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7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다시 보는 李箱
2015년 08월 15일 04시 27분  조회:5304  추천:0  작성자: 죽림

김해경은 이상인데, 여기서 '이상'은 지정된 한자가 있지만 쓰지 않기로 하자.

그는 1910년, 대동아 공영이라는 예쁜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일본이 조선을 정식으로 식민통치하겠다고 계약을 한 그 해에 태어나, 고작 스물 일곱해를 살고 뭔가 있을 줄 알고 갔지만 서구 흉내나 내는 비속한 물건이라고 했던 그 일본땅에서 햇볕없는 싸구려 셋방과 감옥과 병원을 전전하다 폐결핵으로 세상을 뜬 남자다. 작가로는 이상한 시와 소설를 써서 독자들의 항의와 협박으로 연재를 할 수 없었고 화가로는 꼬맹이 때부터 그림에 특출난 재능을 보였고 잡지 표지를 '근대적인' 그렸으나 따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식민지 열등 민족의 족속인 그가 일본 사람들에게도 선망이었던 공업학교를 들어가 수석으로 졸업하고 식민을 총괄하는 총독부에 엘리트 건축기사로 직행한 것은 건축가였던 그의 재능이 빛나서였다. 그러나 그는 그 길을 따라 살지 않았다. (못했다라고 나는 쓰고 싶지만, 니 주제를 알아라, 하고는 않았다라고만 쓴다.)

 

오늘 저녁에 할 강연에 몇 컷을 넣기로 하고 이상의 시집을 빌려 일부만 보았다. 오늘도 비가 추적추적 오니, 감상을 섞어 말하면 20년만의 짧은 만남이랄까, 그렇다. 

 

 

이런저런 연구자들이 모여서 엮은 전집 중에서 시집을 빌려 왔으나 읽기는 어려워서 그냥 보았다. '읽을' 수 없어서 못 읽었다.   예를들면, 이런 거.

 

150518-li-sang-3.jpg

 

왼쪽은 <선에 대한 각서> 연작시 중 2이다. 이걸 어떻게 '읽느냐' 말이다.

어떤 환자의 용태에 관한 문제

일이삼사오륙칠팔구음

일이삼사오륙칠팔음구

일이삼사오륙칠음팔구

....

이렇게 읽을까, 아니면 그가 처음에 썼던 일본어로 읽을까. 게다가 오른쪽은 몇 년 뒤 <오감도> 연작시 중 4이다. 이미 썼던 것을 나중에 '뒤집어' 다시 썼다.  이것은 더 '읽기' 어렵다.

 

그래서 봤다.

 

이상이 나온 경성고등공업학교는 지금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전신이다. 이상이 식민지 열등인으로 거기를 뚫고 들어가 최우수로 졸업한 데에는 수학적인 재능이 별났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이상이 수학 기호들을 시의 용어로 채용한 것은 어찌보면 그다지 이상할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래도 수학 기호를 시 기호로 적용한 것은 매우 특별하다. 시를 좋아하고 시를 썼던 유명한 수학자 중에 수학 기호를 시 기호로 한 사람은, 내가 알기로는, 매우 드물다.

 

 

아무튼, 위에 나온 저런 이상의 이싱한 시는 당연히 무수한 해석들의 표적이 되었다. 70년대 초 수학교수 한 분은, 수학 천재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상, 이라고 짠한 얼굴로 보태서 해석하고 칭송하였고 90년대 말 수학 교수 한분은 수학을 합리주의의 총아로 삼아 근대 문명에 대한 비판이라고 보았다. 그런가 하면 장관직을 지낸 문학 교수는 그러지 말고 순수하게 기호로 보자고 하였고 내가 읽지 못한 다른 글들에는 저자마다 그들이 삶의 무기로 삼고 있는 것으로 cut하여 단면을 보여준다.

 

김해경이자 이상인 이 남자는 여자들을 전전하였다. 실제 생활이 그랬다고 보이지는 않으나 그가 지은 소설로만 보면 얻어 맞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혹시 모르지만, 나는, 안 그랬겠지 한다. 방구석을 뒹굴뒹굴 장말 그랬을까. 인정받지 못하는 시대에 재능이란 오히려 독이었을까, 이런 실험 저런 실험... 삶은 잘 모르겠지만 생활은 얻지 못했다,아닐까.

 

지금도 있나, 몇십년 전에 프랑스에서 똑똑한(?) 젊은이들이 모여 문학실험 집단을 만들어 헤집고 다녔던 적이 있다. 그들은 주로 수학자나 물리학자들이었는데, 이상처럼 이상한 시를 쓰거나 기계가 시를 쓰도록 하기도 하였다. (기계가 쓴 시라면 앨런 튜링이 그들의 의젓한 선배이시다. 먼 훗날 인조인간의 시대가 오면 '그들'은 이들을 아브라함으로 드높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상의 이상한 시와 이들의 이상한 시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할 것 같다. 그 선이 무엇인지, 무슨 색깔과 형태로 얼마나 선명하게 그어야 하는지는 알 수 없고 양쪽을 다 모르니 근거도 희박하지만 어쩐지 그럴 것 같다. 그래야 할 것  같다.

 

 

흠.

이상한 글을 썼군. 컴퓨터를 켤 때만 해도... 이 글을 쓸 참이 아니었는데... 입만 아프고 머리만 멍해지는 말을 왜 할까 도대체?

 

어느새 비가 제법 온다. 오늘 강연장은 대중 교통수단이 안 좋았는데. 흠.

 

이제 강연 준비 몇 시간 해야겠다. 같은 내용으로 세번째 하는 것인데, 할 때마다 바뀌었다. 두번째 할 때보다 프레젠테이션 40페이지를 덜어냈는데 60페이지가 늘었다. 지금부터 두시간 동안 50페이지 줄이기를 목표로 한다. 절대, 한 페이지도 늘리지 않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과연 될까? 일부러 강연 준비를 구석으로 몰아서 최대한 적게 하도록 했다. 내 생활의 기본 선을 지키도록. 그러나 그렇게 몰아세웠는데도, 컴퓨터 조작 시간만 최소 10시간은 되었다. 이제 이제는 그만.

 

 

====

 

이상 김해경은 좀 특별해 보이는 저 남자고, 옆?뒤?는 문학과 예술의 동지 박태원

 

Isang_01.jpg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882 관념어와 상투어는 詩를 죽인다... 2016-01-08 1 3821
881 詩짓기에서 자기나름의 펌프질을 해라... 2016-01-08 0 3313
880 詩의 初心 닦기 2016-01-08 0 3589
879 詩는 인류가 남긴 최고의 문화예술 2016-01-08 0 3261
878 아마추어 詩人들 고쳐야 할 시작법 2016-01-08 0 4119
877 詩를 찾아가는 아홉 갈개 道 2016-01-08 0 3416
876 詩와 아름다운 우리 말의 숨결 2016-01-08 0 3928
875 詩는 사슴 따라 놀고, 칡범 따라 놀아야... 2016-01-08 0 3490
874 시짓기는 퇴고작업의 연속... 2016-01-08 0 3124
873 시짓기는 初心으로... 2016-01-08 0 3592
872 좋은 詩의 조건 - 10가지 2016-01-08 0 4821
871 시적 상상력을 구사하는 방법 2016-01-08 0 4741
870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 1 2016-01-08 0 3961
869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 2 2016-01-08 0 5306
868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 3 2016-01-08 0 4702
867 시인 천상병과 그 사랑의 궤적 - 하늘에서 다시 만나면 큰소리 칠거예요... 2016-01-07 0 4270
866 시인 천상병 옛집, 생면부지 오지澳地마을로 이사하기까지... 2016-01-07 0 4654
865 시인 김소월과 그 사랑의 궤적 2016-01-07 0 6594
864 시인 李箱과 그 사랑의 궤적 - 금홍, 연심, 변동림..."레몬 향기 맡고 싶소..." 2016-01-07 0 7590
863 시인 유치환과 그 사랑의 궤적 - "사랑했으므로 나는 행복..." - " 내 죽어 바위가 되리라" 2016-01-06 0 6795
862 <<왜 사냐건 / 웃지요>> - 月坡와 李白 2016-01-06 0 4073
861 詩는 무력하기에 위대한것... 내가 詩가 된다는것... 2016-01-06 0 3659
860 시인 백석과 그 사랑의 궤적... "千億이 白石의 詩 한줄만 못해. 다시 태여나면 나도 詩 쓸거야..." 2016-01-05 0 8835
859 윤동주시인 선배와 그 후배 2016-01-05 0 4191
858 詩人을 만드는 9가지 비망록 2016-01-05 0 3147
857 그림은 읽는 것, 詩는 보는 것... 2016-01-05 0 3405
856 저항의 시인 - 윤동주 2016-01-05 0 3372
855 비움의 시인 - 김관식 2016-01-05 0 3781
854 꽃(花)의 시인 - 김춘수 2016-01-05 0 4305
853 문제의 시인 - 이상 2016-01-05 0 3914
852 혼백의 시인 - 서정주 2016-01-05 0 3443
851 永遠의 시인 - 구상 2016-01-05 0 3310
850 고독의 시인 - 김현승 2016-01-05 0 4097
849 저항의 시인 - 김수영 2016-01-05 0 3853
848 순수의 시인 - 김종삼 2016-01-05 0 3660
847 생명의 시인 - 유치환 2016-01-05 0 3797
846 안개의 시인 - 기형도 2016-01-05 0 3635
845 허무의 시인 - 이형기 2016-01-05 0 4361
844 동시와 박목월 2016-01-05 0 3175
843 시는 알면 재미있고, 모르면 재미없고... 2016-01-05 0 3546
‹처음  이전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