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0월 2024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가령>>과 <<설령>>
2016년 03월 18일 22시 46분  조회:3637  추천:0  작성자: 죽림

가령
이것이 시다, 라고 쓴 대부분의 것은 시가 아니다

설령
이것이 시가 되지 않더라도, 라고 쓰여진 것은 대부분 시다

가령(佳嶺)은 도처에 있다 가령 화사하고 화려한 것 가령 사랑이란 단어, 가령 그리움이란 단어, 봄날 꽃놀이 관광버스가 가 닿는 곳, 그곳이 가령이다

설령(雪嶺)은 보이지 않는 자리에 스며 있다 어둡고 춥고 배고픈, 눈과 귀와 혀의 뿌리 설령 어시장 좌판이라도, 설령 공중화장실이라도, 설령 무덤이라도, 설령 보이지 않더라도, 그곳에 있다

등반자여 혹은 동반자여
가령은 도처에 있고 설령은 도무지 없다
도대체 어디를 오를 것인가



- 박제영, 「가령과 설령」 전문



강희안의 시가 '신'과 '인간'의 관계성에 관심을 둔다면 박제영의 시는 '가령'과 '설령'이란 부사어의 차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시의 화자는 부사어 '가령'을 '佳嶺', '설령'을 '雪嶺'이란 말로 치환하여 해학적인 말재롱의 효과를 만들어 낸다. '가령'이란 부사어는 '~일지라도'라는 긍정적인 용언과 결합하는 말이다. 따라서 시의 화자는 "가령/이것이 시다, 라고 쓴 대부분의 것은 시가 아니"라고 말한다. 시란 어떤 확정적인 언술로는 도달할 수 없는 비가시적인 실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제를 통해 시(언어)의 허구성을 예리하게 갈파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반해 '설령'이란 부사어는 '~이 아닐지라도'라는 부정적인 용언과 결합하는 말이다. 따라서 시의 화자는 "설령/이것이 시가 되지 않더라도, 라고 쓰여진 것은 대부분 시"라고 말한다. 시란 역설적으로 어떤 불확정적인 언술로서만 도달할 수 있는 가시적인 실재이기 때문이다.



화자가 일차적으로는 '가령(佳嶺)'을 '아름다운 고개', '설령(雪嶺)'을 '눈으로 덮인 고개'라는 의미로 구분하지만, '이를테면'이라는 부사어와 함께 차용하면서 말재롱의 효과를 배가한다. 화자에 따르면 '가령'(이를테면) "화사하고 화려한 것, 가령 사랑이란 단어, 가령 그리움이란 단어, 봄날 꽃놀이 관광버스가 가 닿는 곳"이 '가령'인 셈이다. 이렇게 화자는 즐김의 장소인 '가령'이 "도처에 있"는 반면 '설령'은 "보이지 않는 자리에 스며 있다"고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다. '설령'(이를테면) "어둡고 춥고 배고픈, 눈과 귀와 혀의 뿌리 설령 어시장 좌판이라도, 설령 공중화장실이라도, 설령 무덤이라도, 설령 보이지 않"는 까닭에 춥고 배고프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화자는 '가령'에는 '등반자'가 필요하지만 '설령'에는 '동반자'가 필요하다는 시적 인식의 메시지를 말재롱의 효과를 통해 긴요하게 함축한다. 그리고 마지막 연에서 화자는 "도대체 어디를 오를 것인가"에 대해 독자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강희안 시인

[ 2016년 03월 18일 08시 36분 ]

 

 

하남성 정주시 윤하로(河南省郑州市伊河路)에서ㅡㅡㅡ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283 <봄> 시묶음 2016-03-31 0 4396
1282 <목련> 시묶음 2016-03-31 0 5527
1281 실험정신 없는 詩는 죄악 - 詩作 16가지 2016-03-31 0 4804
1280 [목련꽃 하얗게 피는 아침 詩 한송이] 2016-03-30 0 4408
1279 <매화> 시모음 2016-03-30 0 5360
1278 <개나리> 시모음 2016-03-30 0 5858
1277 <풀꽃> 시모음 2016-03-30 0 4688
1276 [머리 뗑한 詩공부]- 詩는 하찮은것에서 始作...詩作... 2016-03-30 0 4205
1275 "협동조합형" 詩잡지 나오다... 우리는???... 2016-03-29 0 3959
1274 봄맞이 선물 - 녀자 독자들이 사랑한 詩人 10인 2016-03-29 1 4211
1273 잊혀진 詩人과 그 詩人의 아들 2016-03-29 0 4704
1272 [詩공부시간]- 詩에서 빈자리 보기 2016-03-29 0 4366
1271 [화요일 아침 詩 한송이 드리꾸매]- 지옥에서 보낸 한 철 2016-03-29 0 4078
1270 [월요일 아침 새록새록 詩]- 양파 공동체 2016-03-28 0 4549
1269 [봄날의 아침 詩 두 잔 드이소잉]- 젖지않는 물/ 숟가락의 무게 2016-03-28 0 4440
1268 詩는 물과 거울과 달과 꽃과 더불어... 2016-03-28 0 4739
1267 낯설음의 詩 한묶음 2016-03-28 0 4715
1266 [詩공부]- 詩는 어디에서?... 2016-03-26 0 4063
1265 [봄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슬픈 詩 한수]- 병상록 2016-03-26 0 3981
1264 [詩공부시간]- 백마디의 말보다 한송이 장미가... 2016-03-26 0 4093
1263 땡!~ 제2의 '동주' 나올수 있을가... 남에 일 아니다... 2016-03-25 0 4087
1262 [꽃샘추위하는 날 따끈한 詩 한잔]- 자유 지역 2016-03-25 0 3754
1261 [詩作初心] - 詩는 노력가의 결과물 2016-03-25 0 3966
1260 [따뜻한 봄날 아침 따끈한 시 한잔] - 숲 2016-03-24 0 3955
1259 [詩공부시간]- 詩창작의 비법은 없다 2016-03-24 0 4503
1258 [신선한 詩 한잔 드이소잉]- 토르소 2016-03-23 0 3730
1257 [詩作初心]- 은유는 천재의 상징 2016-03-23 0 4553
1256 누에가 고치짓지 않으면 누에는 죽는다... 2016-03-23 0 4245
1255 한국 50년대, 60년대, 70년대, 80년대의 詩계렬 2016-03-22 0 5342
1254 ... 2016-03-22 0 3872
1253 ... 2016-03-22 0 4219
1252 ... 2016-03-22 0 4318
1251 ... 2016-03-22 0 3949
1250 ... 2016-03-22 0 3960
1249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인도 문학 2016-03-22 0 4502
1248 [문학의 뿌리 알아보기]- 일본 / 몽고 문학 2016-03-22 0 4860
1247 [복습해보는 詩공부]- 시속의 은유 2016-03-22 0 3887
1246 [춘분절기와 詩]- 봄나물 다량 입하라기에 2016-03-21 0 3817
1245 [이 아침 신선한 詩 한잔 드시소잉]- 장춘(長春)- 긴 봄 2016-03-21 0 4079
1244 [월요일 아침 詩] - 물결 표시 2016-03-21 0 4707
‹처음  이전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