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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세글자면 모든 것 통하는 것...
2016년 01월 02일 04시 39분  조회:4339  추천:0  작성자: 죽림

타령조로 쓴 ‘거시기’의 사회학적 재해석
죽어도 편 안 가르는, 맴과 맴을 이어주는 ‘침묵의 소리’ 

                                          /김화성│동아일보 전문기자 
  
참으로 말만 많고 진심과 진실은 통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전라도 사람들은 무슨 텔레파시가 있는지 예부터 ‘거시기’ 세 글자면 모든 게 통합니다. 그동안 이 ‘거시기’란 말은 각종 영화, 문학 작품을 통해 여러 가지 해석이 시도됐는데요,

필자는 이 거시기란 말을 ‘말이 돌처럼 딱딱허게 굳은 시상에, 혼자 앙앙불락허는 미친넘들의 나라에서, 죽어도 편을 안 가르는, 맴과 맴을 이어주는 침묵의 소리’라고 정의합니다.

이 글은 전라도 사투리를 타령조로 쓴 것이므로 표준어와 맞춤법에 맞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거시기’란 말은 자연과 동심을 닮았다. 드러내지 않아도 그 속내를 알 수 있는 밝고 따뜻한 말이다.  
요즘 난 거시기 헙니다. 먹는 것도 거시기 허고, 자는 것도 거시기 헙니다. 신문을 봐도 거시기 허고, TV를 봐도 영~ 거시기 헙니다. 치깐에 안저 있어도 속이 더부룩허니 거시기 헙니다. 꼭 목구녁에 무신 거시기가 걸린 것 같습니다.

꿈속에서 저승에 기신 부모님이나 친척들을 만난 날은 하루점드락 맴이 걍 거시기 혀부립니다. 거울 속에서 삐죽삐죽 준치 까시 같이 돋은 은바늘 턱자락을 보먼, 거시기 혀부립니다. 한겨울 미나리깡 연초록 잎들을 보먼 코가 시큰허니 거시기 혀부립니다.

날씨가 꾸무럭혀서 그런가요? 나이 탓인가요? 몸이 껄쩍지근~허고, 심드렁~허고, 녹작지근~ 헌 것이 참 지랄 같습니다. 찌뿌등등~ 헌 것이 작대기로 여나무대 얻어맞은 것 같습니다. 저~, 거시기 머시냐~, 역시 나이는, 삼말사초가 질로 좋은 것 같습니다. 하먼요, 삼십대 말에서 사십대 초 때야 머 무서운 게 없었응게라.

술 머그먼 머리 속이 몽롱허니 허부적댈 때 진즉 알아보아야 혔습니다. 글자가 물범벅이 되어 희끄무레 보일 때 거시기 혔어야 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먼 손발이 저릿저릿, 허리가 시큰시큰, 모가지가 뻐근녹작헐 때 거시기를 히써야 혔습니다.

시상 일도 그렇습니다. 한창때는 기먼 기고, 아니먼 아니고, 니기미 작것, 뚜부라도 단칼에 동강내버렸는디, 인자는 머시 진짜이고, 머시 짝퉁인지 잘 모르겄습니다. 머시 옳은 거시고, 머시 그른 거신지 알다가도 모르겄습니다. 이거시 저것 같고, 저거시 이것 같고, 거시기가 저시기이고, 저시기가 그 거시기이고….

사람 속은 또 얼매나 헷갈립니까? 한 사람을 알았다 싶으먼, 금시 모르겄고, 모르겄다 싶으면, 어느 날 문득 쬐께 알거 같기도 허고. 참말로 폭폭헙니다. ‘연못에는 빠져도 사람한티는 푹 빠지지 말라’고 혔는디, 그 말뜻을 인자사 알거 같습니다. 물에 빠지먼 깨구락지 히엄이라도 쳐서 나올 수 있겄지요. 그런디 사람헌티 한번 폭 빠지먼 죽어도 못 빠져 나당게요. 정말 거시기 머시기 혀부립니다.

탤런트 김성환(1950~)의 별명은 ‘거시기’입니다. 나같이 아래 사람덜은 그를 이무롭게 ‘거시기 성님’으로 부릅니다. 한자로는 클 ‘거(巨)’자에 심을 ‘식(植)’자 ‘김거식(金巨植)’입니다.

거시기 성님이 밸 이름도 없이 방거충이 맨치로 방송국에 허청허청 댕기던 80년대, 긍게, 저~ 거시기…, 무슨 드라마더라? 하여튼 그 머시기 TV연속극에 ‘거시기’라는 뜨내기장사꾼으로 등장헌 적이 있었는디, 그때 겁나게 떠부렀지라. 그때부터 ‘거시기’가 별명이 돼부렀습니다.

거시기 성님은 입이 걸쭉헙니다. 말도 능청시럽고 능글 징글맞습니다. 남덜이 배꼽을 잡고 뒹굴어도, 자신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아조 으시딱딱허게 썰을 풀어갑니다. 노래도 가수 뺨치게 잘해부럽니다. 해마다 어버이날이나 연말연시가 되먼 디너 숀가 먼가를 삐까번쩍헌 호텔으서 멋들어지게 해부립니다. 아니 연기허는 사람이 먼 넘의 노래를 그렇게 징허게 잘허는 지…원. 거시기 성님이 디너쇼에서 빠지지 않고 허는 구라가 있습니다. 바로 ‘거시기 구라’입니다.

거시기 성님의 거시기 구라

나 고향은 전라북도 군산인디, 제 옆집에 아덜 삼형제를 둔 농부아자씨가 살고 있었구만이라. 근디 이 양반이 얼매나 부지런헌지 시복부터 깜깜헐 때까정, 기양 논에서 살다시피 혔지라우. 이 양반이 어느 날 시복에 논에서 돌아와 정신없이 끼대자고 있는 아들덜을 깨우는디, 그게 참말로 요상시럽다~ 이겁니다요.

“옴메, 요런 싸가지 없는 것들 보소, 해가 똥구녁 우그까지 번허게 떴는디 시상 모르고 끼대 자빠져 자고 있네 그랴. 야, 거시가? 얼릉 일어나 나 잠 봐라 이잉? 이것떨이 귀를 쳐 먹었나. 거시가? 안 일어날래! 이 썩을 오살헐 넘아! ”

거시기가 누군가? 나는 고개를 자우뚱 혔습니다. 나가 아는 3명 아덜은 모다 번듯헌 이름이 있었는디, 기양 ‘거시기’라고 부르면 어느 자식이 일어날지 나가 생각혀도 쬐께 깝깝혔습니다. 근디 누군가 “예, 아부지 시방 일어나는 구먼이라~”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큰아덜이었습니다. 히야, 큰아덜이 거시기로구나! 근디 그 아자씨 다음 말이 더 걸짝이었습니다.

 

   (계속)

 

“오냐, 얼릉 일어나, 나 야그 잠 들어봐라 이잉. 나가 오다봉게로 깐치다리 밑으서 집채만헌 차가 기양 노인네를 거시기 혀부렀다. 그러니 너는 허청으로 가서 거시기허고 거시기를 가져오니라.”

그러더니 그 아자씨는 또 방안에 아직도 자고 있는 두 아덜에게 때까오처럼 소락때기를 질러댔습니다.

“야, 거시기 너도 일어나라 이잉? 너그 성허고 너는 항께 거시기 히야 된게. 너도 허청에 가서 거시기 갖고 나서라! 빨리 이잉~”

“아이고 쬐께 더 잤으먼 쓰것고만~. 먼 하나씨가 시복부터 그 일을 당혀 갖고 이렇게 난리를 쳐부리는가 몰르겄네.”

둘째아덜 씨부렁거리는 소리였습니다. 마당에서는 먼가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고, 쨍그렁허니 삽 부딪치는 소리 같은 것도 들렸습니다. 그 아자씨허고 큰아덜이 무신 연장 같은 것을 챙기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아자씨 입은 쉬지 않았습니다.

“아이고 거시가!! 너는 성덜이 다 일어나 부새떨고 있는디 잠이 편히 오냐 이잉? 아이고 나가 전생으 무신 잠충이 고기를 아구아구 삶아 먹었는지, 새끼덜이 하나같이 잠만 퍼잔단 말이시. 이런 호랭이가 열두 번 차갈 넘덜. 그리 갖고 낭중에 밥술이나 제대로 쳐 먹고 살랑가 몰라. 거시기 넌 말이여, 너는 두 성들이 거시기허게 머시기 갖고 따라 오니라 이잉.”

“아이고 아부지 알았서라. 그렇찬혀도 일어날라고 혔는디…. 어차피 더 잠자기는 글러버렸응게로. 긍게 아부지, 저그 머시냐, 나넌 저시기만 갖고 가먼 되겄고만요 이잉. 참말로 그 하나씨도 지지리도 복도 없구만이라. 어디 사는 하나씬지는 잘 모르지만, 먼 시복부터 그렇게 길을 바삐 가시다가….”

쬐께 있다가 그 아자씨와 거시기 삼형제가 깐치다리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지라우. 가마니 봉게 첫째 둘째 거시기 아덜은 삽과 들것을 들었고, 아자씨는 짚 한 다발 허고 잿간에서 재를 퍼 담은 다라이옴박지를 허리에 끼고 있었습니다. 막내 거시기 아덜은 거적때기를 둘둘 말아 들었고요.

기가 맥혔습니다. 아니 아자씨가 헌말은 ‘거시기는 거시기허고, 저시기는 머시기 허고…’ 하여튼 모다 거시기 저시기 말만 혔는디, 그 거시기 아덜 삼형제는 어치케 알아듣고 다덜 척척 거시기허고 나섰능게라. 구신이 곡헐 노릇이지라.

긍게 상황을 조근조근 빽다구만 추려보먼, 쯧쯧 어떤 할아버지가 다리 밑 길에서 차에 치여 그만 돌아가셨는가 본디, 그걸 아자씨가 새복 논 물꼬 보러 갔다 오다가 본 것이지라. 그려서 그 시신을 차마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응게, 들것 허고, 먼가 덮을 꺼적때기 허고, 핏자국 지울 재 같언 것이 필요혔겄지라. 글고 그 썩을 넘의 차가 길바닥을 뭉개놨을 거신 게 그걸 다시 평평허게 해놓을라먼 삽이나 머 그런 연장도 필요허겄지라.

 

허 참, 거시기 성님, 참말로 찰지고 맛나게 구라를 풀어부럽니다. 참 거시기 저시기 허니 옹골져부럽니다. 어치커나 전라도 사람덜은 머시든 거시기 하나로 다 통허는가 봅니다. 히히히, ‘전라도 사람덜은 거시기로 통헌다?’ 말혀 노코 보니 쬐께 거시기 헙니다.

이 바닥에선 머니머니 혀도 황지우 시인의 ‘거시기’가 으뜸입니다. 이 사설, 아니 넋두리는 절대로 자기 편헌 대로 꺾거나 붙여서 읽어부리먼 배려버립니다. 영 가락이 안 살아나고, 맛이 안 나부린당게요. 황 시인이 처음 쓴 그대로 행갈이 험시롱 따복따복 을퍼야 꼬숩고 들척지근허고 맛나지라. 근디 도대체 이 썩을 넘의 거시기가 머다요~ 이잉?

“아이고, 이것이 무엇이냐! 아이고, 이것이 무엇이여! 분명 무신 장은 장인디~. 허 참 알다가도 모르겄네. 초화장? 된장? 천장? 마루장? 고추장? 기왓장? 면장? 사장? 회장? 장화초? 도대체 이거시 무엇이냐!! ”

놀부란 놈, 흥부네 집에서 모개나무로 만든 화초장을 눈 부라려 억지로 하나 짊어지고 오다가, 그만 그 이름을 홀라당 까먹어버렸것다! 그려서 혼자 미친 넘처럼 중얼중얼 지랄 생난리를 치는 모습입니다. 키키키~푸하하하~. 황 시인도 놀부만큼이나 ‘거시기’가 무엇인지 폭폭허고 화완장 혔던 모양입니다. 


   (계속)

 

황지우의 ‘거시기’

 

워매 요거시 머시다냐

요거시 머시여

머냔 마리여

사람미치고 화안장하것네

머가 어쩌고 어째냐

옴메 미쳐불 것다 내가 미쳐부러

아니

그것이 그것이고

그것은 그것이고

그것이야말로 그것이라니

이런

세상에 호랭이가 그냥

무러갈 불 놈 가트니라고

너는 에비 에미도 없냐

넌 새끼도 없어

요런

호로자식을

그냥 갓다가

그냥

위매 내 가시미야

오날날 가튼 대멩천지에

요거시 머시다냐

머시여

아니

저거시 저거시고

저거슨 저거시고

저거시야말로 저거시라니

옛끼 순

어떠께 됫깜시 가미 그런 마를 니가 할 수 잇다냐

그 마리 니 입구녁에서 어떠께 나올 수 잇스까

낫짝 한번 철판니구나

철판니여

그래도 거시기 머냐

우리는

거시기가 거시기해도 거시기하로 미더부럿게

그런디이

머시냐

머시기가 머시기헝께 머시기히어부럿는디

그러믄

조타

조아

머시기는 그러타치고

요거슬어째야 쓰것냐

어째야 쓰것서어

요오거어스으을

 

/‘황지우 ‘거시기’ 전문’


“히히히~ 키키키~ 낄낄낄~길길길~쿠쿠쿠~” 황 시인이 아조 애간장이 다 녹아부릴라고 허는 구만이라 이잉. 누구 좀 아는 사람 없소? 있으먼 지발 좀 갤쳐주시오 이잉? 앞날이 구만리장천 같헌 대한민국 대표시인을 기앙 속 터져 죽게 만들먼 쓰겄소? 나도 폭폭허니 맴이 맴이 아니구만이라. 허지만 나도 그 뜻이야 몸으로는 알지만, 어치케 말로는 표현 못 헌당게요. 거시기란 뜻은 구신도 말로 표현 못헌당게라. 안개 같은 것인게라. 바람 같은 것잉게요. 바람은 잡었다 싶으면 날아가 버리고, 날아갔다 싶으먼 살랑살랑 꼬랑지를 치면서 몸을 간질이는 아조 쌩보고리 인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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