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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뗑한 詩공부]- 詩는 하찮은것에서 始作...詩作...
2016년 03월 30일 00시 26분  조회:4296  추천:0  작성자: 죽림
다. 비유적으로 연상하기

진달래는 고혈압이다/굶주린 눈멀어/우글우글 쏟아져 나오는 빨치산처럼/산기슭 여기저기서/정맥 터질 듯 총질하는 꽃//진달래는 난장질에/온 산은 주리가 틀려/서둘러 푸르러지고/겨우내 식은 세상의 이마가/불쑥 뜨거워진다//도화선 같은 물줄기 따라/마구 터지는 폭약, 진달래/진달래가 다 지고 말면/풍병(風病)든 봄은 비틀비틀/여름으로 가리라
- 강윤후, <진달래>


3. 상상력 키우는 방법

우선 어떤 현상, 어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어린아이의 눈처럼 사물과 현상을 난생 처음 보는 것처럼 바라보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고정관념에 대해서 네모난 수박에 대해 생각해보자. 둥글다는 본질적인 개념의 파괴, 네모난 틀 속에 갇힌 수박의 아픔을 생각해보자.) 즉 사물을 되도록 새롭게 보려고 노력을 해야 된다는 것.

둘째, 다르게 쓰기의 방법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것인가’라고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르게 쓸 것인가’하는 생각으로 바꿔야 한다. 다르게 쓰기 위해서는 다르게 보는 방법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관찰의 세밀함이 필요한 것이다. 다르게 보는 방법을 가지기 위해서는 남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뒤집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뒤집기는 상식을 뒤엎는 질문을 통해 시작한다. 꽃이 아름답다는 고정관념, 똥이 더럽다는 고정관념, 섹스는 추하다라는 고정관념, 밤이 어둡다는 고정관념, 모성애가 숭고하다라는 고정관념, 윤리적인 삶이 바람직하다라는 고정관념. 미추과 선악, 몸과 정신을 뒤바꿔 생각해봐야 한다. 거기에서 인생의 진실이 숨어 있다.

셋째 대상, 사물, 사건에 내 생각의 초점을 맞추지 말고 대상이 주가 되게 써야 한다. 여기에서 사물 속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나의 관점을 버리고 대상의 눈으로 나를 보라는 것. 삐걱거리는 교실의 마루바닥은 종일 얼마나 힘들까, 선풍기는 하루 종일 고개를 흔드느라 얼마나 고단할까. 이것은 사랑의 눈으로 대상을 보는 방법이다. 죽은 사물들에게 생명을 부여하면 삼라만상이 다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우리는 그것을 다만 받아 적기만 하면 된다. 그것은 동화와 투사의 방법이자 서정시의 가장 특징적인 동일화의 방법이다.

넷째 자신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감동이 없는 시는 시가 아니다. 감동은 어디에서 오는가.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서 출발한다.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일, 인간이기에 저지르게 되는 잘못, 용기 없음과 우유부단함, 억눌러도 억눌러도 치솟는 욕망의 모습들을 가감 없이 진솔하게 이야기함으로써 독자의 공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다섯째 가까운 곳에서 시를 찾는 눈이다. 시는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먼 곳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일상, 주변의 자잘한 사건들에서 시는 찾아온다. 밥하고 빨래하고, 부부싸움하고 자식을 꾸짖는 일, 시장 보는 일과 잔치와 상가를 찾는 일, 다투고 시기하고 증오하는 이웃과 친구들의 이야기. 이런 것들이 우리의 공감을 자아낸다.
시적인 이야기 방식은 언제나 구체에서 추상으로, 감각에서 깊이로, 평범에서 비범으로, 가벼움에서 무거움으로, 사소함에서 소중함으로 나아가는 데 있다(이성복)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시의 언어는 관념어, 문어가 아니라 구체어, 구어가 필요한 것이다.


가. 동화적 발상

흰 목련꽃을/엄마, 여기 조개꽃이 피었어!/밥물이 끓어 넘친 자국을/엄마, 여기 눈이 내렸어!/벚꽃이 지는 걸/엄마, 바람이 꽃을 아프게 하는 거야?/좋은 냄새를/엄마, 이게 꽃이 피는 냄새야?//겁도 없이//5년/10년/일생이 걸려도/내가 못 가는 거리를//단숨에!
- 양선희, <어린 것들>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자. 자기가 알고 있는 상식, 관습의 옷을 벗고 어린이의 순수한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일상인들은 현실에 잘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특별한 체험 외에 일상적 체험에 대해서는 그저 상투적으로 인식한다. 반면 어린이는 눈에 들어오는 것, 귀에 들리는 것, 혀에 닿는 사물들이 다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감각을 최대한 동원해서 대상을 파악하고 이해하려고 한다. 이런 태도가 바로 일상적, 상식적 인식의 껍질을 벗는 방법이 된다. 관습적 인식, 고정관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명한 사실이나 현상에도 의심을 해보는 버릇을 가져야 한다. 어린이의 호기심이 되어야 질문이 나온다.


나. 뒤집기

사각의 공간에 구더기들은/활자처럼 꼬물거린다/화장실은/작고 촘촘한 글씨로 가득 찬/불경같다/살아 꿈틀대는 말씀들을/나는 본다.
- 이대흠, 「이동식 화장실에서」

일상은 관심과 호기심을 빼앗아 낯익음의 세계로 내몰고 사물을 바라보는 눈을 굳게 만든다. 고정관념, 상식을 버리고 무조건 뒤집어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숨어 있는 진실이 드러난다. 보편적 진리나 생각, 신념까지도 거꾸로 뒤집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선악, 미추, 대소, 고저, 장단, 청탁 따위의 개념을 반대로 규정해보는 훈련. 역발상은 시적 긴장을 얻는데 효과적이다. 시에서 중요한 구성원리로 작용하는 역설이나 아이러니도 따지고 보면 다 역발상에 기초하고 있다.


다. 관점 바꾸기

뱀을 볼 때마다/소스라치게 놀란다고/말하는 사람들//사람들을 볼 때마다/소스라치게 놀랐을/뱀, 바위, 나무, 하늘//지상 모든/생명들/뭇 생명들/소스라치다
- 함민복, <소스라치다>

사과 과수원을 하는 착한 친구가 있다. 사과꽃 속에서 사과가 나오고 사과 속에서 더운 밥이 나온다며, 나무야 고맙다 사과나무야 고맙다. 사과나무 그루 그루마다 꼬박꼬박 절하며 과수원을 돌던 그 친구를 본 적이 있다. 사과꽃이 새치름하게 눈뜨는 저녁이었다. 그날 나는 천 년에 한 번씩만 사람에게 핀다는 하늘의 사과꽃 향기를 맡았다.

눈 내리는 밤에 친구는 사과를 깎는다. 툭, 칼등을 쳐서 사과를 혼절시킨 뒤 그 뒤에 친구는 사과를 깎는다. 붉은 사과에 차가운 칼날이 닿기 전에 영혼을 울리는 저 따뜻한 생명의 만트라. 사과야 미안하다 사과야 미안하다. 친구가 제 살과 같은 사과를 조심조심 깎는 정갈한 밤, 하늘에 사과꽃 같은 눈꽃이 피고 온 세상에 사과 향기 가득하다.
- 정일근, <사과야 미안하다>

의인법 혹은 활유법은 시적 인식의 기본. 비정하고 차가운 마음은 사물과 교감할 수 없다. 따뜻한 시선을 던져야 사물이 자기 자신의 내밀한 세계까지 우리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나락을 벨 때 벼들이 아프다고 울부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너 보고 싶은 마음 눌러죽여야겠다고/가을 산 중턱에서 찬비를 맞네/ 오도가도 못하고 주저앉지도 못하고/ 너하고 나 사이에 속수무책 내리는/ 빗소리 몸으로 받고 서 있는 동안/ 이것 봐, 이것 봐 몸이 벌겋게 달아오르네/단풍나무 혼자서 온몸 벌겋게 달아오르네
- 안도현, <단풍나무 한 그루>

저 빗물 따라 흘러가봤으면,/빗방울에 젖은 작은 벚꽃 잎이/그렇게 속삭이다가, 시멘트 보도/블록에 엉겨 붙고 말았다 시멘트/보도블록에 연한 생채기가 났다/그렇게 작은 벚꽃 잎 때문에 시멘트/보도블록이 아플 줄 알게 되었다/ 저 빗물 따라 흘러가봤으면,/비 그치고 햇빛 날 때까지 작은/벚꽃 잎은 그렇게 중얼거렸다/고운 상처를 알게 된 보도블록에서/낮은 신음 소리 새어나올 때까지
- 이성복, <그렇게 속삭이다가>


라. 부끄러움에서 시작하기

비 오시는데/종일/헤어진 여자 허리 생각에 몸 뒤척인다//저기 타는 천리 불꽃/빗발로는/끝내 진화할 수 없는 것인가!//온몸 달아 간절했으니/신체의 한 末端이 타버리는 모양이다/오매 사람 잡네,/이 灼熱感!//점점 골똘해지는 씹 생각에 몸이 다 탄다/날 저물고 비 그쳐 淨口業眞言*/합장하고 千手經 일절 뒤 나무관세음보살……/천 번 입 속으로 읊조렸더니/시끄러운 몸이 겨우 잠든다

* 입으로 지은 업을 맑게 하는 진언
- 장석주, <천리 불꽃>

내 영혼 흠잡을 데 없네. 감기 몸살 안 하고 술 안 먹고 노래방 안 가고, 높새바람에나 깃을 칠까, 착한 내 영혼 누군들 기뻐하지 않으리. 사람들 바로 살게 가르치고, 명절 선물 불편하면 거절할 줄 알고, 수재 의연금 잘 내고, 냈다는 건 마지못해 떨어놓는 내 영혼 참으로 겸손하다. 한때 내 영혼 나쁜 줄만 알았네, 샘 많고 별나고 잘 삐치던 내 영혼, 하지만 이젠 추어탕 집 아줌마도 내 인상 좋다 하니, 자손 대대로 복 받겠네. 착한 내 영혼, 더 늙기 전에 러시아 식 스포츠 마사지 한번 받아봤으면 좋겠네.
- 이성복, <내 영혼 흠잡을 데 없네>

한 번은 옆 침대에 입원한/환자의 오줌을 받아 주어야 했다/환자는 소변기를 갖다대기도 전에 얼굴이 뻘개졌다/덮은 이불 속에서 바지를 내리자/빳빳하게 솟구쳐 있는 그것,/나도 얼굴이 빨개졌다/이불 속에서 소변기를 걸쳐놓고/그것을 잡고 오줌을 눌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말아야 하나... 무안한 눈은/창 밖 벚나무 가지 위로 오르는데/벚나무도 뜨겁게 솟구치는 제 속을 받아내는지/펑펑 눈부신 소리로 꽃을 뿜어냈다/그리고 한참 동안, 조용하게/벌어진 꽃나무의 상처를 핥아주고 있던 햇빛이/후딱 일어나 수천 개의 혀를 내밀더니/내 눈을 휘감아 가버렸다/놀란 나는 캄캄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벚나무 아래에서 와와, 숨 멎는 소리만/내 눈에 고였다가 넘쳐흘렀다/그날 옆 침대에 입원한 환자는 내내 돌아누워/밥도 먹지 않았다
- 강미정, <벚나무>


마. 하찮은 것에서 소중한 것을 길어내기

작은누나가 엄마보고/엄마 런닝구 다 떨어졌다./한 개 사라 한다./엄마는 옷 입으마 안 보인다고/떨어졌는 걸 그대로 입는다.//런닝구 구멍이 콩만하게/뚫어져 있는 줄 알았는데/대지비만하게 뚫어져 있다./아버지는 그걸 보고/런닝구를 쭉 쭉 쨌다.//엄마는/와 이카노./너무 째마 걸레도 못한다 한다./엄마는 새걸로 갈아입고/째진 런닝구를 보시더니/두 번 더 입을 수 있을 낀데 한다.
- 배한권, <엄마의 런닝구>

어떤 순결한 영혼은 먹지처럼 묻어난다. 가령 오늘 점심에는 사천 원짜리 추어탕을 먹고 천 원짜리 거슬러 오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까박까박 조는 남루의 할머니에게 '이것 가지고 점심 사 드세요' 억지로 받게 했더니, 횡단보도 다 건너가는데 '미안시루와서 이거 안 받을랩니다' 기어코 돌려주셨다. 아, 그걸 점심 값이라고 내놓은 내가 그제서야 부끄러운 줄 알았지만, 할머니는 섭섭다거나 언짢은 기색이 아니었다. 어릴 때 먹지를 가지고 놀 때처럼, 내 손이 참 더러워 보였다.
- 이성복, <아, 그걸 점심 값이라고>

결론적으로 평소 사물을 새롭게 보려는 노력을 해야 된다는 것. 사물을 볼 때마다 새롭게 대하려는 것은 애정과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이 보통 부지런하고 자유스럽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전 감각에 탄력성을 주지 않으면 결코 상투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또한 새롭게 본다는 것은 ‘연상한다’, ‘비유적으로 본다’는 말과 통한다. 어떤 사물을 보는 순간 또 다른 사물이나 정황을 즉각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사물과 사물, 정황과 정황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고, 여기에 인간의 마음을 맺어줌으로써 이 세상 모든 것이 고립되지 않고 상호교감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바로 시인의 연상력이다. 대상을 논리적으로 따지려하지 않고 감각적으로 즉각적으로 다른 어느 것과 연관시키는 것은 순진무구한 마음이 되어야 가능하다. 과학적 사고를 버리고 시적인 사고를 가져야 하며 감각을 활력 있게 가동시켜 비유적 사고를 해야 한다. 일상인들이 건성으로 스치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 어리석은 질문을 스스로 해보고 스스로 답해 봄으로써 신선한 대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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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찔러본다 / 최영철











찔러본다

최 영 철

햇살 꽂힌다
잠든 척 엎드린 강아지 머리에
퍼붓는 화살
깻나 안 깻나
쿡쿡 찔러본다

비 온다
저기 산비탈
잔돌 무성한 다랑이논
죽었나 살았나
쿡쿡 찔러본다

바람 분다
이제 다 영글었다고
앞다퉈 꼭지에 매달린 것들
익었나 안 익었나
쿡쿡 찔러본다


최영철 시집 <찔러본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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