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사전에 없는 말, 장난처럼 꺼낸 말...
2016년 01월 20일 21시 10분  조회:4281  추천:0  작성자: 죽림

젊은 문인들이 만든 문예지 '후장 사실주의' 1호

이달 초 열린 독립출판물 축제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수상한 문예지 한 권이 출품됐다. 양장본에 사진 한 장 없는, 외양은 영락 없는 단행본이지만 표지엔 ‘analrealism vol.1’이라고 쓰여 있다. 소설가 정지돈, 박솔뫼, 오한기, 이상우, 평론가 강동호, 서평가 금정연, 편집자 황예인, 홍상희씨 등 젊은 문인 8인이 자비를 털어 출간한 문예지 ‘후장 사실주의’ 1호다.

후장(後腸)사실주의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정지돈 작가가 3년 전 장난처럼 꺼낸 말이 언젠가부터 문학상 심사 자리 등에서 마치 비평 용어처럼 쓰이더니, 채 뜻이 정립되기도 전에 잡지가 나온 것이다. 책 안쪽은 한층 더 모호하고 수상쩍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소설가 백가흠씨 등이 희곡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소설가 백민석씨와 한 인터뷰는 마치 검열을 당한 양 상당 부분이 공란으로 비워져 있다. 칭찬연구소 소장 신형철씨가 미셸 우엘벡에게 납치 당해 죽는 바람에 세상에서 칭찬이 사라지자 미래 사회에서 전사를 급파, 그를 살려낸다는 희곡은 대체 무슨 의도로 쓰인 것일까.

8인은 서면 인터뷰에서 “후장사실주의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에 등장하는 문예사조 ‘내장(內裝)사실주의’를 패러디한 것이지만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도 없다”며 “모인 사람들끼리 통일된 이념이나 공유하는 철학은 없고 그저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고 뜻을 같이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의미를 채워 넣지 않은 단어는 그 자체로 집단의 성격을 암시한다. 역사상 수많은 전위그룹이 의미 없는 ‘미친 짓’을 통해 기존의 세계를 비웃은 것처럼, 후장사실주의도 진지한 비판과 그에 따른 방향 제시보다는 익살스런 패러디를 통해 기성 질서를 조롱하거나 모른 척 한다. 그러나 백민석 작가와 8인의 대화 속에서 나온 “문학하는 애들이 길들여졌다” “모든 출판사가 (…) 서사 위주의 소설에만 상을 주고 히트작을 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 같은 발언에는 이들이 기성 문단에 대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 직ㆍ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이들은 서면 인터뷰에서 “확실히 체감되는 건 한국문학이라는 용어에 대해 반응해온 독자들의 퓨즈가 완전히 꺼져버렸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성 문단의 무엇을 부정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후장사실주의는 아무 것도 부정하지 않고 또는 모든 것을 부정하지만, 사람들이 기존의 것들을 부정하거나 비웃는 데 이 말을 사용한다면 굳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꺼져버린 독자들의 ‘퓨즈’를 되살리겠다는 친절한 약속도 없이, 잡지는 초판 1,000부 중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만 250부가 팔렸다. 후장사실주의자들은 책에 실린 희곡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내년 여름 삼척이나 훗카이도로 촬영을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마음 내킬 때” 2호를 출간할 계획이며 인터뷰이로 김기덕 감독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젊은 문인들의 도발이 문단에는 어떤 신선함을 몰고 올까. 이들은 ‘후장 사실주의’가 문학권력 논쟁 이전부터 기획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올해 신경숙 표절 논란 이후 쏟아져 나온 전복적 움직임의 첫 줄에 이 잡지가 놓이지 않을 수 없다. 한 중견 평론가는 “2000년대 초반 시단에 등장했던 미래파 시인들처럼 새롭고 실험적인 움직임에는 늘 찬반이 갈리게 마련”이라며 “자본에서 완전히 독립된 젊은 작가들이 기존 세계를 불신하고 새로운 현실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기대되는 잡지”라고 말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083 중국 당나라 문사 - 류우석 2017-04-21 0 3374
2082 중국 당나라 시인 - 맹호연 2017-04-20 0 4788
2081 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 2017-04-20 0 3200
2080 아프리카 세네갈 시인 - 디오프 2017-04-20 0 3563
2079 독일 랑만주의 서정시인 - 아이헨도르프 2017-04-20 0 4337
2078 프랑스 시인 - 폴 클로델 2017-04-19 0 5279
2077 "당나귀 시인"을 사랑했던 시인들 2017-04-19 0 3221
2076 프랑스 시인 - 프랑시스 잠 2017-04-19 0 4136
2075 독일 시인 - 횔덜린 2017-04-19 0 5972
2074 헝가리 시인 - 브로샤이 2017-04-18 0 3658
2073 프랑스 시인 - 자끄 프레베르 2017-04-18 0 3862
2072 프랑스 초현실주의 시인 - 루이 아라공 2017-04-18 0 5164
2071 프랑스 시인 - 레미 드 구르몽 2017-04-18 0 4927
2070 영국 계관시인 - 테니슨 2017-04-18 0 3969
2069 프랑스 시인 - 로베르 데스노스 2017-04-11 0 4236
2068 프랑스 시인 - 브로샤이 2017-04-11 0 3736
2067 프랑스 시인 - 자크 프레베르 2017-04-11 0 5208
2066 윤동주가 사랑했던 시인들 2017-04-10 0 3593
2065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소리를 그리워하네"... 2017-04-10 0 4944
2064 프랑스 시인 - 장 콕토 2017-04-10 0 5507
2063 프랑스 시인 - 생 종(존) 페르스 2017-04-10 0 3921
2062 미국 시인 가수 밥 딜런는 누구인가... 2017-04-03 0 4485
2061 노벨문학상 타고 침묵으로 일관하다... 2017-04-03 0 3299
2060 스페인 시인 - 히메네스 2017-04-02 0 3616
2059 스페인 시인 - 미겔 에르난데스 2017-04-02 0 4001
2058 동요 "반달"의 작곡가와 그리고 룡정 2017-04-02 0 3400
2057 영국 계관시인 - 벤 존슨 2017-03-30 0 3165
2056 영국 형이상학파 시인 - 존.던 2017-03-30 0 5508
2055 80세, 공부와 시쓰기가 인생 끝자락의 제일 큰 행복이라고... 2017-03-23 0 3154
2054 77세에 등단, 80세에 詩集 출간... 2017-03-20 0 3326
2053 80세에 첫 詩集... 2017-03-20 0 3297
2052 윤동주의 시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있다... 2017-03-18 0 3408
2051 정병욱 큰 보람= "윤동주의 시를 간직했다가 세상에 알린 일" 2017-03-18 0 4278
2050 [고향문단소식]- 화룡 출신 최룡관시백 "하이퍼시창작론" 출간 2017-03-17 0 2994
2049 일본 민주주의 녀류시인 - 이바라키 노리코 2017-03-12 0 4280
2048 천재시인 李箱의 시작품 뮤지컬로 재탄생하다... 2017-03-04 0 2986
2047 프랑스 시인 - 페기 2017-03-01 0 4310
2046 일본 시인 - 혼다 히사시 2017-02-23 0 3480
2045 남아메리카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칠레 녀류시인 -미스트랄 2017-02-22 0 5345
2044 페루 시인 - 바예호 2017-02-22 0 3892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10 1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