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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기 = 감농군 되라, 시쓰기 = 보석세공자 되라
2015년 05월 13일 22시 56분  조회:5159  추천:0  작성자: 죽림

시 쓰기와 소설 쓰기의 차이 

                                         / 김별

 

소설 쓰는 일을 농부가 산에 불을 질러 화전을 일구는 일에 비유한다면,

시 쓰는 일은 보석세공업자가 원석을 다듬어 완성품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물론 이런 단적인 비유는 어느 것이 더 대단하고 더 나은가 하는 값어치의 비교가 아니다. 

기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소설은 지치지 않는 꾸준한 노고와 농부와 같은 덕목이 필요하지만, 

시는 기술적 숙련도와 예술적 요소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자랑, 세계 최고의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를 단순 비교하는 사람들을 가끔씩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 두 피겨선수의 차이를 예술적 부분에서 극명하게 느낀다.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는 훌륭한 피겨 선수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는 피겨라는 스포츠를 예술의 경지에 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니까 이 두 선수의 차이는 트리플 악셀을 구사하고 안하고의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단순한 스포츠와 그것을 승화시킨 예술까지인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크고도 멀다. 그리고 느낄 수 있는 사람만 느낀다.

 

화전을 일구는 농부는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개간할 것이며, 밭고랑은 어떻게 낼 것이고, 주로 무슨 작물용으로 만들 것인가를 기획하고 산에 불을 지른다. 그리고 늘 일에 파묻혀 살아야 하고 용수 걱정, 비바람 눈비에도 시달려야 한다. 그 과정이 아주 고단하고 마음고생이 클 것이다. 소설가의 어려움이 이와 같다는 것이다.

 

보석가공업자는 우선 좋은 원석을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금을 선택할 것인가, 옥을 선택할 것인가, 다이아몬드나 호박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돌덩이를 선택할 것이냐. 쇳덩이로 정밀한 시계를 만들 것인가. 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들 것인가 하는 선택의 폭은 무한히 넓다. 그 선택은 종류뿐 아니라 질이 더 중요할 것이다.

그렇게 선택한 원석을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가공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다듬어 나가야 한다. 그 작업은 우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숙련된 기술은 하루아침에 얻을 수도 없지만, 아무나 얻을 수도 없다. 또한 똑같은 일을 오래도록 한다 해도 누구나 명장이 될 수 없듯이 과정과 능력이 아주 중요하다.

 

한마디로 시인은 우선적으로 언어(글자)를 다루는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시인에게 언어를 다루는 기술이 이토록 중요한 것은 시는 짧은 문장으로 승부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즉 시 한편에 쓰여지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진주목걸이의 한 알 한 알의 진주알과 같다는 것이다. 진주목걸이의 진주 한 알이 잘못 되어도 금방 표시가 나서 진주목걸이 전체를 버리고 말듯이, 시에 쓰여진 글자 중에 한 글자만 잘못 되어도 흠이 되어 작품 전체를 망쳐버리는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숙련공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듯이, 또한 숙련공이라 해서 모두가 명장이 되는 것이 아니듯이, 최고의 피겨 선수라 해도 김연아 선수처럼 스포츠를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극소수의 사람만이 가능하기에 시인은 언어(글자)를 다루는 기술을 끊임없이 연마해야만 한다. 

시를 모든 예술의 최상층부에 있다고 한 사람처럼 시를 그런 경지에 까지 끌어올리기까지는 고도의 기술과 그 기술마저 뛰어넘는 핵심적인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기술을 뛰어넘는 힘 역시 그 기술에서 비롯된다. 마치 청출어람과 같다고나 할까. “쪽빛은 쪽에서 오지만 그 빛을 뛰어넘는다.”

 

다시 강조하건데 시 쓰기에서 언어(글자)를 다루는 기술이 이토록 중요한 것은

시의 완성도가 언어를 선택하고 다루는 기술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선택과 기술이 단순히 금반지 하나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백제 예술의 걸작이라 극찬하는 금동대향로를 만드는 차이가 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진리는 알고 보면 아주 단순하고 평범한 것이다. 다만 그것을 이루는 과정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엉뚱한 곳에서 고기를 찾는다. 그런 까닭에 어리석음 자체를 알지 못하고, 알아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배우고 익히기엔 엄두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이 어렵고, 무료하고, 고통스럽고, 외로움과 굴욕, 회의적인 아픔을 참아야 하는 긴 여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평범함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사다 마오 같은 훌륭한 피겨 선수도 되기 어렵지만, 설령 아사다 마오 선수와 같은 수준에 올랐다 해도 김연아 선수와의 차이를 좁히지는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은 설명은 좋은 시를 쓰기 위한 아주 단편적인 예일 것이다. 

그러나 소설을 쓰고 싶다면 훌륭한 농부가 되어라. 땅은 그대를 속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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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시지기
날자:2015-05-14 17:54:10
증조이~ 잘헌다~
농사군처럼 부지런하구나~
시지기답다~
그냥 하던대로 혀라,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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