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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 / 시창작 강의록
2015년 05월 21일 00시 15분  조회:6513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창작과목 강의록

/석화 (시인)

 

 

1과 시의 정의

― 시라는 사과 한 알

 

문학의 모든 장르와 마찬가지로 시 역시 인간의 삶을 담고있다인간의 삶은 그가 속한 시대와 민족 그리고 정치와 경제문화 등 여러 가지 력사적상황환경적요건과 무관할수 없기때문에 시의 본질이나 존재의미 그리고 가치에 대한 규명은 인간의 삶과 나눠 이야기할수 없다.

 

가장 고귀하고 가장 고독한 문학장르 ≈ 문학의 기타 장르와 비교:

소설인물형상의 창조와 이야기의 전개로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는것

 

극중 인물간의 충돌을 언어와 행위로 핍진하게 표현하여 관중들과의 공명을 이루어 나가는것

 

수필서정서사서경묘사의론 등 다양하고 재치 있는 필치를 모두 동원하여 작자의 정감과 견해와 사상을 구김 없이 드러내는것

 

시는 상기 세 가지 문학장르들이 가지고있은 특점들이 결여되고 대신 언어가 세련되고 이미지가 두드러지며 구성이 엄밀한 특점을 가진다또한 시를 운률적인 언어의 결집체라고도 하고 이미지의 표상체라고도 하며 혹자는 특정 사상의 구현을 위한 수단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시가 지닌 여러가지 속성 가운데서의 어느 한 부분에 대한 제시일뿐 시의 전모에 대한 총체적인 결론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T엘리어트(TSEliot):

“시에 대한 정의의 력사는 한마디로 오류의 력사이다.

 

우리는 “사과란 무엇인가?”라는 답을 얻기 위해 《백과사전》이나 참고서를 뒤져가며 사과의 형태와 특성성분을 찾기보다 사과 한 알을 손에 들고 한입 뚝 떼어 먹어보면 사과란 “빨갛고 파란 빛깔의 동그스름한 모양을 가지고 사각사각하고 시원하며 달콤한 맛이 나는 과일”이라는것을 대뜸 알게 될것이다시도 마찬가지다좋은 시 한 편에는 시의 모든 원리가 담겨있을것이니 시라는 “사과 한 알”을 뚝 따서 먹어보면 시의 “맛”을 확실하게 알게 될것이다.

윤동주의 “서시”김응룡의 “까치둥지” 두 작품은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즉 시의 정의를 규명하는데 매우 적절하고 보편적인 답을 주고있는 작품이다이 두 작품을 살펴보면서 그 내용을 요약해보자.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하였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감상포인트:

우리 겨레 모두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있은 이 시는 1917년 중국 룡정 명동마을에서 태어난 우리 시인 윤동주가 1941년 서울 연희전문학교(현재의 한국 연세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쓴 작품이다일제가 패망하던 해인 1945시인은 “815” 광복을 몇 달 앞두고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였다스무나무살의 젊은 나이에 죽음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삶을 추스른 시인의 이 시는 20세기 40년대 초반,일제의 억압아래 벼랑끝에 내몰린 우리민족의 절체절명의 위급한 시대적상황과 결코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하늘”과 “별”“잎새” 그리고 “길”과 같은 사물에 “부끄러움”이나 “괴로움”과 같은 감정을 담아내고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라는 표현으로 당시 험악한 시대상으로 그려내었다또한 이와 같은 절망과 고통의 시대에 자신을 극복하고 구원하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러움” 없이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나한테 주어진 길을걸어가”는것에 빗대어 말하였다.

이 시는 한 행이 3음보와 4음보가 기본이 된 짧은 시구를 사용하였고 형태상에서 여덟 행으로 된 제1연과 한 행으로 된 제2연으로 구성된 작품이다그리고 첫 행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에서는 “--/--”와 “--/--” 의 반복으로 요운현상을 이루고 마지막 행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에서는 “밤바람”과 같이 파열음 “ㅂ”와 유성자음 “ㄹ”와 “ㅁ”의 연속적인 사용으로 독특한 운율을 형성하여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조용히 이마를 스쳐지나가는 듯 하는 분위기를 이뤄냈다.

 

까치둥지

김응룡

 

지는 잎들이 받들어 올린

까만 그리움 하나

백양나무가지에 동그랗게 걸려

쳐다보는 나의 눈 이슬 젖는다.

 

언어도 음악도

삶의 온기마저 잃은

비인 둥지

주인은 어디 갔나.

 

동구 밖 나선 할배할매 눈이 허는데

반가운 기별은 전하지 않고

늙은 총각들 술병 안고 쓰러졌는데

오작교는 놓지 않고

 

생기가 떠난 자리

까만 그리움 하나

행복했던 나날들이 낙엽 되여 뒹구는 시골

백양나무가지에 높이높이 걸렸구나.

 

감상포인트:

“둥지”는 우선 삶의 보금자리이다삶의 온기가 있고 삶의 지저귐과 노래가 있고 삶의 안식이 있어 생명이 쉬여가고 생명이 생명을 낳아 이어가는 공간이다이 시에서의 까치둥지는 인간들의 고향과 대비되는 상징물이다그러데 지금 이 둥지가 비여있다“지는 잎들이 받들어 올린” 둥지첫행의 이 역설이 이미 단 한줄로 작품의 전반 분위기를 모두 대변하고있다벌써 기울어져 가는데 그 힘으로 또 무엇을 “받들어 올린”단 말인가그저 안간힘을 다 써서라도 조금 더 지탱하고 싶은 갸륵한 마음이리라그러니 “까만 그리움 하나”로 “백양나무가지에 동그랗게 걸려” 있는 저 까치둥지가 또 무슨 의미가 있으랴.우리중국 농촌의 실태특히는 중국조선족농촌의 현황이 그대로 보여지는 그림이다.

훌륭한 시는 이렇게 보여준다“이미지화”이다그 사물그 정경을 우리들에게 보여주는것만으로도 마음이 움직이고 온갖 정감이 꿈틀거리게 한다이 시에서는 오늘의 고향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슬 젖는” 시선에 안겨오는 객관적인 풍경이 주된 화폭이며 여기에 등장하는 “할배 할매”와 “늙은 총각들”이 오히려 배경으로 되여 주된 화폭을 받쳐주는 소품역할을 할 뿐이다이는 고향에 대한 깊은 료해와 뜨거운 사랑이 없이는 절대로 그려낼수 없는 그림이다.

이 시는 첫행 “지는 잎들이 받들어 올린”과 수미조응되는 마지막행 “백양나무에 높이높이 걸렸구나”라는 구절이 절창이다필을 놓으며 내뱉는 한없이 허무한 탄식과 그 탄식에 담아낸 실오리 같은 애원한가닥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은 시인의 가냘픈 애원에 이 시를 다 읽은 독자도 따라서 마지막으로 뜨거운 한숨을 내쉬며 젖은 눈길을 들어 하늘 멀리 바라볼것이다.

 

이상과 같이 윤동주의 “서시”김응룡의 “까치둥지” 상기 두 작품에서 우리는 아래와 같은 몇가지 내용을 요약해 볼수 있다.

 

1. 시는 극도로 세련된 언어예술로서 시인의 사상과 감정이 혼연일체로 이뤄진 이미지 혹은 의경으로 만들어진다.

 

2. 시는 행과 련으로 나눠진 구절로 형성되며 가장 훌륭한 시또는 고전적인 시는 고유의 운률과 절주를 가지고있으며 일반적으로 짧은 편폭으로 완성된다.

 

3. 시는 상상과 환상에 기대고 비유와 과장 등 수사방법이 동원된 예술효과를 지향하며 직설적인 표현과 경직된 설교를 외면한다.

 

따라서 시란 시인의 정서와 사상을 상징적이고 함축적이며 률동적인 언어에 담아 표현한 문학예술의 한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2과 우리민족 현대시의 두 갈래 흐름

― 동양시학과 서양시학

 

우리민족의 현대시는 동양시학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여러가지 형태로 변화발전되어 오면서 이뤄진 우리민족고전시의 전통적인 흐름과 지난 세기초엽근대화의 물결에 실려 동방에 다가온 서방시학의 신선하고 새로운 흐름이라는 두 갈래 큰 흐름이 어울려 오늘에 이르면서 형성되였다

 

동양시학의 전통

중국을 비롯한 동양문화권에서는 시를 공통적으로 한자 시 “시()”자를 쓰고있이다이 한자 시()자는 구조상 말씀 “언()”자와 절 “사()”자의 조합으로 이뤄진 합자(合字)이다그러나 여기서 절 “사()”자는 사원(寺院)과 무관하기 때문에 시를 일러 “말의 사원(寺院)”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는것은 무리가 있다여기서 말씀 “언()”자가 담고있은 의미는 모호한 소리인 “음()”이나 말을 나타내는 “담()”이 아닌 “분명하고 음조가 고른 말”을 뜻한다또한 절 사()자는 다시 갈 “지()”자와 법도 “촌()”자로 되어 있고 이런 의미로 원래는 일정한 법도로 일을 해나가는 관청을 의미하며 후에 불교가 전래하였을 때 관청에서 불법을 논한 까닭으로 절을 의미하게 되었다그리고 사()자는 “지()”와 “지()”의 원자인 만큼 가질 “지()”자의 뜻을 따라 “손을 움직여 일하여 가짐”으로 보거나 또는 뜻 “지()”자와 같은 글자로 보아 “뜻이 일정한 방향을 향하여 곧게 나감”으로 이해하여야 할것이다또한 시라는 말에 관청 사()자가 포함된다는 점에서 일정한 법도로 일을 한다는 의미가 있어 아울러 말한다면 시란 결국 마음속의 뜻을 운율에 맞춰 표현하는 글이 된다법도의 법()은 운율의 율()과 통하고 율()은 시의 경우 음율(音律)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를 종합하여 정리하여 보면 시 짓기 즉 시의 창작은 시인의 정신적 활동과 그 움직임의 방향을 가리키는것으로 시작품은 바로 그 행위의 결과물임을 알수 있다.

 

공자:

“시 3백수는 한마디로 생각함에 사악함이 없는것이다. (詩三百 一言而蔽之曰思無邪)

《서경(書經):

“시는 뜻을 말한다. (詩言志)   

 

서방시학의 영향

서방에서는 시를 일러 “poetry(포에트리)” 혹은 “poem(포엠)”이라 부른다이는 “말을 재료로 무엇을 만들다.”는 뜻으로 리해할수 있다시를 가리키는 이 단어 “poetry” 혹은 “poem”의 어원은 희랍어 “poiesis(포이에시스)”에서 온것이다이는 “만들다”라는 뜻을 가진 “poiein”에서 온것으로 “행한다”는 의미도 함께 가지고있이다당시에는 예술과 기술이 분리된 의미가 아니었고 “무엇을 만들어 낸다.”는 뜻으로 동일하게 인식되고있었다때문에 나무로 걸상이나 책상 등과 같은 실용품을 만드는 일이나 그림을 그리는것이나 시를 쓰고 읊는것 등 일체의 가치창조행위는 모두 “poiein”이라고 하였다따라서 시인을 지칭하는 “poet”라는 말은 사실 “제작자”라는 명칭으로 볼수 있다시인을 “시인”이라 부르는 이유는 비록 그가 만들어내는것이 구체적인 어떤 형태를 가진것은 아니나 아직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그 무엇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기때문이다단순히 말에 동을 싣는 운문을 지어내는것뿐만이 아니라 시에 합당한 소재를 만들고 꾸며내어 그것을 운률에 담아내기때문에 그를 시인이라 부르는것이다이미 만들어진 사실을 취급하고 새것을 꾸며내지 못한다면 “시인”이 아니다그것은 그가 “제작자” 즉 새로운것을 만드는 자가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것을 외우는 자에 지나지 않기때문이다.

 

《문학형태론》 저자 R  G 몰튼(Moulton, RG.):

“창조란 존재의 총체에 무엇인가를 새롭게 보태는 일인데 새로 보태지는것이 시이며 이 일을 행하는 사람이 바로 시인이다.  

 3과 시의 특징

一시의 두가지 기본원리

 

1) 동일화의 원리

서정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자아와 세계의 동일화추구이다서정시에서의 동일화추구를 실현의 방법으로 투사(投射 projection)와 동화(同化 assimilation)가 있다.

투사는 시적대상속으로 서정자아가 들어가는것(☃→ⓦ또는 자아가 세계로 나아가는것을 가리키는데 세상이 내게로 들어오거나 내가 세상속으로 들어가는것을 말하며 바로 이 시점에서 시가 탄생된다.“내”가 시적대상속으로 들어가서 즉 “내”가 돌속으로 들어가고 “내”가 잔디풀속으로 들어가면 분명 다른 세계가 열린다돌속에서는 빛과 어둠의 량쪽 세계와 끝없는 기다림이 보이고 잔디속에는 뿌리로부터 잎사귀에 이르는 수액들의 속삭임이 들릴것이다시적대상을 불러놓고서도 “나”는 정작 그 속에 들어가지 않고 그 사물의 외연을 읊는데 급급하다면 서정시의 본질을 모르는것이다.

동화는 서정자아속으로 시적대상이 들어오는것(☃←ⓦ또는 세계가 자아속으로 들어오는것을 가리킨다동화는 투사에 비해 나 중심자기중심적 사고를 담고있어 우리와 훨씬 친숙한 개념인데 그것은 세계란 결국 나 중심의 세계이기때문이다.

자아와 세계가 분리되지 않고 동일화된다는 점은 그만큼 단단한 인식을 만들어 내고있는데 세계이든 나이든 어디로 어떤것이 들어가든 결국 그 둘은 하나가 되기때문이다사물과 내가 하나로 되는 이 물아화일(物我化一)의 동일화의 경지는 결국 주관과 객관의 융합으로써만이 비로소 이루어진다.

 

존재의 가치

김응룡

 

소잔등에서 털 한오리 뽑아내도

소는 자기가 무엇을 잃었는지 모른다

잔디밭에서 잔디 한포기 뽑아내도

잔디밭은 무엇을 잃었는지 모른다

만약 내가 없어진다 해도

세상은 무엇을 잃었는지 모를 것이다

 

한 오리 소털 같은 존재

한포기 잔디 같은 존재

그래도 내 자리 비였다면

저 여린 새는

숲에서 홀로 울리

 

감상포인트:

생명보다 더 큰 존재는 세상에 없다그것이 공룡과 같은 거대한 동물이든 지렁이와 같은 한낱 보잘것없는 벌레이든 또는 한포기 잔디이든 생명의 무게와 가치는 마찬가지로 똑 같다그런데 세상은 이 무수한 생명들이 모여 이뤄진것이다여기서 한 개체의 생명은 소잔등의 털 한대나 잔디밭의 풀 한포기와에 비유할수도 있을것이다무수한것들 가운데서의 하나그러나 그 하나가 있기에 무수한 다른것들이 비로소 세상에 존재하고 존재의 의미가 형성되고 존재할 가치가 부여되는것이다내가 눈을 감는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마찬가지로 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면 세상의 모든 바람은 멎을것이다자신의 존재가 세상이 존재하는 첫번째 리유라는것을 알려주는 작품이다시는 여기서 돌려말하기화법을 사용하여 “…모른다”“…모를것이다”라고 재삼 중얼거리는데 이는 기실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것을 강조해 말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세상이 온통 소털로 뒤집혀 있다고 하여도 또는 세상에 잔디가 가득 덮혀있다고 하여도 “만약 내가 없어진다”면 “그래도 내 자리 비였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넉두리를 들려주는것이다이것은 어쩌면 그대에게 보내는 “숲에서 홀로 울” “저 여린 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려 달라는 간절한 부탁일지도 모른다이 시는 시인이 몇 년전 중병으로 쓰러졌다가 병원에 입원하여 간신히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나서 회복기에 이르러 병실의 창밖을 바라보며 느낌 감수를 적은것이라고 한다네벽이 새하얀 병실에서 링게르줄을 타고내리는 방울방울 주사약방울을 하나둘 헤며 새삼스레 생명과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하던 외롭고 아픈 날들의 결실이다그러니 자신의 생명과 맞바꾼 작품이라고도 할것이다그러나 그는 결코 여기서 큰 것을 쓰지 않았다다만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소털 한 오리나 세상에서 제일 작은 잔디풀 한 포기를 마음에 담았을뿐이다이것이 시이다그리고 시의 기교이다.

 

2) 순간과 압축의 원리

서정시는 순간적인 장르이다때문에 서정시의 본질적인 시제는 현재이다소설서사시 등 서사양식의 문학은 가상적이든 사실적이든 과거 경험의 보고 형태를 취하게 된다그러나 서정시는 어떤 인물의 줄거리를 가진 완결된 형태라고 보기보다 순간순간의 구체적인 단면의 연속이라는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며 소설 등 서사문학과는 달리 사건이나 인물자체를 서술하고 전달하는것이 아니라 사건과 인물에 대한 인상과 정서를 감각적인 매개체를 통하여 집중적으로 표현한다그리하여 서사시나 소설은 과거시제를 기본으로 하지만 서정시는 과거의 경험까지도 현재의 감정으로 표현하는것이며 현재시제를 기본으로 한다.

 

3등 대합실

김조규 

 

고향 사투리가 듣고 싶어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저녁 정거장으로

내 창황히 나아오다

 

예서 고향이

몇 천 몇 백리뇨?

남행렬차에 탄 길손이 부러워라

보내는 사람도 없는데 손을 들어

멀리 사라지는

푸른 신호등을 바래주노니

인생은 뭇자욱 어지러운

3등 대합실

행복보다도 불행으로 가득한

3등 대합실

 

(할머니 그 늙으신 몸에

북행 렬차를 더 타시렵니까?)

눈물의 북쪽만리 아하하

쫓기우는 족속이여

 

쪼막발 이방의 아가씨가

인형처럼 아장아장

문을 열고 들어선다

 

슬픈 석고상처럼 창턱에 기대어

낯선 거리의 저무는 풍경을

실신한 듯 내다보는 젊은이도 있다

 

언제 닥칠지도 모를

그 무서운 폭압의 채찍이 내리기전

나도 어디든지 떠나야 할것 아닌가

한마디 고별의 인사도 없이

밤차에 숨어

밤차에 홀로…

 

* 1941년 가을조양천에서

 

작품의 말미에 “1941년 가을조양천에서”라는 제시어가 붙어 있는 이 시《3등 대합실》에는 공간의 현재성이 생생하게 잘 드러나 있다망국의 설움이 지지누르던 지난 세기 40년대 초반의 을씨년스러운 북국 시골역풍경이 눈에 보일 듯이 선명하게 형상화되고있이기 때문이다이 시골역의《3등 대합실》에는 고향을 잃고“몇 천 몇 백리” 남쪽 땅의 고향을 등지고 타향에 흘러들어와 갈길 잃고 서성이는 떠돌이신세의 나그네“고향 사투리가 듣고 싶어” “저녁 정거장으로” “창황히” 나온 초라한 나그네의 모습이 보인다여기에는 또 “인형처럼 아장아장문을 열고” 들어서는 “쪼막발 이방의 아기씨”도 있고 “낯선 거리의 저무는 풍경을실신한 듯 내다보는” “슬픈 석고상” 같은 젊은이도 있다“눈물의 북쪽만리 아하하쫓기우는 족속”들그 속에는 “그 늙으신 몸에북행 렬차를 더 타시”려는 할머니도 계신다.또한 이 모든 풍경위에 “언제 닥칠지도 모를그 무서운 폭압의 채찍”이 곧바로 머리위에 내려칠것만 같은 긴장감이 흐른다이렇게 겹쳐진 여러 모습들이 “1941년 조양천”역 정거장의 “3등 대합실”에 현재성으로 담겨 있고 또한 작품에 그대로 옮겨져 시의 행과 연에서 살아 꿈틀거리고있이다.

이처럼 되도록이면 현재형으로 시를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그것은 바로 이러한 생생한 현재성이 시의 긴장을 불러일으키기때문이다과거의 력사적 사건도 현재성으로 쓰는것은 바로 이런 리유에서이다과거형을 쓰는것보다 현재형을 씀으로써 얻는 장점이 많다그리고 적어도 어떤 시제를 쓰더라도 자유롭게 오갈수 있어야한다.

서정시는 압축의 장르이다산문은 축적의 원리를 따르고 그 “축적의 원리”에 의한 설명이라고 한다면 시는 “압축의 원리”에 의한 암시성을 그 본질로 한다때문에 시는 형식상 산문보다 긴밀히 조직되어야 한다이것은 세부의 보다 첨예한 선택성암시성의 강조세부배열의 중요성 등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그리고 서정시는 축약된 발화방식으로 사건의 전말을 따져 그 원인과 결과를 밝히지 않고 단지 인상적인 한 부분만을 그려낼수도 있다.

 

 

고향

김철

 

손에 가시가 들어

다치면 아프다

고향너는 내

가시든 살점…

 

감상포인트:

모두 4 23자로 이루어진 김철의 이 시는 함축의 묘미를 아주 잘 살려낸 수작이다이 시는 “가시”,“고향”과 “살점” 세 개의 이미지로 서로 기대고 견제하고 이끌어내는 삼각구조를 형성하여 진지한 서정을 육화하고있이다시에서 “고향”은 내 “살점”으로 동일화되면서 고향은 결국 나이면서 또 “가시”가 든 아픈 “살점”이다“가시”의 상징적 기호는 작품에서 제 2차원의 함의를 형성하는데 그것은 “살점”이라는 시어가 제 1차원의 함의로 고향에 대한 정을 전달하여 준다면 이 “가시”로 제시된 두 번째 차원에서는 고향에 대한 한의 정서를 전달하여 주고있이기 때문이다이 시는 함축의 묘미를 충분히 발휘하였기에 총 23자 밖에 안 되는 시어로 기승전결의 구조를 완벽하게 구현하여 고향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펼쳐낼 수 있었다.

시간의 길이와 시행의 길이는 같이 가지 않는다백년이나 천년을 한 단어로도 축약할 수 있고 아주 순간적인 부분을 수십 행으로도 쓸 수 있다중요한것은 그것이 축적의 원리를 따르는것이 아니라 압축의 원리를 따르고있다는 점이다압축은 더 이상 줄여지지 않는 길이를 전제로 한다.

오늘날의 시가 난삽해지고 독자들로부터 외면 받고있은 이유를 시인 자신도 모르는 사유를 시속에 모두 다 집어넣으려는 욕심에서 기인되고있다고 지적할수 있다한 편의 시를 쓰고 나서 그 단어나 구절이나 혹은 행과 연이 이 시를 위해서 꼭 필요한것인가를 점검해 보아야 할것이다그 방법은 이외로 간단한데 단어나 구절행과 련을 건너뛰면서 읽어보아 자연스레 넘어간다면 열 중 아홉에서 그 건너뛰어도 되는 부문을 삭제하는것이다끊어낸 자리의 빈 공간은 독자의 몫이다독자의 몫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4강 시에 대한 4가지 관점

一시를 보는 다양한 시각

 

1) 모방론적 관점

모방론(模倣論, mimetic theories)적인 관점은 현실적인 상황을 문학의 제1차적인 관심으로 가져오는것을 말한다즉 시는 인생과 자연을 언어를 통해 재현한것이라고 보고 시를 통해 재현된 인생과 세계의 진실을 객관적 관점에서 규명해 나가는 관점이다

 

까치둥지

김응룡

 

지는 잎들이 받들어 올린

까만 그리움 하나

백양나무가지에 동그랗게 걸려

쳐다보는 나의 눈 이슬 젖는다.

 

언어도 음악도

삶의 온기마저 잃은

비인 둥지

주인은 어디 갔나.

 

동구 밖 나선 할배할매 눈이 허는데

반가운 기별은 전하지 않고

늙은 총각들 술병 안고 쓰러졌는데

오작교는 놓지 않고

 

생기가 떠난 자리

까만 그리움 하나

행복했던 나날들이 낙엽 되여 뒹구는 시골

백양나무가지에 높이높이 걸렸구나.

 

감상포인트:

시인은 최대한 감정의 동요를 억제하면서 냉정할 정도의 담담함으로 기울어져가는 농촌현실을 무채색 연필화 같은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내었다그리고 이 한 폭의 쓸쓸한 그림으로 당대 중국 3대 현안의 하나로 제시되는 경제발전불균형의 악과로 빚어진 성향차별의 문제를 고발하고있이다그러나 말은 “고발”이지만 실제로 시인은 황폐한 시골마을에 대한 간략한 속사로 상황전달 이상의 어떠한 언급도 추가하지 않고있이다시인은 다만 충실한 전달자로서의 사명만을 다하고있으며 시골의 삭막한 모습으로 표상되는 “까치둥지”를 빌어 서정적 주인공의 막막한 심사를 담아내고 또한 그것을 시로 형상화하기 위한 일종의 소도구로 사용하였을 뿐이다.

시골의 “까치둥지”는 “지는 잎들이 받들어 올린까만 그리움 하나”이며 또한 그것은 “생기가 떠난 자리”에 피어난 “까만 그리움”이다“행복했던 나날들이 낙엽 되여 뒹구는 시골”에 지금은 아무런 빛깔도 생기도 없다결국 시인은 동년과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보금자리였고 희망을 안고 떠났던 우리가 늘 돌아가기를 꿈꾸던 그리움의 산실이었던 고향이 날에 이어 황폐해지고 삭막해지며 나중에는 한 줄 가냘픈 연필자국처럼 지워져 버리게 될것만 같은 어쩔수 없는 운명을 아파하고있이다그리고 이 모습은 백 여 년 전두만강을 건너와 이 땅에 터를 잡은 월경이주민족인 우리 중국조선민족의 사회적기반이 농경사회임을 감안하면 그 표면적의미 뒤에 더욱 큰 울림을 안고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경우처럼 실재의 현실을 시에 그대로 재현하였을 때 그 재현된 모습을 “일상적진실” 또는 그의 묘사라고 한다.

모방론적 관점을 시창작에서 구현하는 또 다른 하나의 류형은 “당위적진실”에 대한 모방으로 이는 상상에 근거한 작품적현실을 구현하는것이다이는 시인이 리상적으로 생각하는 세계의 모습을 재현하는것이라고 말할수 있는데 여기서 “일상적진실”과 “당위적진실”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면 상당한 오해를 빚어낼수도 있다.

 

2) 표현론적 관점

표현론(表現論, expressive theories)적 관점은 시는 자기표현(self-expression‍)의 도구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랑만주의적 사고에 입각한 관점이다시의 표현론적 관점에 대하여 동서양을 물론하고 일찍부터 논의가 진행되었다《서경(書經)》에서는 이를 “시는 마음이 바라는 바를 말로 표현한것이고 노래는 말을 가락에 맞춘것이다.(詩言志 歌永言)”라고 하였고 조선조 문인들인 서거정리인로 등은 “시는 마음에서 발하는것이다.(詩者 心之發)“시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것인 만큼 그것이 믿을 만한 점이다.(則所謂詩 源乎心者信哉)”라는 지론을 폈다서양에서의 “시는 넘쳐 오르는 감정의 자연발생적인 표출이다.(워즈워드 W  wordsworth), “시는 상상과 감정을 통한 인생의 해석이다.(허드슨 Hudson),“시는 상상과 정열의 언어이다.(헬즈리트 W  Hazlitt)등 견해도 바로 이와 같은것이다.

 

북천(北天)이 맑다커늘 우장(雨裝)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 내리고 들에는 비로다

오늘은 비 맞아시니 얼어잘까 하노라.

 

― 림제《북천이 맑다커늘》전문.

 

표현론적 관점은 시는 창작자 자신을 위해서 있는것이라고 보는데 시작품의 창작에서 시인 자신의 생애에 중심을 두게 된다이 시조는 조선조 문인 백호 림제의 작품으로 이 작품에서 “비”는 그가 사랑하는 “한우(寒雨)”라는 기생의 또 다른 이름이다따라서 표현론적인 립장을 감안하지 않고 이 작품을 문자 그대로만 해석하면 완전히 시를 오독하게 될것이다.

 

3. 실용론적 관점

실용론(效用論, pragmatic theories)적 관점은 시인 자신보다는 독자의 반응을 의식하여 그 여부를 시의 존재가치의 기준으로 삼는 수용자 위주의 시관이다즉 시를 전달의 한 방편으로 보아 독자에게 영향을 주는 어떤 효과에 주목하는 입장이다이 실용론적 관점은 시 자체보다는 그것이 갖는 사회학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시관으로 한편의 시가 독자에게 어떠한 반응을 유발케 하며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보다 많은 관심을 집중하게하며 또한 이 점을 작품의 가치척도의 기준으로 삼는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실용론적관점은 동양에서는 동양전통적인 시관의 하나인 풍교론(風敎論)과 그 맥을 같이 하고있는데 우리는 이를 《논어 양화편(論語 陽貨篇)》에서 진술한 공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시는 감흥을 일으키며 볼 수 있게 하고 사귀어 무리를 짓게 하고 원망(怨望)할 수 있게 하며 가까이는 어버이를 섬기고 멀리는 임금을 섬기며 새와 짐승과 풀과 나무의 이름을 많이 알게 하는것이다.(詩 可以興 可以觀 可以群 可以怨 邇之事父 遠之事君 多識於鳥獸草木之名)

 

공자의 이 말은 비단 시의 교시적기능에 대한 강조일 뿐만 아니라 공리적관점에서 시를 설명한 라고 볼수 있다지난 세기 50년대초반가렬처절한 조선전쟁 가운데서 당시 침략자와의 항쟁에 온 인민을 부른 조기천의조선은 싸운다”, “불타거리에서” 등 시가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볼수 있다중국문단에서도 한때 문학예술을 혁명의 도구로 보면서 시나 소설 등 작품에 대하여 나팔이나 기발”, “”, “이 되라고 하였고 나사못이 되라고 하여던 경향이 있었다.  

 

4. 형식론적 관점

형식론적(objective theories)관점은 일종의 유미주의적립장에서 출발한 관점으로 시와 현실을 련관시켜 보지 않고 시가 그 자체로 자족한 존재임을 전제로 하여 시작품을 시인과 독자 그리고 현실의 모든것들과는 유리되어 있는 독립된 령역으로 취급하는 관점이다.  형식론적 관점에서는 다만 시의 구조적 요소만을 중시하여 작품의 본질적인 조건들 즉 언어리듬이미지비유상징 등 형식적 요소만을 가치척도의 대상으로 삼을뿐 그 이외의 어떠한 요소에 대해서도 일체의 관심을 표명하지 않는것을 원칙으로 한다총적으로 시에 대한 개념설정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평가 역시 시대환경이나 정치적인 제약 또는 요구를 피할수 없기때문에 애초부터 이러한것들과 연관시켜 살피지 않으려는것이 이 형식론적 관점의 본래 의도이다.

 

님의 침묵

한룡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리별은 뜻밖에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것을 염려하는것과 같이 떠날 대에 다시 만날것을 믿습니다.

아아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형식론적 관점에서는 상기 한용운의 시에서의 “님”을 조국이나 부처로 보는것 자체가 일종의 오류이며 한룡운의 이런 시들을 민족해방에 대한 시인의 강한 념원을 반영한것이라고 보는것 또한 감상의 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인정한다그것은 이 모든것들은 시작품 자체에 대한 인정이나 평가가 아니라 그 작품이 갖는 력사적 의의나 배경을 미화함으로써 정치적으로 리용하고있는것에 불과하다고 보기때문이다.따라서 한룡운의 시에서의 “님”은 오직 “님”일뿐 그 이상도 또한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보아야한다는것이다.

 

5강 시적 발견

―나무처럼 사랑스러운 시

 

“우리는 왜 시를 읽고 쓰는가?” 라는 물음에 우리는 여러가지로 답할수 있지만 결국 그것은 “발견의 기쁨”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할수 있다그리고 이 “발견의 기쁨”은 “카타르시스”와 “나르시스” 두 방면으로 나누어 이야기할수 있다우리 인간은 건강한 육체와 함께 건강한 정신을 소유하여야 한다우리는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기 위하여 부단히 음식물을 섭취하는데 이는 체내에서 충분히 소화되고 나중에 배설되는것으로 순환을 이룬다인체의 이 섭취→ 소화→ 배설의 환절에서 어느 부분이라도 고장이 생기면 안 된다또한 살아가면서 우리의 마음도 여러 가지 감정과 정서에 젖어들게 되고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이런 정신적 축적물들이 거듭 쌓이게 되면 우리 마음에는 이를 해소할 욕구가 일게 되고 배설의 충동을 느끼게 된다우리의 정신도 육체와 마찬가지로 들어만 가고 나오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큰일이 없을것이다.

카타르시스(catharsis)는 이와 같은 정신적인 정화(淨化또는 배설(排泄)을 가리키는것으로 인간이 마음속에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를 행동이나 말을 통하여 발산함으로써 정서의 균형이나 안정을 회복한다는 말이다이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저서 《시학》에서 “비극은 어떤 행위를 모방한것으로서 애련(哀憐)과 공포에 의하여 이것들의 정서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행한다.”고 지적한데서 온 말이다사람들은 예술과 기타 스포츠오락 등 활동에 참여하면서 일종의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정신적인 순화가 바로 카타르시스이다.

다음나르시스(narcisse)는 자기도취 또는 자아표현의 현상을 이르는 말이

이는 그리스신화의 미소년 나르시소스가 시냇물에 비춰지는 자기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하여 마침내 물에 빠져 수선화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로 자신의 용모나 능력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황홀해 있는 심리적 경향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우리 인간은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로 이 세상에 태어나 자기의 주관을 지니고 그 나름의 눈으로 세계를 보고 인식한다인간이 만들어낸 종교예술 등 모든 문화와 문명은 그러한 인식능력에서 나온것이다.인간은 또한 거대한 우주속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소우주이기때문에 우리에게서 한 생각한 느낌이 일어난다는것은 마치 하나의 우주가 새롭게 태어나 열리는것과 같이 아주 감동적이다이런 감동을 받게 되면 인간은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충동을 느끼게 되며 그런 감정에서 출발한 표현욕구가 다름 아닌 시의 모체가 된다그리고 사물과 현상에 대한 이와 같은 시적인 발견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와 “나르시스”의 쾌감을 안겨준다우리가 시를 읽고 쓰는 여러가지 리유에는 바로 이와 같은 원초적인 배설의 욕구와 끊임없는 자아표현의 갈망에 있으며 시를 읽는 기쁨 그리고 시를 쓰는 기쁨은 바로 이와 같은 “발견의 기쁨”이다.

 

다음의 시는 미국시인 조이스 킬머(Alfred Joyce Kilmer)의 “나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나무 한 그루 서있다그 나무는 우리가 길가에서 산기슭에서 그리고 동네 어귀에서 무심코 만나던 나무와 별로 다를 바 없는 그냥 보통 나무이다그러나 시인의 눈에는 이 나무가 한수의 사랑스러운 시로 보였다.

 

나무

(미국조이스 킬머

 

나는 나무처럼 사랑스런 시는

결코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단물 흐르는 대지의 젖가슴에

주린 입술을 꼭 대고있은 나무

 

종일토록 잎이 무성한 팔을 들어

하나님께 기도하고있은 나무

 

여름날이면 자신의 머리카락 속에

방울새의 보금자리를 틀게 하는 나무

 

시는 나 같은 바보나 쓰지만

나무는 오직 하나님 만이 만드신다.

 

감상포인트:

시인에게 선택되어 작품속에 들어온 나무는 이렇게 사랑스런 시젖먹이의 모정기도하는 경건함방울새의 보금자리 그리고 하나님의 창조물로 다시 태난다그리고 우리는 이 나무를 통하여 자연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삶의 풍요로움과 행복함을 거듭 느끼게 된다이것은 시인이 나무에 대한 일상적 사고의 통념에서 벗어나 나무를 새롭게 보는 관점에서 얻어낸 결과이다여기서 중요한것은 훌륭한 시인은 눈에 보이는것만 보는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것까지 보아야한다는것이다이것을 일반인과의 시각차이로 단계화하여 구분한다면 다음과 같은 류형을 얻을수 있다일본시인 이토오 게이이치(伊藤桂一)는 그의 저서《서정시입문》에서 한 그루 나무를 보는 순서에 비견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있은 모양을 자세히 본다.

⑤ 나무속에서 승화하고있은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양과 생명력의 상관관계를 본다.

⑦ 나무의 생명력이 뜻하는 의미와 사상을 본다.

⑧ 나무를 흔들고있은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⑨ 나무를 매개(媒介)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시인은 이렇게 아홉가지단계를 넘어 나무 저쪽에 있는 세계까지 내다보아야한다여기서 ①부터 ④까지는 나무의 외형을 보는것에 그치지만 ⑤에서 ⑦은 나무의 내면을 보는 시각으로 일상적상식적 차원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나무의 생명력이나 사상을 보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그리고 시인의 시선이 ⑧과 ⑨의 단계에 이르면 나무 건너편의 세계인 우주의 또 다른 삼라만상을 보게 된다한 그루의 나무를 통하여 또 다른 세계를 보고 그와 만난다는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기적이 아닐 수 없으며 이렇게 발견된 새로운 세계는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을 안겨주게 된다.

 

가을밤․11

김일량

 

부드러움이 차 넘치는

하얀 가을밤에

푸르른 여름이 두고 간

알뜰한 이야기 한 토막

 

달빛에 묻히는

오솔길의 꿈 깨울세라

매미도 울음소리를

그림자속에 숨기는 이 밤

 

누군가

조용조용

가다가 돌아서고

돌아섰다 또 가고…

 

감상포인트: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서성이는 우리의 삶이 모습이 너무나도 진솔하게 그려진 작품이다자연의 계절이 여름을 넘어 가을에 들어서면 이 땅이 이루어낸 오곡과 백과가 이삭이 무거워지고 열매가 향기로워 지듯이 우리의 삶도 새파랗던 20대를 지나 30대를 거쳐 불혹지년(不惑之年)이라 일컫는 40대에 이르면 스스로 무거워지고 향기로워져야 할것이다우리 인생의 “푸르른 여름”은 아무리 아쉽더라도 우리의 삶에서 이미 “두고 간알뜰한 이야기 한 토막”일뿐이다우리는 그것을 묶어둘수도 없고 또한 결코 거기로 다시 되돌아갈수도 없다자연의 섭리 그대로 우리는 다만 그것을 우리에게서 떠나보내야 할것이며 우리가 할수 있는것이란 그저 이 모든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것뿐이다.그 아쉬움과 애틋함이 우리더러 “조용조용가다가 돌아서고돌아섰다 또 가고…” 하게 하는것이리라그리고 여름이 흘러간 그 자리에는 이제 가을이라는 또 다른 새로운 이름의 시간이 펼쳐지게 될것이다우리는 이렇게 시인의 남다른 시각에 의하여 발견된 독특한 시상으로부터 가을이라는 하나의 계절에 담아낸 인생의 한 토막을 작품에서 읽게 된것이다.

 

 

6과 시적언어와 시적운률

―살아있는 모든것은 숨을 쉰다

 

1. 시어와 일상어

모든 예술은 그것을 이루는 재료에 의하여 장르적형태가 구분된다음악은 소리가무용은 신체의 률동이 그리고 미술은 선과 색채가 그 재료이며 조각은 나무나 돌 또는 동과 같은 금속을 재료로 한다조각의 재료인 나무나 돌은 예술작품이 되기전에는 그냥 자연적인 사물로서의 수수고 평범한 나무나 돌이었지만 예술가의 손을 거치면 아름다운 조각품으로 새롭게 탄생된다.

그러면 시를 만드는 재료는 무엇일까그것은 바로 말즉 우리의 언어이다우리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시인의 가슴을 거쳐 시로 만들어 질 때 이 언어는 예술적인 언어 즉 시어로 새롭게 탄생한다.마치 조각품을 만들어 낸 나무나 돌이 이제부터는 그냥 자연적인 사물로서의 재료가 아닌것처럼 시작품속에 들어온 언어는 이미 일상어가 아닌 시어로 재탄생된것이다.

그런데 시어와 일상어는 일차적으로는 같은 언어이지만 시어는 시작품(시 텍스트)을 조직하고 있는 언어이고 일상어는 생활현장에서 쓰이고있는 또는 산문에 쓰이고 있는 용어이다일상어는 지시적의미로 특징되는데 이는 사전에 정의된 대로의 말의 일반적 의미즉 사회적으로 공인된 비개인적의미이며 모든 사람에게 같은 뜻으로 파악되는 언어이다일상어는 또한 객관적 논술이나 설명에 쓰이는 산문적 언어이며 개념과 표현이 일치되는 즉 실재하는 사물과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1:1 대응 관계를 이루는 과학적 언어이다.

일상어나 산문의 언어는 진리탐구관념과 주장사물을 지시하는 도구나 수단에 지나지 않으나 이러한 언어들이 시에 들어와서는 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가 되며 이때에 언어는 도구나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중지되고 그 자체가 바로 시의 재료(materials)나 재료로서의 사물(ting)이 된다그것은 돌이나 금속이나 도료는 예술작품속에 들어오기 전에는 자연적인 현상으로서의 사물에 지나지 않고 예술작품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무엇인가의 의미를 획득하게 되지만 언어는 예술작품속에 들어오기 이전인 재료의 상태에서 이미 기호로서의 사회적문화적 의미를 지니고있기때문이다.

이렇게 탈바꿈된 시어는 일상어의 지시적의미를 구체적인 문맥속에서 확대심화시킨 함축적 언어로서 주관적이며 간접적인 의미와 다의적암시적상징적인 의미로 독자의 감각적반응을 불러일으키고 대상을 지시함과 함께 정서적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용되는 특수한 언어가 된다따라서 시어는 일상어의 지시적의미에서 출발하여 그에 새로운 의미를 더 획득하면서 하나의 표현이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다의성을 지니는 1: ()의 언어가 된다시어의 이런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어가 그 시에서 더 획득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할것이며 이와 같은 시어의 함축적의미는 시의 문맥속에서만 생명력을 가지므로 작품속에서 전후문맥과 시적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야할것이다시어는 또한 반복되는 소리의 질서에 의한 리듬감을 지니며 특수한 언어용법으로 시적진실을 위해 일상적진실을 파괴하는 사이비진술의 기법과 시인의 특이한 정감이나 미적효과를 위하여 일반적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 시적허용 등이 가능한 언어이다이것을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방면으로 살펴볼수 있을 것이다.

 

1) 시어는 표시적(表示的)이고 외연적(外延的)인 속성보다는 내포적(內包的)이고 함축적(含蓄的)인 성격을 지향한다.

2) 시어는 관념적인 경우보다는 정서를 통한 려과과정을 충분히 거친 언어일때 더욱 가치가 있다.

3) 시어는 신선한 감동을 유발하기 위해 때로는 애매(曖昧, ambiguity)할 필요가 있다.

 

시어는 시작품을 조직하고있은 모든 말들을 일컫는 하나의 언어체계이다시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두가지 개념으로 요약되는데 하나는 언어 가운데 시적인 성격을 지닌 언어가 따로 있어 이를 특별히 지칭하는 시적인 언어(poetic diction)라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시에 사용되는 일상의 언어를 모두 아우르는 통칭 시의 언어(language of poetry)를 이르는 말이다우리는 흔히 시를 언어예술(verbal art)이라고도 하고 언어의 한 형태라고도 하는데 이 때 시어는 전자를 가리키는것으로서 이는 언어예술 또는 언어형태를 구성하고있은 언어체계를 일컫는것이다시는 이 경우 다른 요소들보다 “언어”라는 국면이 더 강조되는데 그것은 시가 언어예술이라면 시에 있어서 언어는 시의 전부라고 말할수 있기때문이며 시를 구성하고있는 어떤 요소들도 언어와 관계없는것이 하나도 없기때문이다.

 

가을밤 ․ 16

김일량

 

섬섬옥수 같은

하얀 달빛이

변모하는 산간마을

붉은 기와지붕을 쓸어준다

 

북두칠성은

은빛 낚시로 꼬부라져

풍년벌을 낚으려는가

밤이 깊어질수록 가까워지고

 

낮에 채석공들이

돌 캐는 소리가 아직도 은은한

길녘의 흰 바위는

하늘폭포로 부너진다

 

감상포인트:

현대문명은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오늘의 시대를 명명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산업과 경제발전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자연파괴도 잇달아 가속화 된다는 악과를 낳기도 한다이에 대한 거부가 바로 물신주의에 반기를 드는 생태주의적 패러다임이다우리의 향토시인 김일량은 리론적으로 이 생태주의적 문학에 얼마나 접근했는지는 알수 없으나 그는 이미 자기의 작품으로 생태주의적 문학의 기발을 높이 추켜들고 또 힘차게 휘날리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하늘폭포로” 무너지는 “길녘의 흰 바위”는 시인의 가슴에서 현대문명에 의하여 무너져 내리는 자연의 반항을 그대로 그려낸것이다이것은 또한 각일각 파괴되어가는 자연이 현대 인간들에게 보내는 항변을 대변하고 있는것이다

 

시어는 일상적 언어를 바탕으로 성립된 언어이면서도 일상어속에 용해 될수 없는 풍부하고 다양한 정서적의미와 독자성을 갖는 언어로서 일상어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 특수한 언어이다시어와 일상어가 구별되는것은 닿고자하는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Valery Paul)는 시와 산문과의 차이에 대하여 전자를 무용(舞踊)후자를 보행(步行)에 비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보행은 산문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명확한 대상을 가지고있다그것은 어떤 대상에 향하여 진행되는 행위이며 우리들의 목적은 그 대상에 도달하는데 있다… 무용이면 전혀 다르다그것은 사실 행위체계이기는 하나 그러나 그것들의 행위자체속에 자기 궁극목적을 가지고있는것이다무용은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혹시 무엇을 추구한다 해도 그것은 하나의 관념적 대상하나의 상태하나의 쾌락하나의 꽃의 환영 혹은 어떤 승천생명의 극점존재의 정점최고점에 지나지 않는다.(《발레리전집 11,http://tongil-i.net 참조)

산문은 보행과 같이 명확한 하나의 대상을 가지고 어떤 대상을 향한 행위로서 그 대상에 도달하는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반해시는 무용과 같이 행위 그 자체를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즉 시는 보행처럼 어딘가를 목표로 하여 가는것이 아니라 무용과 같이 하나의 황홀한 상태생명의 충일감(充溢感)을 목적으로 하는것이다보행과 무용의 공통점은 다만 그때 쓰이는것이 육체(肉體)라는 점인데 이것을 시와 산문에 적용시켜 보면 양자는 모두 언어(言語)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며 산문에 쓰이는 언어가 이른바 의미기호(意味記號)로서의 언어전달을 첫째 목표로 하고있는 실용적인 언어인데 비해 시에 쓰이는 언어 즉 시적 언어(詩的言語) 독자속에 있는 어떤 감동 상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쓰이는 언어이며 감화적 기능을 달성하기 위한 언어라는것이다무용의 여러 가지 몸놀림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기위한 수단이 아니라 춤 그 자체가 목적이다때문에 무용의 언어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시어가 운률을 지향하게 되는것도 이처럼 단순한 보행의 언어가 아닌 복합적인 무용의 언어이기때문이다.

그리고 시어는 일상어와는 달리 매우 자유로운 언어로서 시적효과를 위하여 문법의 제약에서 벗어난 표현이 허용되는 특성을 지니기도한다이것은 심미적 효과를 드러내기 위하여 이뤄지는 듣기 좋은 소리 즉 “호조음(好調音유포니, euphony)”의 사용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어머니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아십니까) (신석정《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얇은 사(하이얀(하얀고깔은고이 접어 나빌레라(나비이다)(조지훈《승무》), “시내물의 흐름을찬히(찬찬히보아라천리만리먼먼 길도자신만만타(자신만만하다)(김성휘《시내물》)와 같은 표현이 바로 일상적인 어휘자체를 다소 변형하여 시어의 음성적 효과를 높임으로써 우리말의 미적인 품위와 영역을 넓인 사례이다시인을 가리켜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부르는 리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 리듬과 운률 

모든 살아있는것은 숨을 쉰다들숨과 날숨으로 이뤄지는 호흡은 살아 있는 생명의 첫째가는 표현으로서 동일한 간격과 일정한 높낮이로 무수히 반복되는 이와 같은 률동이 바로 리듬(rhythm)이다리듬은 이처럼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로서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운행질서에 담겨있다우리의 생활은 리듬에 싸여 있다해도 무방하다그것은 우리가 우리 몸의 심장박동과 들숨과 날숨의 호흡에서부터 하루의 해가 뜨고 지는것과 봄여름가을겨울이 바뀌고 다시 오는 사계절의 변화출렁이며 흘러가는 강물이나 높고 낮은 푸른 산발과 같은 자연경물 그리고 시계바늘이찰칵찰칵 돌아가는 소리와 덜컹덜컹 기차길을 달리는 렬차바퀴소리 등 세상의 모든 현상에서 리듬을 느낄수 있기때문이다.

하나의 민족은 력사지리문화 등 사회학적공통성과 함께 피부골격체질 등 생리학적공통성을 지니고있으며 민족의 언어는 그 민족 나름의 호흡에 의한 독특한 발성법을 가지고있다따라서 한 민족의 언어속에는 그 민족의 숨결과 함께 그 민족의 문화풍습력사와 전통의 모든것이 담겨 있고 그 민족의 혼과 얼이 담겨 있다이로써 언어는 그 민족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근본적인 특징이 된다한 민족의 언어는 모태의 시간을 넘어 현재까지 흘러온 그 민족의 숨결과 맥박이 이어져 오면서 그 민족언어만의 독특한 운률을 형성한다.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말하고 있는 일상적인 언어에서까지 음의 강약과 장단에서 오는 가락과 률동이 흐르는 리듬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 리듬은 운문문장에서 성음의 강약장단반복 등 음성적형식으로 나타난다이 형식패턴을 운률(韵律)이라 하는데 이는 바로 시와 가사와 같은 운문에서 행을 이루는 단어의 배열과 글자의 발음에 의하여 생성되는 소리의 반복으로서의 일정한 리듬을 가리키는 문학용어이다인간의 무수히 반복되는 호흡은 그가 속한 민족의 언어에 살아 숨쉬는 독특한 리듬을 형성하는데 언어예술의 한 형태인 시와 가사의 운률은 바로 이 숨결이 만드는 리듬을 모방한다따라서 언어를 매재로 창조되는 문학예술인 시는 민족어의 리듬을 추구하게 되며 시에서의 리듬은 자연의 리치와 인간의 삶의 원리를 수용하여 심리적질서를 형성하고 미적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 윤해영 작사“선구자” 1

 

이 노래의 가사는 지난 세기3, 40년대 우리민족의 처절한 항쟁시기의 정경을 “3.4”조 음수률의 노래말 구절구절에 담아내며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가사에 그려진 “푸른 솔”과 “해란강” 그리고 “말달리는 선구자”의 모습이 우리말의 정제된 운률에 흩어짐이 없이 그대로 실렸기에 비로소 마디마디 가슴속에 흘러들 수 있었던것이다.

 

3. 운률의 류형과 특성

시와 가사에서 자주 사용되는 문학용어로서의 “운률(韵律)”이란 말은 한자의 “운()”자와 “률()”자로 이루어진 어휘이다따라서 이 “운률”을 “운(, rhythm)”과 “률(, meter)”의 요소로 따로 살펴볼수 있는데 “운()”은 각 시행의 일정한 위치에 일정한 음을 규칙적으로 반복하여 만드는 방식으로 표현되고 “률()”은 음수음보장단강세 등의 규칙적인 반복에 의해 형성되는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시와 가사작품에서 “운()”은 각 행의 일정한 위치에서 같은 소리나 비슷한 음의 반복으로 음악적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데 이는 머리운 즉 “두운(头韵)허리운 즉 “요운()꼬리운 즉 “각운()” 등과 같이 한시나 영시에서 흔히 볼수 있는 특정한 위치에서의 소리반복에 의해 형성된다.한시에서는 이를 압운()이라고 하며 시행의 처음중간끝과 같은 동일한 위치에 같은 운이 규칙적으로 나타나 하나의 “음위률(音位律)”을 이룬다.우리의 가사작품창작에서도 한시의 이런 압운형식을 리용하여 운률을 조성하기도 한다.

윤동주의 시 서시에서 첫 행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에서는 “--/--”와 “--/--” 의 반복으로 요운현상을 이루고 마지막 행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에서는 “밤바람”과 같이 파열음 “ㅂ”와 유성자음 “ㄹ”와 “ㅁ”의 연속적인 사용으로 독특한 운율을 형성하여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조용히 이마를 스쳐지나가는 듯 하는 분위기를 이뤄냈다.

 

1) 운률의 류형

음성률(声律):

음의 성질 즉 소리의 고저장단강약을 가려서 배렬하는 률격으로 한시에서의 평(), (), (), ()의 사성()에 따라서 배렬하는 평측(平仄)법과 영시에서의 소리의 강약에 준하여 운률을 형성하는 미터(meter)법과 같은것이다.

 

음수률(数律):

음절의 자수로 구와 행을 구성하는 률격으로 3 6구의 형식으로 종장의 첫 음절과 두 번째 음절에서 “3”과 “5” 음절의 형성을 요구하는 우리의 시조나 한시의 오언(五言)칠언(七言)시와 같은 정형시에서 많이 보인다.

음보률(音步, foot):

음보는 같은 시간단위에서 지속되는 소리의 음절을 뜻한다가사에서 음보는 음절이 모인것 또는 행을 이루는 단위로 동일한 호흡량이 시행속에 지속되는 형태를 의미하는 정해진 시간에 나타나는 말소리의 덩어리이다따라서 음보는 음절수가 같기때문이 아니라 읽을때 호흡에서의 같은 시간적 길이로 읽혀지는 문법적률격적 단위이다가사는 음절이 모여 음보가 되고 음보가 모여 행이 되며 행이 모여 절이 되는데 그 어휘가 환기하는 고유의 정서에 따라 길게 또는 짧게 조절될수도 있다보통 한행에 있는 음절의 수는 가변적이지만 음보의 수는 고정적으로 조직된다.

 

내재률(內在):

앞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시나 가사에서 규칙적인 음절수와 음보수의 반복에 의존하여 나타나 형식적으로 보여지는 리듬을 외재률이라 한다면 자유시에서처럼 시상의 흐름과 상상력의 기저에서 안으로 흐르는 리듬을 내재률이라고 한다외재률은 률격적 반복이나 제약에 의해 외재적으로 드러난 반면내재률은 시의 의미나 음성의 색조시의 구조 등과 내밀한 관계를 형성하여 자유로운 구조를 지닌다따라서 시의 내재률은 시의 외적형태를 벗어나서 시인의 상상력과 시의 의미구조와 긴밀하게 련결되여 있다따라서 자유시의 리듬은 쉽게 그 외적형태가 파악되지 않으며 시의 상징과 의미어조 등의 내적구조와 유기적형태를 이루고있는 것이 특징이다.

 

2) 운률의특성

관습성:

운률의 관습성은 운률자체가 가지고 있는 자률성에서 나타난다률격은 언어원칙을 기초로 하지만 언어원칙을 뛰어넘는 자체의 자률적인 론리와 필연성을 지니고있다가사에 있어서 운률의 작용은 일상어의 언어습관과는 다르게 나타나며 미적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관습성을 지닌다.

 

주기성:

운률의 주기성은 시와 가사작품에 있어서 주기적인 악센트나 가락의 지속과 관련된 음악적구문으로 언어의 운동이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단조로움의 도움으로 주기적으로 배렬되는 방법이다운률은 이 주기적 반복에 의해 사람들의 심리적기대감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소리패턴의 규칙적 순환에 따라 률격적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4. 우리의 시에서의 “3.4”조 운률

많은 자연언어들을 형태상의 특징으로 보았을때에 그 전체적인 틀은 대체로 첨가어고립어굴곡어집합어로 나뉜다대표적인 고립어로는 한어(중국어)가 있고굴곡어로는 영어집합어로는 에스키모어가 있다.

우리말은 첨가어이다첨가어란 문장을 이루는 여러 말마디가 대부분 “중심이 되는 부분”에 “보조하는 부분”이 첨가되어 덧붙는 언어를 가리킨다중심이 되는 부분은 대체로 구체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고 보조하는 부분은 일반적으로 그렇지 못하다언어학에서는 전자를 “실질형태소” 또는 “의미소”라하고 후자를 “형식형태소” 또는 “문법소”라고 한다문법소는 자립성이 없는데 여러 언어 중에는 이것이 매우 발달되어 있는 언어가 있는가 하면 매우 제한적인 언어가 있다첨가어는 문법소가 매우 발달되어 있는 언어이다우리말의 문법소에는 “토씨(조사)”와 “씨끝(어미)”이 있다어미는 동사형용사 등을 이루는 한 부분이지만조사는 명사를 비롯하여 여러 품사뒤에 두루 놓인다그리고 낱말의 구성요소로만 참여하는 “가지(접사)”가 있다.

우리말의 고유어는 대부분 1음절이나 2음절로 되여 있다그리고 우리말에 한자어와 외래어가 도입되면서 2음절 이상의 어휘가 많이 증가하였다여기에 토와 접사가 더붙어서 의미를 형성하기에 우리말의 많은 구절은 3음절이나 4음절로 완성된다시와 가사의 음수률에서 말하는 “3.4”조란 이와 같은 우리말의 구성 원리에 바탕을 둔 것이다7.5”조는 “3+4=72+3=5”의 형태로 결국 “3.4”가 변형된 것으로 보아야 할것이다.

 

1) 우리말의 고유어

의미소:

1음절: (자연풀 …

(동물쥐 … 

(신체팔 …

 

2음절: (명사하늘바다나무토끼노루사슴 …

(형용사희다검다크다작다 …

(동사가다오다서다날다살다죽다 …

 

문법소():

1음절///, ~,

 

2음절에서부터까지…

 

 

 

2) 우리말의 한자어와 외래어

한자어조국고향학교진보발전희망기차자동차비행기 …

외래어피아노비타민뜨락또르헬리콥터카리스마스트레스 …

 

따라서 우리말은 2음절 혹은 3음절로 된 어휘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거기에 조사나 어미 등이 붙어 3음절 혹은 4음절을 이루며 그것이 우리 시가의 기본리듬인 “3.4”조를 형성하며 운률의 주요한 패턴을 이루게 되는것이다.

 

 

 

 

 

7과 시적이미지

―어항속의 금붕어

 

1. 시적이미지의 리해

이미지(image)는 직접적신체지각이나 간접적신체지각에 의해 일나난 감각(感覺, sensation)이 마음속에 재생된것을 말한다이미지는 흔히 심상(心象, mental picture), 영상(影像, shadow picture)으로번역되는데 심상은 외부의 사물이 우리의 마음에 비춰진 그림자란 뜻이고 영상은 어떤 사물의 모습이 자막에 비쳐져 나타나는 그림자란 뜻이다.

예술은 인간들에게 정서적환기적감동적 작용을 통하여 삶을 풍부하게 하고 의욕을 갖게 하고 령혼의 안식을 누리게 한다음악이 음성을 통하여 청각에 호소하고 미술이 색채를 통하여 시각에 호소하는것과 같이 시의 경우도 인간의 정서적반응을 극대화하는 매개적수단을 리용하여 예술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한다.

이는 시에서 청각이나 시각촉각 등 감각적인 체험의 매개물인 이미지를 통하여 실현되는데 시인이 직접 경험하고있는 직감적이미지와 과거에 경험했던 회상적이미지를 동원하여 정서적환기를 시도하는것이다다시 말해 시는 추상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특수한것 즉 이미지를 통하여 추상인 의미를 전달하는것으로 바로 이 이미지는 작품에서 관념과 사물이 만나는 곳이 된다.  

우리가 사물을 인식한다는것은 실제 사물의 모습이 눈이나 귀나 피부를 통하여 투영되면 이를 머리에서 감지하고 판단하는 작용을 말한다그런데 마음에 나타나는 그림자는 반드시 외부의 사물이 직접 투영되는 경우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에 경험했던 어떤 사물의 모상이 의식속에 축적되었다가 재생되는 경우도 있다이처럼 과거에 경험했던 사물의 경우는 그 사물의 인상만을 의식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다시 의식의 자막에 재투영시키게 되는데 이를 가리켜 “추억”이나 “회상” 또는 “상상”이라고 말한다즉 한때 지각되었으나 현재는 지각되지 않는 어떤것을 기억하려고하는 경우나 체험상 무방향적표류의 경우나 상상력에 의해서 지각내용을 결합하는 경우나 또는 꿈과 열병에서 나타나는 환각 등의 경우처럼 직접적인 신체적지각이 아니더라도 마음은 이미지를 생산해 낼수 있는것이다.

 

금붕어

리욱

 

백공작이 날개 펴는

바다가 그립고 그리워

항시 칠색무지개를 그리며

련꽃 항아리에서

까무러친 상념이

툭― 툭― 꼬리를 친다.

 

안타까운 운명에

애가 타고 타서

까만 안공에 불을 켜고

자주 황금갑옷을 떨치나니

 

붉은 산호림속에서

맘대로 진주를 굴리고 싶어

줄곧 창 너머

푸른 남천에

희망의 기폭을 날린다.

 

감상포인트:

중국조선족문학 정초자의 한 사람인 리욱시인이 1936년에 쓴 이 시는 닫혀있음과 열려있음의 이항대립구조를 설정하여 어항에 갇힌 금붕어의 이미지와 무한한 자유를 표상하는 넓은 바다의 이미지의 대립으로 식민지치하의 젊은 지식인의 자유와 해방에 대한 갈구를 선명하게 드러내었다먼저 “그립고 그리운” 바다가 보여주는 그림들 즉 바다의 이미지들은 “백공작이 날개 펴는” 듯이 찬란한 해살이 펼쳐지고 “칠색무지개”가 걸려 있으며 “붉은 산호림”이 깔려 있는 “희망의 기폭”이 날리는 곳이다이와 같은 밝고 아름답고 열려있는 바다의 이미지들과 상반되게 금붕어로 표상되는 이미지들은 “항아리”에 갇혀서 “까무러친 상념”을 주체하지 못하여 “툭― 툭― 꼬리를” 치고 있는 모습이다이 금붕어는 나아가 “안타까운 운명에애가 타고 타서까만 안공에 불을 켜고” 몸부림치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자주 황금갑옷을 떨치나니”하는 행위이다이처럼 이 시는 바다에 연계되는 열려있고 화려한 이미지들과 금붕어에 연계되는 닫혀있고 숨 막히는 구체적인 이미지들의 선명한 대립으로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을 거부하고 “줄곧 창 너머” “희망의 기폭이 날”리는 “푸른 남천”을 바라보는 시인의 희망과 미래에 대한 간절한 동경을 그려내었다.

 

2. 시적의미지의 종류

인체의 감각은 눈코 등 감각수용기의 종류에 따라 시각(視覺), 청각(聽覺), 후각(嗅覺), 미각(味覺), 촉각(觸覺등으로 분류된다시적이미지는 이런 외계의 자극이 언어에 의하여 마음속에 떠오른 의식현상을 가리키는것으로 다양한 종류로 표현된다.

 

1) 시각적이미지

시각은 우리들의 지각활동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이다시각적 이미지는 사물의 명암대소,색깔 및 채도두터움과 엷음 그리고 움직임과 정지 등 눈에 보이는 형상과 현상을 언어로 보여주는 이미지로서 눈에 보이는 사물의 외형적인 모습을 그려내어 시각화하는 방법으로 체현된다.

 

 

 

 

청노루

박목월

 

 

머언 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가는 열두 굽이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감상포인트:

이 시의 주된 이미지는 시각적이미지로서 이미지의 구조적측면을 살펴보면 “머언 산→ 봄눈→ 느릅나무열두 굽이→ 청노루 맑은 눈”으로 그 이미지가 원근법을 통해 큰것에서 작은것으로 집적화되고있다단순히 시각만을 통해서 나타내고 있는데 이 원근법의 효과적인 묘사로 마치 청노루 한 마리가 열두 굽이를 뛰어내려와 바로 앞에 서서 눈알을 굴리고있는듯 하는 착각을 하게 한다.

 

 

 

천정사가을생각(天淨沙 .秋思)

마치원(馬致遠)

 

마른 넝쿨

늙은 나무

어지러운 까마귀

 

작은 다리

흐르는 물

사람 사는 동네마을

 

옛 길에

하늬바람

여위어 가는 말 한필

 

저녁 해 서녘에 기울고

애끓는 이 하늘가에 있어라

 

 

枯藤老樹昏鴉

小橋流水人家

古道西風瘦馬

夕陽西下

斷腸人在天涯

 

 

감상포인트

중국 원나라 시인 마치원이 쓴 이 시는 여러 가지 경물들 중에서도 떠돌이 나그네의 처량한 심정을 가장 적절하게 담을 수 있는 경물을 선택하여 시인의 외로운 심사를 표현하였다시는 앞의 세 구절에서 다만 열여덟 글자의 한자로 아홉 가지 경물을 열거하였는데 이 “마른 넝쿨(枯藤)“작은 다리(小橋),“옛 길(古道)” 등 각기 다른 아홉 개 이미지들을 유기적으로 엮어 하나의 정체를 이루어냄으로써 쓸쓸한 기분을 한결 더 짙게 담아냈다.

 

2) 청각적이미지

청각적 이미지란 사물의 소리를 언어로 표현하는것으로 주로 들려지는 소리에서 일어나는 감흥을 통하여 서정자아의 심리상태를 그려내는 역할을한다여기서 들려지는 소리는 시의 분위기를 생기 있게 만들어 주는데 때로는 시적 대상의 일반적인 소리를 담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독특한 듣기를 통해 특수한 소리를 담아내기도 하며 서정자아의 마음을 다양하게 표현한이다청각적 이미지는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모방하는 의성어의 사용이 대표적인 언어형식으로 되고있다.

 

휘파람

조기천

 

오늘 저녁에도 휘파람 불었다오

복순이네 집 앞을 지나며

벌써 몇 달째 휘파람 부는데

휘휘…호호…

그리도 그는 몰라준다오.

 

날마다 직장에서 보건만

보고도 다시나 못 볼 듯

가슴 속엔 불이 붙소.

보고도 또 보고 싶으니

참 이일을 어찌하오.

 

오늘도 생긋 웃으며

작업량 3백을 넘쳤다고…

글쎄 3백은 부럽지도 않아

나도 그보다 못하진 않다오.

그래도 그 웃음은 참 부러워―

 

한번은 구락부에서

나더러 무슨 휘파람 그리 부느냐고

복순이 웃으며 물었소.

난 그만 더워서 분다고 말했다오.

그러니 이젠 휘파람만 불 수 밖에―

 

몇 달이고 이렇게 부노라면…

그도 정녕 알아주리라!

이 밤도 이미 늦었는데

나는 학습재료 뒤적이며

휘휘…호호…

그가 알아줄까?

 

감상포인트:

노래로도 작곡되어 우리들 특히 한반도 남북이 다 같이 즐겨 부르고 즐겨 듣는 조선시인 조기천의 시이다이 시는 짝사랑에 빠진 젊은이의 안타까운 심사를 휘파람에 담아 아주 생동하게 표현하였다낮에도 밤에도 그리고 “벌써 몇 달째” 부는 총각의 휘파람소리처녀는 아는 듯모르는 듯 “무슨 휘파람 그리 부느냐고” 웃으며 물으니 총각의 가슴은 더 타들어갈수밖에 없다로동현장에서의 건강한 청춘남녀의 사랑이 “휘휘… 호호…”라는 휘파람소리와 같이 우리의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하는 작품이다.

 

기적소리와 바람

― 연변 3

석화

 

기차도 여기 와서는

조선말로 붕―

한족말로 우()

기적 울고

지나가는 바람도

한족바람은 퍼~(불고

조선족바람은 말 그대로

바람바람바람 분다

 

그런데 여기서는

하늘을 나는 새새끼들조차

중국노래 한국노래

다 같이 잘 부르고

납골당에 밤이 깊으면

조선족귀신 한족귀신들이

우리들이 못 알아듣는 말로

저들끼리만 가만가만 속삭인다.

 

그리고 여기서는

유월의 거리에 넘쳐나는

붉고 푸른 옷자락처럼

온갖 빛깔이 한데 어울려

파도를 치며 앞으로 흘러간다.

 

감상포인트:   

이 시는 우선 첫 련에서 기적소리 및 바람의 조선어발음과 한어발음의 차이로 중국내 민족자치구역의 하나인 연변조선족자치주의 특징을 드러내면서 소수민족과 주체민족의 부동한 점을 구별하게 하였다.그러나 이어지는 두 번째 련의 새들과 귀신들의 등장 그리고 세 번째 련의 유월거리의 풍경을 통하여 조한 두 민족이 연변 땅에서 어울려 살아가고 함께 조국의 운명을 짐 지고 나가는 공동한 점을 나타내었다.

다시 말하여 우리 귀에 들리는 기적소리바람소리와 새들의 노랫소리 그리고 우리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납골당에서 나누는 조한 두 민족귀신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통하여 연변이라는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조한 두 민족인민은 결국 현실이라는 차원에서의 두 민족 간의 부동한 특징들보다 훨씬 더 크고 더 소중한 공동한 운명을 함께 소유하고있다는것을 나타내었다.

 

3) 기타 다양한 이미지들

미각적이미지는 혀와 같은 감각기관으로 달고 시고 짜고 쓴 등 미감(味感)을 느끼어 이루어지는 이미지이고 후각적이미지는 코와 같은 감각기관에 의해 느껴져지는 냄새에 대한 감각이 이루어내는 이미지를 이르는 말이다촉각적이미지는 신체접촉에서 감지되는 단단하거나 부드럽고 예리하거나 뭉툭하고 또 차거나 뜨거운 등 무엇에 닿아 생성하는 느낌이 이루어내는 피부감각적(皮膚感覺的)이미지를 가리킨다근육감각적 이미지는 근육의 긴장과 움직임을 그려내고 있는 이미지로서 근육의 긴장과 이완(弛緩)과 같은 감각을 제시한다근육감각적이미지는 다른 이미지보다 탄력성이 강하여 효율적으로 배치를 하면 시의 생동감을 뛰어나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리상화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에서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이미지들이 서로 어울려 표현되는것을 공감각(共感覺)적 이미지라고한다.

 

가을밤. 109

김일량

 

가을밤 별빛을

혀끝에 묻히면

소금가루처럼 짭짤하지만

가슴에 부딪치면

어머니체온 같은 날씨로

푸근하다

 

가을밤 별빛은

하늘의 소리가 촉촉이 젖어있어

피처럼 진득진득하고

가을밤 별빛은

빛이 빛을 업고

하얀 깊이로 무겁다

 

감상포인트

이 시는 김일량시인의 “가을밤” 련작시 중 109번째 작품이다이 시에서 시인은 가을밤의 별빛을 “짭짤하지만”이란 시구로 소금가루의 짠맛을 안겨주었다가 다시 “촉촉이 젖어”있고  “피처럼 진득진득”한 촉감과 함께 버무려내었으며 또한 가을밤의 별빛을 눈에 보이는 “하얀 깊이”로 시각화 하고있이다시인은 이렇게 다양한 감각으로 가을밤의 정취를 맛으로 그리고 피부로 느끼게 하였다이것이 바로 이미지의 힘이다.  

 

3. 상대적이미지와 절대적이미지

시적이미지는 시적대상이 표상하는 “대상과의 관계”가 어떠한가에 따라 상대적이미지와 절대적이미지로 나뉜다상대적이미지는 대상을 가지고 있으며 보편성에 기대고있다즉 윤리도덕이나 진리를 비롯한 삶의 모든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거나 객관적대상을 재현하는 모방론적 이미지이다이는 보통 진리나 윤리도덕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그 삶의 가치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시냇물

김성휘

 

시냇물의

흐름을

찬히

보아라

 

천 리 만 리

먼먼 길도

자신만만타

 

흐르고

흐르고

내처

흐르며

 

한평생

말쑥하게

가는

나그네

 

감상포인트:

중국조선족대표시인의 한 사람인 김성휘시인의 이 시는 시인의 대표적인 서정시로서 시인의 모교인 룡정고중 정원에 세워진 시비에 새겨져 있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자신만만하게 먼먼 길을 가는 시냇물은 높은 뜻을 품은 자의 신념에 대한 확신과 리상을 향한 드팀없는 전진을 의미하며 그 흐름은 어떠한 회의나 혼돈에 의한 멈춤이 없다는것을 보여주고있다따라서 “시내물”의 이미지는 맑은 물결이 흘러가는 듯한 류창한 운률로 “가는나그네”를 표현하면서 시냇물이 상징하는 시적주제를 형상적으로 담아낸 상대적이미지이다이 시에서 력점(詩眼포인트)을 두고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마지막 련의 핵심어휘 “말쑥하게”이다“자신만만” 하고 “내처흐르는” 시냇물은 다름 아니라 이와 같이 내면적으로 맑고 밝은 령적인 세계를 가지고 있는 “가는나그네”이다이것이 바로 시인이 노래하고자 하는 리상적 인간형이며 시인이 추구하고자 하는 참다운 삶의 방식이다.

절대적 이미지는 특정 시인의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이미지로 철저하게 개별성에 기댄다이는 특정개인의 시적세계에만 존재하는 이미지로서 병렬적이미지 구조를 보여준다.

 

3차각 설계도 선에 관한 각서 2

리상

 

1+3

3+1 1+3

1+3 3+1

1+3 1+3

3+1 3+1

3+1

1+3

 

선상의 일점 A

선상의 일점 B

선상의 일점 C

 

A+B+C=A

A+B+C=B

A+B+C=C

 

감상포인트:

리상의 이 시는 언어의 의미성이나 감각성을 모두 배제하고 이미지가 하나의 기호나 사물이고자 하는 전위적인 실험시이다이 시는 일정한 의미와 정서가 결합된 예술성을 획득하거나 리듬이나 이미지에 의한 시의 예술성을 정서적으로 구현하고자하는 시학의 일반적관습을 거부하고 감정이나 의미가 극도로 배제된 숫자를 라열하여 어떤 형태나 궤적만을 남기고있다절대적이미지의 시는 이처럼 순수하게 사물의 이미지만을 추구하는 일이나 관념의 이미지화를 모두 거부하고 무의미한 기호로 남거나 전체적인 론리성이나 관련성을 거부하고 서로가 병치적인 상태에서 어떤 심리적분위기만을 드러내려는 경향이 있다.

 

 

 

 

8과 시적비유와 시적상

―낫과 호미의 차이 

 

1. 시적비유

우리는 흔히 곱고 예쁜것을 보고 “꽃처럼 아름답다.”라고 말한다어떤 물건이나 현상에 대하여 말할때 그것을 그냥 그것이라고 말하기보다 그것과 비슷한것을 들어서 듣는 사람이 잘 아는것과 비교하여 말하면 퍽 쉽게 리해할수 있기때문이다“쟁반 같은 둥근달”이라거나 “칠흑 같은 어둠” 그리고 “쥐 죽은 듯 고요하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것이 비유이다비유는 한자로 견줄 비()자와 깨우칠 유()자를 쓰는데 이것은 어떤것을 다른 어떤것과 비교하여 깨우치게 한다는 말이다비유는 이렇게 내 생각을 다른것에 빗대어 표현하는것으로 어떤 대상의 모양성질특성상태 또는 추상적인 의미나 관념 등을 상대가 이미 알고있은 다른것과 바꾸어서 설명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새로운 인식이나 구체적인 이해를 얻는 언어적 표현방법이다

비유는 문장의 표현력을 높이는 수사법의 일종으로 그 효과는 비유하고자 하는 원관념(예문에서의 “어머니”)과 비유하는 보조관념(예문에서의 “옥수수”)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데 있다보여줄 원관념과 이를 드러내는데 사용되는 보조관념이 너무 비슷하면 이것이 그냥 이것이 되어 동어반복에 가까워지므로 비유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그리고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가 너무 동떨어지어 두 관념 사이를 연계하는 비슷한 부분이 없다면 비유는 성립될 수 없으며 이해할 수 없는 엉터리 말이 되기도한다.

여기서 중요한것은 독특한 비유생신한 비유자기만의 비유를 발견하고 사용하는것이다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라든지 누가 이미 써먹은 표현은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시는 새로운 발견자기의 독특한 발견에 가치가 있기때문에 이와 같이 낡고 경직된 비유는 “죽은 비유” 즉 “사비유(死比喩)”라고한다현대시 창작방법에서는 이런 “사비유”를 버리고 남다르고 새로운 표현을 시도하는데 이런 창작방법을 “낯설게 하기”방법라고 부른다.

 

사모곡

고려가요

 

호미도 날()이지만

낫같이 들 리도 없어라

아버님도 어버이시지만

위 덩더둥셩

어머님같이 사랑하실 이 없어라

아아임이시여

어머님같이 사랑하실 이 없어라

 

감상포인트:

우리의 옛 조상들도 일찍 오래 전부터 시에서의 비유의 묘미를 터득하고있었다천 년 전에 만들어진 노래 고려가요 “사모곡(思母曲)”이 바로 그 대표작인데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노래한 이 작품은 낫과 호미의 관계를 비유법으로 교묘하게 사용하였다.

이 시는 우선 1행과 2행에서 호미와 낫을 비교하고있이다아버지의 사랑은 호미에 어머니의 사랑은 낫에 비유하여 둘 다 날()을 지녔지만 낫의 날이 호미의 날보다 더욱 잘 든다고 노래하고있이다이어서 3행과 5행은 아버님도 어버이지만 어머니만큼 우리들을 사랑하실 리 없다고 하여 어머니의 사랑을 부각시키고있이다나머지 행에서는 반복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하며 끝을 맺고있는데 4행의 “위 덩더둥셩”은 북 소리즉 악기의 의성어이다이 시에서 다 같은 부모님의 사랑이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호미의 무딤”에 어머니의 사랑을 “낫의 날카로움”에 비유한것은 참으로 참신하고 뛰어난 착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호미와 낫의 비유를 통해 아버지 사랑보다 어머니의 사랑이 더 깊고 자애롭다는것을 소박하게 표현하고있는것이지요어머니사랑과 아버지사랑이란 이 원관념에 대한 비유로 선택한 낫과 호미이 두 보조관념은 매우 재치 있게 사용되였던것이다.

 

2. 시적상징

상징이란 “조립하다” “짜맞추다”라는 그리스어에서 온 말로 어떤 기호로 다른 어떤것을 “대신”하여 말한다는 뜻이다문학적 상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불가시적인 어떤것을 가시적인것으로 보이게 암시하는 방법을 가리킵니다즉 안에 숨은 뜻을 밖으로 드러나게 하는 방법이다상징적인 내용이나 언어로 이루어진 상징시는 작품의 표면에 직접적으로 주제를 나타내지 않고 음악적이고 암시적인 수법을 사용하여 내용을 나타낸다유럽에서는 프랑스의 말라르메랭보 등이 대표적 시인이였으며 특히 “악의 꽃”을 쓴 보들레르의 시 “알바트로스”는 상징시의 대표작으로 꼽는다.

 

알바트로스

(프랑스보들레르

 

흔히 뱃사람들은 장난삼아

거대한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가는 배를

항해의 동행자인 양 뒤쫓는 한가한 바다새를.

갑판 위에 내려 놓으면이 창공의 왕자도

어색하고 창피스런 몸짓으로

커다란 흰 날개를 끄는구나.

이 날개 달린 항해자는 그 얼마나 어색하고 나약한가!

한 때 그토록 멋지던 그가 얼​마나 가소롭고 추악한가!

어떤 이는 담뱃대로 부리를 지지고,

어떤 이는 절뚝절뚝하늘을 날던 불구자 흉내를 낸다!

시인도 폭풍 속을 드나들고 사수(射手)를 비웃는

이 구름 위의 왕자 같아라.

야유의 소용돌이 속 지상에 유배되니

그 거인의 날개가 걸음조차 방해하네.

 

감상포인트:

바다의 새 알바트로스는 하늘에서만 살수 있도록 태어났기에 하늘을 나는 자유의 상징이면서도 생존을 위해 위험한 지상으로 내려와야만 하며 그 즉시 과거의 영광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뭇사람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만다끊임없이 리상을 좇아 비상하는 꿈을 꾸면서 어쩔수 없이 내가 발딛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때문에 괴로워하는 부류의 사람들그들에게는 비록 이 땅의 현실만이 허락된 공간이겠지만 때로는 위험한 줄 뻔히 알면서도 리상세계로 날아오르고자 하는 꿈이 있다.

알바트로스의 상징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보들레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지상에 내려앉는 알바트로스를 마치 ​현실과 동떨어진 리상세계에 사는 시인으로서의 자신이라 생각했던것이다.

 

아래의 학생작품 2편에서 시적상징의 초보적인 표현을 찾아보기로 하자. 먼저 제8회 중국조선족중학생 “윤동주문학상” 백일장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 “뿌리”이다당시 연길시 제2고중 2학년 3반을 다니던 류설화학생은 이 작품을 써서 금상을 수상하고 “윤동주장학생”에 뽑혀 당당하게 한국 연세대학교에 입학하였다. (현재 “해란강닷콤” 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뿌리

류설화

 

암흑의 땅밑에서

백년을 살아도 천년을 참아도

그 누구 하나 원망치 않습니다

 

해가 바뀌고 달이 바뀌고

세상만물이 이쁜 단장을 할 때도

소박하기만 한 그는 한결같습니다

 

빛이 없는 또 다른 세계에서

자신만의 꿈과 희망을 안고서

주어진 기적같은 길을 걷습니다

 

나무가 여름날의 그늘이 될 때

새들의 자그마한 보금자리가 될 때

거리의 신성한 초병이 될 때

뿌리에 감사해본적 있습니까.

나무의 받침돌이 되어준 뿌리에…

 

뿌리―아버지

소박하기만 한 뿌리

가난하기만 한 뿌리

자랑스럽기만 한 뿌리

 

뿌리라는 그 사랑스런 이름앞에

아버지라는 글자를 써봅니다

뿌리라는 그 신성한 이름뒤에서

기적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뿌리라는 그 자랑스런 이름우에

한떨기 꽃을 피워놓으렵니다

 

태어나지 않았다면 몰랐을 기적

그 기적의 이름은

뿌리…

 

―류설화《뿌리》 전문《중학생작문》 2008 1기에서.

 

이 작품은 “뿌리”라는 상징물을 통하여 수많은 고난과 시련 그리고 희생을 감내하면서 마침내 “기적”을 창조해내는 아버지와 아버지세대에 대하여 감사하고 자랑스러워하며 찬가를 엮어냈다1련부터 제3련까지는 땅 밑에 묻혀서 살면서도 하나 원망치 않고 한결 같은 기적의 길을 걷는 “뿌리”의 려정을 그려내고있다4련과 제56련에서는 여름날그늘을 늘이며 성장한 나무는 바로 그 깊은 “뿌리”로부터 비롯된것이며 그 “뿌리”는 다름 아닌 우리들의 “아버지”이며 “기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원인이라고 밝혔다그리고 한걸음 나아가 이 “뿌리”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에 “꽃을 피워놓으렵니다”라고 노래한다이 시는 마지막 련에 이르러 “태어나지 않았다면 몰랐을 기적그 기적의 이름은뿌리…”라고 하면서 다시 한번 “뿌리”와 “기적”을 련계시키고있다작품에서 작자의 감정토로는 시종일관 “뿌리”라는 시적상징물을 둘러싸고 진행되었으며 한 층 한 층 심도가 깊어지고 따라서 더욱 더 절절해 지었다이것이 바로 상징의 힘이다.

 

다음 시는 한국 포항 유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리윤정학생이 2003년도에 한국 배재대학교 “청소년 소월문학상” 운문부분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겨울밤

리윤정

 

할머니는 화롯가에 앉아

내 스웨터를 짜셨다.

 

한 올은 나뭇꾼 이야기로

한 올은 선녀 이야기로

돌리고 빼고 엮으면

밤은 숯칠 한 채 익어 가는 소리만

투둑투둑

할머니 무릎을 울리고

입혀주신 옷은

낮게 웅성이는 말들로 엮여

진눈깨비 졸음을 가렸다.

 

까치밥으로 남은 감이

마당가에서 쉬쉬거리며

겨울바람을 쫓고있을 때

 

따뜻한 베갯머리 맡에서

우리 할머닌 내 겨울을 짜고 계셨다.

 

― 리윤정《겨울밤》전문《청소년 소월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이 시에서는 스웨터란 상징물에 력점을 두었다이 스웨터는 그냥 옷이 아니다할머니와 관련된 추억이 담겨있다스웨터는 두꺼운 겨울옷이다추위를 막아주는 기능을한다할머니가 손녀에게 스웨터를 손수 짜 줄 때는 사랑을 전제로한다그런데 추위를 막는다는것은 단순히 온도가 차갑다는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여기서는 세상의 추위까지도 함께 한다고 읽어야한다할머니는 “나”에게 스웨터를 짜주는데 그것은 곧 추위에 로출될 손녀를 생각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아니고는 안 되는 일이다그래서 직접 짜는 스웨터는 단순히 겨울바람만을 막는 기능을 하는것이 아니라 아늑한 사랑과 그 스웨터를 짜는 할머니를 바라보던 “나”의 추억까지도 함께 입혀주는 기능을 한다.

할머니는 스웨터를 짜면서 나무꾼 이야기를 해주었다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곤 했다할머니와 맺은 좋은 추억이다따라서 스웨터를 보면 할머니의 추억이 떠오르고 그런 옷을 입으면 단순히 가게에서 산 옷과는 다른 느낌이 날 수밖에 없다추위라든가 하는것은 누구한테나 같은 조건이지만 추위를 느끼는것은 사람마다 다르다따스한 생각을 하고있은 사람은 아무래도 추위를 덜 느낄것이다추억에는 그런 힘이 있다.

따라서 이 시의 스웨터는 그냥 추위를 막는 장비로 그치는것이 아니라 할머니의 추억을 돌이켜 주는 그런 기능까지도 함께 하는것이다이와 같이 한 가지 뜻만 가지고있는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분위기를 한꺼번에 보여주기 때문에 스웨터는 할머니와 따뜻함의 상징이 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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