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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인 - 김종삼
2016년 01월 05일 05시 20분  조회:4461  추천:0  작성자: 죽림


순수의 시인 김종삼

 

 

 



이재훈(시인)

 

 

 

 






우리 한국시에서 “가장 순도 높은 순수시”를 썼다고 평가받는 김종삼 시인(1921~1984). 언제나 말없이 점퍼 차림에 벙거지를 쓰고 술집에 홀로 앉아 술을 즐겼다는 김종삼. 그는 평생 직장다운 직장 한 번 가져본 적 없이 오로지 詩만 바라보며 가난하게 살았다. 김종삼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꺼려했다. 도깨비, 괴짜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대신 평생 음악과 술을 친구 삼아 고독의 시간을 즐겼다.

김종삼의 술과 음악에 대한 취향은 독특했다고 전해진다. 좀 과장되어 말한다면 그것은 마치 선인들의 수행과정과도 닮았다. 술은 독작(獨酌)이 원칙이었으며, 술을 마실 때에는 안주나 곡기를 전혀 먹지 않았다. 또한 한번 마셨다 하면 오로지 술만 열흘이고 보름이고 마시다 깨다를 반복했다. 술값이 생기면 소주를 사들고 홀로 어디 구석진 공간을 찾아 다녔다는 김종삼 시인.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 또한 남다르다. 김종삼이 직장이라고 할 만한 일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일한 곳이 바로 동아방송의 음악효과를 담당하는 일이었다. 아마 음악 효과의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종삼은 한번 음악을 들었다 하면 한 곡을 하루 종일 또한 한두 달을 계속해서 들었다. 일종의 편집증 증세처럼 하나의 곡, 혹은 한 음악가를 만나면 고집스럽게 들었다. 김종삼의 증언에 따르면 10대 후반에는 베토벤을 좋아했고, 그 후에 바하와 모차르트를 좋아했으며 세자르 프랑크, 라벨, 드뷔시 같은 음악가를 좋아했다. 그 때문인지 김종삼의 시에는 음악을 소재로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집필했던 것이 분명한 시편들이 상당수 있다. 특히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음악가인 프랑크의 음악에 대한 애정을 여러 편의 시를 통해 형상화하기도 했다.

김종삼은 1921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났다. 그가 부모와 형제들과 함께 남한에 내려온 것은 해방 이후 1947년이었다. 형제들 중에는 친형인 김종문 시인도 있었다.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전봉래의 자살을 겪은 것은 한국전쟁 피란 때였다. 전봉래는 부산 남포동의 스타다방에서 바하를 들으면서 세코날을 복용하고 자살했다. 이후 김종삼은 서울의 가난한 단칸방에서 평생을 가난과 고독과 함께 살았다.

김종삼에게 술과 음악은 신산한 현실을 지탱할 수 있는 힘과 같은 것이었다. 또한 그의 시에는 종교적 맥락을 환기하는 다수의 시편들이 있다. 그에게 종교는 특정한 교리를 전파하는 역할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을 말하고 싶은 순수의 욕망에서 발원한다. 알 수 없는 원죄의식과 인간으로서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동시에 내포되어 있다.

 

희미한

풍금 소리가

툭 툭 끊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물음에 대해

 

다름아닌 인간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 길어다 준 일밖에 없다고

 

머나먼 광야의 한복판 얕은

하늘 밑으로

영롱한 날빛으로

하여금 따우에선

- 시 <물통> 전문

 

김종삼의 대표작 중에서 「물통」은 미학적 언어의 특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김종삼의 의식세계를 잘 알 수 있는 시이다. 중요한 구절은 “그동안 무엇을 하였느냐”고 묻고 있는 절대자와 대답을 하는 시적 화자와의 말이다. 시에서 화자는 말하고 있다. “인간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 길어다 준 일밖에 없다”고. 화자의 답변은 자신의 일생을 요약할 수 있는 성찰과 회한의 말이다. “~밖에 없다”는 말의 이면에는 내 삶이 참으로 보잘 것 없음을 강조하여 말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말의 의미를 뒤집어 생각하면 “물”이라는 존재의 근원을 따질 때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은연중 전하고 있다. 물은 우리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물질이다. 물을 먹지 않고는 며칠을 버티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 인간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을 길어다 주었다는 것은 생명의 원천을 제공해주었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김종삼이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생명의 원천은 바로 ‘詩’일 것이다. 시를 통해 근원과 본질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낮추어 말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근원과 본질의 힘이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는 마지막 연에서 광야의 풍경이 영롱한 날빛으로 가득해지는 땅으로 변화되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첫 연에서 음악적 효과를 주었으며, 마지막 연을 통해 정작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물 몇 통 길어다 준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강조적으로 말하고 있다.

김종삼의 여러 대표작 중에 위의 시를 택한 이유는 우리 삶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생전에 문학적 영광의 자리에 단 한 번도 오른 적 없이 고독하게 살다간 시인이다. 그러나 그의 사후 많은 후배 문인들과 후학들은 그의 절창들을 다시 노래하고 되새겼다. 김종삼의 노래는 순수를 탐하는 가장 미학적인 언어의 결정체였으며, 그의 삶은 예술가의 전형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사례였다. 자연을 노래하지 않고, 스스로 난해한 길을 걸어갔지만 50년대 그 누구보다도 독특한 시의 숲길을 만든 김종삼. 그의 시와 삶에 축배를 들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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