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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에서 상상은 허구, 가공이다...
2016년 03월 04일 23시 16분  조회:4981  추천:0  작성자: 죽림
시를 쉽게 쓰는 요령 - 김영남

2.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방법


초보자 시절에 일단 상상하는 요령을 알게 되면 어떤 소재를 고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상상력이 일정 수준에 달한 사람은 어떤 소재를 갖다놓더라도 즉각 상상력을 기발하게 발휘할 수 있습니다만 초보자 시절에는 막막하기 이를 데 없죠. 그래서 초기에는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이 담긴 소재, 언어들을 고르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우선 공간이 존재하는 소재들을 고르는 게 상상하기 쉽습니다. 구체적이지 않고 평면적이고 추상적인 소재들은 수준급의 상상력 소유자가 아니면 상상의 단서를 잡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사랑, 미움, 과거, 미래, 종이... 등 이런 소재들로 시를 쓴다고 해봅시다. 그냥 숨이 콱 막힐 겁니다. 그러나 공간이 있는 것들 문, 벽, 창, 천장, 집....등 이걸로 상상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상상이 한결 쉬울 겁니다. 이건 상상이란 기본적으로 이미지, 즉 머리 속에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고 그 그림은 공간이 있는 것이 평면적인 것보다 훨씬 그리기 쉽고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 구체적인 소재로 상상하라.


예를 한번 들어 봅시다. <문>을 가지고 상상한다면 현실의 문 (사립문, 철문, 미닫이문, 파란 문, 빨간 문…), 추억의 문, 사랑의 문, 지식의 문...등 상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가령 그 추억의 문 하나로만 상상을 해보더라도 그 추억의 문에 문고리를 달아보고, 자물통도 달아보고, 발로 한 번 뻥 차보고, 파란 페인트, 아니 빨간 페인트도 칠해보고 온갖 상상을 다 해볼 수 있잖아요?


* 또 <집>이란 소재로 한번 해 볼까요? <추억의 문>처럼 의미적 공간 말고, 이번에는 실제적 공간으로 <집>, 즉 어느 초가집을 한번 그려본다고 해 봅시다. 두 눈 딱 감고 어릴 적에 보았던 초가집 하나를 머리 속에 담고
< 그 집에 들어가려면 싸립문을 밀어야 하고/ 문 왼쪽에는 나팔꽃 화단/오른 쪽에는 토끼장이 딸린 닭장/ 거기에는 줄을 잡고 변을 보는 화장실이 있다/……뒤란에는 대나무 숲이 있고/ 앞마당에는 삽살개 한 마리/…… 신발을 벗고 방문을 열면/ 펜티 차림의 한 어린이가/ 만화책을 보고 있다>


이렇게 묘사해 놓고 제목을 <김영남의 집>으로 붙인다고 해 보세요. 정말 김영남의 어린 시절 집을 그린 훌륭한 시가 되지 않습니까?



* 상상은 허구이고 가공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초가집을 그리는데 자기가 실제적으로 본 초가집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안 되요. 상상이 당장 막혀요. 상상은 기본적으로 허구이고 가공입니다. 즉 그 초가집을 그리는데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기억 속에서 모두 불러와 한번 그럴싸하게 둘러대는 겁니다. 즉 상상 속에서 초가집을 새롭게 창조하는 거죠. 이게 바로 참신한 그림이요, 참신한 이미지요, 참신한 시가 되는 겁니다.


이상에서 언급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초보자 시절에는 가능한한 공간이 존재하는 소재들을 골라 상상을 해 시를 써보도록 하고, 상상은 체험, 허구, 가공까지 드나들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시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허구, 가공까지 동원해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라는 걸 유념합시다.
========================================================================
참고로,---


여기에 올리는 글들은,
후에라도 잊지 않고 다시 기억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유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서 올립니다.

그리고 올리는 글들 중 혹 중복되는 경우가 있을수 있는데 
그때면 한번 더 복습하는 셈치고
특히 이 점에 관하여 량해해줍시사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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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생일 / 장석남




생일

장 석 남

달이 마당 밖 잣나무숲을 지날 즈음
흰 돌멩이 하나 들어다가 툇마루 위에 올려두면
어느새 노래가 되어 꽃밭 속으로 어른어른 밀려나갔다

그믐밤이 되어서는
캄캄한 꽃밭 속에서 반딧불이 두엇씩 살아 나왔다
무슨 일일까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흰 돌멩이 하나 들어다가 갓 풀린 개울물에 넣어둔다
귀도 하나는 그 곁에 벗어둔다


장석남 시집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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