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당나귀 시인"을 사랑했던 시인들
2017년 04월 19일 01시 12분  조회:3229  추천:0  작성자: 죽림
 
 
릴케 소설 《말테의 수기》에서 청년 말테가 반한 시인은 누구였을까. 당대 최고 명성의 베를렌이 아니었다. 문학의 마천루 파리에 사는 시인도 아니었다. 그는 ‘맑은 공기 속에 울려퍼지는 종소리 같은 시인’이자 ‘자기 집 창문이나 아련히 먼 곳을 비추는 책장의 유리문 이야기를 해 주는 행복한 시인’ 프랑시스 잠이었다. 프랑스 남부 피레네 산맥에서 평생 사랑과 생명을 노래한 전원시인.

그를 좋아한 건 릴케만이 아니었다. 식민치하 조선의 백석과 윤동주도 그를 사랑했다. 둘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프랑시스 잠과 릴케의 이름을 시에 녹여냈다. 백석은 시 ‘흰 바람벽이 있어’에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잠과 도연명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라고 썼다.

프랑시스 잠 시어에 릴케도 반해 

동주도 ‘별 헤는 밤’에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라고 썼다.

이들이 그토록 그리워한 프랑시스 잠은 세기말 프랑스 문학의 퇴폐적인 요소를 씻어낸 자연주의의 대가다. 프랑스 대혁명 후 ‘온갖 것에 대한 불만족’으로 술이나 마약에 탐닉하며 어디로든 도피하려던 세태와는 달랐다. 그는 달아나기보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껴안고 어루만지는 포용과 모성의 시인이었다.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당나귀 이미지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온유하고 겸손하며 순박함의 상징인 당나귀를 좋아해서 자주 타고 다녔다. ‘나는 당나귀가 좋아’ ‘당나귀와 함께 천국에 가기 위한 기도’ 같은 시를 썼고 별명도 ‘당나귀 시인’이었다. 백석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미명계’ ‘연자간’ ‘귀농’에 당나귀가 나오고, 동주 시 ‘밤’ ‘곡간’에도 당나귀가 등장한다. 

이들과 프랑시스 잠을 잇는 당나귀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백석이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고 할 때 당나귀는 연인과 함께 산골마을로 가는 꿈의 매개다. 동주가 ‘밤’에서 한밤중 당나귀에 여물짚을 주는 아버지와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어머니 모습을 겹친 것도 사랑과 생명과 희망의 메타포다. 

증오사회 치유하는 '삼종의 기도' 

한편으로는 생의 무게를 말없이 견디는 존재가 당나귀다. 프랑시스 잠은 시집 《새벽의 삼종에서 저녁의 삼종까지》에서 ‘장난꾸러기들의 조롱을 받으며 고개를 숙이고 무거운 짐을 진 당나귀처럼 길을 가고 있다’며 ‘당신이 원하시는 때에 당신이 원하시는 곳으로 가겠다’고 했다. 

이들이 살던 시대는 냉엄했다. 프랑시스 잠은 유럽 열강의 식민지 쟁탈기에 태어났다. 백석은 105년 전 청나라가 망한 해에 나서 평생을 변방인으로 살았다. 동주는 100년 전 러시아 혁명기에 나 2차대전이 끝나기 6개월 전 옥사했다. 제국주의와 국수주의가 충돌하던 역사의 격변기에 인간과 삶의 근본을 되새기던 시인들….

 
지금도 다를 게 없다.  ...국세는 급변하고 ...열강의 패권 다툼은 치열하다. 그런데도 싸움에 정신이 없다. 분노와 증오, 경멸과 힐난의 ‘팔매질 사회’를 껴안을 희망의 언어는 어디에 있는가. 비관보다 낙관, 슬픔보다 사랑을 노래한 그 시절 시인들처럼 지금 우리 삶은 얼마나 깊이 있고 성찰적이며 엄숙한가.

고두현 논설위원·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083 중국 당나라 문사 - 류우석 2017-04-21 0 3382
2082 중국 당나라 시인 - 맹호연 2017-04-20 0 4801
2081 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 2017-04-20 0 3218
2080 아프리카 세네갈 시인 - 디오프 2017-04-20 0 3577
2079 독일 랑만주의 서정시인 - 아이헨도르프 2017-04-20 0 4355
2078 프랑스 시인 - 폴 클로델 2017-04-19 0 5315
2077 "당나귀 시인"을 사랑했던 시인들 2017-04-19 0 3229
2076 프랑스 시인 - 프랑시스 잠 2017-04-19 0 4157
2075 독일 시인 - 횔덜린 2017-04-19 0 5986
2074 헝가리 시인 - 브로샤이 2017-04-18 0 3671
2073 프랑스 시인 - 자끄 프레베르 2017-04-18 0 3900
2072 프랑스 초현실주의 시인 - 루이 아라공 2017-04-18 0 5183
2071 프랑스 시인 - 레미 드 구르몽 2017-04-18 0 4945
2070 영국 계관시인 - 테니슨 2017-04-18 0 3981
2069 프랑스 시인 - 로베르 데스노스 2017-04-11 0 4264
2068 프랑스 시인 - 브로샤이 2017-04-11 0 3747
2067 프랑스 시인 - 자크 프레베르 2017-04-11 0 5247
2066 윤동주가 사랑했던 시인들 2017-04-10 0 3601
2065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소리를 그리워하네"... 2017-04-10 0 4961
2064 프랑스 시인 - 장 콕토 2017-04-10 0 5520
2063 프랑스 시인 - 생 종(존) 페르스 2017-04-10 0 3933
2062 미국 시인 가수 밥 딜런는 누구인가... 2017-04-03 0 4490
2061 노벨문학상 타고 침묵으로 일관하다... 2017-04-03 0 3312
2060 스페인 시인 - 히메네스 2017-04-02 0 3626
2059 스페인 시인 - 미겔 에르난데스 2017-04-02 0 4018
2058 동요 "반달"의 작곡가와 그리고 룡정 2017-04-02 0 3412
2057 영국 계관시인 - 벤 존슨 2017-03-30 0 3191
2056 영국 형이상학파 시인 - 존.던 2017-03-30 0 5536
2055 80세, 공부와 시쓰기가 인생 끝자락의 제일 큰 행복이라고... 2017-03-23 0 3172
2054 77세에 등단, 80세에 詩集 출간... 2017-03-20 0 3332
2053 80세에 첫 詩集... 2017-03-20 0 3311
2052 윤동주의 시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있다... 2017-03-18 0 3416
2051 정병욱 큰 보람= "윤동주의 시를 간직했다가 세상에 알린 일" 2017-03-18 0 4316
2050 [고향문단소식]- 화룡 출신 최룡관시백 "하이퍼시창작론" 출간 2017-03-17 0 3016
2049 일본 민주주의 녀류시인 - 이바라키 노리코 2017-03-12 0 4307
2048 천재시인 李箱의 시작품 뮤지컬로 재탄생하다... 2017-03-04 0 2993
2047 프랑스 시인 - 페기 2017-03-01 0 4328
2046 일본 시인 - 혼다 히사시 2017-02-23 0 3494
2045 남아메리카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칠레 녀류시인 -미스트랄 2017-02-22 0 5353
2044 페루 시인 - 바예호 2017-02-22 0 3901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10 1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