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성냥 한개비
2015년 04월 08일 20시 42분  조회:4346  추천:0  작성자: 죽림

▲ 성냥

메마른 나뭇가지 끝에
새가 앉아 있다
무리를 잃고 부리도 발톱도
둥근 머리 속에 파묻은
붉은 새 한 마리
어두워지는
저녁을 응시한다 

일어나는 불꽃
타오르는 불길
검게 타들어가는 나무 위로
새가 날아간다
바닥에 떨어지는 재

인큐베이터 갓난아이가
가파른 숨을 쉬고 있다 

- 송승환(1971~)


 

송승환 - 성냥, 박성준_20150330 경향신문.jpg

 


△ 사물 속에서 새로움을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사물에 관한 여러 약속들을 의심해보는 동안에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정합을 통해 세계를 보는 것이라 부정을 통해 인지해야만 하고 부정을 부정이라고 언술하는 것조차 부정하면서 사물을 읽어내야 한다.

 

이 시에서 타오르는 성냥의 형상은 나무 위에 올라앉은 새의 모습 혹은 솟대의 모습 등으로 상징됐다가 종국에는 이미지가 튀어올라 인큐베이터 안에 가파른 숨을 몰아쉬고 있는 갓난아이의 모습으로 환기된다. 물론 성냥과 갓난아이 숨소리 사이의 거리는 상당히 멀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된 이미지들이 큰 무리 없이 미세하게 충돌하면서 와해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 순식간에 타올랐다가 재가 되어버리는 성냥의 인화성과 태어나자마자 꺼질 듯한 생명을 붙들기 위해 다시 인공자궁 속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운명이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불꽃 속에서 날개를 발견하는 시인의 직관과 숨소리와 불길을 병치시키는 유연성이 독특해 보인다. 

수많은 시인들이
극에 닿으려고 노력을 하고
극에 닿는 순간
그 극의 거리는 다시 넓혀진다.
그렇게 닿을 수 없는 자리들의 혼미하고
환각적인 유혹 때문에 시인은 살아 있다.
아무래도 의심스러운 이 세계가 영영 봉합되지 않기를 믿고 싶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363 [비는 처절히 처절히... 詩 한컷]- 극빈 2016-04-21 0 4103
1362 [詩는 詩의 코너]- 詩는 ㄱ ㅐ ㅃ ㅜㄹ ?! ... 2016-04-21 0 4174
1361 [신선한 아침 詩 한컷]- 오빠가 되고 싶다 2016-04-20 0 4175
1360 [아침 詩 한컷]- 디딤돌 2016-04-20 0 3906
1359 서울 지하철 詩가 덜컹거린다... 2016-04-19 0 4637
1358 [쌀쌀한 월요일 아침, 詩 한컷]- 숟가락 2016-04-18 0 3754
1357 詩와 음악, 음악과 詩 2016-04-17 0 4515
1356 [밤비가 찌저지는 한밤, 詩 한컷]- 얼마나 좋은지 2016-04-16 0 3810
1355 詩는 소리 있는 그림, 그림은 소리 없는 詩 2016-04-16 0 3780
1354 소멸과 존재와 돼지와 그리고 부처님과... 2016-04-16 0 3991
1353 [봄 봄 봄... 詩 한컷]- 오리 2016-04-16 0 3881
1352 詩의 진리, 詩人의 진실 2016-04-16 0 4200
1351 물과 삶과 그리고 詩와... 2016-04-16 0 4197
1350 [詩공부 미치광이]- 詩作에서 이미지 가져오기 2016-04-16 0 4125
1349 [같은 제목의 詩 한컷]- 아니오 2016-04-15 0 3823
1348 [해살 창창한 이 아침, 詩 한컷]- 아니오 2016-04-15 0 4157
1347 [눈발이 그물대는 새벽 詩 한컷]- 가위바위보 2016-04-15 0 4055
1346 [새벽에 올리는 詩 한컷]- 국경선의 도적들 2016-04-15 0 4254
1345 <돌> 시모음 2016-04-13 0 4576
1344 詩調는 민족의 얼, 슬기로운 가락 2016-04-13 1 5408
1343 [한밤중 비가 추적추적 오는 이때 詩 한수 드리매]- 고백 2016-04-13 0 4524
1342 시조는 정형을 벗어나지 말아야... 2016-04-13 0 4389
1341 고 정몽호시인 "시조논문" 찾아보다... /리임원 시집 2016-04-13 0 4503
1340 3章 6句 시조 창작법 (2) 2016-04-13 0 4720
1339 시조 창작법 1 2016-04-13 0 5360
1338 詩人이라면 시조 몇수라도... 2016-04-12 0 4440
1337 현대시의 뿌리는 시조 2016-04-12 0 4667
1336 詩作할 때 詩人은 신조어를 잘 만들기 2016-04-12 0 4495
1335 [배꽃이 꽃샘추위에 오돌오돌 떠는 아침 詩한수]-방파제 끝 2016-04-12 0 4399
1334 [출근전, 詩한컵 드이소]-둥근 우주 2016-04-11 0 4522
1333 [詩한컵]- 황복 2016-04-11 0 4537
1332 [월요일 아침, 詩한송이 드리매]- 푸른 곰팽이 2016-04-11 0 4138
1331 [꽃샘추위를 하는 아침, 詩한컵 드리매]- 사람과 집 2016-04-11 0 4303
1330 인도 시성 타고르와 최초 만난 한국인 청년 2016-04-10 0 7345
1329 [또 詩공부]- 詩습작품 자기 키만큼 쌓여져야... 2016-04-10 0 4580
1328 [앞집 할배 배나무에 약치는 날 詩 한갭]- 거미 2016-04-09 0 4343
1327 ... 2016-04-08 0 4424
1326 [또 詩공부]- 詩의 종류 2016-04-08 0 5229
1325 [또 詩공부]- 詩란 압축된 언어적 건축물 2016-04-08 0 5868
1324 [또 詩공부]- 詩는 많이 다듬어야... 2016-04-08 0 5247
‹처음  이전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