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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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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시인님을 그리며(꼭 찾아 뵙고저 했건만...)...
2015년 09월 17일 22시 27분  조회:4124  추천:0  작성자: 죽림
 

EPISODE 외 2

 

 

 

열 오른 눈초리

하잔한 입모습으로 소년은 가만히 총을 겨누었다.

소녀의 손바닥이 나비처럼 총 끝에 와서 사뿐 앉는다.

이윽고 총 끝에선 파아란 연기가 물씬 올랐다.

뚫린 손바닥의 구멍으로 소녀는 바다를 내다보았다.

 

 

---아이! 어쩜 바다가 이렇게 똥구랗니?

 

 

놀란 갈매기들은 황토 산태바기에다 연달아 머리를 처박곤

하얗게 화석이 되어 갔다.

 

 

- 개정증보판 現代國文學粹, 자유장 (1952)

 

 

 

 

 

 

✽1연 1행과 3연 2행을 필자가 행 가름했음.

 

 

 

바다의 層階

 

 

 

 

 

낡은 아코오뎡은 대화를 관뒀습니다

 

 

―――여보세요?

 

 

폰폰따리아

마주르카

디이젤 ―엔진에 피는 들국화,

 

 

―――왜 그러십니까?

 

 

          모래밭에서

 

受話器

      여인의 허벅지

              낙지 까아만 그림자

 

 

 

비둘기와 소녀들의 랑데-부우

그 위에

손을 흔드는 파아란 깃폭들

 

 

 

나비는

起重機의

허리에 붙어서

 

 

푸른 바다의 층계를 헤아린다.

 

 

- 개정증보판 現代國文學粹, 자유장 (1952)

 

 

 

砂丘의 古典

 

 

 

 

 

木版 古書를 넘기는

孔子

蒼然한 시간의 上流에서

침침한 咿 唔

 

 

伽藍 병머리에 석양이 퇴색하고

외로운 文王鼎

 

 

東坡冠 고쳐 쓰고

때묻은 보선

銀長竹 빼어 물고

모두 양반이었다.

 

 

Magi는 西쪽으로만……

 

 

砂丘를

靑午 타고

「아라비아」로 가는 老子

달이 파아란 구역질을 한다.

 

 

캐라방은

희미한 童話를 싣고 가고 오고,

 

 

새지 않는

東洋,

다음 페에지에서

낭랑한

지각생 點呼 소리

 

 

- 韓國戰後問題詩集, 新丘文化社(1961)

 

 

<조향 특집>

 

아버님 영전에

 

 

                                         조유정(조향 시인 장녀)

 

 

 

   코스모스 핀 언덕길.

   아버지가 가신다. 담배를 피워 무신다.

   돌아다보신다. 유체幽體 자락에 바람이 감긴다.

 

 

   가슴 한 부분 어두운 모서리에 접혀 오래 지우고 싶었던 아버지의 죽음, 그러나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는 나의 아버지, 모두들 두고 가시지 못하리라는 어떤 강박증이 사슴처럼 나를 묶고 있었고 그 사슬이 어쩜 아버지 가시는 길을 막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눈을 감으면 언제나 까만 어둠에 싸여 약간 처진 어른 쪽 어깨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혼자 걸어가시던 모습.

 

 

  ―아버지 글을 쓰고 싶어요. 단어를 잃어버린 일상의 벽 속에 전 갇혀 있어요. 언제나처럼 용 기를 주시고 잘리운 감각이 새 순 돋게 해 주세요. 우리에게 방종이 아닌 자유를 주셨고 어 디에서건 비굴하지 않고 당당함과 자신감을 심어 주시던 아버지. 돌아봐도 다만 빈자리뿐.

 

 

  아버진 무거운 돌을 가슴에 안은 채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다. 봄이 오던 푸른 능선 들풀 사이로 키 작은 민들레.

 

 

  ―나의 무덤은 공원처럼 만들고 싶어. 넓은 뜰엔 잔디와 꽃나무를 심고 너희들이 날 보러 오 면 공원에 소풍 와서 쉬었다 가는 마음이 들 수 있게 말이야.

 

 

   죽음을 말씀하시던 말년에 들꽃처럼 쓸쓸하시던 나의 아버지. 이름 모를 들꽃과 바람과 그리고 별과 노래하며 누워 계실 아버지. 이제 까만 어둠을 버리고 빛이 되십시오. 빛의 천사를 따라 하얀 무지개를 타세요.

   아버지를 기억하고 사랑하시는 분들 잊지않고 아버지 곁에 있습니다. 이 세상의 어떤 모든 미련 훌훌 벗어 던지고 참 빛이 되시어 하늘을 길어 올리십시오. 남은 저희 모두가 작은 두레박이 되어 드릴 테니.

   그 푸르른 날들 말없이 지나고 내 안의 아버진 예전의 그대로인데 어느 새 그 연륜 내게로 와 아버지 돌아가실 즈음 연배가 되었습니다. 저의 아버지 아끼고 기억해 주신 남강문학회 후배님들 정성에 감사드리며 새삼 아버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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