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매일신문 2012.6.13 보도]
직접 품어 부화시킨 꺼병이들 지극정성 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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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씨가 자신이 기르던 암탉으로 부화시킨 야생 꺼병이들
을 돌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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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알을 품으면 병아리가 된다. 그러면 꿩이 알을 품어 부화시킨 새끼를 뭐라고 부를까. 국어사전에는 꿩의 어린 새끼를 `꺼병이` 라고 하고 있다. 꺼병이는 암수구분이 안되는데다 모양이 거칠고 못생긴 탓에,흔히들 사람의 생김새에도 꿩 새끼에 빗대어 꺼병이, 혹은 꺼벙이, `꺼벙하다`고 부르기도 한다.
안동의 한 양계장에서 야생의 꿩알을 품은 뒤 태어난 꿩 새끼를 자신의 새끼인양 정성껏 돌보는 꺼벙한(?) 암탉이 있어 화제다. 이 암탉을 어미인 줄 알고 마냥 졸졸 따라 다니는 `꺼벙한 꿩 새끼`들 또한 그 자체가 흥밋거리다.
안동 일직면 김승종 시인, 주운 꿩알 암탉둥지로
별도거처까지 마련… “자라면 야생으로 보낼 것”
안동시 일직면에 사는 김승종(50·시인)씨. 그는 지난달 초 인근 야산 경사진 곳에서 이리저리 흩어진 연갈색의 꿩알 10개를 주웠다. 비 때문에 알들이 토사에 떠내려 왔는지, 근처에 알을 보호할 둥지도 없었다.
메추리알 보다 크고 달걀 보다 작은 꿩알. 이대로 두면 자연 상태에서 부화되지 못한다는 것을 직감한 김씨는 고민 끝에 꿩알을 자신이 기르던 닭에 품게해 부화시키기로 했다.
김씨의 거사(?)에 간택된 닭은 집에서 기르던 10여 마리 암탉 가운데 몸 전체가 하얀색인 실키오골계란 종이었다. 김씨는 비교적 유순한 이 암탉이 한 눈 파는 사이 이미 둥지에 품고 있던 달걀을 슬그머니 빼내고 꿩알을 대신 채워 넣었다.
이 암탉이 정성껏 품은 지 21일째 되던 지난달 31일, 드디어 병아리 아닌 꺼병이가 부화됐다. 그것도 10개의 꿩알 가운데 7개나 부화에 성공했다.
그런데 병아리 색깔이 이상한 탓인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존 닭 무리들이 꺼벙이들을 막 쪼기 시작했다.
때문에 김씨는 어미닭과 꺼병이들을 모두 피신시킬 별도의 거처를 마련했다. 고양이나 들짐승 습격도 막을 겸 촘촘한 울타리도 쳤다.
“삐삐, 삐약, 삐삐, 삐약….” 울음소리가 병아리 소리와 흡사한 7마리의 꺼병이들이 닭장 안에서 어미닭을 졸졸 따라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태어난 지 5일 째인 꺼병이들은 몸 전체 연갈색 보호색에 볏이 없고 야생 꺼병이처럼 엷은 줄무늬를 가졌다. 그래도 요놈들은 야생성이 강해 풀이 난 바닥에 좁쌀 등의 먹이를 줘야 그나마 먹는다. 어미닭은 자신이 품어 부화한 꺼병이들에게 벌레를 잡아 주기도 하고, 날개에 품기도 하는 등 자기 새끼인양 모든 것에 지극정성이다.
김승종씨는 “이런저런 연유로 야생 꿩알을 부화시키기는 했지만 앞으로 자라면 자랄수록 생김새가 점점 차별화돼 결국 기존 닭 무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미운 오리 새끼`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적당히 자라면 야생으로 돌려보낼 생각입니다” 고 말했다.
<경북매일신문> 안동 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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