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해설
조선 선조 때 정철(鄭澈)이 지은 가사.
4음보 1행으로 따져 48행이며, 기본 율조는 3·4조가 우세하다.
작품 연대는 정철의 나이 50세(1585)에서 54세(1589) 사이로 추측되고 있다. 군왕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은유적(隱喩的)으로 노래하였다.
이 작품은 『송강가사 松江歌辭』라는 판본에 수록되어 있다. 『송강가사』에는 이외에도 『관동별곡 關東別曲』·『사미인곡 思美人曲』·『성산별곡 星山別曲』 등의 가사와 아울러 그의 시조작품 여러 편이 함께 실려 있다.
『송강가사』는 성주본(星州本)·이선본(李選本)·관서본(關西本) 등의 이본(異本)이 현전하고 있다. 그 밖에 관북본(關北本)·의성본(義城本)·황주본(黃州本) 등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전하는 세 이본간의 표기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가사의 내용 전개는 대화체로 되어 가사문학 구성에 있어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2] 작품구성
서두는 먼저 갑녀(甲女)로 표시할 수 있는 시중의 한 화자가 을녀(乙女)로 표시할 수 있는 여인에게 “뎨 가 뎌 각시 본 듯도 뎌이고”라고 주의를 환기시킨다. 이어서 천상 백옥경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가 다 저물어가는 날에 누구를 보러 가느냐고 묻는 데에서 두 여인의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에 을녀는 “아, 너로구나 내 이야기를 들어보게. 임이 예쁘지도 않은 나를 사랑하여 그만 내가 너무 버릇없이 굴다가 임에게 미움을 사게 되었으니 그것은 조물의 탓일 것일세.”라고 하면서 자탄(自歎)한다
.
을녀의 말을 듣고서 갑녀는 “그게 아니라 임에게 맺힌 일이 있다.”라고 하여 을녀의 생각을 고쳐 준다.
그러나 을녀는 “나도 임을 뫼셔 보아 임의 사정을 잘 아나 지금 임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며, 독수공방하는 내 신세도 처량하며 차라리 낙월(落月)이나 되어 임의 창밖에 비추어 보고 싶다.”고 토로한다. 이에 대하여 갑녀는 “달빛도 좋지마는 궂은 비나 되라.”고 권하는 것으로 가사의 끝을 맺고 있다.
이러한 대화의 분석은 연구자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김사엽(金思燁)이 갑녀의 사설, 을녀의 사설, 갑녀의 사설로 삼분하여 『속미인곡』의 구조를 설명하려 한 것이 그러한 예의 하나이다.
이러한 대화체의 가사에 있어 갑녀와 을녀는 각기 작자의 분신이면서 작자가 의도하는 바를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등장시킨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우, 갑녀는 을녀의 하소연을 유도하며 더욱 극적이고 효과적으로 가사를 종결짓게 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속미인곡』은 제목에 ‘속(續)’자가 있어 같은 작자가 지은『사미인곡』의 속편(續編)처럼 생각되는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임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읊었으며, 그 표현이나 지은이의 자세(姿勢)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사미인곡』은 평서체인 데 비하여 『속미인곡』은 대화체이다. 그 길이도 전자가 126구인 데 비하여 후자는 96구의 단형이다.
『사미인곡』이 임에게 정성을 바치는 것이 주라면 『속미인곡』은 자기의 생활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주이다. 전자가 사치스럽고 과장된 표현이 심한 데 비하여 후자는 소박하고 진실하게 자기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속미인곡』은『사미인곡』을 지을 때보다도 작자의 생각이 한결 더 원숙하였을 때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하여 김만중(金萬重)은 『서포만필 西浦漫筆』에서 정철의 『관동별곡』과 전후 미인곡은 우리나라의 ‘이소(離騷)’라 할 만하며, 그 중에도 『속미인곡』이 더 고상하다고 하였다.
『관동별곡』이나『사미인곡』이 한자를 빌려 꾸몄다는 데에서 그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한자를 빌려 꾸민 것 이외에 『속미인곡』의 표현이 그만큼 진솔하고도 간절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속미인곡』은 이렇게 역대에 여러 사람들의 사랑을 입었을 뿐 아니라 한역(漢譯)도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김상숙(金相肅)과 그의 6세손인 정도(鄭棹)가 번역한 것이 있다. 정철의 가사문학사에서 절정을 장식하는 회심작(會心作)인『속미인곡』은 이러한 한역을 통하여 단 하나 감상의 대상을 넓히게 되었다.
『속미인곡』은『사미인곡』과 더불어 뒷날 연군(戀君)의 정서를 읊은 여러 가사의 시원(始原)이 되어 그 본보기로 활용되었다. 또한 이에 대한 연구도 많아 한국 가사문학연구에 있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3]『속미인곡』원문과 해설
뎨 가난 뎌 각시 본 듯도 한뎌이고.
저기 가는 저 각시 본 듯도 하구나
텬상 백옥경을 엇디하야 니별 하고,
하늘나라의 백옥경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난고.
해 다 져서 저문 날에 누구를 보러 가시는고
<서사 ㈠ > : 甲女의 물음 – 백옥경을 떠난 이유
어와 네여이고 이내 사셜 드러 보오.
오오 너로구나 이내 사정 들어 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한가마난
내 얼굴이 이 행동이 임께서 사랑함직한가마는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 세
어쩐지 나를 보시고 너로구나 하고 특별히 여기시기에
나도 님을 미더 군 뜨디 전혀 업서
나도 임을 믿어 다른 뜻이 전혀 없어
이래야 교태야 어즈러이 구돗떤디
아양이야 애교야 어지럽게 굴었던지
반기시난 눈비치 녜와 엇디 다르신고.
반기시는 얼굴 빛이 옛과 어찌 다르신고
누어 생각하고 니러 안자 혜여하니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앉아 헤아리니
내 몸의 지은 죄 뫼가티 싸혀시니
내 몸이 지은 죄 산 같이 쌓였으니
하날히라 원망하며 사람이라 허믈하랴
하늘이라고 원망하고 사람이고 탓하랴
설워 플텨 혜니 조물의 타시로다.
서러워 풀어 헤아리니 조물주의 탓이로다.
<서사 ㈡ > : 乙女의 대답 – 창조물의 탓
글란 생각 마오.
그런 생각 마오.
<본사 ㈠ > : 甲女의 위로의 말
매친 일이 이셔이다.
맺힌 일이 있습니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임을 모시어서 임의 일을 내가 아는데
믈 가탄 얼굴이 편하실 적 몃 날일고.
물 같은 얼굴이 편하실 때가 몇 날일꼬
츈한고열은 엇디하야 디내시며
이른 봄의 추위와 여름철의 무더위는 어떻게 지내시며
츄일동텬은 뉘라셔 뫼셧난고.
가을과 겨울은 누가 모시는가
쥭조반 조셕 뫼 녜와 갓티 셰시난가.
자릿조반과 아침 저녁 진지는 누구와 같이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의 잠은 엇디 자시난고.
기나긴 밤에 잠은 어찌 주무시는가
<본사 ㈡ > : 乙女의 임의 생활에 대한 염려와 충정
님다히 쇼식을 아므려나 아쟈하니
임 계신 곳의 소식을 어떻게라도 알려고하니
오날도 거의로다 내일이나 사람 올가.
오늘도 다 지났다. 내일이나 사람이 올까
내 마음 둘 데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내 마음 둘 곳 없다. 어디로 가잔 말인가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헤 올라가니
잡기도하고 밀기도하며 높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카니와 안개난 므사 일고.
구름은 물론이거니와 안개는 무슨 일인가
산쳔이 어둡거니 일월을 엇디 보며
산천이 어두운데 해와 달을 어찌 보며
지쳑을 모라거든 쳔 리를 바라보랴.
바로 앞을 모르는데 천리를 바라볼 수 있을까
찰하리 믈가의 가 배길히나 보쟈 하니
차라리 물가에 가서 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바람과 물결 때문에 어수선하게 되었구나
샤공은 어데 가고 븬 배만 걸렷나니.
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걸려있는가
강텬의 혼쟈 셔셔 디난 해를 구버보니
강가에 혼자 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님다히 쇼식이 더옥 아득한뎌이고.
님 계신 곳 소식이 더욱 아득하기만구나
<본사 ㈢ > : 乙女의 임의 소식을 알고자 하는 마음
모쳠 찬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초가집 찬 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반벽 쳥등은 눌 위하야 발갓난고.
벽에 걸린 푸른 등은 누구를 위하여 밝았는가
오르며 나리며 헤뜨며 바니니
오르내리며 헤매며 방황하니
져근덧 녁진하야 픗잠을 잠간 드니
잠깐 사이에 힘을 다하여 풋잠을 잠깐 드니
졍셩이 지극하야 꿈의 님을 보니
정성이 지극하여 꿈에서 임을 보니
옥 가튼 얼굴이 반이나마 늘거셰라.
옥 같은 얼굴이 반이나 늙었구나
마음의 머근 말삼 슬카장 삶쟈 하니
마음 먹은 말씀 실컷 사뢰려하니
눈믈이 바라 나니 말인들 어이하며
눈물이 바로 나니 말인들 어찌하며
졍을 못다하야 목이조차 몌여하니
정을 나누지 못하여 목조차 메니
오뎐된 계셩의 잠은 엇디 깨돗던고.
방정맞은 닭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단말인가
<본사 ㈣ > : 乙女의 독수공방의 심정과 꿈에 본 임
어와, 허사로다 이 님이 어데 간고.
아아, 헛된 일이로다 이 임이 어디 갔는가
결의 니러 안자 창을 열고 바라보니
잠결에 일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어엿븐 그림재 날 조찰 뿐이로다.
불쌍한 그림자만 나를 쫒을 뿐이로다
찰하리 싀여디여 낙월이나 되야이셔
차라리 죽어서 떨어지는 달이나 되서
님 겨신 창 안헤 번드시 비최리라.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결사 ㈠ > : 을녀의 죽어서라도 이루려는 임에 대한 간절한 사모의 정
각시님 달이야카니와 구잔 비나 되쇼셔.
각시님, 달은 커녕 궂은 비나 되오소서
<결사 ㈡ > : 갑녀의 위로의 말
- 續美人曲. 終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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