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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시모음
2015년 04월 10일 21시 31분  조회:4712  추천:0  작성자: 죽림

      어버이날 시모음

 

                                                   새     (乾)

                                                            --- 어 버 이 날

 

                                                                                    

 

 

                                                      

                             아 버 님

 

                                      아 버 님

 

                                    아 버 님 은,ㅡ

                 

                              남 들 을  위 한  하 늘,

 

     그 렇 게 도  성 스 럽 게   펼 쳐  주 셨 소 이 다...

 

 

                              아 버 님

 

                                       아 버 님

 

                                       아 버 님 은,ㅡ

 

                            자 신 을  위 한  하 늘,

 

            단   한 자 락 도  못 갖 고  가 셨 소 이 다...

 

                

                      아   ㅡ  버  ㅡ  님  !  ㅡㅡㅡ

 
 
                                                           (竹琳 . 김승종 시인. 1963~)

 

            새벽(坤)

 

                                                                                          

 

                                                            어 머 님

 

                                                  어 머 님

 

                                                       어 머 님 은ㅡ

 

                                       남 들 을  위 한  종 을,

 

                    그 렇 게 도  수 천 만 번   쳐 주 셨 소 이 다 ...

 

 

 

                                            어 머 님

 

                                                      어 머 님

 

                                                      어 머 님 은ㅡ

 

                                        자 신 을  위 한   종 은,

 

                    단 한 번 도   못 쳐 보 고   가 셨 소 이 다...

 

 

                                                              

                               어 ㅡ 머  ㅡ 님 ㅡㅡㅡ 

                                   

(中國 . 延邊 . 竹琳 - 金勝鐘 詩之直, 1963년~)


 엄마 

엄마 
듣기만 해도 
정겨운 이름입니다. 

엄마는 자식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식지 않는 사랑을 
마르지 않는 사랑을 줍니다 

엄마는 나의  세상입니다. 

빛입니다 
햇살입니다 
고향입니다 

그러나 
 엄마를 위해 
내어준  없습니다 

때때로 
엄마 눈에 깊은 눈물 
고이게 하고... 

엄마 
언제나 불러도 
샘솟는 샘물입니다 
맑은 옹달샘입니다 

엄마는  잘못 
 용서해 주시고 
안아 주십니다 

엄마의 
 뜨거운 사랑으로 
 세상의 불신은 
환하게 녹아 내립니다. 

엄마, 엄마 
아름다운 별이 있는  
엄마 품에 
포옥 안기어 잠들고 싶어요 

엄마, 엄마 
부를수록 충만하고 
눈물이 솟구치는 
가슴저린 이름입니다. 
(
김세실·시인, 1956-)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된다면 
단 5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가지 억울했던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
정채봉·아동문학가, 1946-2001)

 

♣ 노근이 엄마♣

내 가장 친한 친구
노근이 엄마가
지하철역 남자 화장실
청소 일을 하신다는 것을 알고부터
나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오줌을 깨끗하게 눈다
단 한 방울의 오줌도
변기 밖으로 흘리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노근이 엄마가
원래 변기는 더러운 게 아니다
사람이 변기를 더럽게 하는 거다
사람의 더러운 오줌을
모조리 다 받아주는
변기가 오히려 착하다
니는 변기처럼 그런 착한 사람이 되거라
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정호승·시인, 1950-)


 

♥ 풀꽃 엄마♥ 

왜 지금까지 평화롭게만 보이던 
풀밭이 싸움판으로 보이기 
시작했을까? 
시들어 가는 풀섶에 
모여앉아 조잘거리는 
새들의 소리가 왜 노래로 
들리지 않는 걸까?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까지 
손아귀에 풀씨를 힘껏 
움켜쥐고 있는 풀대궁 
익은 풀씨들을 새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개 숙인 채 안간힘을 다하는 
풀대궁 
얘들아 잘 가거라 
그리고 잘 살아야 한다 
뒷전으로 뒷전으로 
땅을 향해 
풀씨들을 떠나보내고 있는 
풀, 풀꽃, 풀꽃 엄마. 
(나태주·시인, 1945-)




♥ 엄마의 전화♥

잠도 덜 깬 아직 이른 새벽 
엄마한테서 장거리전화가 왔다 
서울엔 눈이 많이 왔다던데 
차를 가지고 출근할 거냐고 

설마 그 말씀만을 하시려고 
아니다 전화하신 게 아니다 
목소리 사이사이 엄마 마음 
헤아리려 가슴 기울인다 

웬일로 엄마는 전화하셨나 
무슨 말씀 하고싶으셨던가 
창 밖은 아직 일러 어둑한데 
엄마한테서 새벽전화가 왔다 
(강인호·시인)


 

♥ 엄마 ♥

검정고무신 손에 움켜쥐고 
삼십리 길을 걸어왔네 

엄마는 버선발로 뛰쳐나오시더니 
가슴이 아리도록 끌어안으시네 

"아이구 내 새끼" 
"아이구 내 새끼" 

돌에 채인 발이 아파와 
깨끼발로 선 채로 

"엄마 배고파, 밥 주라" 
들으셨는지 못 들으셨는지 

엄마는 말없이 
울기만 하시네. 
(공석진·시인)


 

♠ 엄마의 푸성귀♠ 

머리에 흰 수건 쓰고 
장바닥에 앉아 
채소 파는 저 할매 
울 엄마 같네 

울 엄마는 
장날마다 
푸성귀 뜯어 
시장에 가셨지 

엄마의 푸성귀는 
내 공책이 되고 책이 되어 
오늘의 내가 되었네 

저 할매 보니 
울 엄마가 보고 싶어 
이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울 엄마 

무덤가에 
술 한 잔 
눈물 몇 방울 
뿌리는 게 고작이네. 
(이문조·시인)




♠ 엄마가 된다는 것♠

어느 날 글쎄
내가 아이들이 흘린 밥을 주워 먹고
먹다 남은 반찬이 아까워
밥을 한 그릇 더 먹는 거야
입고 싶은 옷을 사기 위해 팍팍 돈을 쓰던 내가
아예 옷가게를 피해가고
좋은 것 깨끗한 것만 찾고
더러운 것은 내 일이 아니었는데
그 반대가 되는 거야
아이가 사달라고 하면
줄서는 것도 지키지 않아
예전에 엄마가 그러면
엄마! 핀잔주며 잔소리를 했는데
내가 그렇게 되는 거야
아이가 까무러치게 울면
이해할 수 없어, 아무데서나 가슴을 꺼내
젖을 물리는 거야
뭔가 사라져가고
새로운 게 나를 차지하는 거야
이런 적도 있어,

초록잎이 아이에게 좋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이가 아픈 거야,

그래서 공터에 가서 풀을 베다가 침대 밑에 깔아주기도 했어
엄마도 태어나는 거야
(이성이·시인)


 

♠ 엄마, 난 끝까지♠ 

산다는 건 평생 
생마늘을 까는 일이라고 
엄마가 그랬어 
서울이라는 매운 도시의 한 구석에서 
마늘을 까며 내가 눈물 흘릴 때 
작은 어촌 내가 자라던 방안에 앉아 
엄마도 나처럼 마늘을 까고 있겠지 
엄마는 내 부적이야 
마늘처럼 액을 막아 주는 
붉은 상형문자 

내가 
길을 잃고 어둠에 빠졌을 때 
엄마가 그랬어 
진흙탕 속에서 연꽃이 피지만 
연꽃은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다고 
엄마는 눈부신 내 등대야 

등대가 아름다운 것은 
길 잃은 배가 있기 때문이지 
엄마가 빛을 보내 줘도 
난 영원히 길을 잃을 테야 
엄마, 난 끝까지 없는 길을 가겠어 
(김태희·시인)




♧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식기 전에 밥을 먹었었다.
얼룩 묻은 옷을 입은 적도 없었고
전화로 조용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었고
늦도록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날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했다.

날마다 집을 치웠었다.
장난감에 걸려 넘어진 적도 없었고,
자장가는 오래 전에 잊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어떤 풀에 독이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었다.
예방 주사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누가 나한테 토하고, 내 급소를 때리고
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이빨로 깨물고, 오줌을 싸고
손가락으로 나를 꼬집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마음을 잘 다스릴 수가 있었다.
내 생각과 몸까지도.
울부짖는 아이를 두 팔로 눌러
의사가 진찰을 하거나 주사를 놓게 한 적이 없었다.
눈물 어린 눈을 보면서 함께 운 적이 없었다.
단순한 웃음에도 그토록 기뻐한 적이 없었다.
잠든 아이를 보며 새벽까지 깨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깰까봐 언제까지나
두 팔로 안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아플 때 대신 아파 줄 수가 없어서
가슴이 찢어진 적이 없었다.
그토록 작은 존재가 그토록 많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하게 될 줄
결코 알지 못했었다.

내 자신이 엄마가 되는 것을
그토록 행복하게 여길 줄 미처 알지 못했었다.
내 몸 밖에 또 다른 나의 심장을 갖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몰랐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감정인지 몰랐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그 기쁨,
그 가슴 아픔,
그 경이로움,
그 성취감을 결코 알지 못했었다.
그토록 많은 감정들을.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작자 미상)


 

♧ 엄마♧

세상에 태어나서 
맨 처음으로 배우는 말

세상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엄마....
(정연복·시인, 1957-)

 

<어버이날 특집 시 모음> 손택수 시인의 '아버지의 등을 밀며' 외

 

♧ 아버지의 등을 밀며 ♧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여덟 살 무렵까지 나는 할 수 없이 
누이들과 함께 어머니 손을 잡고 여탕엘 들어가야 했다 
누가 물으면 어머니가 미리 일러준 대로 
다섯 살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한 번은 입 속에 준비해둔 다섯 살 대신 
일곱 살이 튀어나와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나이보다 실하게 여물었구나, 누가 고추를 만지기라도 하면 
어쩔 줄 모르고 물 속으로 텀벙 뛰어들던 목욕탕 
어머니를 따라갈 수 없으리만치 커버린 뒤론 
함께 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부자들을 
은근히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하였다 
그때마다 혼자서 원망했고, 좀 더 철이 들어서는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 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적막하디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 
아버지는 병원 욕실에 업혀 들어와서야 비로소 
자식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 것이었다 
(손택수·시인, 1970-)

 

♧ 아비♧ 

밥 대신 소금을 넘기고 싶을 때가 있다 
밥 먹을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스스로에게 다그치며 
굵은 소금 한 숟갈 
입 속에 털어넣고 싶을 때가 있다 
쓴맛 좀 봐야 한다고 
내가 나를 손보지 않으면 누가 손보냐고 
찌그러진 빈 그릇같이
시퍼렇게 녹슬어 있는 달을 올려다보며 
내가 나를 질책하는 소리, 
내 속으로 쩌렁쩌렁 울린다 
이승이 가혹한가, 
소금을 꾸역꾸역 넘길지라도 
그러나 아비는 울면 안 된다 
(김충규·시인, 1965-)

 

♧ 아버지 보약 ♧

형과 내가 드리는 
아침, 저녁인사 한마디면 
쌓인 피로 다 풀린다는 아버지 
'58년 개띠'입니다.

나이는 마흔하고 아홉입니다. 
이제 오십 밑자리 깔아 놓았다는 
아버지 보약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 같습니다.

아버지, 잘 주무셨어요? 
아버지, 잘 다녀오세요! 
아버지, 잘 다녀오셨어요?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못 위의 잠 ⊙

저 지붕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 봅니다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 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 흙바람이 몰려 오나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나희덕·시인, 1966-)

 

⊙ 아버지의 등⊙

아버지의 등에서는
늘 땀 냄새가 났다

내가 아플 때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지만
아버지는 울지 않고
등에서는 땀 냄새만 났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
아버지는 속으로 운다는 것을
그 속울음이
아버지 등의 땀인 것을
땀 냄새가 속울음인 것을
(하청호·아동문학가)

 

⊙ 희망이네 가정 조사 ⊙

★ 아버지의 밥그릇 ★

언 발, 이불 속으로 밀어 넣으면 
봉분 같은 아버지 밥그릇이 쓰러졌다 
늦은 밤 발씻는 아버지 곁에서 
부쩍 말라가는 정강이를 보며 
나는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아버지가 아랫목에 앉고서야 이불은 걷히고 
사각종이 약을 펴듯 담요의 귀를 폈다 
계란부침 한 종지 환한 밥상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밥을 남겼고 
우리들이 나눠먹은 그 쌀밥은 달았다 
이제 아랫목이 없는 보일러방 
홑이불 밑으로 발 밀어 넣으면 
아버지, 그때 쓰러진 밥그릇으로 
말없이 누워 계신다 
(안효희·시인, 1958-)

 

★ 엄마는 육군 상병★

고운 얼굴 이마에 세 가닥 주름 
엄마는 육군 상병

아빠의 술 담배가 한 가닥 
말썽꾸러기 내 동생이 한 가닥
공부 않고 컴퓨터만 한다고 
내가 그은 한 가닥
셋이서 붙여드린 상병 계급장

지친 몸 눕히시고 코를 고실 때 
열심히 가만가만 문질렀지만
조금도 지워지지 않는 
상병 계급장
(심재기·아동문학가, 1938-)

 

★ 어머니 1★

어머니 
지금은 피골만이신 
당신의 젖가슴 
그러나 내가 물고 자란 젖꼭지만은 
지금도 생명의 샘꼭지처럼 
소담하고 눈부십니다.

어머니 
내 한 뼘 손바닥 안에도 모자라는 
당신의 앞가슴 
그러나 나의 손자들의 가슴 모두 합쳐도 
넓고 깊으신 당신의 가슴을 
따를 수 없습니다.

어머니 
새다리같이 뼈만이신 
당신의 두 다리 
그러나 팔십 년 긴 역정(
歷程
강철의 다리로 걸어오시고 
아직도 우리집 기둥으로 튼튼히 서 계십니다. 
어머니! 
(정한모·시인, 1923-1991)

 

♥ 매달려 있는 것♥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게 뭐지?
나뭇잎.

나뭇잎에 매달려 있는 게 뭐지?
물방울.

엄마한테 매달려 있는 게 뭐지?
나.
(신새별·아동문학가)

 

♡ 엄마♡

엄마는 아무리 불러도 좋다.
화나는 일도 짜증나는 일도
'엄마' 하고 부르면 다 풀린다.

엄마 곁에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
무서운 게 없다.
(서정홍·아동문학가
)

 

♥ 엄마의 등♥

세벽 네 시 반이면 문을 여는
김밥 가게
가게 주인은 우리 엄마
엄마는 등에 혹이 달린 곱추랍니다
다 일어서도 내 키만한 엄마
김밥 한 줄 꾹꾹 눌러 쌀 때마다
등에 멘 혹이 무거워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엄마의 혹을 살짝 내려놓고 싶습니다
끝내 메고 있어야 할 엄마의 혹 속엔
더 자라지 못한 엄마의 키가
돌돌 말려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나는 도르르 말린 엄마의 키를 꺼내
쭈욱 늘려놓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루만이라도
꼭 오늘 하루만이라도 곱추등 쫘악 펴고
한잠 푹 주무시게 하고 싶습니다.
(한상순·아동문학가)

 

♥ 밥 ♥

어머니 누워 계신 봉분(封墳
고봉밥 같다

꽁보리밥 
풋나물죽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데 
늘 남아도는 밥이 있었다

더 먹어라 
많이 먹어라 
나는 배 안 고프다 
남아돌던 
어머니의 밥

저승에 가셔도 배곯으셨나 
옆구리가 약간 기울었다 
(이무원·시인, 1942-)

 

 어머니♣

어머니 생전에 불효막심했던 나는 
사별  삼십여 
꿈속에서 어머니를 찾아 헤매었다

고향 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서울 살았을 때의 동네를 찾아가기도 하고
피난 가서 하룻밤을 묵었던
관악산 절간을 찾아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전혀 알지 못할 곳을
애타게 찾아 헤매기도 했다

언제나  꿈길은
황량하고 삭막하고 아득했다
그러나  번도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다

꿈에서 깨면
아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
 사실이 얼마나 절실한지
마치 생살이 찢겨나가는 듯했다

불효막심했던 나의 회한
불효막심의 형벌로써
이렇게 나를 사로잡아 놓아주지도 않고
꿈을 꾸게 하나 보다
(
박경리·소설가, 1926~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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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3 詩人은 약초 캐는 감약초군이다... 2016-10-01 0 4440
1622 詩人는 언어란 감옥의 감옥장이다... 2016-10-01 0 4331
1621 詩人은 추상화와 결혼해야... 2016-10-01 0 4515
1620 詩란 섬과 섬을 잇어놓는 섶징검다리이다... 2016-10-01 0 3989
1619 詩란 돌과 물과 바람들의 침묵을 읽는것... 2016-10-01 0 4152
1618 詩란 사라진 시간을 찾아 떠나는 려행객이다... 2016-10-01 0 4487
1617 詩作란 황새의 외다리서기이다... 2016-10-01 0 5121
1616 詩란 한잔 2루피 찻집의 호롱불이다... 2016-10-01 0 4178
1615 詩란 사라진 길을 찾는 광란이다.... 2016-10-01 0 4585
1614 詩는 한해살이풀씨를 퍼뜨리듯 질퍽해야... 2016-10-01 0 4330
1613 나는 다른 시인이 될수 없다... 2016-10-01 0 5298
1612 詩는 국밥집 할매의 맛있는 롱담짓거리이다... 2016-10-01 0 4052
1611 詩란 심야를 지키는 민간인이다... 2016-10-01 0 4356
1610 詩는 한매의 아름다운 수묵화 2016-10-01 0 4631
1609 詩는 신비한 혼혈아이다... 2016-10-01 0 4612
1608 詩作에는 그 어떠한 격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2016-10-01 0 4301
1607 詩는 길위에서 길찾기... 2016-10-01 0 4473
1606 詩에는 정착역이란 없다... 2016-10-01 0 4259
1605 詩와 윤동주 <<서시>> 2016-10-01 0 4330
1604 詩는 리별의 노래 2016-10-01 0 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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