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동시야 놀자]- 봉숭아
2016년 03월 07일 21시 31분  조회:4134  추천:0  작성자: 죽림

 

이안 시인의 ‘봉숭아 편지’를 읽으니 어렸을 적 고향집 마당가에 하얗게, 붉게 피었던 봉숭아가 생각난다. 그 시절 봉숭아, 채송화, 맨드라미는 집집마다 마당가나 장독대 옆 작은 뜰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바쁜 농사철에 잡풀 속에서도 환하게 피고 지고 하며 농사꾼의 마음에 여유와 다사로움을 안겨주던 꽃이다. 가을철이면 파랗던 봉숭아 씨주머니가 누래지면서 탱탱하게 여물어, 엄지와 검지로 살짝 누르면 툭 터진다. 씨주머니가 바짝 오그라들고 작은 씨앗들이 툭 튀어나와 손바닥에 모일 때의 그 감촉이 너무 좋아서 나는 자꾸 씨주머니를 터뜨렸었다.

시인은 전주 한옥마을에 갔다가 봉숭아 씨를 받아 온다. 그 씨를 잘 간직하고 있다가 봄에 화단에 심었다. 봉숭아는 햇볕 받고 비바람 맞으며 무럭무럭 자라 여름에 색색깔로 꽃을 피운다. 아하, 전주에서 충주로 이사 왔으니 전주의 벌과 나비에게 소식을 전하려는 것이구나. 봉숭아는 “여름내 하양 분홍 빨강/편지지 꺼내” 편지를 쓰고 또 쓴다. 꽃이 피고 벌과 나비를 부르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지만, 시인의 눈은 전에 살던 곳에서 꽃을 찾아왔던 벌과 나비 친구들에게 봉숭아가 전하는 애틋한 마음을 본다. 야들아, 봉투에 쓴 주소를 보고 그리로 한번 와 줬으먼 좋겄다잉. 자기가 살았던 전주 사투리로 썼다. 그런데 어쩐다? 편지를 누가 전하지?

시인은 우체부가 되어 편지를 전하러 간다. “손톱에 받아쓴 봉숭아 편지”는 봉숭아 꽃잎을 따서 손톱에 얹고 싸매주어 분홍물을 들인 거다. 아하, 지난가을에 만났던 전주 친구가 보고 싶어 다시 가는구나. 편지를 받은 전주 친구는 벌과 나비 소식을 갖고 봉숭아를 보러 올 테고.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 아름다운 우정이로고. 곱디고운 핑계로고.

입춘 지나며 하늘을 보니 햇살에 부쩍 생기가 돈다. 고향에 가서, 시골에 가서 부모님의 손도 잡아보고 친구를 만나 꽃씨 같은 마음 한톨 건네야겠다.

/ 김이구 문학평론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63 김지하 시모음 2015-04-10 0 4450
362 <벚꽃> 시모음 2015-04-10 1 4087
361 <지구> 시모음 2015-04-10 0 4174
360 <자화상> 시모음 2015-04-10 0 3865
359 <할아버지> 시모음 2015-04-10 0 4339
358 <술> 시모음 2015-04-10 1 3908
357 <결혼 축시> 모음 2015-04-10 0 4118
356 <어버이날> 시모음 2015-04-10 0 4640
355 <우체국> 시모음 2015-04-10 0 5124
354 <나그네> 시모음 2015-04-10 1 3822
353 명시인 - 디킨슨 2015-04-09 0 4353
352 명시인 - 에머슨 2015-04-09 0 4041
351 고대 로마 시인 - 호라티우스 2015-04-09 0 4513
350 시론과 그 일화 2015-04-09 0 4262
349 시인 - 김기림 2015-04-09 0 4573
348 현대시조의 장과 련 2015-04-09 0 4695
347 시란- / 시제 / 리듬 2015-04-09 1 3915
346 미래의 詩 그룹들 2015-04-08 0 4197
345 성냥 한개비 2015-04-08 0 4341
344 명시인 - 나짐 히크메트 2015-04-07 0 4477
343 료타르 / 포스트모더니즘 2015-04-06 0 4411
342 리상화 고택을 찾아서 2015-04-06 0 4102
341 zai永明 시 2015-04-05 0 4254
340 朦朧詩 2015-04-05 0 4086
339 gou城의 시론 연구 2015-04-05 0 4434
338 남영전 / 률원소적 2015-04-05 0 3962
337 개 // 시모음 2015-04-05 0 4273
336 北島 / 舒 女亭 2015-04-05 0 4077
335 西川 / 古馬 2015-04-05 0 4019
334 海子 / 西川 / 그리고, 李箱 2015-04-05 0 4465
333 명시인 -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 2015-04-05 0 5275
332 명시인 - 칼 샌드버그 2015-04-05 0 6840
331 력사는 력사... 北島 / 대답 2015-04-05 0 5448
330 중국 당대 시인 10인 2015-04-05 0 4407
329 北島 시모음 2015-04-05 0 4066
328 명시인 - 긴즈버그 2015-04-05 0 4914
327 명시인 - 구상 2015-04-05 0 4492
326 시인들, 봄을 노래하다... 2015-04-05 1 5836
325 명시인 - 김억 2015-04-05 0 4105
324 류시화 시모음 2015-04-05 0 5166
‹처음  이전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