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7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지구촌

<<가령>>과 <<설령>>
2016년 03월 18일 22시 46분  조회:3353  추천:0  작성자: 죽림

가령
이것이 시다, 라고 쓴 대부분의 것은 시가 아니다

설령
이것이 시가 되지 않더라도, 라고 쓰여진 것은 대부분 시다

가령(佳嶺)은 도처에 있다 가령 화사하고 화려한 것 가령 사랑이란 단어, 가령 그리움이란 단어, 봄날 꽃놀이 관광버스가 가 닿는 곳, 그곳이 가령이다

설령(雪嶺)은 보이지 않는 자리에 스며 있다 어둡고 춥고 배고픈, 눈과 귀와 혀의 뿌리 설령 어시장 좌판이라도, 설령 공중화장실이라도, 설령 무덤이라도, 설령 보이지 않더라도, 그곳에 있다

등반자여 혹은 동반자여
가령은 도처에 있고 설령은 도무지 없다
도대체 어디를 오를 것인가



- 박제영, 「가령과 설령」 전문



강희안의 시가 '신'과 '인간'의 관계성에 관심을 둔다면 박제영의 시는 '가령'과 '설령'이란 부사어의 차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시의 화자는 부사어 '가령'을 '佳嶺', '설령'을 '雪嶺'이란 말로 치환하여 해학적인 말재롱의 효과를 만들어 낸다. '가령'이란 부사어는 '~일지라도'라는 긍정적인 용언과 결합하는 말이다. 따라서 시의 화자는 "가령/이것이 시다, 라고 쓴 대부분의 것은 시가 아니"라고 말한다. 시란 어떤 확정적인 언술로는 도달할 수 없는 비가시적인 실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제를 통해 시(언어)의 허구성을 예리하게 갈파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반해 '설령'이란 부사어는 '~이 아닐지라도'라는 부정적인 용언과 결합하는 말이다. 따라서 시의 화자는 "설령/이것이 시가 되지 않더라도, 라고 쓰여진 것은 대부분 시"라고 말한다. 시란 역설적으로 어떤 불확정적인 언술로서만 도달할 수 있는 가시적인 실재이기 때문이다.



화자가 일차적으로는 '가령(佳嶺)'을 '아름다운 고개', '설령(雪嶺)'을 '눈으로 덮인 고개'라는 의미로 구분하지만, '이를테면'이라는 부사어와 함께 차용하면서 말재롱의 효과를 배가한다. 화자에 따르면 '가령'(이를테면) "화사하고 화려한 것, 가령 사랑이란 단어, 가령 그리움이란 단어, 봄날 꽃놀이 관광버스가 가 닿는 곳"이 '가령'인 셈이다. 이렇게 화자는 즐김의 장소인 '가령'이 "도처에 있"는 반면 '설령'은 "보이지 않는 자리에 스며 있다"고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다. '설령'(이를테면) "어둡고 춥고 배고픈, 눈과 귀와 혀의 뿌리 설령 어시장 좌판이라도, 설령 공중화장실이라도, 설령 무덤이라도, 설령 보이지 않"는 까닭에 춥고 배고프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화자는 '가령'에는 '등반자'가 필요하지만 '설령'에는 '동반자'가 필요하다는 시적 인식의 메시지를 말재롱의 효과를 통해 긴요하게 함축한다. 그리고 마지막 연에서 화자는 "도대체 어디를 오를 것인가"에 대해 독자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강희안 시인

[ 2016년 03월 18일 08시 36분 ]

 

 

하남성 정주시 윤하로(河南省郑州市伊河路)에서ㅡㅡㅡ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16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242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 중국 근대, 현대 문학 2016-03-21 0 4425
1241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元 明 淸 시대 문학 2016-03-21 1 4791
1240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그리스, 로마 문학 2016-03-21 0 5571
1239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 프랑스문학 2016-03-21 0 7252
1238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남유럽 문학 2016-03-21 0 5532
1237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 독일문학 2016-03-21 0 6722
1236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 네덜란드, 벨기 문학 2016-03-21 0 3712
1235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영국문학 2016-03-21 0 6012
1234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 러시아 쏘련 문학 2016-03-21 0 8579
1233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 북유럽문학 2016-03-20 0 4591
1232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 동유럽문학 2016-03-20 0 4647
1231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 미국문학 2016-03-20 0 4860
1230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 라틴아메리카 문학 2016-03-20 0 3868
1229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문학 2016-03-20 0 3268
1228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 唐 宋 시대 문학 2016-03-20 0 4727
1227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 漢 魏 六 朝 문학 2016-03-20 0 4160
1226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 魏 晋 南 北 朝 시대 문학 2016-03-20 1 4003
1225 [일요일 아침 詩]- 목소리들 2016-03-20 0 3436
1224 [詩공부시간]- 詩는 자기자신의 분신덩어리 2016-03-20 0 4171
1223 [詩作初心]- 현대시론 개요(1,2) 2016-03-19 0 3941
1222 [詩作初心]- 현대시론 개요 2016-03-19 0 3911
1221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 폴 베를렌 2016-03-19 0 4634
1220 김혜순 시모음 2016-03-19 0 4531
1219 디카시는 언어 너머의 詩 2016-03-19 0 4150
1218 잊혀져가는 천재 시인 - 이근상 2016-03-19 0 3589
1217 [이 아침 신선한 詩 한잔 드시소잉]- 막돌 2016-03-19 0 3242
1216 정지용시인 산문 쓰다 2016-03-19 0 3967
1215 樹木葬 = "오규원 소나무" 2016-03-18 0 3981
1214 오규원 시모음 2016-03-18 0 4698
1213 <<가령>>과 <<설령>> 2016-03-18 0 3353
1212 [詩作初心]- 詩적 언어를 창조하는 은유 2016-03-18 0 3852
1211 詩쓰기는 텅빈 종이장 피땀같이 들여다보기 2016-03-18 0 3516
1210 현대시론 축소판 2016-03-18 0 4130
1209 [詩공부시간]- 詩속에 複數의 나 만들기 2016-03-18 0 4123
1208 [이 아침 신선한 詩 한잔 드시소잉]- 정식 2016-03-18 0 3320
1207 [詩공부시간]- 詩속에서의 참된 나 없는 나 만들기 2016-03-17 0 3537
1206 [이 아침 따끈한 詩 한잔 드시소예]- 해안선 2016-03-17 0 3657
1205 [詩공부시간]- 詩속에서 나를 찾기 2016-03-16 0 4802
1204 [詩공부시간]- 詩쓰기와 자아찾기 2016-03-16 0 3271
1203 이육사 <<靑포도>>는 <<풋포도>> 2016-03-15 1 4501
‹처음  이전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