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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공부 미치광이]- 詩作에서 이미지 가져오기
2016년 04월 16일 00시 00분  조회:4150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인들의 이미지 표현

                               /조병무

 

시인들의 이미지 표현

-이미지 가져오기

시를 사랑하는 여러분, 참, 시란 것은 이런 것 같기도 하고 저런 것이기도 하는 묘한 여운을 남겨주는 것이라 생각 들 때가 있을 것입니다. 앞서 한 분의 시인이 어떻게 이미지를 찾아오는가를 시인의 육성으로 들어 보았습니다. 한 분만으로 부족하기에 다른 두 분의 말씀을 들어 봅시다. 우리나라 시인들은 이러한 이미지를 불러오고 가져오는 세계가 철학의 냄새를 풍기기도 하고 일상의 생활 냄새를 풍기기도 합니다.
시에서 이미지란 알라딘의 마술 같아서 하나의 사물이나 대상에 대하여 시인의 마음이 어떤 무엇을 요구하고 갈구하는 과정에서 과거나 현재 미래에 체험했고 느끼고 한 모든 것들이 요동을 치면서 무언가 그려지는 하나의 형상이 이미지의 착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현실에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시인 구재기(丘在期) 님을 통하여 이미지를 찾아 작품으로 나타나기까지의 말을 들어 봅시다. "시에 있어서의 이미지는 마음속에 깊이 가라앉은 어떠한 것들을 언어를 사용하여 명확하게 제시하여 주는 곳에 있게 된다. 그러한 제시가 직접적이든 비유적이든 언어라는 일종의 형상화된 표현 수단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암시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되고, 그러한 암시의 역할은 한갓 치장의 수단으로 머무르는 데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 또는 그 자체를 그려 넣는 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지는 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할 뿐만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시에 있어서의 이미지는 시 자체라 할 수도 있다. 존재하는 구체물을 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도록 언어를 통하여 빚어내는 것이 시이며, 존재하지 않는 구체물가지도 존재할 수 있도록 가능한 기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곧 시이다. 이러한 시란 곧 이미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시에 있어서의 이미지는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 등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상상력을 낳게 한다. 상상력은 모든 가능한한 정신이 세계를 이미지로 그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존재에의 창조물로서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상상력은 초자아적이어서 수많은 체험으로부터 거듭 형성된다. 체험이 깊으면 깊을수록, 체험이 넓으면 넓을수록 초자아의 힘은 깊고 넓어지며, 이러한 초자아로부터 얻어지는 상상력은 부수적으로 넓고 깊어진다."라고 좀 길게 말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존재하는 구체물을 받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내면서 만들어지는 시는 상상력의 깊음으로 말하면서 다음과 같은 자작시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울을 건너
보리수 울타리로 떠오르는
달빛만큼 한 밝기로 하고

바람이 이는
대나무 밭 대나무 잎에 머무르는
별빛만큼 한 밝기로 하고

한 흡 가량
초가집
용구새에 피어나는 박꽃

박꽃 속에 묻혀
푸작나무를 지피던 아궁이에
누이의 가녀린 손가락만 남았는데

온종일
하늘을 맴돌던 고추잠자리 떼
다 어디로 갔나

무서리가 쏟아지고
쏟아져도
합장한 손은 흩어지지 말라

하늘에는
처마 밑을 찾는
참새 떼의 행렬이 일어섰다.

이 작품은 시인의 작품「귀소(歸巢)」의 전문입니다. 이 시를 얻게 되는 과정과 그 이미지의 진행을 다음과 같이 들려줍니다. "부인의 직장관계로 나의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충남 서천 천방산을 지켜주는 시인 권선옥 형에 대한 예우로 찾아 본 나의 고향은 유달리 많았던 박꽃을 모조리 잃고 있었다.
지루한 여름이 무르익어 매미가 한창 울어댈 즈음 어둠이 어슬렁어슬렁 다가오기 시작하면 새하얀 박꽃이 초가집 지붕 위에서 용구새를 붙잡고 기어오르던 마을 둥그런 달덩이가 상기된 채 떠오르는 모습에 부끄리고, 귀소하는 참새 떼들이 소란한 울음소리와 만나던 곳. 생솔가지와 푸작나무를 한꺼번에 집어넣은 안마당의 한 여름용 간이 부엌. 흙담장 울안에서 한창인 백합의 짙은 향기 밑으로「딴솥」아래의 무성한 연기가 하늘로 지나가고, 누이들의 하이얀 손가락 사이에서 좁쌀 같은 설거지물이 흘러내리던 자리에는 카세트와 디스코풍의 소음을 울리고 있다.
누이의 손가락은 보이지 않고, 플라스틱 빈 바가지가 전기 자동펌프 밑에서 홀로 뒹굴며, 용구새를 쥐어 잡던 박넝쿨 대신 장식용 함석 뾰족탑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흙담장이 시멘트 부록, 참새 떼가 들락날락하던 처마 밑은 함석 차양이 저물어 가는 여름의 햇살을 막아내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면서 그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 모습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실토입니다.
구재기 시인의 시작품과 함께 이미지가 오는 과정의 이야기를 곁들여서 감상해 보십시오. 그러면 아, 그렇구나 하는 감동이 마음에 자리 잡을 것입니다.
좀 긴 인용인 것 같습니다마는 시인의 이미지 가져오기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한 분의 이야기를 더 듣도록 하겠습니다.
오수일(吳壽一) 시인의 이미지 가져오기에 대해서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내 졸시의 체험적 이미지를 전개하기엔 미흡하지만, 이 너무 공소해진 이야기의 실감을 위해 시도해 보고자 한다.
시의 소재가 되는 대상은 무엇이나 가능하다. 정신적 감각으로서의 자연현상 그 무엇이나, 관념의 사후공간의 그 무엇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인간의 의식 작동은 외적 세계와 내면 세계와의 만남으로 비롯된다. 외계에 대한 감각적 관찰은 내면의 지각을 통하여 정서와 의미를 부여한다. 이미지의 추적이다. 즉 정서적 직관으로 포착되는 순간이다. 나에게 있어 그것은 무상의 심형을 구축하게 한다. 발견이며 희열이기도 하다. 곧, 잉태된 시심인 것이다. 이미지의 형성 과정인 것이다. 사실 내게는 정동(Emotion) 요소가 강한 편이다. 그래서 나의 시적 체험은 대개 서정적 미감을 동반한 감정으로 대두되곤 한다. 그리움의 그 여린 몸짓에서는 내 막연한 향수의 대명사「순이」가 등장한다."
오수일 시인은 이렇게 좀 어려운 잉태된 시심이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한 인물의 등장을 다음과 같은 시작품으로 구체적으로 무한한 향수의 몸짓을 보여 줍니다.

손끝에 바람이 인다.
너, 어디서
그리운 몸짓에 옷을 벗는가.

세월이 바람 타고
허락 없이 입술을 포갠
오후.

멀찍이 떠가는 산야의
잠든 순이
그립다.

꽃 그늘에 실려 간
지금은 슬픈
사람.

너, 어디서
그리운 몸짓을 보내오고 있는가
손끝에 눈물 어린다.

이 작품은 오수일 시인의「몸짓」이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 대한 이미지의 찾아감을 다음과 같이 들려줍니다. "쓸쓸한 어느 오후, 손끝을 스치는 바람에서 문득 살아 온 정적 감각이며 의식이다. 이 순간을 나는 의식에 대한 무의식이 대상작용으로 대치한다. 알게 모르게 오랫동안 마음속에 키워온 그리움이 대상「순이」다. 물론 어린 날의「순이」도 그렇지만, 이는 내 마음을 지배해 온 여성상이다. 내 몽상의 여인이다.
바슐라르는 그의「몽상의 시학」을「아니마(Anima)」의 시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니마는 융의 심리학에서「남성 속에 내재하는 여성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순이」는 아니마의 존재다. 누구나 어린 시절, 꿈처럼 키워온 여성상이 있다.
순이는 바로 그녀의 이미지다. 손끝이 바람에서 바람의 몸짓에서, 그녀의 이미지를 감지한 것이다. 이런 경우는 서정주의「부활」에서도 볼 수 있다. 종로를 걸어오는 수많은 소녀들에서「순이」의 부활의 이미지를 보는 것이다." 순이는 여성상에 대한 강한 이미지로 그녀는 하나의 여인상으로 키워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좀 다른 이미지의 가져오기를 들려줍니다. 구재기 시인의 작품과 함께 읽어보면 그 이미지의 찾아옴을 짜르르 올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다음의 작품을 마음으로 음미하며 읽어봅시다.

밤이면
먹물 같은 설움을 한 줌씩 걸러
진달래꽃 무너진
산허리에 묻고
아침이면
북선동 뒷산에 와서
우는 뻐꾸기.

청솔가지 물먹은 목소리로
잃어버린 고향을
물어다 놓고
오늘은 목이 쉬어
절름절름 우는가.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위해
무명자락 동여 맨
허리춤 아래
풀잎으로 흔들거리는 가슴을 묻고
얼굴빛도 푸르르게
우는 뻐꾸기.

북선동 뒷산이
잠귀를 열고
그때마다 한치씩 내려앉는다.

오수일 시인의 작품인데 이 작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들려줍니다. "다음 경우는 좀더 뼈아픈 현실적 체험이 어떻게 시의 이미지로 구상되었는가. 물론 작품으로서의 성패는 차지하고 말하고자 한다. 이는 일반적 생활 체험의 세계를 이미지를 통해 관념 조형으로 형상화한 경우이다.
이는 원래「뻐꾸기가 운다」로 발표된 나의 데뷔작 중의 하나지만, 그 후「서울뻐꾸기」로 제목을 고쳐 보았다.
수 년 전 일이다. 내가 사는 북선동(이제는 동명조차 없어졌지만) 일대가 헐리어 나가게 되었다. 도시재개발 사업으로 산꼭대기까지 들어 찬 가난한 이웃들의 가슴이 헐리게 되었다. 그런 어느 날, 아침을 들던 나는 문득 뒷산의 뻐꾸기 소리에 수저를 놓고 말았다. 잘 살아보자고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밀려든 저들의 가슴 헐리는 소리-내 가슴 헐리는 소리. 나는 이 뻐꾸기 소리에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 집도 헐리게 돼 있었다. 그들은 밀려나서 어디로 갈 것인가. 갈 곳이 있는가. 소시민의 애환과 원성의 눈물 소리. 그 후 뻐꾸기는 아침이면 그렇게 울었다. 나도 울고, 그들도 울고, 그래서 뻐꾸기도 그렇게 울었는지 모를 일이다. 이 도심지의 서울 뻐꾸기는 이렇게 나에게 와서 감성적 인식의 대상으로 의식 속에 자리하게 되었다. 이것은 그대로 정서적 직관에 의해 대상물 가운데서 포착된 이미지의 형인 것이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 몇 분의 시인이 들려주는 이미지란 시를 만드는 하나의 작용으로서 얼마나 크고 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가를 잘 말해 주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미지의 작용이 자신의 체험이나 마음의 세계에서, 그리고 사물이 경험이나 느낌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들 시인이 체험적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항상 우리와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것이지 너무 멀리서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이미지(image)란 원래 하나의 실제적인 실물에 대한 모상(模像)으로 그에 가깝거나 유사한 모양을 만들어 내는 상상(imagination)으로 그 상상의 힘이 만들어 내는 심상(心象)이 사람의 많은 체험을 통하여 감각적으로 마음 속에 되살아나는 거대한 스크린이라고나 할 까요.
그래서 루이스(C.D Lewis)는 이미지를 <그것은 말로 만들어진 그림>이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그리고 파운드(E. Pound)는 <수많은 작품을 쓰는 것보다 일생 동안 단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더 좋다>라는 시인의 이미지 가져오기의 중요함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자, 여러분, 여러분도 지금 연필을 들고 이미지 가져오기를 실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기의 주변의 여러 사물을 대상으로 그 이미지를 찾아보면 그것이 시작품의 기초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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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막막 / 홍해리

 

 

 

 

 

 

막막

 

홍 해 리

 

나의 말이 너무 작아

 

너를 그리는 마음 다 실을 수 없어

 

빈 말 소리없이 너를 향해 가는 길

 

눈이 석 자나 쌓였다.

 

 

홍해리 시집 <비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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