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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시모음
2015년 04월 19일 17시 06분  조회:4140  추천:1  작성자: 죽림

 

 <소 시 모음> 권정생의 '소' 외 

+ 소

보리짚 깔고
보리짚 덮고
보리처럼 잠을 잔다

눈 꼭 감고 귀 오구리고
코로 숨쉬고

엄마 꿈꾼다
아버지 꿈꾼다

커다란 몸뚱이
굵다란 네 다리

- 아버지, 내 어깨가 이만치 튼튼해요
가슴 쫙 펴고 자랑하고 싶은데
그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소는 보리짚 속에서 잠이 깨면
눈에 눈물이 쪼르르 흐른다
(권정생·동화작가, 1937-2007)


+ 묵화(墨畵)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김종삼·시인, 1921-1984)


+ 白牛

멀리서 보기엔
큰 양(羊)인가 싶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두툼한 뿔과 큰 눈
분명 소다

그런데 소가 저렇게 희다니?

하기사, 사람도
흑인, 백인이 있지 않던가?
(임보·시인, 1940-)


+ 꽃등심 

정육점 진열장 한 켠에 
꽃처럼 예쁜 이름표가 붙어있어   

소의 시체의 한 부분일 뿐인 
한 덩어리 고기가 
꽃으로 불리워질 수 있다니 

채식으로 오직 
채식으로 맑아진 피와 영혼이 
제 갈비뼈 사이에 피운 꽃 

기껏해야 짐승의 시체나 먹고 사는 
육식의 이 야만의 
족속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등심초 꽃 이름으로 
숯불 위에 몸을 누이는 
살꽃의 소신공양
(복효근·시인, 1962-)


+ 정육

오늘은 소 잡는 날
현수막 붉은 너털웃음에 파묻히는
깜깜한 속살
달빛 좋은 데로 두 근만 주시오
에이 여보, 달빛 치고 좋지 않은 데가 어디 있수
초승달에 오금 저리며
제 몸에서 기름덩이와 뼈 찬찬히 발라내는 밤
(권덕하·시인)


+ 소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김기택·시인, 1957-)


+ 아버지의 소

땡볕 속에서 쟁기를 끄는 소의 불알이
물풍선처럼 늘어져 있다
아버지는 쟁기질을 하면서도 마음이 아프신지
자꾸만 쟁기를 당겨 그 무게를 어깨로 
떠받치곤 하셨다
금세 주저앉을 듯 흐느적거리면서도 아버지의 
말씀 없이는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는 

감나무 잎이 새파란 밭둑에 앉아서 나는 
소가 참 착하다고 생각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아버지는 동네 
앞을 흐르는 거랑 물에 소를 세우고
먼저 소의 몸을 찬찬히 씻겨주신 뒤
당신의 몸도 씻으셨다
나는 내가 아버지가 된 뒤에도 한참 동안
그 까닭을 알지 못하였으나 파킨슨씨병으로 
근육이란 근육이 
다 자동차 타이어처럼 단단해져서 거동도 
못하시는 아버지의 몸을 씻겨 드리면서야 겨우 
아버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힘들고 고단한 세월을 걸어오시는 동안
아버지의 소처럼 나의 소가 되신 
아버지
아버지가 끄는 쟁기는 늘 무거웠지만
나는 한 번도 아버지를 위해서 백합처럼 흰 
내 어깨를 내어 드린 적이 없다
입술까지 굳어버린 아버지가 겨우 눈시울을 열고 
나를 바라보신다
별이 빛나는
그 사막의 밤처럼 깊고 아득한 길로
아직도 무죄한 소 한 마리 걸어가고 있다
(이상윤·시인, 경북 포항 출생)  


+ 착한 소

시행의 마지막 구절을 막 끝내자 
잉크가 다한 볼펜 
기진맥진 원고지의 여백에 
펄썩 쓰러져 버린다. 
편히 쉬어라. 
피어리어드는 내 눈물로 찍겠다. 
돌아보면 너무도 혹사당한 일생. 
경지는 다만 소만이 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 동안 참 많은 밭을 갈았구나. 
땀과 눈물과 
심장에 고인 마지막 한 방울의 피까지 
아낌없이 쏟아내고 너는 지금 
후회 없이 이승을 떠나는구나 
내 시가 너를 따를 수만 있다면…
잘 갈아 씨 뿌린 밭두렁에 
거품을 문 채 쓰러진 
착한 소 한 마리. 
(오세영·시인, 1942-)


+ 흔들리는 차

짐차에 누렁소 한 마리 실려 갑니다.
중심을 잡으려 하지만
달리는 차는 누렁소를 흔듭니다.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저렇게 흔들리며 어디로 가나.

누렁소가 눈을 끔벅끔벅
뒤따라오는 차에 실린
나를 바라봅니다.

나도 흔들리며 어디로 갑니다.
(남호섭·아동문학가, 1962-)


+ 팔려 가는 소

소가 차에 올라가지 않아서
소장수 아저씨가 "이랴" 하며
꼬리를 감아 미신다.
엄마소는 새끼 놔두고는
안 올라간다며 눈을 꼭 감고
뒤로 버틴다.
소장수는 새끼를 풀어 와서
차에 실었다.
새끼가 올라가니
엄마소도 올라갔다.
그런데 그만 새끼소도
내려오지 않는다.
발을 묶어 내리려고 해도
목을 맨 줄을 당겨도
자꾸자꾸 파고 들어간다.
결국 엄마소는 새끼만 보며
울고 간다.
(조동연·경북 경산 부림초등학교 6학년 때 쓴 시)


+ 어미소의 눈물 

엄-매  엄---매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큰 눈으로 주인을 향해 
흘리는 애틋한 눈물 
  
젖이 불어 몸부림치며 
일주일 넘게 새끼 생각에 
우는소리. 눈물 
애간장을 태우는데 
목석 아닌 주인도 같이 운다 
  
오일장날 어미와 새끼가 나란히 
시장에 갔다가 
새끼는 팔려가고 
어미만 돌아와 
돌아오지 않는 새끼 생각에 
  
몇 일 밤낮을 울면서 
새우는 엄마소 
말 못하는 소의 새끼사랑 
저러한데 
사람의 자식사랑 오죽 할까 ! 
(박태강·시인, 1941-)


+ 소

커다란 눈망울 가득
하늘 담은 순한 소

뚜벅뚜벅 한 걸음 한 걸음
제 갈 길로 가는 우직한 소

코뚜레에 메이고서도
안달 떨지 않는 소

그 억센 뿔
좀처럼 들이대지 않는 소

이따금 음매 음매
구슬피 우는 소

머리부터 발끝, 꼬리까지
남에게 몽땅 주고 가는 바보 같은 소

너는 꼭 
예수나 부처의 모습이다
(정연복·시인,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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