚝/ 쇠// 저보세요/ 상우에 숙제책 펼쳐놓고/ 책장우에 연필장단 똑똑/ 귀불만 만지작만지작// 녀동생 꽃분이 들여다보더니/ 오빠, 내 알려줄가?// 힐끗 동생을 지릅떠본 뚝쇠/ 까불지 마/ 쥐방울같은게 뭘 알아서…// 연필장단에/ 애꿎은 책장은 벌집 되여도/ 뚝쇠와 숨바꼭질하는/ 답안// 시계소리 재깍재깍/ 텔레비죤아동프로 이제 곧 시작한다/ 뚝쇠를 재촉하며 재깍재깍’’ 바빠 난 뚝쇠/ 궁둥이 들썩들썩/ 솥뚜껑우의 개미인가/ 안절부절/ (이 뚝쇠를 구해줄 사람은 없나?)// 이제 다시 동생에게/ 묻지도 못하고/ 묻지도 못하고
 
이 작품도 인물에게 꼭 맞는 어휘를 사금 일듯 골라서 주인공의 행동을 잘 묘사했다. 하나도 능하게 없으면서 녀동생앞에서 으시대는 이웃집의 코흘리개와 비슷한 뚝쇠의 모습이 눈앞에 다가온다. “연필장단 똑쪽”, “귀불만 만지작만지작”, “힐끗 녀동생을 지릅떠본 뚝쇠”, “쥐방울같은게”, “”연필장단에 책장은 벌집 되여도”, “뚝쇠와 숨박곡질하는 답안”, “솥뚜껑우의 개미인가 안절부절”, 등 구절들은 머리는 뚝 막혀가지고 동생앞에서 오빠의 자존심을 세우려는 웃기는 아이의 성격을 표현하는데 아주 적격이다.
마지막 련에서 “묻지도 못하고”를 반복한것도 주제을 강조하는면에서도 좋거니와 문체론적효과도 충분히 나타냈다.
마지막련도 잘 처리했지만 이 작품이서 특히 훌륭하게 쓴 부분은 첫련이다. 첫행에서  “아이참, 저 뚝쇠”-이렇게 “문을 열자 산이 보이는” 수법으로 시작한것부터 좋다. 편폭이 짧은 우화시에서 “짧은 밤에 긴 노래 부를”것 없이 글줄을 아낀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첫 련에서도 가장 첱금싸게 잘된 점은
이름도


이렇게 세개행에다 갈라놓은 것이다. 이것은 형태이미지이다. 종이를 랑비하면서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뚝쇠라는 이름이 바로 주제이기 때문에 강조한것이다. 서로 상반되는 모순의 성격을 이 두 글자로 잘 표현했지 않은가? 그러니 두 글자에게 당당하고 분명한 자리를 드린것이다. 다른 사람이 시행을 한글자씩 뜯어서 내리배렬하니 자기도 한번쯤 그렇게 해본 그런 언어장난과는 전혀 다른 좋은 착상이고 설정이다.
 “뚝쇠의 자존심”이 이름 두글자를 두행에 나눠놓은것이 형식상 성공적이라면 전반 우화시를 새로운 형식으로 쓴것도 있다.  우화시 “착한 일”이 그렇게 씌여졌다.
 
일과에서 빠짐없는/ 일기 적기/ 착한 일 적기// 보배둥이 일기책에/ 또박또박/ 연필도 신이났나/ 미끄럼질 쭉쭉// ㅡ오늘은 뜻깊은 날/ 낯선 할머니 도와/ 짐 들어다 드린 날/ 착한 일 찾아하니/ 칭찬받은것보다 더 기쁘다// 귓가에 속삭이는/ 자애로운 목소리/ 일기란 진실하게 써야 해!//! 뒤머리 썩썩/ 덧붙이는 몇줄// 아래 학급 돌이/ 자기가 할머니 돕겠다/ 짐 붙잡고 놓지 않았다/ 달래여도 듣지 않아/ 겁을 줘도 듣지 않아/ 빵! 한주먹 먹이고/ 제꺽 짐 빼앗았지 헤헤
 
웃지도 울지도 못할 사연, 그러면서도 너무 진실하게 아이의 성격을 그려낸 성공작이다.
내용도 새롭고 형식도 새롭다. 작자는 천진란만한 아이의 성격을 잘 그려냈을뿐
만 아니라 그 그림을 일기라는 액틀에다 정히 넣어서 걸었는데 형식이 아주 맘에 쏙 든다    
형식이 생신하고 독특한 우화시로는 또 “친구사귀기”가 있다. “친구사귀기는 인터넷사이트를 리용해서 친구를 사귀는 형식을 빌어 웃음거울에 비친듯 우습광스러운 주인공의 형상을 보여주고있다.
 
인터넷 사이트로/ 친구나 사귀여 볼가/ 아무렴!/ 나처럼 훌륭한 애에겐/ 친구도 많아야지// 제 자랑한다 말아/ 나하고 사귀고 싶은 애들은/ 검색 창에 내 간력 쳐보렴/ 내가 허풍 쳤나// 나는나는/ 장점은 하늘만큼/ 단점은 손톱눈만큼// 내 또래중 키도 껑충/ 학급에서 힘도 으뜸/ 성미 활달한 사내대장부// 밥은 아빠보다 더 먹고/ (애들은 잘 먹어야 잘 큰대)/ 잠은 하루 열시간/ (애들은 잘 자야 건강하대)/ 늘 토끼처럼 뛰놀지/ (애들은 잘 놀아야 밝게 자란대)// 장점은 무지무지/ 많고 많지만/ 단점은 딱 하나 공부싫어증
 
“친구사귀기”나 “착한 일”같은 형식은 아주 좋은 추구이다. 앞으로 이런 추구들이 많아져 허두남이 독자친구들을 더 많이 사귈수 있기를 바란다.
우화시집 “사탕을 좋아하는 애”도 생동성, 형상성면에서 약간 아쉬운 점을 남긴
다.
2015년에 출판된 여섯번째 우화시집 《빵순이 다이어트》(연변인민출판사)에는 보다 세련된 우화시가 무려137나 수록되여있다. 이 책에서 작자는 우화시를 보다 동시처럼 개조하는데 모를 박았고 많은 성과를 올리고있다. 작자는 아예 책의 쟝르를 우화동시집이라고 밝혔다.
이 책은 이전의 책들보다 질이 한 차원 높아졌다.
우선 우화시들이 재미 있어졌다.
다음 편폭이 한층 짧아졌다. 편폭은 짧아졌지만 작품을 인위적으로 줄여놓은 느
낌이 들지 않고 생동한 세부와 형상적인 구절들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간결하고 재
치로우며 깜찍하다.
많은 우화시들은 형식상 완전히 일반적인 동시의 모습을 갖추었다.
    일반 동시처럼 쓰여진 몇편의 우화시를  살펴보자
    내 가슴속에 피여난 꿈/  아롱다롱 칠색무지개/ 저 하늘의 무지개보다 더 고운
고운 꿈/ 목화송이 흰구름 말끔히 닦은/ 파란 저 하늘보다 더 고운 꽃꿈//나의 고운
꿈 멋진 꿈은/ 아롱다롱 칠색무지개 베여다가/ 색동저고리 지어 입고/ 파란 하늘 한
자락 살짝 베여다가/  파란 치마 곱게 지어 입는거야!// 너무 너무 소중한 꿈이기에/
맘속으로만 고이 키우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 다른 사람 내 꿈 훔쳐갈가봐//저
높은 곳에 있는 무지개를/  어떻게 베여올가?/ 누가 저 높은 곳에 올라가서/  파란 하늘을 베여온담?/ 그리 큰 가위는 또 어데서 구하나? 
 
    이는 우화시 “고운 꿈”이다.
이 작품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기존의 우화들과 완전히 다르게 일반 동시처럼 썼
다. 아주 감칠맛 난다. 작자는 한 녀자애의 아롱다롱 고운 무지개꿈을 그리고있다. 파란하늘을 베여다가 치마를 지어입고 칠색무지개를 베여다가 색동저고리를 지어입
었으면 하는 천진란만한 어린아이의 꿈은 그야말로 “목화송이 흰 구름이 말끔히 닦은 파란 저 하늘보다 더 곱고 아롱다롱 칠색무지개보다도 더 고운 꽃꿈인것이다. 좋기는 파란 하늘을 베여올  때 해까지 함께 베여다가 옷을 지어입는다면 더 리상적이겠지. 하늘색 파란 바탕에 황금빛 해를 수놓은 옷,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옷이 아름다운걸 물론 해까지 있으니 겨울에 춥지도 않고 그처럼 좋은 옷이 더 없을것이다.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서 눈이 비뚤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파란 하늘을 누가 베여오고 어떻게 베여오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우화시는 이소프의 우화 “쥐들의 회의”와 비슷하다. 쥐들이 모여서 어떻게 고양이를 대처할가를 토론하는 회의에서 모두 고양이목에 방울을 달자고 한다. 어떤 방울을 달고 어떤 끈으로 달 것인지를 열렬하게 토론했지만 누가 가서 그 무서운 고
양이목에 방울을 달겠는가 하자 아무도 나서지 못한다. 고양이가 무서워서 방울을 못 달듯이 하늘은 너무 높아서 팔이 자라지 않으니 베여올수 없다.
“분선이가 미워요”도 일반 동시처럼 쓴 우화시이다.
 
속눈섭 긴 쌍가풀눈도 미워요/ 오똑한 코도 미워요/ 볼우물 파며 생글생글/사과
같은 얼굴도 미워요// 선생님 물음에/ 남먼저 대답하는 입/ 남먼저 쳐드는 손도 미워
요/ 이름도 미워요// 남학생들 눈길 혼자 끌어가는/ 욕심쟁이 분선이/ 얄미운분선이//
미운 분선이/ 요즘 더 미운 짓 해요/ 밤마다 내 머리속에 찾아와/ 단잠 들지 못하게/ 
막 휘저어놓군 해요// 분선이를 미워하다가/잃어버린 잠
 
    이렇게 써도 우화가 되는가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기
존의 우화형식에 길들어있는 사람들이다. 꼭 “토끼와 거부기”처럼 보자마자 그 뜻이 다 알리게 써야만 하는가? 일정한 심도를 심어주고 사색을 거쳐야 그 뜻이 알리게 쓰는것이 더 예술적효과가 있고 현대적 미감에 맞는다고 생각된다. 풍자속에 교훈을 담으면 우화시는 다양한 형식으로 쓸수 있다고 본다. 아니, 다양한 형식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싶다.
그럼 이 작품이 왜서 우화로 될수 있는가? 이 작품의 주제는 무엇인가? 이 작품
의 주제는 친구를 미워하고 미워하다가 밤잠까지 잃게 되였다는것이다. 남을 너무 미
워하다가 결국 자신을 해쳤다는 뜻이니 풍자가 성립되는것이며 풍자속에 분명한 따끔
한 교훈도 담긴것이다.
지금껏 그 누구도 우화시를 이런 형식으로 쓴적이 없는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써서는 안된다는 도리는 없다. 우화시를 “이야기→교훈” “교훈→이야기”의 낡은 도식으로 가두지 말고 다양한 새 형식으로 써서 작품의 매력을 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에는 우화시 “바람”을 살펴보자
 
살구나무가지끝에서 /바람이 앵앵 울고있어요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못된 장난 재미삼던 개구쟁이 바람 /빨래줄에 걸린 옷 팽개치고 /장독뚜껑 허공중에 날려버리더
니 /나무가지 부러뜨리려 심술 부리다가 /가지끝에 옷자락 걸렸나봐요/도와줘요!/도
와줘요 /애처롭게 구원 청하는데 /아무도 내다보지 않네요 /저러다 옷자락이 찢어지
면 어쩐담? /아이참, 그러게 /고약한 미운 짓 일삼지 말게지
 
얼핏 봐도 훌륭한 동시이다. 내용으로 보면 이는 또한 교훈과 풍자를 두루 갖춘
완미한 우화이기도 하다. 잘 짜인 동시안에 “남잡이 제잡이”라는 철리와 나쁜 일을 일삼는 자는 도와주는 이가 없다는 철리를 담고있다.
    완전한 동시형태로 쓰여진 우화시로는 또 “파란 호수”를 들수 있다.
 
    아빠 함께 뽀트 타던 날/파란 호수물 처음 보았다/노랑병아리빛 치마에 파란 물
튕길가/가슴에 두손 포개고 조심히 서있는데/심술쟁이 파도가 처절썩/치마자락에 물방
울 튕겨놓겠지/난 몰라/난 몰라/내 옷 어쩌나 발 동동 굴렀는데/참말 신기했다/옷에 한
점도 옮지 않은 파란 물감 
 
이 작품을 보고 한수의 매력적인 동시라고 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것이다. 파란 호수물을 눈에 보는듯이 그려낸 한폭의 수채화이다. 물방울이 튕기면 옷에 파란 물이 옮으리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은 진실하게 과장 없이 표현된것이다.
이 작품은 시어도 참 아름답게 씌여졌다. “노랑병아리빛 치마” “가슴에 두손 포개
고” “심술쟁이 파도”  “난 몰라! 난 몰라!” “발 동동 굴렀는데” 등 구절들은 말이 고우
면서도 어린 소녀의 성격을 잘 표현했다.
그럼 이처럼 아름다운 동시가 어떻게 우화시로 될수 있는가? 무엇을 풍자했고 어
떤 교훈을 던져주고있는가? 사물의 현상과 본질을 가려볼줄 모른다는 천진란만한 생
각에 가벼운 웃음이 생기는 풍자적인 요소가 살짝 깃들어있는것이다. 파란 물감을 풀
어놓아 파란 물과 해빛이 반사되여 파랗게 보이는 물은 얼핏 보면 비슷한 면이 있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물방울이 튕기면 옷에 파란 물이 옮으리라고 생각하는건 서
산마루에 물든 빨간 저녁노을을 보고 서산에 불이 났다고 소방대에다 전화를거는것과 같은것이라 하겠다.
우화시 “내 만약 미용마술사라면”도 일반 동시의 형태로 씌여졌다.
 
내 만약 미용마술사라면/ /엄마를 다시 젊어지게 하고싶다/더 예쁘게 만들고싶다
// 눈귀와 입귀 잔주름/  /다리미질한듯 곱게 펴드리고 세월의 그늘 비낀 볼도/싱싱한
사과처럼/ 반들반들 윤기 돌게 만들련다// 군데군데 나이살/  날씬한 곡선 잃어가는
엄마에게/ 그제날의 몸매 돌려드리고/ 날아갈듯 사뿐사뿐/ 예쁜 걸음걸이도 되찾아드
리련다// 하지만 하지만/ 너무 아름답게는 안 만들거야/  선녀처럼 변한 엄마/옷자락 
이 날개로 변하여/ /훨훨 하늘로 날아가면 안되니깐!/ 옛말에 나오는 선녀처럼/아빠와
날 버리고 가버리면 안되니깐! 
 
이 작품의 주제에 대해선 더 말하지 않겠다
이외에도 벨, 시계바늘 날 닮았어, 무지개, 세배 등 동시처럼 쓴 우화시들이 여
러편이다.
이 책에서 작자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짓는데도 정성을 쏟아부었다.
하는 짓이 망태기인 개차반 망택이, 옹졸한 옹남이, 얼핏하면 앵돌아지는 앵나, 노래 잘 부르는 여울이, 큰소리 잘 치는 왕구, 남의 흠 잘 잡는 “짹짹2인방”, 그외에
도 꽃분이, 초롱이, 영재, 망칠이, 뚝쇠, 대식이, 미숙이, 울남이, 떼돌이, 빵순이, 달
인이, 으뜸이, 우승이, 진수, 보석이, 금이, 구슬이, 똘똘이, “배살공주” 등 이름들은
주인공의 성격을 보여주고 작품의 주제를 반영하는데 한몫 담당하고있다.
이상으로 우화작가 허두남이 40여년간 땀으로 가꾸어온 6권의 우화시집에 대해 살펴보았다.
모두어보면 허두남은 크릴로브우화시와 조선의 우화시 등 재래의 우화시로부터
양을 섭취하였으나 그의 우화시는 재래의 우화시들보다 많은 다른 개성적특점이 있다.
제일 중요한 특점은 이야기 과정을 전개하지 않고 일반 동시와 비슷한 형태로 쓴것이다. 허두남은 초기에는 동화시 비슷하게 이야기 과정을 전개했지만 거기에서 벗어나서 일반 동시형태를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였다. 재래의 우화시를 “풍자시. 철리시. 이야기시”로 정의를 내린다면 허두남 우화시는 “풍자시, 철리시. 동시”로 정의를 내릴수 있다. 비뚠 인물의 비뚠 행동을 빌어 작고 깜찍한 도리를 귀띔해주는 우며동시-이것이 허두남이 수십년의 탐구로 만들어낸 우화시이다.
허두남우화시의 다른 특점은 동식물을 주로 쓰던 전통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주인
공으로 한것이다.
허두남은 끈질긴 노력으로  우화시창작에서 많은 결실을 맺었지만 그의 우화시에
는 미숙한 점이 적지 않다.
여섯권의 책에 공동으로 존재하는 부족점은 생동성과 형상성이 부족한것이다. 많은 우화시들은 형상이 론리에 묻히고있다. 우화작품은 론리정연해야할것이 자명하
지만 우화도 문학인이상 생동하고 형상적이여야 하며 재미있어야 한다. 
   갱신을 위해 공을 들이는데 린색하지 않은 작자가 이제 꼭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
로 돌려놓을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우리 조선족문단에 한떨기 이색적인 꽃을 피운 우화작가 허두남, 재능 있는 구연
작가인 그가 앞으로 구연작품의 특점을 우화시에 배합하여 완정하고 독특한 자신만의 스찔을 갖춘 우화작가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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