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2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로인협회

나의카테고리 : 名詩 공화국

백석 시
2015년 02월 24일 21시 28분  조회:2746  추천:0  작성자: 죽림

개구리네 한솥밥 

- 백 석 


옛날 어느 곳에 개구리 하나 살았네 
가난하나 마음 착한 개구리 하나 살았네 

하루는 이 개구리 
쌀 한 말을 얻어 오려 
벌 건너 형을 찾아 길을 나섰네 

개구리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가 도랑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도랑으로 가보니 
소시랑게 한 마리 엉엉 우네 

소시랑게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소시랑게야, 너 왜 우니?" 

소시랑게 울다 말고 대답하였네 
"발을 다쳐 아파서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소시랑게 다친 발 고쳐 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아래 논두렁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논두렁에 가보니 
방앗다리 한 마리 엉엉 우네 

방앗다리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방앗다리야, 너 왜 우니?" 

방앗다리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길을 잃고 갈 곳 몰라 운다" 

개구리 바쁜 길 잊어버리고 
길 잃은 방앗다리 길 가르켜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복판 땅구멍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땅구멍에 가보니 
소똥굴이 한 마리 엉엉 우네 

소똥굴이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소똥굴이야, 너 왜 우니?" 

소똥굴이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구멍에 빠져 못 나와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구멍에 빠진 소뚱굴이 끌어내줬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섶 풀숲에서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풀숲으로 가보니 
하늘소 한 마리 엉엉 우네 

하늘소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하늘소야, 너 왜 우니?" 

하늘소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풀대에 걸려 가지 못해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풀에 걸린 하늘소 놓아주었네 

개구리는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아래 웅덩이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물웅덩이 가 보니 
개똥벌레 한 마리 엉엉 우네 

개똥벌레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개똥벌레야, 너 왜 우니?" 

개동벌레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물에 빠져 나오지 못해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 건져 주었네 

발 다친 소시랑게 고쳐주고 
길 잃은 방앗다리 길 가리쳐주고 
구멍에 빠진 소똥굴이 끌어내주고 
풀에 걸린 하늘소 놓아주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 건져내주고 
착한 일 하느라고 길이 늦은 개구리 

형네 집에 왔을 때는 날이 저물고 
쌀 대신에 벼 한 말 얻어서 지고 
형네 집을 나왔을 땐 저문 날이 어두워 
어둔 길에 무겁게 짐을 진 개구리 
디퍽디퍽 걷다가는 앞으로 쓰러지고 
디퍽디퍽 걷다가는 뒤로 넘어졌네 

밤은 깊고 길은 멀고 눈앞은 캄캄하여 
개구리 할 수 엇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하늘소 윙하니 날아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무거운 짐 지고 못 가 걱정한다" 

그랬더니 하늘소 무거운 짐 받아 지고 
개구리 뒤따랐네 

무겁던 짐 벗어 놓아 개구리 가기 좋으나 
길 복판에 소똥 쌓여 
넘자면 굴러지고 돌자면 길 없었네 
개구리 할 수 없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소똥굴이 휑하니 굴러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소똥 쌓여 못 가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소똥굴이 소똥더미 다 굴리어 
막혔던 길 열리었네 

막혔던 길 열리어 개구리 잘도 왔으나 
얻어 온 벼 한 말을 방아 없이 어찌 찧나? 
방아 없이 어찌 쓸나? 
개구리 할 수 없이 마당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방앗다리 껑충 뛰어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방아 없이 벼 못 찧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방앗다리 
이 다리 찌궁 저 다리 찌꿍 
벼 한 말을 다 찧었네 

방아 없이 쌀을 찧어 개구리는 기뻤으나 
불을 땔 장작 없어 쓸은 쌀을 어찌하나 
무엇으로 밥을 짓나! 

개구리 할 수 없이 문턱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소시랑게 버르륵 기어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장작 없어 밥 못 짓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소시랑게 폴룩폴룩 거품 지어 
흰 밥 한 솥 잦히었네 

장작 없이 밥을 지은 개구리는 좋아라고 
뜰악에 멍석 깔고 모두들 앉히었네 

불을 받아 준 개똥벌레 
짐을 져다 준 하늘소 
길을 치워 준 소똥굴이 
방아 찧어 준 방앗다리 
밥을 지어 준 소시랑게 
모두모두 둘러앉아 
한솥밥을 먹었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64 미국 시모음(클릭해 보기) 2015-04-09 0 3054
263 영국 시모음(클릭해 보기) 2015-04-09 0 3263
262 한국 시모음(클릭해 보기) 2015-04-09 0 3141
261 정지용 시모음 2015-04-02 0 3790
260 굴원/ 어부사(漁父辭) 2015-04-01 0 4280
259 굴원/ 리소(離騷) 2015-04-01 0 3544
258 굴원/ 오언절구 2015-04-01 0 3417
257 세계 명시 모음 ㄴ 2015-04-01 0 3310
256 명시인 - 조향 2015-04-01 1 4117
255 초현실주의 첫 기용자 - 기욤 아폴리네르 2015-03-21 0 4068
254 명시인 - 루이 라라공 2015-03-21 0 2926
253 명시인 - 앙드레 브르통 2015-03-21 0 3083
252 명시인 - 로베르 데스노스 2015-03-21 0 3086
251 시적 이미지와 삶 2015-03-21 0 3110
250 명시인 - 헤르만 헤세 2015-03-21 0 10043
249 독일 명시인 - 라이너 마리아 릴케 2015-03-21 0 5772
248 명시인 - 하이네 2015-03-21 0 3011
247 명시인 - 쉴러 2015-03-21 0 3615
246 명시인 - 괴테 2015-03-21 0 3425
245 명시인 - 프레베르 2015-03-21 0 3052
244 명시인 - 엘뤼아르 2015-03-21 0 3195
243 명시인 - 에즈라 파운드 2015-03-21 0 3232
242 명시인 - 에머슨 2015-03-21 0 3265
241 명시인 - 로버트 프로스트 2015-03-21 0 3259
240 명시인 - 에밀리 디킨슨 2015-03-21 0 3239
239 명시인 - 월트 휘트먼 2015-03-21 0 3473
238 명시인 - 에드가 엘런 포우 2015-03-21 0 3445
237 명시인 - 헨리 롱펠로우 2015-03-21 0 3399
236 명시인 - 죤 밀턴 2015-03-21 0 2937
235 명시인 - 푸쉬킨 2015-03-21 0 3202
234 영국 "천재 련애대장", 명시인 - 바이런 2015-03-21 0 6591
233 명시인 - 윌리암 워즈워드 2015-03-21 0 2907
232 명시인 - 쉘리 2015-03-21 0 2863
231 명시인 - 죤 키츠 2015-03-21 0 2777
230 명시인 - 로버트 브라우닝 2015-03-21 0 2971
229 아이랜드 명시인 - 예이츠 2015-03-21 0 3249
228 명시인 - 쟝꼭토 2015-03-21 0 2897
227 명시인 - 베를렌 2015-03-21 0 2418
226 명시인 -보들레르 2015-03-21 0 2593
225 명시인 - 세익스피어 2015-03-21 0 2903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10 1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