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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 서랍 속에 누워 있는 ‘미끈한 발레리나’는 무얼까? 얼핏 짐작이 가지 않는다. “발레 슈즈도 신지 않은/보얀 맨발”을 한 이것을 한 묶음 집어서, “톡톡 키를 맞추고/물 끓는 냄비에 넣”는다고 했다.
요즘엔 사라진 표현이 ‘국수 언제 먹느냐?’는 질문이다. 장가 언제 갈 건가, 시집 언제 갈 건가를 묻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잔칫집의 중심 음식이 국수였다. 지금은 결혼식 때 자기 집이 아닌 외부 식당에서 뷔페로 온갖 종류의 음식을 내는 게 대세다. 그러나 예전같이 소박하면서도 왁자한 정취는 맛보기 어렵다. 국수 면발을 뽑아 바깥에 길게 늘어뜨려 걸어놓고 말리는 국숫집 풍경도 찾아보기 어렵다. 파스타나 쌀국수 등 다양한 종류의 국수를 즐길 수 있는 국수의 세계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옛날 짜장’처럼 ‘옛날 국수’라고 메뉴를 써놓은 음식점도 눈에 띈다.
백석을 비롯해 많은 시인들이 국수의 맛과 정취를 노래했는데,
이상교의 ‘아름다운 국수’는 싱크대 서랍 속 국수의 모습에서 보얗고 미끈한 발레리나를 봤다. 아마 우리 집 싱크대나 찬장 속 어디에도 미끈한 발레리나가 냄비 속에서의 한바탕 공연을 기다리며 잠자고 있을 듯하다.
/김이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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