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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대표작으로 보는 광복以後 시: 구상 - 초토(焦土)의 시 8
2015년 12월 15일 22시 42분  조회:3995  추천:0  작성자: 죽림

 

  구상 시 모음                   

 

 

 

 

초토(焦土)의 시·8                                     


  

-적군 묘지 앞에서


오호, 여기 줄지어 누웠는 넋들은
눈도 감지 못하였겠고나.


어제까지 너희의 목숨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썩어 문드러진 살덩이와 뼈를 추려
그래도 양지바른 드메를 골라
고이 파묻어 떼마저 입혔거니


죽음은 이렇듯 미움보다, 사랑보다도
더 너그러운 것이로다.


이곳서 나와 너희의 넋들이
돌아가야 할 고향 땅은 삽십(三十) 리면
가루 막히고
무주 공산(無主空山)의 적막만이
천만 근 나의 가슴을 억누르는데


살아서는 너희가 나와
미움으로 맺혔건만
이제는 오히려 너희의
풀지 못한 원한이 나의
바램 속에 깃들여 있도다.


손에 닿을 듯한 봄 하늘에
구름은 무심히도
북(北)으로 흘러 가고


어디서 울려 오는 포성 몇 발
나는 그만 이 은원(恩怨)의 무덤 앞에
목놓아 버린다.

 

 

 

 

기도                                                               


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서도
언제나 당신의 속사귐에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내 눈을 스쳐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당신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풀잎 하나 주옵소서.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내 혀를 닳게 하옵소서.


이제 다가오는 불 장마 속에서
'노아'의 배를 타게 하옵소서.

그러나 저기 꽃잎 모양 스러져 가는
어린 양들과 한 가지로 있게 하옵소서.

 

 

 

 

거듭남                                                   


저 성현들이 쳐드신 바 
어린이 마음을 
지각(知覺) 이전의 상태로
너희는 오해하지들 마라!


그런 미숙(未熟)의 유치란 
본능적 충동에 사로잡히거나
독선과 편협을 일삼게 되느니,


우리가 도달해야 할 
어린이 마음이란


진리를 깨우침으로써 
자기가 자신에게 이김으로써
이른바 '거듭남'에서 오는 
순진이요, 단순이요, 
소박한 것이다.

 


 

 

나는 알고 또한 믿고 있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욕망과 갈증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오뇌와 고통의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이 밑도 끝도 없는
불안과 허망의 잔을 
피할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또한 믿고 있다.


이 욕망과 고통과 허망 속에
인간 구원의 신령한 손길이
감추어져 있음을, 
그리고 내가 그 어느 날 
그 꿈의 동산 속에 들어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것을


나는 또한 믿고 있다.

 


 

 

날개                                                       


내가 걸음마를 떼면서
최초에 느낀 것은 
내 팔다리가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이제 칠순을 바라보며 
새삼스레 느끼는 것도
내 팔다리가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엄마의 손길을 향하여 
기우뚱대며 발걸음을 옮기던 때나 
눈에 보이지 않는 손길에 매달려
어찌 어찌 살아가는 이제나


내가 바라고 그리는 것은 
'제트'기도 아니요, 
우주선도 아니요,


마치 털벌레가 나비가 되듯
바로 내가 날개를 달고
온 누리의 성좌(星座)를 꽃동산 삼아 
첫사랑 어울려 훨훨 날으는 
그 황홀이다.

 

 

 

 

네 마음에다                                             


요즘 멀쩡한 사람들 헛소리에 
너나없이 놀아날까 두렵다.


길은 장님에게 물어라.
해답은 벙어리에게 들으라. 
시비는 귀머거리에게서 밝히라. 
진실은 바보에게서 구하라.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길은 네 마음에다 물어라. 
해답은 네 마음에서 들으라. 
시비는 네 마음에서 밝히라.
진실은 네 마음에다 구하라.

 

 

 

 

시                                                           


우리가 평소 이야기를 나눌 때
상대방이 아무리 말을 치장해도
그 말에 진실이 담겨 있지 않으면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느니


하물며 시의 표상(表象)이 아무리 현란한들 
그 실재(實在)가 없고서야 어찌 감동을 주랴?


흔히 말과 생각을 다른 것으로 아나
실상 생각과 느낌은 말로써 하느니
그래서 "언어는 존재의 집"이렷다.


그리고 이웃집에 핀 장미의 아름다움도
누구나 그 주인보다 더 맛볼 수 있듯이 
또한 길섶에 자란 잡초의 짓밟힘에도 
가여워 눈물짓는 사람이 따로 있듯이


시는 우주적 감각*과 그 연민(憐憫)에서
태어나고 빚어지고 써지는 것이니 
시를 소유나 이해(利害)의 굴레 안에서 
찾거나 얻거나 쓰려고 들지 말라!


오오, 말씀의 신령함이여!


                           * 하이데거의 "언어와 사고"에서의 말. 
                           * 폴 발레리의 시에 대한 정의.

 


 

 

시심                                                      


내가 달마다 이 연작에다가 
허전스런 이야기를 고르다시피 하여 
시라고 써내니까


젊은 시인 하나가 하도 이상했던지
"그러면 세상에는 시 아닌 것이 
하나도 없겠네요"하였다.


그렇다! 세상에는
시 아닌 것이 
정녕, 하나도 없다.


사람을 비롯해서
모든 것과 모든 일 속의 
참되고 착하고 아름다운 것은 
모두 다가 시다.

아니, 사람 누구에게나 
또한 모든 것과 모든 일 속에는
진·선·미가 깃들어 있다.


죄 많은 곳에도 하느님의 은총이
풍성하듯이 말이다.* 
그것을 찾아내서
마치 어린애처럼 
맞보고 누리는 것이 
시인이다.


                       * 성서의 로마서 5장 20절

 

 

 

 

어른 세상                                               


네 꼬라지에 어줍잖게 
그리 생각에 잠겨 있느냐고 
비웃지 말라.


내가 기가 차고 어안이벙벙해서
말문마저 막히는 것은


글쎄, 저 글쎄 말이다.
이른바 어른들이 벌리고 있는
이 세상살이라는 게, 그 모조리
거짓에 차있다는 사실이다.


저들은 정의를 외치며 불의를 행하고
저들은 사랑을 입담으며 서로 미워하고
저들은 평화를 내걸고 싸우며 죽인다.


내가 주제넘어 몹시 저어되지만 
어느 분의 말씀을 빌려 한마디 하자면


저들이 어린이 마음을 되찾지 않고선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가 없듯이 
저들이 어린이 마음을 되찾지 않고선
이 거짓세상의 그 덫과 수렁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홀로와 더불어                                            

 

나는 홀로다. 
너와는 넘지 못할 담벽이 있고 
너와는 건너지 못할 강이 있고 
너와는 헤아릴 바 없는 거리가 있다.


나는 더불어다. 
나의 옷에 너희의 일손이 담겨 있고 
나의 먹이에 너희의 땀이 배어 있고 
나의 거처에 너희의 정성이 스며 있다.


이렇듯 나는 홀로서
또한 더불어서 산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의 삶에 
그 평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白 蓮                                                     


내 가슴 무너진 터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솟아난 백련 한 떨기


사막인 듯 메마른 나의 마음에다 
어쩌자고 꽃망울 맺어 놓고야


이제 더 피울래야
피울 길 없는 백련 한 송이


왼 밤 내 꼬박 새어 지켜도
너를 가리울 담장은 없고


선머슴들이 너를 꺾어 간다손 
나는 냉가슴 앓는 벙어리 될 뿐


오가는 길손들이 너를 탐내
송두리째 떠간다 한 들


막을래야 막을 길 없는
내 마음의 망울진 백련 한 송이


차라리 솟지야 않았던 들 
세상없는 꽃에도 무심한 것을

너를 가깝게 멀리 바랠 때 마다 
퉁퉁 부어오르는 영혼의 눈시울

 

 

 

 

오늘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혼자 논다                                                 


이웃집 소녀가 
아직 초등학교도 안들어 갔을 무렵 
하루는 나를 보고 
ㅡ 할아버지는 유명하다면서? 
그러길래 
ㅡ 유명이 무엇인데? 
하였더니 
ㅡ 몰라! 
란다. 그래 나는 
ㅡ 그거 안좋은 거야! 
하고 말해 주었다.


올해 그 애는 여중 2학년이 되어서 
교과서에 실린 내 시를 배우게 됐는데 
자기가 그 작자를 잘 안다고 그랬단다. 
ㅡ 그래서 뭐라고 그랬니? 
하고 물었더니 
ㅡ 그저 보통 할아버진데, 어찌보면 
그 모습이 혼자 노는 소년 같아! 
라고 했단다.


나는 그 대답이 너무 흐뭇해서 
ㅡ 잘 했어! 고마워! 
라고 칭찬을 해 주고는 
그날 종일이 유쾌했다.


 
 

 

 

 


 

 구상 具常 (1919 - 2004)                                  

 
 
 

 

 

칠곡군 구상문학관 內

 

구상문학관은 구상 시인의 생존 시기였던 2002년 10월 4일 개관했다.

예술의 전당을 설계하신 김석철 설계사가 설계했는데 전체 2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은 전시실이고 2층은 도서실과 세미나실로 구성되어 있다.

2층 도서실은 기증받은 책(2만 5천권)으로 구상시인의 서고를 재현했다 한쪽에는 열람실로 마련해 두었다.

그리고 문학관 마당 한쪽에는 ‘그리스도폴의 강’ 시비가 있다. 2008년 10월 28일에 시비제막식이 있었다.

그리고 문학관 자리는 원래 집이 있던 자리로 ‘관수재’를 새로 복원하였다.

예전에 이중섭 화가도 와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문학관 전시실에는 구상 시인의 흉상, 박정희대통령이 보낸 친필서한, 중광스님이 구상시인의 마음이라고 그려놓은 그림,

김기창 화백의 그림, 전국을 여행 다니면서 가져온 돌도 있고,

시인이 도자기류를 좋아해서 그런지 도자기류가 많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에는 중광스님이 빚은 도자기도 있다.

이외에 시인의 소장품과 작품, 원고 등이 전시되어 있다.

문화적인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뽑은

세계 200대 문인의 한 사람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한 자리를 차지한 시인 구상(1919년 ~ 2004년)

그리스도폴의 강  구상시비.

시비는 (주)현대화섬 손상모 대표이사의 재정 지원으로 독특한 한글서체를 창조한 류영희 서예가가 글씨를 쓰고 석공예 명장 윤만걸씨가 제작했다.

구상(1919. 9.16-2005.5.11) 시인은 서울 이화동 출신이다.

어머니가 43세 되던 해에 구상시인을 낳았기 때문에 어릴 때 만득이라고 불렀다.

아버님이 왜관 베네딕트 수도원의 교욱사업을 하였고 형이 구대준 신부였다.

그런 가정환경으로 인해 신부가 되려고 하였으나 문학을 하게 되었다.

6.25때는 종군작가단의 부단장으로 활동하였다.

53년부터 74년 까지 왜관에서 기거를 했는데 이때 왜관사람들은 ‘병원집 아저씨’라고 불렀다.

이후 서울에서 생활을 했는데 집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한강을 주제로 강 연재시를 계속 쓰다

63빌딩이 생기면서 ‘강’시를 못썼다고 한다.

중광 작품

지극히 자기 고백적인 성찰의 시다. 구상시인은 이렇게 평생을 기독교적 존재관으로 살며 그것을 투명한 시적예지로 받아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건국신화와 선불교적 명상, 노장사상까지 포용하는 사상적 기반을 바탕에 두고 시를 써왔다.

맑고 투명한, 거기에다 사상적 통합을 시로써 이루어낸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k씨가족-이중섭 작-

구상 시인은 산보다 강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시인이 자란 원산시 외곽에 있던 덕원이라는 마을 앞에는 마식령산맥으로부터 흘러와 송도원 바다로 흘러가는 적전강이 있었는데 구상 시인은 이 강을 바라보면 마음이 후련해지고 해방감을 맛 보곤 했다고 한다. 그런데 구상 시인이 장성해 가면서 일반적인 경치나 풍경으로써의 강보다 인식의 대상으로써 강을 바라보게 된 것은 그리스도 폴이라는 가톨릭 성인의 설화와 헤르만 헤세의 소설《싯다르타》를 접한 게 영향이다. 거기 주인공들은 강을 회심의 수도장으로 삼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저러한 강에 대한 상념이 시인으로 하여금 강을 연작시의 소재로 삼게 하였다. 여기에는 물론 시인이 여의도에 살아 날마다 한강을 마주하고 있고, 시골집도 왜관이라 낙동강을 자주 접하는데서 오는 친근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시인은<강> 60편을 완성하면서 강을 회심의 일터로 삼았던 것만은 사실이다.

구상 시인은 또 하나 남다른 것이 있었다. 그것은 어려서부터 너무나 종교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때문인지 문학은 항상 인생의 부차적인 것이요, 주된 것은 종교, 즉 구도요, 그 생활이었다. 그래서 구상 시인은 일본에 가서 대학에 입학할 때도 명치대학 문예과와 일본대학 종교과에 모두 합격하였는데 결국 종교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는 그의 신심을 가다듬기 위하여 복음의 묵상서《나자렛예수》와 신심시선《말씀의 실상》을 펴냈다.

관수제

 세계 200대 문인 반열에 오른 구상선생의 선양과 한국시문학에 끼친 업적을 보존하고 22년간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한 관수재를 복원하여 시인의 삶과 문학과 구도자적 정신세계를 영원히 이어가고자 건립. 집필실이자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들렀던 관수재는 관람객들에게 시인의 문학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출처] 구상문학관(칠곡)|작성자 천병학

 


첫 소설집 <건달> 펴낸 소설가 구자명씨

 

 

 
현대인들은 숨막힐 듯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서운 속도경쟁과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쫓기듯 바쁘게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 인간다운 게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한번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최근 첫(2003) 소설집 <건달> (나무와 숲)을 펴낸 소설가 구자명(임마쿨라타 46)씨는 물질 만능주의와 속도 지상주의가 판치는 현대사회에서 과연 그렇게 사는 것이 최선일까 라는 화두를 던진 게 이 소설집 이라며 이 책이 한번쯤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고 말했다.

  <건달>은 1997년 마흔이라는 늦깎이 나이로 작가세계 를 통해 등단한 구씨가 그동안 발표했던 중·단편 소설 7편을 모은 것으로 이 책 제목이기도 한 연작소설 건달 이 대표작이다. 구씨는 구상 시인의 딸로 대를 이어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드문 경우.

  소설 <건달>의 주인공 지대평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부정적 의미의 건달이 아니라 뭔가를 기를 쓰고 성취하고자 하는 욕심이 없기에 힘들여 일하지 않고 사는 유유자적한 인물입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많은 이들이 한번쯤 꿈꾸는 삶이기도 하죠.

 구씨 작품에 대해 문학평론가 문흥술 교수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상상력은 물론 탄탄하면서도 흥미로운 서사 구조와 유려한 묘사를 겸비하고 있다 면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하나되는 삶이야말로 타락한 우리 사회를 정화시킬 수 있는 인간 본연의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고 평했다.

 구씨는 이번 소설집 출간을 서둘렀다. 위독한 상태에 있는 아버지 구상 시인에게 첫 작품집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구상 시인의 딸은 아버지의 문학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수사적 표현이 적어 따분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나이를 먹으면서 화려한 꽃이나 열매가 없는 아무 옷도 입지 않은 벌거숭이 나무의 미학을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현란한 수사나 표현으로 독자들을 기만하지 않는 아버지의 작품 세계를 점점 더 이해하게 됩니다.

 구씨는 아주 지혜로우면서도 여유롭게 사는 자유인을 다룬 장편 소설을 구상 중이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건달 결정판으로 왕건달 을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소설 주인공처럼 그렇게 여유롭게 사느냐는 질문에 구씨는 바쁘게 사는 거나 그렇게 살고 싶은 거나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 면서 소설을 통해 작가인 나 자신에게도 한번 실험해보고 싶다 고 웃었다.
 

 

             구상 선생님의 따님이신 구자명 소설가

 

 


소설가 구자명, 「바늘구멍으로 걸어간 낙타」 출간

 

"아버지, 저를 사랑하시나요?"

 

누구에게나 '아버지'는 쉽지 않은 주제다.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밟으며,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문학을 하는 문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오랫동안 아버지의 시(詩)를 피해 도망다녔다"는 소설가 구자명(임마쿨라타·52)씨도 그랬다. 지천명이 넘어서야 아버지의 문학이 새삼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구상(세례자 요한?1919~2004) 시인의 외동딸인 구씨가 올해(2015)로 타계 5주기를 맞은 부친과의 가슴 뭉클한 추억을 털어놓았다. 최근 펴낸 신작 에세이집 「바늘구멍으로 걸어간 낙타」(우리글/240쪽/9500원)를 통해서다.

에세이집에는 자연과 문화, 신앙, 가족, 일상 등을 주제로 각종 지면을 통해 발표한 산문 50여 편이 실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구자명이 바라본 구상 시인'이다.

두 돌을 넘지 않은 자기 엉덩이를 아버지가 철썩철썩 내려친 기억을 지우지 못하는 저자는 수 십 년 동안 가슴에 묻어온 "아버지, 저를 사랑하시나요?"라는 물음을 끝내 묻지 못한 것이 속상하고 안타깝다. 

"왜, 물어보지 않았던가? 물어보기만 했더라면, 틀림없이 아버지는 '사랑하고말고!'라고 말씀으론 못해도 고갯짓으로라도 대답하셨으리라는 걸 나는 안다. 왜냐하면 그분이 마지막 병고의 고통 속에서도 이따금 나를 향해 보내는 무언의 눈빛이 그러했기 때문이다."(165쪽)

구씨는 자신이 부모 돼 똑같은 부성(父性)의 길을 걷게 돼서야 답장을 쓴다. 당신은 평생을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한번도 심심할 틈 따윈 없어 보이는 '몹시도 꽉 찬 보름달' 같았다고.

그는 "문학에의 피 말리는 정진, 수많은 지인들에 대한 끊임없는 배려와 보살핌, 우주만물의 섭리를 주관하시는 하느님께 바치는 나날의 진지한 기도에서 아버지의 실존을 찾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조광호 신부(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 교수)는 "책을 읽어가다 보면 때로는 눈물겹고 때로는 안타까운 치열한 삶의 현장 한가운데서 작가와 함께 길을 가는 동행자가 된다"고, 조창환 시인(아주대 인문학부 교수)은 "그녀가 하느님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에 대한 애틋한 연민과 진실한 공감의 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각각 추천사에서 적었다. 표지 그림을 비롯해 책 곳곳에 실린 삽화들은 서양화가인 남편 김의규(가브리엘·54)씨의 작품이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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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명시인 - 푸쉬킨 2015-03-21 0 3202
234 영국 "천재 련애대장", 명시인 - 바이런 2015-03-21 0 6591
233 명시인 - 윌리암 워즈워드 2015-03-21 0 2907
232 명시인 - 쉘리 2015-03-21 0 2863
231 명시인 - 죤 키츠 2015-03-21 0 2777
230 명시인 - 로버트 브라우닝 2015-03-21 0 2971
229 아이랜드 명시인 - 예이츠 2015-03-21 0 3249
228 명시인 - 쟝꼭토 2015-03-21 0 2897
227 명시인 - 베를렌 2015-03-21 0 2418
226 명시인 -보들레르 2015-03-21 0 2588
225 명시인 - 세익스피어 2015-03-21 0 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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