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詩作初心 - 뒤집어 소재를 찾고 행동하기
2016년 03월 12일 02시 20분  조회:3858  추천:0  작성자: 죽림
시를 쉽게 쓰는 요령 - 김영남

8. 효과적이고 매력적인 시적 표현 얻는 방식 두 가지


초보자 시절은 시 쓰는 것에 대하여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설사 알겠다 여겨지더라도 쓰려고 하면 또 막막하기 이를 데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때는 되든지 안 되든지 간에 상관하지 말고 바로 무조건 끄적거려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여, 바로 끄적거려도 남보다 몇 곱절 빠르게 시적 표현을 얻는 방법 두 가지만 공개할까 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이 두 가지만이라도 잘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른 표현을 새롭고 독특하게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을까? 이걸 이론적으로 설명하려면 <묘사>라는 개념을 알아야 하는데 이걸 또 설명하려면 한 학기 내내 설명해도 부족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에서 필자의 개발한 용어로 그 방법을 설명할까 합니다.



그 첫 번째 방법은, < 뒤집어 생각하고 행동하기 >입니다.


시인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의 사고와 인식 방향이 주로 한쪽으로 쏠려있습니다. 그러니까 먹고 마시고 행동하고 또 사물을 보고 느끼고 감탄하고 슬퍼하는 방식이 대동소이하고, 우리의 인식구조도 주로 그 쪽으로 익숙해 있습니다. 따라서 그 쪽에서 새로운 표현을 구하려면 지금까지의 방식보다 몇 곱절 노력과 탐구로 새로운 표현을 발견하지 못하면 결코 효과적으로 다가오지 못합니다. 이때는 거꾸로 접근해 보는 겁니다. 남들의 시선이 다 한쪽으로 쏠려있을 때 자기는 거꾸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겁니다. 그러면 남들이 전에 자주 보지 못했던 사고와 행동이니깐 우선 시선을 끌게 되고 새롭게 느껴지게 되는 거죠. 다시 말해서 고스톱도 여지껏 쳐왔던 방식으로 쳐 잘 안 풀릴 땐 거꾸로 치면 의외로 잘 풀리는 이치와 같은 전략이지요.


그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어떤 시인이 <나는 낭만을 매고 정동진 바다를 보러갔다>로 표현했다고 합시다. 그러나 똑같은 내용이지만 이걸 거꾸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건 <정동진 바다의 낭만이 나를 유혹했다>, 또는 <정동진 바다의 낭만이 나를 초대했다> 이렇게 되는 거죠. <나는 높은 하늘을 이고 간다>를 거꾸로 표현하면 <높은 하늘이 내 머리를 매달고 간다>. <나는 강물에서 발을 뺍니다>는 <강물이 내게서 발을 뺍니다>, <나는 거울을 들여다본다>는 <거울이 나를 쳐다본다>가 되는 거죠. 어떻습니까? 똑같은 내용이지만 어떤 게 우리에게 더 참신하게 다가옵니까? 후자이지요. 전자가 설명이라면, 후자는 묘사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묘사란 그 동안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인식체계로 대상에 접근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을 구사할 때 유의할 점은 시 전편에 걸쳐서 다 이렇게 표현하면 안되요. 전편에 걸쳐서 구사하면 이것 또한 한쪽 체계의 인식구조로 전락하고 굳어지기 때문에 군데군데 양념치듯 구사해야 되요. 특히 첫연 첫구절에 이걸 효과적으로 구사하면 독자들을 아주 매료시킬 수 있습니다. 현 문단에서 이걸 잘 구사하는 시인이 바로 오규원 시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풀>을 쓴 김수영 시인도 이 기법을 즐겨 구사했구요.



두 번째 방법은, <주변 소재로 생각하고 행동하기>입니다.


이 방법은 필자가 깊이 탐구해 작품에 실제 많이 응용했고 현재도 아주 즐겨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즉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 또는 풍경 내에 있는 주변 소재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입니다. 이걸 잘 활용하면 시가 그림처럼 아주 선명하게 되고 초점도 또렷하게 됨을 금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풍물, 풍경시를 쓸 때 이 방법은 아주 효과적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봅시다. 가령 어떤 사람이 형광등, 침대, 커튼, 그림 등이 있는 방에 갇혀 한 여자를 그리워하며 책상에 골똘히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렇게 표현하는 겁니다.


<그는 책상과 함께/ 한 여자를 침대처럼 그리워한다/ 그의 얼굴은 형광등처럼 창백하지만/ 마음을 커튼처럼 열어 젖히고/ 밤늦도록 간절함을 족자처럼 그녀를 향해 내걸고 있다>


이렇게 한 남자가 한 여자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방 속에 있는 소재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그 이미지와 초점이 선명하게 되고 할 이야기도 금세 많아지게 됩니다. 대부분이 이걸 잘 모르고 방밖을 벗어나 거창한 소재와 이야기를 자꾸 끌어오려 하다보니깐 시가 초점이 흐려지고 난해해 지게 되는 거죠. 이것만 잘 해도 시가 아주 유창해 집니다.


실제로 이 기법 하나만으로도 신춘문예 당선한 필자의 시 한 편을 그 예로 살펴보고 이번 강좌를 마치겠습니다.



정동진驛


겨울이 다른 곳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닷가
그 마을에 가면
정동진이라는 억새꽃 같은 간이역이 있다.
계절마다 쓸쓸한 꽃들과 벤치를 내려놓고
가끔 두 칸 열차 가득
조개껍질이 되어버린 몸들을 싣고 떠나는 역.
여기에는 혼자 뒹굴기에 좋은 모래사장이 있고,
해안선을 잡아넣고 끓이는 라면집과
파도를 의자에 앉혀놓고
잔을 주고받기 좋은 소주집이 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외로운 방들 위에 영롱한 불빛을 다는
아름다운 천정도 볼 수 있다.


강릉에서 20분, 7번국도를 따라가면
바닷바람에 철로쪽으로 휘어진 소나무 한 그루와
푸른 깃발로 열차를 세우는 驛舍,
같은 그녀를 만날 수 있다.


* 필자는 정동진역 풍경을 그리는데 모두 정동진역 근처에 있는 소재들로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소재들은 실제로 정동진역에 다 있던 것들입니다. 억새꽃, 벤치, 모래사장, 라면집, 소주집, 소나무 등등… 그래서 열차가 들어오는 역이니까 겨울이 오는 것도 <겨울이…… 도착…>으로 생각했고, 역도 <…억세꽃 같은 간이역>으로 표현했고, 라면집도 삼양라면을 끓이는 라면집이 아니라 <해안선을 잡아넣고 끓이는 라면집>이고, 소주집도 <파도를 의자에 않혀 놓고/ 잔을 주고받기 좋은 소주집>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필자가 실제로 라면집을 묘사해야 하겠는데 구불구불한 주변 소재를 찾으니까 산 능선, 도로, 해안선 등이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이중에서 가장 주변 소재에 어울리는 게 바로 해안선이었어요. 그래서 이걸 차용한 겁니다.
또한 마주보고 술잔을 나누는 소주집도 묘사해야겠는데 쓸만한 주변 소재들을 밖을 내다보며 살펴봤더니 배, 수평선, 갈매기, 파도 등이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이 소재들이 다 어울리지만 이중에서 파도가 가장 운치 있는 소재로 생각되었어요. 그래서 <파도를 의자에 앉혀놓고/ 잔을 주고받기 좋은 소주집이 있다>이렇게 주변 소재로 둘러댔더니 읽는 사람마다 다 반하더군요. 만약 이걸 <친구를 앉혀놓고 잔을 주고받기 좋은 소주집이 있다>라고 표현했다고 해 봅시다. 얼마나 평범하고 싱겁겠어요?


위의 시는 시의 템포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삽입한 마지막 구절을 제외하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동진역을 벗어나지 않고 철저하게 정동진역 주변 소재로만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그래도 신춘문예에까지 당선되고 성공한 시로 여기잖아요?
 
==========================================================================

296. 철길에 앉아 / 정호승











철길에 앉아

정 호 승

철길에 앉아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철길에 앉아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멀리 기차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기차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코스모스가 안타까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기차가 눈 안에 들어왔다
지평선을 뚫고 성난 멧돼지처럼 씩씩거리며
기차는 곧 나를 덮칠 것 같았다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낮달이 놀란 얼굴을 하고
해바라기가 고개를 흔들며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 싶었다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중에서

---------------------------------------------------------------------

297. 옥수수죽 한 그릇 / 정호승






옥수수죽 한 그릇

정 호 승

북한 동포를 생각하는 옥수수죽 만찬에 참석해서
떨리는 숟가락으로 심각하게
옥수수죽 한 그릇을 다 먹고 집에 돌아와
다시 저녁을 먹는다
북한에서는 옥수숫대까지 한꺼번에 갈아 죽을 끓여 먹는다는 이야기를
중학생 막내아들에게 하면서
그것도 못 먹어 굶어죽기까지 한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하면서
쌀밥 한 그릇을 다 비운다
나는 그런 놈이다


정호승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에서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643 아버지를 좀 안아 드려야 할것같은 가을이다... 2016-10-12 0 3657
1642 굴레가 되고 싶지 않다... 2016-10-10 0 4145
1641 김수영 시인을 다시 떠올리면서... 2016-10-10 0 4481
1640 풀의 시인 김수영 非발표작 詩 공개되다... 2016-10-10 0 4148
1639 저항시인 이육사 미발표 詩 발굴되다... 2016-10-10 0 4757
1638 윤동주 미발표작 詩 발굴되다... 2016-10-10 0 3320
1637 "윤동주 미발표 詩 더 있다" 2016-10-10 0 4167
1636 詩란 사모곡(思母曲)이다... 2016-10-10 0 3718
1635 詩는 리태백과 두보와 같다...처..ㄹ... 썩... 2016-10-09 0 3922
1634 詩는 무지개의 빛갈과 같다... 아니 같다... 2016-10-09 0 3770
1633 현대시사상 가장 다양한 시형의 개척자 - 김수영 2016-10-06 0 4661
1632 詩란 무구(無垢)한 존재이며 무구한 국가이다... 2016-10-06 0 4294
1631 詩는 추상의 반죽 덩어리... 2016-10-06 0 3916
1630 詩는 시골이다... 2016-10-03 0 3703
1629 詩란 주사위 던지기와 같다... 2016-10-02 0 3855
1628 詩란 100년의 앞을 보는 망원경이다... 2016-10-01 0 3827
1627 詩는 가장 거대한 백일몽 2016-10-01 0 3991
1626 詩人은 존재하지 않는 詩의 마을의 촌장 2016-10-01 0 4140
1625 詩人은 오늘도 詩作을 위해 뻐꾹새처럼 울고지고... 2016-10-01 0 4311
1624 詩作에서 구어체 편지형식을 리용할수도 있다... 2016-10-01 0 4118
1623 詩人은 약초 캐는 감약초군이다... 2016-10-01 0 4275
1622 詩人는 언어란 감옥의 감옥장이다... 2016-10-01 0 4152
1621 詩人은 추상화와 결혼해야... 2016-10-01 0 4303
1620 詩란 섬과 섬을 잇어놓는 섶징검다리이다... 2016-10-01 0 3772
1619 詩란 돌과 물과 바람들의 침묵을 읽는것... 2016-10-01 0 3978
1618 詩란 사라진 시간을 찾아 떠나는 려행객이다... 2016-10-01 0 4343
1617 詩作란 황새의 외다리서기이다... 2016-10-01 0 4942
1616 詩란 한잔 2루피 찻집의 호롱불이다... 2016-10-01 0 3897
1615 詩란 사라진 길을 찾는 광란이다.... 2016-10-01 0 4419
1614 詩는 한해살이풀씨를 퍼뜨리듯 질퍽해야... 2016-10-01 0 4194
1613 나는 다른 시인이 될수 없다... 2016-10-01 0 5151
1612 詩는 국밥집 할매의 맛있는 롱담짓거리이다... 2016-10-01 0 3899
1611 詩란 심야를 지키는 민간인이다... 2016-10-01 0 4136
1610 詩는 한매의 아름다운 수묵화 2016-10-01 0 4497
1609 詩는 신비한 혼혈아이다... 2016-10-01 0 4400
1608 詩作에는 그 어떠한 격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2016-10-01 0 4037
1607 詩는 길위에서 길찾기... 2016-10-01 0 4178
1606 詩에는 정착역이란 없다... 2016-10-01 0 3995
1605 詩와 윤동주 <<서시>> 2016-10-01 0 3991
1604 詩는 리별의 노래 2016-10-01 0 3666
‹처음  이전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