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동시야 놀자]- 쫑마리
2016년 03월 07일 21시 54분  조회:3628  추천:0  작성자: 죽림

원앙새 새끼들이 막 둥지를 떠나 물로 가려 하고 있다. 날이 새기 전 새벽녘, 뱀이랑 족제비가 일어나기 전에 온 식구가 얼른 느티나무 속 둥지에서 뛰어내려 냇물로 가야 한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일곱 마리 새끼가 모두 뛰어내렸는데 막내 원앙이만 꾸물대고 오지 않는다. “싸기싸기 내려오니라.” 엄마 원앙이는 자꾸 꾸무럭거리면 떼놓고 간다고 막내에게 겁을 준다. “엄마두 인제 몰러. 오든지 말든지 맘대루 햐.” 엄마 원앙이가 기다리다 못해 최후통첩을 하고 언니 오빠들을 데리고 앞장서자 드디어 막내 원앙이도 풀쩍 뛰어내린다. “엄마 같이 가. 하냥 가자니께.” 하면서.

이소, 떠날 리(離) 둥지 소(巢). 보금자리를 뜻하는 소(巢) 글자는 나무 위에 둥지가 있고 그 위에 새가 세 마리 들어앉아 있는 모양새다. 송진권 시인의 ‘이소’는 새끼 원앙이들이 다 자라 둥지를 떠나는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했다.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평화롭게 살던 둥지에서 넓은 세상으로 훌쩍 건너가는 순간이다. 막내를 재촉하는 엄마의 충청도 사투리가 맛깔스럽고, 원앙이들의 행렬이 한 폭의 그림처럼 머릿속에 그려진다.

때가 되면 사람도 둥지를 떠나 홀로 서기를 해야 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둥지를 못 떠나고 맴돈다. 둥지에 머물기엔 너무 커버렸지만 둥지 밖에 알맞은 거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둥지를 나와서도 경계에서 장기간 대기 상태로 있으면서 기약 없는 시도만을 되풀이하는 청춘도 있다. 둥지를 떠나 자기 몫의 한 생을 지내고 나서 지친 몸을 쉬러 안온한 보금자리로 귀소(歸巢)하려 할 때도 막막해진다.

/김이구 문학평론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963 중국 몽롱파 시인 - 顧城 2016-12-25 0 4502
1962 해학과 풍자의 시인 - 流沙河 2016-12-25 0 4234
1961 루마니아 작가 - 게오르기우(규)와 산문시 "한국찬가" 2016-12-18 0 5092
1960 영국계 미국 시인 - 오든 2016-12-16 1 6258
1959 페미니즘과 모더니즘의 선구자 - 버지니아 울프 2016-12-16 0 5711
1958 러시아 상징주의 시인 - 기피우스 2016-12-16 0 4152
1957 러시아 녀류시인 -안나 아흐마토바 2016-12-14 0 7826
1956 풍자적, 반어적으로 쓴 허무주의 현실 고발서...페루 시인-벨리 2016-12-14 0 4191
1955 로마 방언 作 "소네트" 2천편 소각하라...이탈리아시인-벨리 2016-12-14 0 4251
1954 한국 시인 피천득과 그의 딸 2016-12-14 1 3936
1953 중국 죽림칠현 대표 시인 - 阮籍 2016-12-13 0 3873
1952 러시아 최고 현대 음유시인 - 부라트 오쿠자바 2016-12-13 0 4508
1951 중국 晩唐의 詞人 - 溫庭筠 2016-12-13 0 4613
1950 중국 詩佛 자연시인 - 王維 2016-12-13 0 4125
1949 프랑스 시인 - 알프레드 드 비니 2016-12-13 0 5900
1948 중국 송대 詞人 - 柳永 2016-12-13 0 4479
1947 중국 "문학의 자각"시인 - 陸機 2016-12-13 0 3937
1946 중국 송대 詞人 - 리청조 2016-12-13 1 3922
1945 대만 시인 - 葉維廉 2016-12-13 0 3537
1944 아일랜드 시인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2016-12-11 1 6518
1943 영국 시인 - D.H 로런스 2016-12-11 0 4802
1942 스페인 시인 - 가르시아 로르카 2016-12-11 0 5452
1941 프랑스 실존주의파 시인 - 장 주네 2016-12-11 0 4979
1940 프랑스 "인민의 시인" - 자크 프레베르 2016-12-11 0 5610
1939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시인 - 게오르그 트라클 2016-12-10 0 4842
1938 시인,애독자, 딸 그리고 100년... 2016-12-10 0 5583
1937 100여년 잊혀있던 독일 시인 - 프리드리히 횔덜린 2016-12-10 0 6015
1936 사상 최초, 최고 대서사시를 지은 그리스 시인 - 호메로스 2016-12-10 0 6164
1935 서인도제도 영국령 세인트루시아 시인 - 데릭 월컷(월코트) 2016-12-10 2 6909
1934 페르시아 시인 - 잘랄 앗 딘 루미 2016-12-10 0 6266
1933 러시아 시인 - 브류소프 2016-12-08 0 3932
1932 러시아 시인 - 벨리 2016-12-08 0 4936
1931 러시아 시대의 비극적 테너 시인 - 알렉산드르 블로크 2016-12-08 0 5420
1930 러시아 최후의 "천부적인 재능의 농민시인" - 세르게이 예세닌 2016-12-08 0 6121
1929 독일로 한번도 가본적 없는 유대계 독일 시인 - 파울 첼란 2016-12-07 0 6736
1928 문학예술가, 녀인, 그리고 "뮤즈의 삶" 2016-12-05 0 6202
1927 프랑스 시인 - 폴 엘뤼아르 2016-12-05 0 7728
1926 미국 시인 - 로버트 로웰 2016-12-04 0 5258
1925 영국 계관시인 - 로버트 브리지스 2016-12-04 0 5945
1924 미국 최초의 계관시인 - 로버트 워런 2016-12-04 0 4973
‹처음  이전 4 5 6 7 8 9 10 11 12 13 1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