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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상상력을 구사하는 방법
178. 시인의 마음 / 고은
시인의 마음
고은
시인은 절도 살인 사기 폭력 그런 것들의 범죄 틈에 끼어서 이 세계의 한 모퉁이에서 태어났다
시인의 말은 청계천 창신동 종삼 밤거리 그런 곳의 욕지거리 쌍말의 틈에 끼어서 이 세상의 한 임무를 맡는다
시인의 마음은 모든 악과 허위의 대낮에 이 시대의 진실 몇 개를 찾아온다 그리고 그 마음은 다른 마음에 맞아 죽는다
시인의 마음은 이윽고 불멸이다
고은 시집 < 피안감성(彼岸感性) > 중에서
고은 연보
1933년 8월 1일 전북 옥구군 미면 미룡리 용둔부락에서 고근식과 최점례의 장남으로 출생. (본명 : 고은태高銀泰, 호적에는 4월 1일 출생으로 잘못 등재됨.) ※ 1950년 6월 한국전쟁 중에 이름의 끝자는 떼어내고 고은(高銀)으로 자칭.
1942년 인근 서당에서 한학을 익힘.
1943년 미룡초등학교 입학
1945년 해방이 되자 4학년으로 월반. 친일파 교장을 몰아내기 위해 동맹휴학 주동.
1946년 군사사범학교 응시결과 동맹휴학 사건으로 낙방.
1947년 군산중학교 수석 입학.
1949년 하굣길에 우연히 주운 <한하운시초>를 읽고 시인이 되겠다고 결심.
1951년 미군 제21항만사령부 운수과에 검수원으로 취직.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미수에 그침. 옥구군 대야에서 엿장수 생활, 다시 자살 시도(미수). 친척이 설립한 군산북중학교에 국어 및 미술 교사로 특채. 군산 근처의 동국사에서 혜초 승려를 만나서 교사 사직 후 출가.
1952년 일초라는 법명으로 수도생활.
1953년 혜초가 환속하자 통영 도솔암에 있는 혜초 스승인 효봉 스님의 제자가 되어 상좌생활. 선 수행과 전국 각처의 절을 떠도는 행각승으로 방랑.
1957년 효봉 스님이 서울에 있는 총무원장이 되자 스승을 따라서 상경. <불교신문> 창간 후 초대 주필. 비구승단의 대변인으로 활동. 선학원에 들어감.
1958년 조지훈 등의 천거로 그의 시 ‘폐결핵’이 <현대시> 제1집에 발표. 서정주의 단회 추천으로 <현대문학> 11월호에 3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 등단작 3편 : <봄밤의 말씀>, <천은사운(泉隱寺韻)>, <눈길>
1959년 첫 시집 <불나비>가 신문에 출판광고까지 나갔으나 인쇄소 화재로 소실. 해인사에서 용맹정진의 선 수행 몰입.
1960년 4.19혁명으로 절에서 난돌이 발생하자 거의 혼자 힘으로 수습, 주지대리로 추대. 첫 시집 <피안감성(彼岸感性)> 출판.
1961년 최초의 장편소설 <피안앵(彼岸櫻)> 출판.(이후 <산산이 부서진 이름>으로 개명됨.) 선학원에서 등사본으로 <반야심경해의>, <불교의 길> 출산.
1962년 한국일보에 환속선언을 발표하고 환속. 그동안 품수한 대덕법계(大德法階)를 반환.
1963년 자살을 결심하고 목포에서 제주행 배에 승선. 제주에서 생활. 제주시 화북동에 도서관 설립 후 관장을 맡음. 금강고등공민학교를 개교하여 무료 수업 실시. 교장, 국어, 미술교사 겸임.
1966년 시집 <해변의 운문집> 출간
1967년 서울 홍릉으로 이사. 시집 <제주가집> 출간.(후에 <신·언어의 마을>로 개명.)
1968년 수필집 <인간은 슬프려고 태어났다>,
1969년 동화통신사 부장대우로 취직. 외신기자클럽에서 주정 난동으로 권고사직. 수필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출간.
1970년 정릉 계곡에서 자갈 기도(미수). 아버지 사망. 단시와 산문을 결합한 형태의 수필집 <세노야 세노야> 출간.
1971년 삼선개헌 반대운동에 문인대표로 참여. 수필집 <한 시대가 가고 있다> 출간.
1972년 <1950년대> 연재 중 잡지윤리위원회에 의해 중단되자 책으로 출판.
1973년 화곡동에 집 마련. 여러 문인들과 함께 문인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된 동료 구명운동 주도. 민청학년 관련으로 구속된 시인 석방운동 전개. <이중섭 평전>과 역주 <당시선(唐詩選)> 출간.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회 창립. 초대 대표간사 역임. 제1차 선언문 발표 후 가두시위 중 체포(구금되었다가 석방). 민주회복국민회의에 문인대표로 참여(자주 연행됨). 동아일보 백지광고운동에 앞장섬. 시 <부활>로 제1회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문의마을에 가서>, <이상평전>, 장편 <어린 나그네>, 기행문집(고시편역-나의 방랑 나의 산하>, 소설집 <일식>, 수필집 <1950년대> 출간.
1975년 긴급조치 9호 선포로 가택구금. 시선집 <부활>, 역주 <초사(楚辭>), 수필모음집 <제주도>, <한용운평전> 출간.
1976년 산문집 <환멸을 위하여>, 역주 <두보시선>, 산문집 <한국의 지식인>, 불교 설화집 <갠지스 강의 저녁놀> 출간.
1977년 양성우의 시집 <겨울공화국>에 서문을 써준 이유로 구치소 수감(구속 취하로 석방). 시집 <입산>, <역사와 더불어 비애와 더불어>, 수필집 <세속의 길>, 소설집 <밤 주막>, 장편 <산산이 부서진 이름> 출간.
1978년 민주화운동청년협의회 결성. 한국인권위원회 부회장. 시집 <새벽길>, 수필집 <사랑을 위하여>, 평론집 <진실을 위하여>, <정오의 사상>, 소설집 <떠도는 사람> 출간.
1979년 <실천문학> 창간을 주도. 국민연합 결성에 참여(부위원장). YH사건으로 투옥. 산문집 <지평선으로 가는 고행>, <이름 지을 수 없는 나의 영가> 출간.
1980년 5월 17일 자정에 강제 연행, 7월 하순 육군 교도소 특별감방으로 송치.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 혐의로 군법회의 1심에서 종신형 선고. 소설집 <산넘어 산넘어 벅찬 아픔이거라> 출간.
1982년 8.15 사면으로 석방.
1983년 5월 5일 영국 유학에서 돌아온 이상화와 수유동 안병무의 집 뜰에서 극비리에 결혼. (주례는 함석헌이 하였고 결혼식에는 당시 수배를 받고 있던 문인 등이 참석) 결혼 후 경기도 안성군 공도면 마정리로 이사. <고은시전집 1, 2권> 출간
1984년 시집 <조국의 별>, 소설집 <어떤 소년> 출간.
1985년 서사시 <백두산>이 실천문학 강제 폐간으로 연재 중단. 산문집 <지상의 너와 나> 출간.
1986년 <만인보 1, 2, 3권>, 시집 <시여 날아가라>, <가야할 사람>, <전원 시편>, 평론집 <문학과 민족>, 산문집 <고난의 꽃>, 수필집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황토의 아들> 출간. 제13회 한국문학 작가상 수상
1987년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상임 공동대표. 박종철, 이한열 추도회 주관. 민족문학작가회의 결성. <백두산 1, 2권>, 시집 <너와 나의 황토>, 사찰 기행집 <절을 찾아서>, 평론집 <시와 현실>, <문학의 이해>, 산문집 <바람의 마루턱>, <흘러라 물>, 시선집 <나의 파도소리> 출간.
1988년 시집 <네 눈동자>, <만인보 4, 5, 6권>, <고은전집>, 산문집 <잎은 피어 청산이 되네>, 시집 <그날의 대행진>, <나의 저녁> 출간.
1989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공동의장으로 취임. 남북작가회담 준비위원장. 작가회담 사건으로 투옥. <만인보> 9권까지 출간. 산문집 <고은 통신>, 평론집 <환멸을 위하여 진실을 위하여> 출간.
1990년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시집 <아침이슬>, 산문집 <눈물을 위하여>, <방황, 그리고 질주>, 수필집 <얼마나 나는 들에서 들로 헤매었던가>, <역사는 꿈꾼다>, 평론집 <황혼과 전위>출간.
1991년 장편 <화엄경>, 시집 <해금강>, <거리의 노래>, <백두산 3, 4권>, 시선집 <내 조국의 별 아래>, <고은 선시 뭐냐>, 산문집 <그대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출간.
1992년 잠언집 <나는 아무래도 항구로 가야겠다>, 시집 <내일의 노래>, 소설집 <내가 만든 사막>, <그들의 벌판> 출간.
1993년 시집 <아직 가지 않는 길> 출간.
1994년 시집 <백두산 5, 6, 7권> 출간.
1995년 시집 <독도> 출간.
1996년 <만인보 10, 11, 12, 13권> 출간.
1997년 히말라야 순례. 어머니 별세. 시집 <어느 기념비> 출간.
1998년 15일간 북한 방문. 경기대학교 대학원 교수 정년퇴임. 프랑스 미셀 기드와 알랭 주프루아와 함께 시낭송 시집 <속삭임> 출간.
1999년 버클리대 한국학과에서 시론 강의(방문교수). 시집 <머나먼 길> 출간. 멕시코의 P. 네루다 기념 시축제에 참가(아시아 대표로 시낭송).
2000년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 방문(정상회담 참여).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만찬장에서 장시 <대동강 기슭에서> 낭송. 8월 뉴욕 UN세계평화정상회의 참가.(총회장에서 <평화의 노래> 낭송.) 9월 스웨덴 스톡홀름대 동양학과 주최 한국문학 포럼에 참가. 시집 <남과 북>, <히말라야 시편> 출간.
2001년 유네스코 <세계시인대회> 개최. 유네스코 세계시 아카데미 창립회원(한국대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시론 강의. 시집 <순간의 꽃>, 신선집, 신작시집, 산문집 간행.
2002년 4월 프라하 작가 축제 참가. 마드리드 고은 시낭송회. 시집 <두고 온 시>, <높은 진실> 출간.
2003년 프랑스 파리 제7대학 동양학연구소 주최, 아시아 축제에서 강연 및 시낭송. 일본 도쿄 국제 도서전의 한일 지식인 포럼에서 기조연설. 제3회 베를린 문학제에 초대받아 강연 및 시낭송.
2004년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 오페라 대본 <단군(일명 개천)> 집필. <만인보 16~20권> 출간. 단재상 수상.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제1회 한이문학포럼에서 강연 및 시낭송.
2005년 분단이후 최초의 한국어 공동사전 편찬을 위한 <겨레말 남북 공동 편찬위원회> 상임위원장 취임. 장편 판소리 대본 <초혼> 집필. 독일, 노르웨이 등에서 강연, 시낭송 등 참여. 노르웨이의 유일한 문화훈장인 뵨슨 문화훈장 수상.
2006년 백두산에서 남북작가 300여명이 참가한 문학축제에 남측 대회장으로 시낭송.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에서 강연 및 시낭송. 스웨덴에서 시카다상(문학상) 수상. <만인보 21, 22, 23권>, 시집 <부끄러움 가득> 출간.
2007년 몽고, 홍콩, 스페인, 일본 등에서 강연 및 시낭송. 서울대 초빙교수, 영랑문학상 수상, 한러문학제, 한중문학제에서 강연 및 시낭송. <만인보 24, 25, 26권>, 시집 <우주의 사투리> 출간.
2008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아시아문학제에서 시낭송과 대담. 영국 런던의 한국문화원 주최 첫 문화행사로 시낭송회 개최. 유심문학상. 예술원상 수상. 캐나다 코론토에서 그리핀 문학상, 평생공로상 수상. 단국대학교 석좌교수. 만해국제문학제 대회장으로 기조연설. 시인 등단 50주년 기념시집 <허공> 출판
2009년 마키즈 명사 사전(Marquis Who‘s Who)에 등재. 산문집 <개념의 숲> 출간.
2010년 4월 9일 연작시편 <만인보(萬人譜)> 전 30권(4,100편 수록) 완간. --------------------------------------------------------------------------------
179. 문의마을에 가서 / 고은
문의(文義)*마을에 가서
고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다다른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어느 죽음만큼 이 세상의 길이 아득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소백산맥(小白山脈)쪽으로 뻗어간다. 그러나 구비구비 삶은 길을 에돌아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고 서서 견디노라. 먼 산이 너무 가깝다.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꽉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무덤으로 받는 것을. 끝까지 참은 뒤 죽음은 이 세상의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지난 여름의 부용꽃인 듯 어쩌면 가장 겸허한 정의인 듯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은 다음 우리 모두 다 덮을 수 있겠느냐.
* 충청북도 청원군의 한 마을. 지금은 대청댐으로 수몰되었다.
고은 시집 < 문의마을에 가서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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