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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술, 술과 시...
2015년 04월 26일 14시 40분  조회:4168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의 벗들에게 보내는 고은 편지’를 받고 

주벽(酒癖)의 시인들을 비판한다 / 정세훈 

“어찌 시인을 수행의 계율과 윤리로 규정할 수 있겠습니까?” 
      --(『시평』 창간호 『관심』 통권9호 고은 「시의 벗들에게」에서) 

시인 고은 씨가 시단의 시객들에게 편지로 전한 이 반문은 예사롭지 않다.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첫째로 경직되어 있는 시단의 현실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고은 씨의 외로운 질책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경직되어 있다는 것은 곧 안주하고 있다는 말과 직결되고 있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두번째로 고은 씨는 그 무엇인가 큰 결단을 내리고 
그것을 이미 실행해 옮기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리하여 그 결단에 따른 고은 씨의 시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사뭇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고은 씨의 편지에서 위의 반문에 대한 해답을 곁들이고 있다. 
“이제 시인들 가운데 술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막말로 최근에 시가 가슴에서 터져나오지 않고 
머리에서 짜여져 나오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일견, 한마디로 가슴을 찡하게 하는 편지다. 
술은 때로 개인과 개인 사이를 한결 부드럽게 하고 여유롭게도 하며 
너그럽게도 한다. 따라서 흥겹게 한다. 
그 무엇보다도 소통의 장을 마련해주며 
그에 따라 상상의 공간을 넓혀주는 매개체로서 술만한 것이 어디 있을까. 
그런 면에서 고은 씨의 외로운 질책을 달갑게 받고 싶다. 
그러나 술에게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어서 
우린 이 가운데 부정적인 면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술에 대한 부정적인 면은 시단에서 종종 보여왔다. 
36살의 나이로 요절한 시인 김관식을 예로 든다는 것은 큰 무리가 아닐 듯싶다. 
이 지면은 김관식의 시편을 평가하는 지면이 아니고, 
또 시평에 있어 일천한 내가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앞서 전제한다. 
다만 시객이 술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그 삶은 물론 시에 있어서도 
얼마나 피폐해지는지를 알아보고자 할 따름이다. 

그의 「病床錄」이란 시를 보자. 
그는 이 시에서 “오장(五臟)이 어디 한군데 성한 데 없이” 
병상에 10년째 누워 있는 상태에서 이 시를 지었음을 밝히고 있다. 
왜 병상에 누웠는가. 
그가 이 시에서 밝혔듯이 폐 또는, 간장 한두 군데가 아니고, 
심장 비장 신장 등 오장이 다 상하게 된 지경에 이른 것은, 
어떠한 연유에서일까. 
무리한 노동으로 인해 몸이 혹사당했기 때문인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지나친 술꾼 행세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는 이 시에서 “방안 하나 가득 찬 철모르는 어린것들”이 
얼크러져 잠든 모습을 보며 다음과 같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만다. 
“내가 막상 가는 날은 너희는 누구에게 손을 벌리랴./ 
가여운 내 아들딸들아,” 그러면서 급기야 “가난함에 행여 주눅들지 말라”고 
지극히 무책임하면서도 말도 안되는 당부를 자식들에게 남긴다. 
치열한 삶을 살지 못하고 술에 의탁한 나약한 삶의 말로다. 
그야말로 독자를 분통터지게 하는 시다. 

시객은 시만 잘 쓰면 된다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작태의 결과다. 
시객에게 시를 잘 써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면 
아울러서 주위사람 특히 가족을 성실하게 책임지는 의무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시객이기 전에 인간의 기본 인륜이기 때문이다. 
만약 시 때문에 가족을 책임지지 않겠다면 애초에 가족을 이루지 말아야 한다. 
가족을 이뤄놓고, 
그 가족 앞에 그 무슨 해괴망측한 술꾼의 이름을 가진 기인 행세를 한단 말인가. 
시객은 가족을 내팽개쳐 버려도 괜찮은 부류들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또 다른 시인을 만나보자. 
고은 시집 『만인보』에서 ‘아름다운 시인’이라고 읊은 시 
「백석」의 주인공인 백석의 경우도 김관식에 못지 않다. 
시 「백석」 2연에서 “아내도 집도 다 없어지고/압록강 끄트머리/ 
신의주 목수네 집 문간방에 들어”라고 서술했듯이 
백석의 가족은 백석의 곁에서 없어졌다. 왜일까? 

단순히 이 시만 접한 독자는 마치 백석의 가족이 
아무 이유 없이 무정하게 백석을 버린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 원인은 백석의 지나친 음주행각과 여성편력으로 인한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사생활 또는 여인관, 연애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도대체 시객이 아무렇게 행동하면 기인이 된다는 왜곡된 통념은 
누가 만들었나. 
그것은 은연중 자신도 답습하고 싶은 주변의 시객들이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민중이 술꾼으로 행세하며 가족을 내팽개치고 제멋대로의 삶에 취해 있다면 
기인이라고 이름 붙여줄 것인가. 
아마 시객들은 이들에게 ‘미친놈’이라고 힐난할 것이다. 

기생 ‘자야’를 사랑한 백석은 자야가 선물한 넥타이를 소중히 생각하며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라는 연정의 시를 남겼다. 
그런 그가 제자 김진세의 누이에 반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를 남겼다. 
그는 이 시에서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라며 비몽사몽에 가까운 딱한 시어를 남긴다. 

김윤식은 이 백석을 「백석론」에서 ‘천재시인’ 
‘영원한 매력을 지닌 시인’ 또는, ‘백석 시학은 우리 민족의 북극성’이라는 
새로운 성좌론(이 성좌론은 『학풍』 창간호, 
1948년 10월, 편집후기에 처음 언급되었다.)으로 극찬하고 있다. 
그러나 술집을 자주 찾았던 그의 삶은 이러한 극찬이 무색할 정도로 
그의 가족에게 씻어내지 못할 한을 남겼다. 
이화여전 출신으로 알려진 그의 아내가 1949년 외아들을 데리고 월남하면서, 
백석이 만약 월남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증오하였다고 전해지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은 씨가 『시평』지를 통해 시객들에게 준 편지는 이와 같은 기인을 빙자한,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술꾼들이 되길 열망하는 뜻에서가 아닐 것이다. 
다만, 
현재 시단이 너무 삭막하도록 소통이 안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이해된다. 
“술 한잔 마신 김에 아마도 이런 이야기나 한가롭게 주고받는 시단이 
얼마나 풍류스럽겠는가를 미루어보자는 것인가 봅니다.” 
또는, 
“또 하나는 시인에게는 그래도 세상의 악다구니로부터 좀 물러서서 
유한적인 존재로서의 인간 행로의 비애에 잠길 때 
술이 근친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이러한 대목에서 그렇다. 

백번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는 농경사회를 한참 벗어나 산업사회를 넘어 
정보화 사회에 흠뻑 빠져 있는 우리 시객들의 영원한 숙제인 것을. 
더구나 이로 인한 핵가족화 속에서 자란 젊은 시객들은 오죽할 것인가. 

고은 씨가 안타까워하듯이 
“시가 머리에서가 아니라 가슴에서 터져 나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나 가슴에서 터져나오게 하려면 
지나치게 술에 의존해서는 이룰 수가 없다. 
지나친 음주는 가슴을 피폐하게 만든다. 
피폐해진 가슴에서 어찌 제대로 된 시가 터져나올 수 있겠는가. 

따라서 시객들은 시를 짓겠다는 미명하에 지나치게 술꾼들이 되어선 안된다. 
술꾼 대신 삶꾼이 되어야 한다. 
삶의 진정성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삶꾼이 되어야 한다. 
술에 흐물흐물 취해 가는 방랑자가 되지 말고, 
삶에 촉촉하게 배어 가는 유랑자가 되어야 한다. 

1809년 유배 당시, 기근으로 허덕이는 민초들의 고통을 함께 하고자 
「田間紀事」를 집필한 다산 정약용이 
“음풍농월을 일삼는 시인의 시는 이미 시가 아니다”며, 
민초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술과 여자와 가무로 일관한 
당시의 시객들에게 단호히 선언했음을 우린 아직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가슴에서 시가 터져나오게 하는 진정한 길은 술이 아니라 
맑은 가슴과 맑은 정신으로 오직 만상(萬象)의 삶을 흠모하는 곳에서 
찾아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악다구니판이라 해도 
절대로 술을 그것의 도피처로 삼아선 안된다. 
수행의 계율과 윤리를 초월한, 진정한 시객의 모습도 그렇게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단코, 시객의 삶은 녹록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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