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현대詩史에 수많은 활구(活句)를 낳다...
2016년 01월 09일 04시 39분  조회:4249  추천:0  작성자: 죽림
 

 서정주 ‘冬天(동천)’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은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겨울 밤하늘을 올려 본다. 얼음에 맨살이 달라붙듯 차갑고 이빨은 시리다. 문득 궁금해진다.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은 왜 한천(寒天)에 사랑의 일과 사랑의 언약과 사랑의 얼굴을 심어 두었을까. 손바닥으로 쓸어보아도 온기라고는 하나 없는 그곳에 왜 하필 사랑을 심어 두었을까. 매서운 새조차 ‘비끼어 가’는 사랑의 결기를 심어 두었을까. 

생심(生心)에 대해 문득 생각해본다. 처음으로 마음이 생겨나는 순간을 생각해본다. 무구한 처음을, 손이 타지 않아서 때가 묻지 않은 처음을. 부패와 작파가 없는 처음을. 신성한 처음을. 미당이 한천을 염두에 둔 것은 처음의 사랑과 처음의 연민과 처음의 대비와 처음의 그 생심이 지속되기를 바랐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심어 놨’다고 한 까닭도 생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심는다는 것은 생육(生育)한다는 것 아닌가. 여리디 여린 것, 겨우 자리 잡은 것, 막 숨결을 얻은 것, 젖니 같은 것 이런 것이 말하자면 처음이요, 생양해야 할 것들 아닌가. 미당은 초승달이 점점 충만한 빛으로 나아가듯 처음의 사랑 또한 지속되고 원만해지기를 기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미당의 시에는 생명 없는 것을 생장시키는 독특한 영기(靈氣)가 서려 있다. 그는 시 ‘첫사랑의 詩’에서 ‘초등학교 3학년때 / 나는 열두살이었는데요. / 우리 이쁜 여선생님을 / 너무나 좋아해서요. / 손톱도 그분같이 늘 깨끗이 깎고, / 공부도 첫째를 노려서 하고, / 그러면서 산에가선 산돌을 줏어다가 / 국화밭에 놓아 두곤 / 날마다 물을 주어 길렀어요.’라고 하지 않았던가. 산돌을 주워 와서 물을 주어 길렀듯이 이 시에서도 미당은 ‘고은 눈썹’을 생장시키는 재기를 보여준다. 

미당의 시에는 유계(幽界)가 있다. 그는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라며 황홀을 노래했지만 그는 우주의 생명을 수류(水流)와 같은 것으로 보았다. 흘러가되 윤회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 운행에서 그는 목숨 받은 이들의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노래했다. 목숨 없는 것에는 목숨의 숨결을 불어 넣었다. 미당의 시의 최심(最深)은 삶 너머의 이승 이전의 유계를 돌보는 시심에 있다. 이 광대한 요량으로 그는 현대시사에 수많은 활구(活句)를 낳았다. 

(문태준·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643 아버지를 좀 안아 드려야 할것같은 가을이다... 2016-10-12 0 3593
1642 굴레가 되고 싶지 않다... 2016-10-10 0 4058
1641 김수영 시인을 다시 떠올리면서... 2016-10-10 0 4453
1640 풀의 시인 김수영 非발표작 詩 공개되다... 2016-10-10 0 4130
1639 저항시인 이육사 미발표 詩 발굴되다... 2016-10-10 0 4719
1638 윤동주 미발표작 詩 발굴되다... 2016-10-10 0 3281
1637 "윤동주 미발표 詩 더 있다" 2016-10-10 0 4158
1636 詩란 사모곡(思母曲)이다... 2016-10-10 0 3679
1635 詩는 리태백과 두보와 같다...처..ㄹ... 썩... 2016-10-09 0 3888
1634 詩는 무지개의 빛갈과 같다... 아니 같다... 2016-10-09 0 3737
1633 현대시사상 가장 다양한 시형의 개척자 - 김수영 2016-10-06 0 4641
1632 詩란 무구(無垢)한 존재이며 무구한 국가이다... 2016-10-06 0 4266
1631 詩는 추상의 반죽 덩어리... 2016-10-06 0 3873
1630 詩는 시골이다... 2016-10-03 0 3682
1629 詩란 주사위 던지기와 같다... 2016-10-02 0 3814
1628 詩란 100년의 앞을 보는 망원경이다... 2016-10-01 0 3809
1627 詩는 가장 거대한 백일몽 2016-10-01 0 3964
1626 詩人은 존재하지 않는 詩의 마을의 촌장 2016-10-01 0 4123
1625 詩人은 오늘도 詩作을 위해 뻐꾹새처럼 울고지고... 2016-10-01 0 4284
1624 詩作에서 구어체 편지형식을 리용할수도 있다... 2016-10-01 0 4080
1623 詩人은 약초 캐는 감약초군이다... 2016-10-01 0 4249
1622 詩人는 언어란 감옥의 감옥장이다... 2016-10-01 0 4132
1621 詩人은 추상화와 결혼해야... 2016-10-01 0 4274
1620 詩란 섬과 섬을 잇어놓는 섶징검다리이다... 2016-10-01 0 3743
1619 詩란 돌과 물과 바람들의 침묵을 읽는것... 2016-10-01 0 3948
1618 詩란 사라진 시간을 찾아 떠나는 려행객이다... 2016-10-01 0 4301
1617 詩作란 황새의 외다리서기이다... 2016-10-01 0 4917
1616 詩란 한잔 2루피 찻집의 호롱불이다... 2016-10-01 0 3879
1615 詩란 사라진 길을 찾는 광란이다.... 2016-10-01 0 4370
1614 詩는 한해살이풀씨를 퍼뜨리듯 질퍽해야... 2016-10-01 0 4168
1613 나는 다른 시인이 될수 없다... 2016-10-01 0 5116
1612 詩는 국밥집 할매의 맛있는 롱담짓거리이다... 2016-10-01 0 3867
1611 詩란 심야를 지키는 민간인이다... 2016-10-01 0 4107
1610 詩는 한매의 아름다운 수묵화 2016-10-01 0 4454
1609 詩는 신비한 혼혈아이다... 2016-10-01 0 4353
1608 詩作에는 그 어떠한 격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2016-10-01 0 3995
1607 詩는 길위에서 길찾기... 2016-10-01 0 4143
1606 詩에는 정착역이란 없다... 2016-10-01 0 3943
1605 詩와 윤동주 <<서시>> 2016-10-01 0 3911
1604 詩는 리별의 노래 2016-10-01 0 3615
‹처음  이전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