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墨梅의 香氣
2015년 06월 12일 22시 12분  조회:4205  추천:0  작성자: 죽림
묵매(墨梅) 
강영은(1956~ ) 

휘종의 화가들은 詩를 즐겨 그렸다 

산 속에 숨은 절을 읊기 위하여 산 아래 물 긷는 중을 그려 절을 그리지 않았고 꽃밭을 달리는 말을 그릴 때에는 말발굽에 나비를 그리고 꽃을 그리지 않았다 몸속에 절을 세우고 나비 속에 꽃을 숨긴 그들은 보이지 않는 것에 붓을 들었다 

사람이 안 보인다고 공산(公山)이겠는가 

매화나무 등걸이 꽃피는 밤, 당신을 그리려다 나를 그렸다 늙은 수간(樹幹)과 마들가리는 안개비로 비백(飛白)질하고 골 깊이 번지는 먹물 찍어 물 위에 떠가는 매화 꽃잎만 그렸다 처음 붓질했던 마음에 짙은 암벽을 더했다 


먹물 찍어 매화를 치는 이의 고요한 마음을 헤아려 본다. 인내와 쇠락이, 누추함과 갈망이 마음속에서 어떻게 길항하며 깃들어 있는지를. 화가들은 안 보이는 것들을 표현하려고 보이는 것들을 그린다. 산 중에 숨은 절을 그리려고 물 긷는 중을 그리고, 꽃밭을 달려온 말을 그리려고 말발굽 주변에 나비를 그린다. 시인은 무심코 “당신을 그리려다 나를 그렸다”고 고백한다. 늙은 매화가지 등걸에 꽃 피는데, 당신은 여기에 없고 보이지 않기에 ‘나’를 그린 것이다. <장석주·시인>

 


 

마고麻姑의 항아리

 

 

 왕벚나무 서어나무 붉가시나무 숲이 멀어지면 냉대림이다 자라면서 햇빛을 그리워한 냉대림의 얼굴에선 오래 묵은 물비린내가 난다 아랫마을 상머슴이던 곰보 아재처럼 고채목이며 구상나무며 숲의 쓸쓸한 그늘은 넓어지면서 애기고사리 같은 수염이 난다

 

 산등성이에 쫓겨 산사람이 된 이야기두 눈에 불을 밝힌 도깨비가 되었다는 이야기밤이면 낫을 쥐고 먹을 것을 구하러 마을로 내려갔다는 이야기그 중에서도 사슴을 쏘려다가 하늘의 배를 쏘아버린 이야기에 이르면 활시위처럼 난대와 초원과 활엽수림을 지나온 탁월풍의 머리카락이 센다

 

 옅은 먹의 점선으로 처리된 비가 산정에서 흩어진다 벽랑국의 공주와도 같은 눈이 파란 어릴 적 동무며 별이 돋는 하늘은 보이지 않는다 보일 듯 말 듯물위를 지나가는 흰 사슴과 신선끊어질듯 이어질듯깎아지른 골짜기와 푸른 계곡이 평포된 눈가에 무슨 얇은 조각이 반짝일 때면 산정은 이렇듯 문고리에 거는 쇠처럼 낡아진다

 

 두무악에 서서 은하수를 잡아당기면 노인성(老人星)이 끌려온다장수한다는 별을 본 그 밤별의 방향이 서쪽으로 조금 기울었는지 아버지와 곰보아재는 안개비 너머 돌무덤 속으로 돌아갔다그리운 얼굴들이 무릎아래 죄다 모인다는 돌무덤누가 다녀갔는지 이쪽을 바라보는 노루 눈알이 먼다

 

 귀신이 발목을 잡아당긴다는 백록담에서 마고*의 항아리를 본다 물이 출렁거리는 솥단지수천수만 개의 별빛이 쏟아져도 고인 물이 무쇠처럼 뜨거워지지 않는 연유가 벌써 내 속에 들어온다 귀를 열면 청적색의 바람맑은 피리 같은 바람 하나 들고 등에 지고 온 바닷가 마을은 멀다 

 

 

*마고(麻姑한라산을 베고 누워 한 다리는 서해에또 한 다리는 동해에 두고 손으로 땅을 훑어 산과 강을 만든었다고 한다.

 

 

 

저녁과의 연애

 

저녁의 표정 속에 피 색깔이 다른 감정이 피었다 진다

보라 연보라 흰색으로 빛깔을 이동시키는 브룬스팰지어자스민처럼

그럴 때 저녁은 고독과 가장 닮은 표정을 짓는 것이어서

팔다리가 서먹해지고 이목구비가 피었다는 사실을 잠시 잊는다

 

여럿이 걸어가도 저녁은 하나의 눈동자에 닿는다

빛이 굴절될 때마다 점점 그윽해져가는 회랑처럼

그럴 때 저녁은 연인이 되는 것이어서

미로 속을 헤매는 아이처럼 죽음과 다정해지고

골목이 점점 길어지는 것을 목격하기도 한다

 

화분이 나뒹구는 꽃집 앞에서 콜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당신이 생각나기도 한다

내일이면 잊혀 질 메모지처럼 지루한 시간의 미열처럼

그럴 때 저녁은 연애에 골몰하는 것이어서

낡은 창틀 아래 피어 있는 내가 낯설어진다

 

어느 저녁에는 내가 없다

이내 속으로 풍경이 사라진 것처럼

저녁이 남기고 간 자리에 나는 없더라는 말

그럴 때 저녁은 제가 저녁인 줄 모르고 유리창 속으로 스며든다

혼자라는 위로는 불현듯 그때 수백 개의 얼굴로 찾아온다

 

 

 

 슈퍼문super moon

  

 시체 위에는 고추밭과 수박밭이 있었는데 개는 안 짖었습니까,

 손과 발이 이유 없이 고개를 돌릴 때 달이 떠올랐다 하반신이 날씬한 에볼라가 검은 대륙을 껴안을 때 달이 떠올랐다

 합삭이 될 때까지 지속되는 혼돈,

 

 위성 같은 연인들이 바이러스를 퍼트릴 때 달이 떠올랐다 사람의 옷을 입은 늑대들이 말라붙은 대지의 젖가슴을 빨 때 달이 떠올랐다

 별이 반짝이는 저쪽에서 달은 무슨 의미입니까의미와 무의미 사이

 지구의 무릎 안쪽으로 커다란 자지가 들어왔다​ 초록의눈부신 음부를 향해 지구의 흉곽이 부풀었다

 삭망이 될 때까지 지속되는 폭력,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밤 달이 떠올랐다 또 다른 위성을 지닌 것처럼 포기할 수 없는 달빛이 차올랐다

 

주기적인 바닷물처럼 다음 생은 약속치 말자,

 우리는 개처럼 윙크 했다 크고 아름다운 눈동자 가득 절망의 발바닥 같은 밀물이 출렁거렸다

 

 

 

      

수석유화

          - 강세황,표옹서화첩종이에 수묵각 폭 28,5 x 18,0 cm, 1878,

 

괴석의 모양은 오래 전에 죽은 짐승의 골반 뼈처럼 바짝 삭아 손아귀에 조금만 힘을 주면 부스러질 듯 야위었다 구멍까지 뚫려 있으니

 

​ 괴석의 가치는 추할수록 아름답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말이라 해도 기름기를 쏙 빼야 옹골차게 야윈 입술을 가질 수 있다 괴석의 모양을 빌려 말하자면

 

그 기이함이 침묵의 참 모습이라는 것

 

얼굴쯤이야 아무려면 어때괴석의 틈에 끼어 자란 꽃의 표정은 옅은 먹빛이다 흙 없는 틈바구니에 피어도 낯이 부드럽다

 

흙을 만나고 가는 꽃이 미소 지으면 도리어 일이 많다고 차갑고 맑은 입술을 돌 속에 묻은 나는 마른 돌 뒤에 숨은 꽃딱딱해진 돌 속의 피를 내뿜는 꽃일지 모르지만

 

어느 화가의 손끝에서 도드라진 미모로 피어나는 모란과 난초채색으로 눈부신 세상의 첩지(疊紙)가 되기보다

 

돌의 침묵으로 향기로만 뜻을 전하는 꽃의 마음으로 마음의 화첩 속에 숨은 그대를 노래하련다 그대가 지닌 침묵의 크기를 보여 주련다

 

 

     

눈물의 이면

      

눈물은 어디서 태어나나 당신 눈 속에 괴어있다 꽃으로 피어나나 당신 입속에 잠겨 있다 혀로 돋아나나

 

뺨 위를 흐르는 꽃과 혀가 있어 어떤 날의 나는 오목렌즈 어떤 날의 나는 볼록렌즈

 

투명 렌즈 낀 햇빛과 빗방울은 제 맘대로 부풀거나 졸아드는 눈이어서 흔들리는 동공은 눈썹 아래 맺힌 그림자를 깨트리네

 

내가 기르는 앵무새는 날개 죽지가 찢어지네 우는 것은 방향이 다른 날개인가 그림자와 상관없는 또 하나의 새인가

 

오래 전에도 앵무새를 기르던 왕이 있었다 하네거울 속으로 수컷 앵무새를 날려 보냈다 하네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울었다 하네

 

울지 말아요 당신은 새장처럼 울기에 적당한 장소를 가졌잖아요 그리고 또내가 아는 어떤 거울보다 나이가 많잖아요

 

청동으로 깎아 만든 샘물에 얼굴을 비쳐보네 허상은 깨지기 마련이라고청동 물결이 흔들리네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인 슬픔 여전히 더듬거리는 눈자위 나는 어디서 흘러온 강물일 까 밤새 부푼 눈이 나무 가지에서 돋네

  

*삼국유사기이(紀異흥덕왕 앵무 

 

 

      

이암의 화조묘구도花鳥猫狗圖

                     

 고양이 한 마리눈을 비비고 입을 훔치는 것이 날카로운 고요를 벼리어내니 톱날을 뺀 발톱은 얼마나 부드러운 연장이냐  

  

 가느다란 떨림이 가르랑거리는 목덜미를 넘어서니 비어있으면서 꽉 차 있는 어떤 고요가 고양이의 발톱을 연장으로 삼은 것이냐 

 

 타지 않는 형상을 배운 어떤 고요가 천만 번 움직여도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의 발톱과 교감하는 것이며 간섭하는 것이냐

  

 잔잔한 파동이 스치고 간 빈집의 고요는 세수하던 손이 사라지면 그 뿐이지만 내 마음의 무너진 담장을 지키는 당신도 한 때는 부드러운 연장이어서  

 

 모란 꽃그늘에 기대어 천만년 피고 지던 어제가 지척인데 길이 끊어지고 마음 가는 곳이 없는 그리움이란어떤 발톱 속에 들어 있는 고요한 연장이냐

 

 

      

 녹두

어머니가 쑤어 온 녹두죽을 먹는 동안

녹두라는 말이 좋았다

녹두 밭 한 뙈기가

헐어있는 입 속을 경작했던 것인데

녹두하고 부를 때마다

문드러진 입천장에 콩 알갱이가 돋아났다

녹두꽃 지는 거기가 저승이어서

녹두는 보이지 않았다

녹두가 너무 많은 곳

녹두가 너무 많아 내가 보이지 않는 곳

나는 어떻게 인간이 되나

녹두를 생각하는 동안 초록이나 연두가

희망을 쏟아냈지만

희망이란 들판의 약속 같은 것이어서

여물지 않은 입안에 가시가 돋고

단단하데 여문 가시들이 혓바닥을 찔렀다

눈을 뜨면 젊은 어머니가 앉아계셨다

녹두꽃만 보이던 그때

나는 진정 아픈 빛깔에 시중들고 싶었다

젖은 이마의 미열을 짚어내던 어머니처럼

푸르죽죽한 세상을 받쳐 드는

죽그릇이 되고 싶었다

오후 여섯시에 찾아든 파랑새처럼

녹두밭에 앉고 싶지는 않았다

 

 

   

음악

 

소리를 버린 입의 원근에서

새는 

날아간다

새장처럼 보이는 것을 찾으려고

구름의 변용을 잠시

허용한다

불속의 연꽃처럼

불속의 소처럼 보이는

새를 보려고

 

피아노 뚜껑을 연다

 

꽃병에서 떨어진

물방울들이

우산을 받쳐 든 느낌으로

지나간다

 

 ---------------------------------------------------------------------

 

     

강영은의 시에는 귀거래에 대한 모티프가 내재해 있다귀거래의 의미를 상기한다면 이 모티프는 고향으로의 돌아옴이라는 시적 배경을 거느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우리 인간에게 고향으로의 돌아옴은 귀소본능이나 회귀본능의 하나인 것이다이런 점에서 귀거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 행위인 동시에 그 안에 인간 원형을 지니고 있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인간은 귀거래의 행위를 본능적으로 몸에 지니고 있지만 그것을 의식의 표층으로 끄집어내어 그것에 대해 일정한 인식과 태도를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다귀거래의 징후가 하나의 징후로 드러났을 때에는 이미 인간의 이성 능력이 그것을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귀소본능의 지배를 강하게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인의 귀거래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시인으로 하여금 귀거래라는 본능에 충실하도록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성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문명(서울)에 의해서이다문명의 타부로써의 자신의 귀거래를 시인은 물 밖으로 나온 밤낙지처럼 눈이 맑아지는 것’(귀거래)으로 명명한다그렇다면 시인은 왜 물 밖’ 다시 말하면 문명화된 세계(서울)에서 벗어난 세계(제주)에 오면 눈이 맑아진다고 한 것일까시인의 귀거래의 맥락에서 보면 그것은 비유의 문제와 관계된다문명화된 세계에서의 시인의 삶은 낡은 비유의 생산을 가속화시켰고그것에 대해 불안을 느낀 시인은 그 세계로부터 벗어난 또 다른 세계를 찾게 된 것이다시인이 발견한 또 다른 세계란 끝이나 한도가 없이 밀물처럼 한결같은 문장을 생산하는 그런 새로운 비유로 넘쳐나는 세계인 것이다물결처럼 비유가 낡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비유를 생산하는 세계를 시인은 귀거래를 통해 구현하려는 것이다

 -이재복(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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