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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 한수] - 오징어
2016년 02월 24일 03시 45분  조회:4059  추천:0  작성자: 죽림
오징어 3
- 최승호(1954~ )


기사 이미지
그 오징어 부부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둥켜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



말(言)의 부유(浮游). 말은 세계 위를 떠돌면서 세계를 구성하고 해체한다. “사랑한다고 말”할 때 비(非)사랑은 (일시적이지만) 사랑이 된다. 언어가 현실을 만든다. 그러나 그 언어 아래에서 행위는 늘 전복(顚覆)의 틈을 노리며 언어가 결국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폭로하려 한다. 언어-행위 사이의 이 팽팽한 긴장 속에 우리의 삶이 존재한다. 그러니 “사랑한다고 말하면서”(언어),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행위)은 꼭 이 시에 나오는 ‘오징어 부부’만의 것은 아니다. 언어와 행위가 행복한 합일의 지경에 도달할 때, 말이 필요 없어지고 행위는 자유로워진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The Ancient of Days - William Bl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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