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마리에 위치추적기 부착
환경생태연, 5년간 정밀 조사
하루 최대 340㎞ 육지로만 이동
파주·고성 등 정해진 곳으로 와
베일에 가려져 있던 독수리의 생태와 번식지·월동지 간 이동경로가 국내 연구진의 5년간 정밀 위치추적으로 풀렸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한수(조류학 박사) 대표는 17일 “위치추적 결과 겨울철 파주 장단반도와 경남 고성 등지에서 월동하는 독수리들은 월동기간 내내 먹이터를 중심으로 지내며 반경 30㎞ 거리 정도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는 “독수리 무리가 야생에서 동물의 사체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먹이터를 중심으로 겨울을 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갑수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회장은 “매년 먹이 부족과 독극물 중독 등으로 탈진하거나 폐사하는 독수리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월동지에서의 정기적인 독수리 먹이 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연구”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 독수리의 흥미로운 생태도 속속 밝혀졌다. 우선 몽골에서 한국으로 이동해 겨울을 나는 동안 매년 같은 장소로 오간다는 점이다. 몽골~한국 간 1700㎞를 이동하면서 하루 최대 340㎞를 날아가는 독수리는 육지로만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한수 대표는 “대형 조류인 독수리는 날갯짓을 하지 않고 활강을 통해 먼 거리를 이동하는 특성상 상승기류가 발생하지 않는 바다를 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밤에는 자고 낮에만 비행하는 사실도 포착됐다.
독수리는 월동지와 번식지를 오가는 도중 배가 고프면 중국 랴오닝성 주변 평야 지대에서 1∼2주 머물다 이동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북한 지역의 경우 청천강 방면 등을 거쳐 올라가지만 며칠씩 머무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독수리들은 특히 파주 장단반도가 북한과 접한 민통선 지역인데도 북한으로는 거의 넘어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 측은 “북한 지역에는 먹잇감인 동물 사체 등이 부족해 월동을 하지 않고 이동 중에도 머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번식지인 몽골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먹잇감이 부족한 고비사막을 피해 유목민들이 가축을 대량으로 키우는 몽골 이크나트 등 초원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백인환 국립중앙과학관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천연기념물이자 국제적인 희귀 조류인 독수리의 체계적인 보호방안 마련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가 독수리 생태 연구에 나선 것은 2011년 12월부터다. 문화재청과 함께 탈진 후 구조된 독수리 4마리 에 위치추적기를 부착, 돌려보내면서 시작됐다. 이후 미국 덴버동물원 등과 현재까지 5년간 독수리 50마리 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뒤 방사해 관찰 중이다. 이 장비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신호를 이동통신망으로 수신해 위치를 인터넷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추적기는 가로 8㎝, 세로 6㎝에 무게 90g의 초소형이다. 오차범위는 10m 이내로 정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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