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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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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시모음
2015년 04월 10일 22시 08분  조회:4320  추천:0  작성자: 죽림
+ 할아버지 연장통 

창고를 청소하다 
눈에 익은 연장통을 보았다. 
어릴 때 타던 세발자전거와 나란히 놓인 
할아버지 손때 묻은 연장통. 
- 세상에 쓸모 없는 물건이란 없는 거란다. 
할아버지께선 늘 말씀하셨지. 
연필깎이로 깎이지 않는 몽당연필도 
밑창이 떨어진 낡은 내 운동화도 
할아버지 손길만 거치면 
뭐든 제 몫을 해내었지. 
그래, 세상엔 
쓸모 없는 물건이란 없는 거야. 
환한 얼굴로 기뻐할 사촌동생을 떠올리며 
할아버지 연장으로 
세발자전거를 조이고 닦는다. 
창고 속 먼지 쌓인 할아버지 연장통이 
새삼 더 크게 보인다.  
(강지인·아동문학가)


+ 할아버지와 시골집

겨울 방학 때 시골 할아버지 집에 갔지요
시골집도 할아버지를 닮아 나를 반겼어요

흰 눈 덮인 지붕은 할아버지 머리 같았고요
틈이 난 싸리문은 할아버지 이 같았지요
금이 간 흙벽은 주름진 할아버지 얼굴 같았고요
처마 끝의 고드름은 할아버지 수염 같았어요

아침에 일어나자
할아버지는 면도기로 수염을 쓱쓱 깎았고요
시골집은 햇살로 고드름을 살살 깎았지요
(김용삼·아동문학가)


+ 우리 할아버지 시간 

약수터 갈 시간이 
노인정 갈 시간이 
진지 드실 시간이 
9시 뉴스 나올 시간이 

기다리시는 우리 할아버지에겐 
한 발 한 발 느리게 다가온다. 

뭐든지 미리 준비하시는 할아버지 
시간을 미리 끌어다 쌓아두셔서 
꺼내는데 시간이 걸리는 거다. 

오늘은 내가 
할아버지랑 장기도 두고 
모시고 나들이도 해야겠다 
시간을 먼저 써버려야 
쌓아두시지 못할 테니까. 
(배정순·아동문학가)


+ 돋보기

신문 속의 글자들
할아버지 눈앞에서 장난친다.

가물가물
작아지고 흐려지고

할아버지는
가늘게, 크게 눈 뜨며
겁주지만
글자들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 영호야, 돋보기 좀 가져오렴.

그제야
꼼짝 못하고
착해진 글자들.
(정은미·아동문학가)


+ 보청기 

할아버지
큰 귓속에
작은 귀 하나

닫힌 문을
삐그덕 열어 줄
마음이 넓은 귀

새들 노래, 바람 노래
다 옮겨 놓는
마음이 넉넉한 귀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우리들 사랑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또박또박 전해 주는
마음이 착한 귀.
(한상순·아동문학가)


+ 발씻기 숙제 

가을걷이 끝난 뒤
허리병이 도져
병원에 입원한 
외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발을
엄마가 닦아 드립니다

콩 한 가마니 불끈 들어올릴 때
단단한 버팀목이었을 장딴지가
마른 삭정이 같습니다
바람 불면
쇄쇄 소리가 날 것 같은

마른 삭정이에서
뻗어 내린 잔가지 같은
외할아버지의 발

엄마는 조심조심
외할아버지의 발을 닦습니다

가끔 학교에서 내주는
부모님 발 씻겨 드리기 숙제,
엄마는 어렸을 때 미뤄 둔 그 숙제를
이제 하나 봅니다               
(한상순·아동문학가)


+ 할아버지 자전거

뒤꼍에서
녹슬고 있는
할아버지 자전거

가만히 바큇살 돌려봅니다
그르르 그르르......
가래 끓는 소리가 납니다

할아버지 몸을 닦아주시는
엄마처럼
자전거를 닦아 봅니다
손잡이 발판 의자...... 
할아버지 손때가 꼬질꼬질
남아있습니다

자전거를
할아버지 방문 앞에 올려놓습니다
오늘은 할아버지가
일어나실 것만 같습니다
(김애란·아동문학가)


+ 그늘

감나무 그늘에
멍석을 깔고
할머니들
재미난 이야기꽃 피우고.

감나무 그늘에
자리를 깔고
할아버지들
하루 종일
장이야 멍이야. 
(최동안·강원도 강릉시 옥천 초등학교, 1970년 작품)


+ 조문(弔文)

뒷집 조성오 할아버지가 겨울에 돌아가셨다. 
감나무 두 그루 딸린 빈집만 남겨두고 돌아가셨다

살아서 눈 어두운 동네 노인들 편지 읽어주고 
먼저 떠난 이들 묏자리도 더러 봐주고 
추석 가까워지면 동네 초입의 풀 환하게 베고 
물꼬싸움 나면 양쪽 불러다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심판 봐주던

이 동네 길이었다, 할아버지는
슬프도록 야문 길이었다

돌아가셨을 때 문상도 못한 나는 마루 끝에 앉아, 
할아버지네 고추밭으로 올라가는 비탈, 
오래 보고 있다. 지게 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할아버지가 오르내릴  때 풀들은 
옆으로 슬쩍 비켜 앉아 지그재그로 길을 터주곤 했다
비탈에 납작하게 달라붙어 있던 그 길은 
여름 내내 바지 걷어붙인 할아버지 정강이에 
볼록하게 돋던 핏줄같이 파르스름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비탈길을 힘겹게 밟고 올라가던 
느린 발소리와 끙, 하던 안간힘까지 돌아가시고 나자 그만

길도 돌아가시고 말았다

풀들이 우북하게 수의를 해 입힌 길, 
지금은 길이라고 할 수 없는 길 위로
조의를 표하듯 산그늘이 엎드려 절하는 저녁이다.
(안도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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