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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개의 이름을 가진 시인
2015년 04월 05일 14시 58분  조회:3943  추천:0  작성자: 죽림
(서울) 김정선 기자 = 1910년 함경남도 북청군에서 태어난 시인 이찬은 1974년 사망해 조선의 애국렬사릉에 묻힌 것으로 알려져있다.

16년 간 이찬의 삶과 문학을 연구해온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김응교(45) 와세다대 문학부 객원교수가 이찬의 문학세계를 시대 순으로 비평한 '이찬과 한국 근대문학'을 펴냈다.

책에서 이찬은 "네 개의 이름을 가진 시인"으로 소개됐다.

1930년대 이찬은 자신의 글에 이름을 한자인 '李燦'으로 표기했고 그동안 그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살펴봤을때 1940년대 '아오바 가오리'(靑葉薰)라는 이름으로 친일문학 활동을 했으며 1950년대에는 '리찬'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의 혁명 시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어 1987년 한국에서 조선문학이 해금되면서 그와 관련된 논문이 발표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이찬'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책에 따르면 1928년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찬은 초기에 현실 인식을 나타낸 작품세계를 보여주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관적 랑만주의를 엿볼 수 있는 시를 발표한다.

김 교수는 이찬이 "좌절된 프롤레타리아 운동에 절망하고 먹고 살아야 할 생계 문제에 봉착해 절망과 도피를 경험했다"며 "1940년대 이후에는 친일시 '송출진학도'(送出陳學徒) 등 친일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해방이 되자 함경도로 돌아간 것을 두고 김 교수는 "그는 월북 시인이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간 시인이었다"며 "그의 시에는 늘 조선의 어촌 마을, 국경 마을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찬은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지은 조선의 혁명시인이며 조선에서는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민족과 운명'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찬 시인은 근대문학의 안테나 같은 존재로 경향시, 옥중시, 낭만적이고 모더니즘적인 시, 친일시, 조선 혁명시 등 우리 문학의 첨예한 변화를 모두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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