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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시모음
2016년 03월 30일 00시 36분  조회:6011  추천:0  작성자: 죽림

 

개나리/이해인

 

 

 

눈웃음 가득히
봄 햇살 담고
봄 이야기
봄 이야기
너무 하고 싶어

잎새도 달지 않고
달려나온
네 잎의 별꽃
개나리꽃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길게도
늘어뜨렸구나

내가 가는 봄맞이 길
앞질러 가며
살아 피는 기쁨을
노래로 엮어 내는
샛노란 눈웃음 꽃

 

개나리 꽃대에/나태주

개나리 꽃대에 노랑불이 붙었다. 활활.
개나리 가늘은 꽃대를 타고 올라가면
아슬아슬 하늘 나라까지라도 올라가 볼 듯
심청이와 흥부네가 사는 동네 올라가 볼 듯

 

개나리 /전병철

 

 

 

병아리떼 다 어딜 가고
부리만 오밀조밀하게 모아서
꽃을 만들고
모양과 크기가 변함없는 형태로 마주서서
서로를 위로하고 토닥거려 주면서
하늘을 우러른다.

 

개나리/장수남

 

 

 

삼월. 봄이 왔네.
어제저녁 꽃샘추위 안달하더니.

이른 새벽 수줍은 노란 저고리
새색시 모셔왔네.

아침햇살 창문 열면
개나리 노란 옷고름. 이슬 한 잎
손 끝. 여민 가슴 푼다네.

 

개나리/이문조

 

 

 

나리 나리 개나리
노오란 개나리

봄 나라의 대표선수
노오란 운동복의 개나리

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꽃
개나리

다닥다닥 붙은
앙증맞은 꽃 무리
노오란 꽃 덤불

봄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꽃
전혀 까탈스럽지 않은 꽃
개나리

그러기에
너에게
정이 많이 간다.

 

개나리/류정숙

 

 

 

 

입춘이 몰고온
노란 제복의 합창단

방울종이 울리면
얼었던 가지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버들강아지 기어나와
눈 대신 귀를 키워
귀동냥으로 종소리 듣고
수직으로 뚫렸던
골목이
노랗게 휘어든다.

 

개나리/유소래

 

 

 

 

너의 창 밑에 파수병 되어
죽은 듯 살아 있는
마른 몸 하나
배반을 모르는 순종의 눈빛
봄을 알리는
척후대로 진치고 있다

부대끼는 허리
입술 깨물던
어젯밤의 통증은
나를 버리고 나를 일으키는
헌신의 다짐인가!

이른 아침
사열하는 사열대에
조롱조롱 부리를 벌리고
"봄이 왔어요"
외치는 소리가
노랗게 퍼져간다.

 

개나리/남경식

 

 

 

 

따스한 봄볕에 개나리
길가로 목을 내어 한 무더기 아이들과
해맑게 탄성을 지르며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개나리 피는 곳은
항상 따뜻하고 화사하여
그곳엔 열정과 환희와
모든 이의 사랑이 함께 머문다

재민이와 바다와
하늘이와 보람이와
그리고 여드름 닥지닥지 영근
선주의 꽃으로 피어난다

다시 보는 오래된 벗처럼
그렇게 함박웃음으로 노랗게
찾아왔고 내년에도
나와 너와 그와 또다른 모든 이들의 꽃으로
화사하게 환생하리라
사랑과 희망의 꽃이여.

 

개나리/정세훈


개나리가
창끝이 되어
내 동공으로 파고듭니다.

잠들지 말라고
깨어 있으라고
예수처럼 오고야 말
봄날을 위하여 예비하라고

후미진 울 밑으로부터
녹슨 공장 울타리를 타고 올라와
날카롭게 내 허기진 노동을 재촉합니다.

하품 나는 졸리운 삼월에.

 

개나리/ 정재영


겨우내
연탄가스에 중독이 되어

빈혈기 가시지 않아
어지러움만 더하고

아직도 찬바람에
헛기침만 해대는 강가는 살얼음인데

황달기로 누렇게 뜬
영양실조의 얼굴.

 

개나리/손정모


언 땅에 물기가 돈다
몇 달을 고행(苦行)했다.
너는 먹먹한 설움을 털어 내며
햇살이 적요로이 조는 양달에서
앙상한 몸뚱이로 기를 뿜어낸다
솔잎이 드러눕고 달빛이 일어선다
솔잎에 매달려 며칠 동안을
하얗게 떨며
들려주던 바람의 목소리

이제 넌
두렵더라도
몸을 열 때가 되었어

목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푸른 바람결에 떠밀려
아뜩한 현기증에 몸을 떨던 너
어느새 아랫도리의 힘이 풀리면서
펑펑펑
하늘을 향해 기포들처럼 터지는
샛노란 바람구멍

 

서울의 개나리/손석철

 

서둘렀습니다
매연과 턱밑까지 깔린 아스팔트 열기
소음과 아귀다툼
빈부와 노동과 땀 서러움과 분노와
숨이 막혀 빨리 꽃잎을 내보냈습니다

 

개나리꽃 /권성훈


가꾸지 않아도
우리보다 먼저 와
들녘에서 기다려주는
개나리
지난겨울 너무 추워
별빛 내려와
불을 지펴 놓았나
혼자 타지 않고
마음까지 태우고 있어
그저 보기만 해도
이리 눈부신데
가꿀수록 곰팡이 피는
세월,
미안한 마음
꽃잎 몇 개 떨어지고
몸만 왔다 가는.

 

개나리꽃/도종환


산 속에서 제일 먼저 노랗게
봄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나
뒤뜰에서 맨 먼저 피어 노랗게 봄을 전하는
산수유나무 앞에 서 있으면
며칠 전부터 기다리던 손님을 마주한 것 같다

잎에서 나는 싸아한 생강 냄새에
상처받은 뼈마디가 가뿐해질 것 같고
햇볕 잘 들고 물 잘 빠지는 곳에서 환하게 웃는
산수유나무를 보면 그날은
근심도 불편함도 뒷전으로 밀어두게 된다.

그러나 나는 아무래도 개나리꽃에 마음이 더 간다
그늘진 곳과 햇볕 드는 곳을 가리지 않고
본래 살던 곳과 옮겨 심은 곳을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깊은 산 속이나 정원에서만 피는 것이 아니라
산동네든 공장 울타리든 먼지 많은 도심이든
구분하지 않고 바람과 티끌 속에서
그곳을 환하게 바꾸며 피기 때문이다.

검은 물이 흐르는 하천 둑에서도 피고
소음과 아우성 소리에도 귀 막지 않고 피고
세속이 눅눅한 땅이나 메마른 땅을
가리지 않고 피기 때문이다.

 

개나리꽃/이인석

 

활짝 핀 개나리꽃이
울타리마다
얼굴을 내밀고 섰다
안녕하시냐고
반가이 인사하는 것일까
안타까이 기다리는 사람 있어
발돋움하는 것일까

일제히 부르는 소리
손들어 저으며
그리운 사람을 찾는 소리
꽃잎마다 눈동자가 되어
그리운 사람 찾는구나
꽃잎마다 얼굴이 되어
그리운 이를 부르는구나

서울에도
평양에도
지리산 산골 마을에도
백두산 기슭 어느 외딴 마을에도
개나리꽃이 피었건만
기다려도 올 수 없는 사람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

모두가 개나리꽃이 되어
일제히 부르는 소리
모두가 개나리꽃이 되어
일제히 손을 젓는 모습
이젠 그만 하라고
한결같이 아우성치는 소리…

 

이 늦은 참회를 너는 아는지 /안도현


내가 술로 헝클어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어둔 길가에
개나리꽃이 너무 예쁘게 피어 있었지요
한 가지 꺾어 들고는
내 딸년 입술 같은 꽃잎마다
쪽, 쪽 뽀뽀를 해댔더랬지요

웬걸
아침에 허겁지겁 나오는데
간밤에 저질러버린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내 잘못이
길바닥에 노랗게 점점이 피를 뿌려 놓은 것을
그만 보고 말았지요

개나리야
개나리야
나는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인간이다 인간도 아니다

 

3월과 4월에 한반도 전역에 걸쳐서 노란색의 꽃을 피우는 개나리
학명에 한국이 들어간 나무이죠 (Forsythia koreana Nakai)
영국의 유명한 원예학자 윌리엄 포시스

(William A Forsyth)를 기념하기 위하여 붙였고
종소명인 코리아나(Koreana)는 수많은 개나리 종류가운데
한국에 자생하는 개나리가 세계를 대표하는 우리의

개나리로 인정받고 있는것 입니다

 

이렇게 전세계에 퍼져나간 개나리가 봄한철 사랑을 받는
봄의 꽃으로 금수강산을 노랗게 물들이나
자생지가 밝혀지지 않은것은 아마도 전국에 골고루
분포하기 때문일겁니다
서울과 경기도등
전국의 40여개 도 시 군에서

자신들의 꽃으로 지정한꽃이니
그만큼 개나리를 사랑하시나요?

 

서양에서는 황금의 종(Golden bell)이라는

예쁜이름으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잎이나기도 전에 노란색꽃이 가지마다 달린것을보면
그렇게 불리는것이 당연한것이 아닐까요?

암꽃과 수꽃이 수분의 어려움으로 열매는

구경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9월에 달리는 열매는 연교 (連翹)라고 불리는데
차거운성질로 종기의 고름을빼고 해열제

소염 이뇨에 쓰이던 특이한 약재라고 합니다.
1442년 세종대왕에게 일본사신이 바친 진상품에

연교2근이 포함이 되었으니 그당시에는

아주 귀한약재였음을 알수있지요.

 

선조임금은 연교가들어간 청심환을 복용하고

순조임금은 연교를 주원료로한 가미승갈탕을 복용했으니
개나리 열매 연교는 우리선조들에게 대단히 유익한 약재였다고 합니다.
이제 얼마 있으면 금수강산을 노랗게 물들일

개나리의 학명이 대한민국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꽃 이라는걸 아시고 기분좋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샛노랗게 피여나는 개나리를 아름다운 시로 표현한

작가들의 글에는 개나리에 대하여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애틋한 마음으로 적고 있어서 한편 한편

시를 읽는 기분이 봄볕처럼 따스해집니다.
꽃을 보는 마음은 누구나 기분이 상쾌해지고

가슴이 포근해지는걸 느끼지기도 하구요.
오늘 하루도 상쾌한 기분으로 가슴이 포근해지는

일들만 가득하였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개나리 ==

어디엔가 숨어
너도 앓고 있겠지

사방 가득 어지러운 목숨들이
밤새워 노랗게 터쳐나는데

독종(毒種)의 너라도
차마 버틸 수는 없겠지


(송기원·시인, 1947-)


+== 개나리 ==

(전사들이 다 사라져 적막한 교정에
겨울 지나며 제일 먼저 개나리가 피었다)
사람 같은 사람 하나
만나러
이른 아침 남몰래 깨어
크게 한번 외쳐보는 거다.
그리움 하나로
이 세상이 환해질 때까지
소리 없는 고함 한번 질러보는 거다.


(최동현·시인)


+== 개나리 ==

매화꽃 졌다 하신 편지를 받자옵고
개나리 한창이란 대답을 보내었소
둘이다 '봄'이란 말은 차마 쓰기 어려워서.


(이은상·시조시인, 1903-1982)


+== 개나리 ==

너를 바라보는 동안
너의 맘속을 헤매는 동안
시름 깊어 황달이 져도
포기하진 않겠어

사립문 밖 걸려 있는
저 무언(無言)의 별 무더기들
노랗게 타는 봄볕 아래
저리 눈부신 것을


(마정인·시인)


+== 개나리꽃 피는 봄 ==

개나리꽃 피는
봄이 왔다
노란 꽃들이 재잘거리며
떠드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의 어린 시절이 다가온다

웃음 가득한
개구쟁이 친구들의
보송보송한 얼굴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개나리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곳에 있으면
마음속까지 꽃 핀 듯이
벅차 오른다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다
문득 사랑에 빠질 것 같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개나리꽃 ==

마을마다
봄병아리 소리로
피어나는
개나리꽃,
누가 돌아오려나.
꽃길, 小路길로 해서
작은아씨
돌아오려나.
봄병아리 소리로 피어나는
개나리꽃,
꽃길 小路길로 해서
누가 돌아오려나.
작은아씨
돌아오려나.


(김명배·시인, 1932-)


+== 개나리 ==

한번은 보았던 듯도 해라
황홀하게 자지러드는
저 현기증과 아우성 소리
내 목숨 샛노란 병아리떼 되어 순결한 입술로 짹짹거릴 때
그때쯤 한번은
우리 만났던 듯도 해라

몇 날 몇 밤을 그대
눈 흡떠 기다렸을 것이나
어쩔거나
그리운 얼굴 보이지 않으니

4월 하늘
현기증 나는 비수로다
그대 아뜩한 절망의 유혹을 이기고
내가 가리


(김사인·시인, 1956-)


+== 개나리꽃 ==

함께 무리 지어
막강한

진노랑
빛의 물결

개나리꽃
덤불 속에 섰다.

방금 전까지
슬픔에 젖어 있던 나

졸지에
희망의 한복판에 있다.


(정연복·시인, 1957-)


* 개나리 꽃말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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